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의주요장르와텍스트를여성적시각에서살피다
『한국고전문학의여성적시각』의저자박혜숙교수는한국고전문학연구자로서여성적정체성의문제,'시선'과'화자'의문제,성적차별과평등의문제,텍스트의젠더적구조화양상등페미니즘의주요의제들을오랜기간탐구해왔으며,이책은그결실이다.저자는여느고전문학연구자와달리연구의대상을꼭고전텍스트에만한정하지않고근대문학텍스트로까지넘나들며고전문학연구의지평을확장하고있다.한국고전문학에대한여성적시각의연구는많지않은데다,페미니즘이론의깊은이해에바탕한연구는더욱많지않은실정에서,이책의접근방식과그깊이는문제적이다.이책은한국여성학문의현수준을보여주는성과이기도하다.
100년전에조선사회에등장한페미니즘적사유
『한국고전문학의여성적시각』은한국고전문학의주요장르와텍스트들을여성적시각에서살핀연구들로구성되어있다.책은크게세부분으로되어있다.
제1부는'고전문학장르와여성'이다.서사한시,고려속요,여성영웅소설이라는주요한국고전문학장르의여성담론을여성적시각에서거시적이고이론적으로분석하고있다.조선후기의유명작가들에의해창작된서사한시작품에서남성의시각과여성의현실이어떻게구현되거나어긋나는지,「가시리」를비롯한고려속요에형상화된정한(情恨)의세계나,「정과정곡」에서비롯되어조선시대「사미인곡」에까지연결되는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辭)의전통이여성을타자화(他者化)하는'타자성의미학'과어떻게연관되어있는지,그리고조선후기에양산된여성영웅소설이평등과차이,여성적정체성의문제를어떻게다루고있는지분석하고있다.특히저자는조선후기에성행한여성영웅소설이매우엄격한내외법(內外法)의규제와억압속에있었던조선후기여성들의지위와역할에대하여문제를제기하였으며,그와관련된대화와논의,토론과논쟁의장으로기능했음을제시한다.또한,서구적페미니즘의수용이전에이미페미니즘적인사유가조선사회에등장하였음을입증하는좋은실례가된다는점을특히,여성영웅소설『방한림전』의두주인공을통하여제시한다.
『방한림전』의방관주는적극적이고자발적으로남장을선택한다.이성과의결혼을거부하고동성의여성과결혼하며,자신이생물학적으로는여성이지만심리적사회적으로는남성젠더를선택하겠다는의사를분명히한다.방관주는과거시험에응시하면서'평등의페미니즘'을극단까지추구하였던매우문제적인인물이다.그런데방관주가평생에걸쳐평등을실천할수있었던것은,방관주의아내영혜빙이라는인물이있었기에가능했다.'영혜빙'은애초부터가부장제사회의여성은남자의구속을받아만사에자유롭지못하니결혼을하지않는것이옳다는생각을갖고있다.하지만남장을한방관주의정체를꿰뚫어본뒤,그와결혼하고평생을함께한다.영혜빙은위계적결혼관계는거부했지만,평등한결혼관계는거부하지않았다.그리고방관주의충실한아내가되었고,아이를입양하여훌륭한양육자의역할을다하였다.하지만방관주가가부장적면모를보일때는즉각그잘못을지적하고일깨움으로써평등한결혼관계의지속에중심적인역할을한다.이처럼경쟁과지배의남성적원리를모방하는것이아니라,여성다움과여성적가치를옹호하고계승한다는점에서영혜빙의존재방식은오늘날'차이의페미니즘'의주장과유사성이있다.
영혜빙이있었기에방관주는최대한의사회적성취를이룰수있었고,방관주가있었기에영혜빙은여성적가치를보전하면서도가부장제적결혼생활을모면할수있었다.방한림이보여주는평등의페미니즘과영혜빙이보여주는차이의페미니즘은상호보완관계에있다.그들의결혼생활은평등의페미니즘과차이의페미니즘,이둘의연대를상징적으로보여주는문학적장치라고할수있다.
저자는이렇듯『방한림전』을여성주의시각으로고찰하며,매우소박하고상징적인형태이기는하나현대의'평등-차이'논쟁이흔히간과하고있는두페미니즘의상호의존성과전략적연대의필요성을최소한100년은앞질러제시하고있다는점에서매우의미심장한작품이라고제시한다.
다양한여성적경험을서술하는글쓰기방식,여성의'자기서사'
제2부는'여성의자기서사'이다.저자는먼저'자기서사'라는개념,요컨대화자가자기자신에관한이야기를그것이사실이라는전제에입각하여진술하며,자신의삶을전체로서회고하고성찰하며그의미를추구하는글쓰기양식이라는것을정의한다.따라서'자기서사'는단일한장르개념이아니라다양한장르를포괄한다.일반적으로남성중심의사회에서여성은주변적존재이므로여성의자기서사는남성의자기서사와달리한사람의여성이여성집단의일원으로규정된다.따라서한사람의여성이자신의정체성을문제삼는일은필연적으로당대사회에서통용되는여성적정체성일반을문제삼는일과연관된다.
