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의문학과사상』은권정생의문학작품을구체적으로살펴보면서사상의궤적과삶의모습을밝혀낸최초의본격연구서다.권정생이기독교사상을지닌작가라는것은널리알려져있다.그런데그의기독교사상이기독교실존주의에서기독교아나키즘,그리고생태아나키즘으로변모했다는것을,치밀한분석을통해저자는이책에서처음으로밝혀낸다.”5월17일그의10주기를추모하는마음으로이책을헌정한다.
권정생문학의키워드는‘죽음’
저자는권정생문학의핵심어가‘죽음’임을작품의내밀한분석을통해증명하고자했다.권정생문학을초기,중기,후기로대별하여그내용과형식,메시지면에서뚜렷한차이를보여주는동화,소년소설과소설,판타지라는세가지주도적문학양식을중심으로,‘죽음’이라는키워드가어떻게양상을달리하여드러나는지를밝혀냈다.또이‘죽음’에대한작가의인식이그의문학사상과는어떤관련이있으며,작가로서그만이가지는특성은어디에있는것인지도밝혔다.‘죽음’의문제는그의문학적출발지점인「강아지똥」에서부터나타나기시작하여거의모든작품을관통하여흐르고있다.그에게서죽음은원초적인문학충동인바,기존의아동문학에서는거의다루지않았던‘죽음’의문제를전면에등장시키고깊이천작해감으로써,그의문학은기존의아동문학과궤를달리하는독자적인영역을구축하였던것이다.
그의초기작품을보면,‘죽음’이라는상황이반복해서등장한다.이‘죽음’의문제는초기동화뿐아니라그의문학전반에걸쳐줄곧다양한형태로변주된다.초기동화에서는삶을위협하는존재로‘죽음’이등장하고,중기의소년소설과소설에서는극빈과전쟁과질병및장애의모습으로‘죽음’이등장하며,후기의장편판타지동화에서는약자의삶을위협하는자본과권력의모습으로‘죽음’이등장한다.즉그의문학활동은삶을위협하는‘죽음’을자각하고,‘죽음’을비판하고,‘죽음’을넘어서는대안을제시하는행위였던것이다.
권정생은기존의아동문학에서는거의다루지않던강아지똥,똘배,깜둥바가지등의소외되고버려진것들을작품에등장시킴으로써,기존아동문학의동심천사주의적인경향을벗어나아동문학의외연을크게확장시켰다.그는밑바닥인생의다양한모습은물론귀신이나톳제비,달걀귀신,하느님이나예수까지작품에등장시켜아동문학의소재를크게넓혔다.이러한소재상의새로움은지금도여전히권정생문학이지닌독자적영역이라할수있다.
또한그는자신이직접체험한사실,주변사람들의체험과어머니를비롯한주변사람들에게서들은이야기를작품화함으로써,사실성을부여받음과더불어풍요로운서사성을확보할수있었다.그의작품의특징으로꼽히는유려한문체,다양한의성어와의태어,풍부하면서도적실한사투리의구사,수많은동식물들의이름등의활용은그만의독특한창작방법과도긴밀한관계가있다.그는구술문화와문자문화가만나는지점에서있는작가로서,다양한형식의‘이야기’류들을적절히활용함으로써구체적인창작적실천을이루어냈다.즉그는근대문학의규범적테두리안에갇히지않고전통적인여러양식-가령옛이야기,전래동요,성서의비유,성서의구절,몽유록이나논쟁적인대화소설양식등-을적절하게활용함으로써아동문학사에형식적새로움을부여했다.특히성서는사상적으로나형식적으로그에게중요한문학적서브텍스트로작용했다.성서는온갖‘이야기’의창고였으며,그성서의예언자들과예수의생애는그가자신의삶과세계를이해하고해석하는데중요한잣대가되었기때문이다.
권정생문학의주도적양식과문학사상
권정생의문학은초기,중기,후기로나눌수있다.환상성이두드러지는초기의단편동화에서는죽음과원죄의식,죽음에대한실존적자각과자기결단,현실지평의확대가확인된다.죽음이라는실존의문제를자각하고자기결단을통해타자와의연대를꿈꾸며,이를통해삶의지평이현실로확대되어가는모습이초기의동화에서잘드러나고있다.단편동화는자신의실존적체험을주로다루고있어‘나의이야기’라고도할만한데,여기에서는키르케고르적기독교실존주의의영향이뚜렷하게확인된다.본고에서는권정생문학과기독교실존주의와의연관성을처음으로밝히고,성서가그의문학의서브텍스트로서중요한역할을하고있음을작품분석을통해확인하였다.또초기동화에서드러난문제의식이이후소년소설과소설,장편판타지동화에서반복하여드러나고있음도확인할수있었다.
중기에는사실성이지배적인소년소설과소설을통해서역사적증언의식,반전의식과체제비판(제도및이데올로기비판,관료제비판),상부상조와생명존중사상등을보여준다.특히민중의삶을갖가지에피소드를통해파노라마적으로보여주고있음을확인할수있었다.작가는이러한작품들을통해극빈,질병과장애,전쟁으로나타나는죽음의구체적이고도다양한면모를고발하고비판하며,이렇게모질고고통스러운삶에도불구하고면면히이어지는민초들의삶을그려냄으로써궁극적으로‘생명’이‘죽음’을이겨내는모습을표현하고자했다.소년소설및소설은자신과자신을둘러싼‘우리의이야기’라고도할만하다.여기에서는함석헌의‘씨알사상’과더불어성서의‘지극히작은자’,즉보잘것없는밑바닥인생이야말로바로‘하느님’이라는,톨스토이의영향이뚜렷한기독교아나키즘적사상이드러난다.또한권정생이자신의경험및주변사람들의체험,어머니를비롯한윗세대에서전해오는이야기들을자신의작품에대폭수용함으로써‘이야기꾼’의면모를지닌작가임을확인할수있었다.
