북극곰이 내린다

북극곰이 내린다

$12.00
Description
공존하는 세계와의 조화를 꿈꾸며
2015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박화남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북극곰이 내린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281로 출간되었다. 시조는 운율로 형식적 리듬을 유지하는 장르다. 내용에서도 리듬을 읽는 경험을 박화남이 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삶의 리듬을 발견하고 발명해 내는 일에 각성된 시인인 까닭이다. 박화남 시인은 역류하는 감각과 역발상으로 뻔한 선형적 사유로는 놓칠 법한 진실을 캐 나간다. 그는 과거를 추수하거나 추억을 말아 올리는 낭만에 빠지지 않고 동시대에 공존하는 인간·비인간의 상호성을 세심히 탐색한다. 그러나 박화남이 정작 바라는 것은 누구나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이며 그는 이에 대한 기대와 열망으로 시를 밀고 나간다. 그의 시적인 실천은 언제나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이상적인 리듬으로 아는 삶의 태도에서 출발한다.
저자

박화남

경북김천에서태어나계명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15년《중앙일보》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으로『황제펭귄』『맨발에게』가있다.중앙시조신인상,김상옥백자예술상신인상등을수상했다.2026년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제1부
분수의계절ㆍ13/당신을고르는법ㆍ14/받침과바침의관계ㆍ15/빈집의감정ㆍ16/구두의자격ㆍ18/표범이라불리던남자ㆍ19/센서있는등ㆍ20/시간수리공ㆍ22/혀가자라는속도ㆍ23/도마의방식ㆍ24/야(夜)한옷걸이ㆍ25/결로현상ㆍ26/거울의습관ㆍ28/웃지않으려면출근하지마라ㆍ29/재활용안됩니다ㆍ30/실패&실패ㆍ31/이별값ㆍ32

제2부
피나무ㆍ35/뼈없는새ㆍ36/공사중ㆍ37/에스컬레이터ㆍ38/그림자거울ㆍ40/끈맺음ㆍ41/심장에게ㆍ42/싱크대그녀ㆍ43/탑ㆍ44/참외바다ㆍ46/독립잔치ㆍ47/소껌ㆍ48/살해된웃음ㆍ49/아령과가령ㆍ50/호모플라스티쿠스ㆍ52/나를밀어낼때ㆍ53/러브버그ㆍ54

제3부
비운다는것ㆍ57/아무도없을때ㆍ58/집게의정석ㆍ59/환승ㆍ60/알솎기ㆍ62/고향집의부음ㆍ63/절규나무ㆍ64/그녀의온도ㆍ65/말의기울기ㆍ66/보드마카의시점ㆍ68/무인도남자ㆍ69/매듭달ㆍ70/웃음한뚝배기ㆍ71/북극곰이내린다ㆍ72/비(悲)의뿌리ㆍ74/아버지의붓ㆍ75/이것은식빵이아니다ㆍ76

제4부
숨ㆍ79/F킬러ㆍ80/물먹고오리발내밀기ㆍ81/친절한키오스크씨ㆍ82/고사리언니ㆍ84/겨울의말ㆍ85/사물들의대화ㆍ86/위로더위로ㆍ87/밀가루의단어들ㆍ88/눈물ㆍ90/반려인간ㆍ91/불편한진실ㆍ92/등의배웅법ㆍ93/후진은빨갛게ㆍ94/새아침이돌아왔었지ㆍ96/땅콩부부ㆍ97/못되게살거예요ㆍ98

해설김효숙(문학평론가)ㆍ99

출판사 서평

리듬을음악에제한하지않으면삶과리듬이하나가되는세계를만날수있다.마찬가지로사랑의역사를단지열정어린화학작용으로재단하려는자세를철회하면전혀다른세계가나타난다.사랑의감정을전기현상에비유하여‘전기통하는사이’라고적을때우리를감전시키는감정은열정과위험이같은질량으로존재하는폭발의세계다.이른바전자적관계에서는죽음조차도삶에포함된극한감정의나타남일때가많다.그럴때사랑은완전연소라는죽음의상태나종결지점을암묵적으로예비해둔감정이된다.그러나박화남시인은세간에통용되는가치들을의심하면서그것이함부로소비되는열정은아니기를바란다.아래시에서는사랑도보수공사가필요하다는,조금은피곤한과업에관하여이야기를한다.죽음처럼강렬한열정을유지하기어렵다면끊임없이사랑을고치는방법을고안해야하는데,그이유가사랑은자주고장나기도하는것이어서그때마다수리를요하는까닭이다.상대가‘사랑의집’의뼈대를세우도록북돋아주는이타적인마음씀이거기에있다.

우리사랑무너져서반죽을하고있다
울타리를세워야완성되는하루인데
고집은습관이되어
팽팽하게귀를닫고

저녁이면돌아와어긋난틀을허문다
각도를맞춰가며거리를재어가며
굳기전말랑한말들
단단하게쌓는다

금가지않으려고꽉잡은지난날들
간신히나를바꿔너의뼈를세우고
서있는모습그대로
나를먼저철거한다
-「공사중」전문

사랑이무너졌음을직감하고그것을다시일으켜세우려는화자의고투에서읽히는건그럼에도불구하고사랑은“공사중”으로서진행형이어야한다는마음가짐이다.사랑의역사를말할수있다면그것은종결되지않은공사와도닮은것이어서수시로“반죽”을주물러깨진곳을보수하고,부실해진자신을“철거”하여“너의뼈를세우”면서사랑을보강하는일이라는관점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의능력으로부실해진사랑을고치고,보수하고,치료할때다시금사랑이회복되는이치.이런마음가짐은이전의부정을지금의긍정으로,이전의배반을지금의승인으로바꾸어이전상태를굳혀놓지않으려는다짐속에서태어나급기야자신부터“철거”하겠다는의지로나타난다.상대를먼저세워놓으려는서로의시도가교차하는그곳에서사랑의역사는새로이쓰인다.보수공사를미루고방치할수록“습관”처럼굳어질“고집”조차사랑이라는이름으로불리는것을화자는원치않는다.
-김효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