중세여성의자기서사는조선후기에비로소등장한다.중세여성의자기서사는공적서사를결여하고있을뿐아니라개인의개별서사도결여되어있다.여성의자기서사는가족서사와착종되어있는특징이있으며,개인의독특한정체성을문제삼는경우는드물다.즉,가족내적역할,다시말해딸로서,아내로서,어머니로서의역할을성공적으로수행했는가여부로자신의존재를평가하는식의성별정체성이개별정체성을압도하는'여성의자기서사'의양상과여성적정체성의문제를역사적관점에서분석하였다.조선후기양반여성자기서사의대표적인작품『ㅈㆍ긔록』과「규한록」에서삼종지도의가부장제이데올로기를받아들이는대조적인두여성을분석하면서,『ㅈㆍ긔록』의조씨부인이억압을승인하고내면화하려는경향이있는비교적잘억압된여성의내면을표현한경우라면「규한록」의이씨부인은억압에차질이야기됨으로써분열되고히스테릭한여성의내면을표현하였으되,「규한록」의분열된이중적목소리가지배이데올로기의의미체계에의문을제기하고있음을고찰한다.
또한,조선시대의특수존재였던기생의자기서사를「기생명선자술가」와현대의『내사랑백석』과비교분석하며,두화자모두'절개있는여성'내지'낭만적사랑의주인공'으로서자기를구축하고,그것을스스로기억하고남에게드러내며공적으로인정받으려는동기에서씌어졌으며,그를위해'진실과허구','기억과침묵'을적절히오가는서사전략을구사하였음을살핀다.이로써여성에게'있는그대로의자기'라는중차대한정체성의문제앞에서도여성들은좀처럼벗어나기어렵다는사실을확인한다.또한전통시대의주류문학,제도권문학은한문학이었고,한문학의각장르는남성성별화된매체였으므로,주변적존재로서의여성의경험과정체성을문제삼을때,비제도권문학이나비주류적문학장르에관심을가져야하며,다양한여성적경험을서술하는글쓰기방식으로서여성의'자기서사'에관심을기울일필요가있음을여러각도에서역설하고있다.
한국가사문학의수작(秀作)이자,한국여성문학의숨겨진보석같은작품「덴동어미화전가」의완전한복원
제3부는「덴동어미화전가」를복원하고여성문학의시각에서살핀'덴동어미화전가의세계'이다.「덴동어미화전가」는전통시대한국가사문학의수작(秀作)일뿐아니라,한국여성문학의숨겨진보석같은작품이다.「덴동어미화전가」는조선후기하층여성의인생유전(人生流轉)을실감나게그려놓고있어서,그문제성과리얼리티에있어서민가사중에서도단연돋보이는작품이라할수있다.기존연구는이작품이보여주는서민가사적특징에주목하거나,하층민의삶을반영한측면에주목하거나,덴동어미가스스로의운명에대해보여주는태도에주목하는입장에서논의를펼쳤다.기존논의는덴동어미의삶에서'서민'혹은'하층민'의삶을포착하는데치중하고있을뿐,'여성'으로서의덴동어미의삶이제기하는의미와물음에대해서는별다른문제의식을보여주지못하였다.「여성문학의시각에서본「덴동어미화전가」」는덴동어미는하층민이기만한것이아니고,'여성이면서하층민'이라는점을주목하고,세번개가하고네번상부하며하층민으로전락하는기구하고간난한덴동어미의삶은당대하층여성의삶과상당한보편성을지닌의미가있음을분석한다.특히,여성주의시각으로분석을통해덴동어미의이야기'속'에서하층여성들과이룬연대와,덴동어미의이야기'밖'에서좌중의부녀들사이에형성된연대를주목하면서여성으로서의공감과일체감을포착한다.
「덴동어미화전가」는난해한구절이상당부분있어일반인은물론이거니와기존연구자들도완전한해독이어려웠는데,저자는2011년에자신이발표한주해에더하여『한국고전문학의여성적시각』에서는다시주석을100여개이상추가하여난해구를완전히해결하였고이전주석의몇몇오류를바로잡았다.
지은이
박혜숙(朴惠淑,Park,Hye-sook)_서울대학교국문학과및동대학원을졸업했으며,현재인하대학교한국어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주요논문으로「조선의매화시」,「18~19세기문헌에보이는화폐단위번역의문제」,「다산정약용의노년시」등이있으며,저서로『형성기의한국악부시연구』,편역서로『사마천의역사인식』,『부령을그리며-사유악부선집』,『다산의마음』등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