후기의판타지에서는‘지금?여기’의현실비판,기성기독교비판,대안적삶과유토피아의식을보여준다.권정생은‘지금?여기’의현실에서자본과권력이곧인간의삶을억압하는‘죽음’이라고비판한다.이에대해이땅의분단을종식하고통일과평화를가져오며농사지으며소박하게사는삶을그대안으로제시하고있다.평화롭고소박한삶이마침내‘죽음’을이겨내고풍요로운유토피아에이르는것으로제시되고있다.또권정생의기성기독교에대한비판은‘지금?여기’의현실비판과동시에이루어지고있음이특징적인데,성서중심의신앙을지녔던그에게는밑바닥인생들이살아가는이세상이더큰교회이라고보았기때문이다.‘어머니같은모성적하느님’과‘이세상끝까지고통받는사람들과함께하는하느님’이라는카톨릭작가엔도슈사쿠의예수상,‘기독교인은예수처럼살아야하며사회문제를절대외면하면안된다’는목사이며빈민운동가이며기독교사회주의자인작가가가와도요히꼬의예수상이권정생문학에지대한영향을미쳤음을처음으로밝힌것은본고가얻어낸또하나의수확이다.또한한국적기독교를주장했던신학자이자기독교다원주의자였던변선환과의사상적공통점도확인할수있었다.
한편권정생은모순된현실에대한대안적삶의형태로‘통일’과‘농업’을제안하는데,이는모든인간과동식물이함께평화롭게사는낙원을지향하는유토피아사상을담고있다.다시말해이것은성서의다시찾은‘새하늘과새땅’과도유사한사유인바,장편판타지동화를통해그는기독교아나키즘의사상을거쳐에코아나키즘으로사상적전화(轉化)의면모를보여주고있다.
권정생문학에서의‘죽음’의의미
이책은권정생이평생‘죽음’이라는화두를붙잡고문학활동을해왔음을밝혔는데,그것은역설적으로그가‘죽음’에맞서‘생명’을추구했음을의미한다.‘죽음’을화두로출발한그의문학은원초적으로종교성을띠고있는바,그것은바로‘부활’과‘구원’의종교인기독교사상이었다.그러나그에게종교는단지기독교신앙으로그친것이아니라작품을통해그만의고유한문학사상으로발전해갔다.
문학사상의측면에서보자면,그는기독교의실존주의사상에서출발하여기독교아나키즘,생태아나키즘으로나아갔다.그러나이것은서로따로떼어져있는것이아니라,‘죽음’에관한실존적자각과더불어‘지극히작은자’에대한애정으로발전하고,‘지극히작은자’가바로‘하느님’이라는사상으로,그리고나아가사람만이아니라천지만물속에하느님이있다는생각으로발전해나가는계기(繼起)적과정을이루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그리하여그는‘하느님과자연은하나’라는사유에최종적으로도달한것이다.이러한하느님사상은‘도가바로자연’이라는노장사상과도이어진다고볼수있으며,또“예수님이이사람들속에내가있고내속에하느님이계신다”는생각은삼라만상가운데부처가미만하고있다는불교의화엄사상과도상통하는것이다.
또한권정생의현실비판의식과기독교사상은따로있는것이아니다.권정생의사상은인간다운삶을막는것에현실에대해근본적인비판을하는‘성서의예언자사상’과잇닿아있다.이예언자사상은함석헌이나톨스토이에게서도보이듯이기독교적아나키즘에닿아있다.나아가이러한아나키즘적요소는무소유와생명중심의생태아나키즘으로발전한다.권정생에게서행복한삶이란발전된문명속에있지않다.서로사랑하며소박하게살아가는가난한삶,농사를짓고살아가는삶속에행복이있다.가능한한자연을훼손하지않고,생명을소중히여기며자연과함께살아가는삶속에있다고보는것이다.이처럼권정생은나쁜제도를근절하고자하는좋은제도를말하지않는다.나쁜권력을대체할좋은권력도말하지않는다.다만사람이사람답게되고,자연이자연답게되어아름답게사는삶을이야기하고있을따름이다.
그런데그의작품에나타난죽음은부정적이지만은않다.대개그의작품에서‘죽음’은삶을억압하는모습으로나타나지만,역설적이게도이러한‘죽음’을극복하는것역시‘죽음’이기때문이다.즉자신의목숨을기꺼이내던져‘죽음’으로써타인에게온전히새로운‘생명’을가능하게하는형태로나타나는바,「강아지똥」에서강아지똥의죽음,「한티재하늘」에서여종오월이의죽음,「밥데기죽데기」에서늑대할머니의죽음은이러한사유를극명하게보여주는좋은사례이다.이러한사유의밑바탕에는자신의죽음을통해인류를구원하고자했던‘희생양예수의죽음’이음각화로존재하고있음을알수있다.그만큼‘십자가의예수’는그의문학에지대한영향을미치고있었던것이다.
권정생문학은삶과죽음이라는실존적화두로부터출발한문제의식을사회와역사의지평으로확대시키며기존의아동문학의관습적틀을훌쩍뛰어넘어전근대/근대적양식과현실/판타지의경계를넘나들며아동/어른의인식과사상의벽을허물어뜨린점에서동심천사주의적경향에강박되어있던한국아동문학의외연을확장시키고사상과내용의깊이를확보했다고평가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