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선 (장혁주 소설 선집(1))

아, 조선 (장혁주 소설 선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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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번에 번역된 "아, 조선(嗚呼朝鮮)"(1952)과 "무궁화(無窮花)"(1954)는 모두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이 두 작품에서 장혁주는 당대의 한국소설에서는 다루기 어려웠던 소재―이를테면, 이승만 정부에 의한 양민 학살 사건, 부정 사건 등을 자세히 묘사한다. 당시 남한에서는 보도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사건들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일본어로 쓰였기에 당국의 검열을 피해 한국전쟁의 실상을 고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

장혁주

1905∼1998.대구출생.1932년일본잡지"개조(改造)"에일본어로쓴소설"아귀도(餓鬼道)"로일본문단에등단하며주목받았다."아귀도"는식민지조선농민들의비참한생활상을그려조선과일본문단양쪽에서좋은평가를받았다.이후서울과도쿄를오가며조선어와일본어로창작했다.그러나조선어작품에대한조선문단의반응에만족하지못한데다개인적인사건까지겹쳐1936년경일본으로건너간것으로알려져있다.도쿄에서‘해방’을맞이한뒤1952년에는일본으로귀화,일본어글쓰기를지속했다.식민지시기발표된대표적인한국어작품으로는"무지개"(1933∼1934)외에"삼곡선(三曲線)"(1934)과같은장편소설이있다.한국전쟁을취재해서쓴"아,조선(嗚呼朝鮮)"(1952)으로일본에서성공적으로재기했으며,노구치가쿠츄(野口赫宙)라는필명으로평생꾸준히작품활동을했다.

목차

책머리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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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조선
제1부―골고다로가는길15
제2부―피난민115
제3부―절망의저편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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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작품해제353
참고문헌390

출판사 서평

식민과냉전,그리고이중적글쓰기
한국문학사에서장혁주(1905~1998)는그다지명예로운이름이아니다.1940년대전반그의전시협력물도비판의대상이지만더문제적인것은해방이후일본국적취득(1952)과일관된‘일본어글쓰기’이다.한국어로쓰인작품들을연구한다는한국문학사의‘자명한’관점에서본다면,그의일본어텍스트들은작가의친일전력을비판할때를제외하고는진지한연구의대상이되기어려웠던것이사실이다.
그러나2000년대이후,한국문학계에서는이중언어(bilingual)세대작가의창작이라는입장에서장혁주문학을재평가하려는시도가이루어지고있다.장혁주는김사량(1914~1950)과같은본격적인이중언어세대보다앞세대로사실상이중언어세대작가의원조격이라할수있다.물론,동일한이중언어작가이면서도민족적저항의이름으로종군하여한국전쟁중에일찍생을마감한김사량의경우를생각한다면,장혁주의일본어글쓰기에대한평가가쉽게바뀌기는어려워보인다.하지만장혁주의일본어텍스트,특히해방이후일본어텍스트를조금다른맥락속에놓아보면어떨까.더이상제국이아닌장소에서계속해서마이너리티로살아가야했던구(舊)식민지인들의삶과언어라는맥락속에서라면,그의소설은문학사뿐만아니라사회사적으로도다시한번살펴볼만한기록이분명하다.실제로장혁주의일본어글쓰기나귀화라는선택은장기간식민통치를겪은민족의경우라면,그수가많든적든나타날개연성이높은유형이다.특별히작가가아니더라도,자신이살던땅에계속남기를원한이들에게귀화라는생존방식이하나의선택지였던것만은틀림없는사실이기때문이다.
한편이중적글쓰기는두이데올로기가첨예하게대립하던냉전시대에민감한사안을객관적으로그릴수있는이점을가지고있었다.이번에번역된"아,조선(嗚呼朝鮮)"(1952)과"무궁화(無窮花)"(1954)는모두한국전쟁을소재로한장편소설이다.이두작품에서장혁주는당대의한국소설에서는다루기어려웠던소재―이를테면,이승만정부에의한양민학살사건,부정사건등을자세히묘사한다.당시남한에서는보도조차허용되지않았던사건들이었다.역설적이게도,일본어로쓰였기에당국의검열을피해한국전쟁의실상을고발할수있었던것이다.

일본어가포착해낸한국전쟁의불편한진실-"아,조선"
"아,조선"은1951년마이니치(每日)신문사의후원으로취재차한달여간한국을방문한뒤쓰인작품으로장혁주에게일본에서작가로서재기하는발판을마련해주었다.본국적과일본어글쓰기라는이조건들은장혁주가한반도의전쟁을남이나북가운데어느한쪽을선택하지않고제삼자로서거리를두고관찰할수있는결정적인물적토대로작용했다.게다가이조건들은한국정부의공식검열로부터도자유로울수있는사유가되기도했다.
실제로,이소설은주인공‘성일’이북한의용군에강제징집되어무고한남한인민들을살상하게되는경험을자세히묘사한다.그러나?아,조선?이흔한반공소설에머무르지않는이유는다른한편으로이작품이남한정부에의해자행된,양민을상대로한국가폭력의양상에도초점을맞추고있기때문이다.북한의용군에서탈출한‘성일’이다시남한국민방위군에징집된다는,파란만장한설정으로인해당시남한에서는신문보도조차자유롭게허용되지않았던거창양민학살사건이나대대적인국민방위군부정사건들이이소설에서는상당히비판적인어조로자세하게다루어질수있게된다.
소설의마지막장면은의미심장하게도수용소(거제도포로수용소로짐작되는)를배경으로삼고있다.당시포로들에게주어진남과북이라는선택지중에서‘성일’이자신이살던남쪽을원한다는점은의심의여지가없다(물론,?광장?의이명준처럼제3국을택한소수의포로도있기는했다).그러나‘성일’은현존하는남북정치체제어느쪽에도진정으로마음을주지않는인물유형이기도하다.“이승만도김일성도없는어딘가먼땅에가서살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중략…)그는정치가없는작은섬에서천국과같은생활을하는사람들을상상하며선망했다”라는구절에서와같이,‘성일’의회의와환멸은에두름이없는직접적인언어로표현되었다.한국전쟁을소재로다룬1950년대의한국어작품들이극심한이데올로기적편향을보이거나그렇지않으면추상적인이데올로기부정으로흘렀던것과좋은대조가될수있는부분이다.

우리를비추는낯선거울,이중적글쓰기
전후의가장명민했던시인중한사람인김수영도개인의가장내밀한생각을적는일기를일본어로썼을만큼일본어의영향력은당시한국의문인들에게광범위하고일반적이었다.한국어로사유하고,사유한언어그대로창작하는일은우리가흔히생각하는것보다훨씬최근의일인셈이다.그렇다면이중언어세대작가와그들의글쓰기는오늘의우리에게어떤의미인가.그들의존재는식민지라는것,식민지인으로살아간다는일이구체적으로어떠했는가를곰곰이생각하게만든다.동시에한국근대문학의출발자체가우리가생각하는것이상으로‘혼종적’이라는사실도새삼자각하게만든다.
한편,1950년대일본어로쓰인장혁주의이작품들은우리에게익숙한한국전쟁의재현관습을상대화하는계기이기도하다.한국전쟁중가장큰사상자를남긴미군의공습이기존한국소설에서의외로과소재현되었다면,두소설에서공중폭격은유례가없을정도로자세하고세세하게묘사된다.언어를존재의집이라비유했던하이데거식으로말한다면,일본어에존재를의탁했던작가의시선은우리스스로의모습을낯설게응시하는기회가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