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제국 (한국과 일본의 협력과 식민지 근대성)

친밀한 제국 (한국과 일본의 협력과 식민지 근대성)

$24.00
Description
친밀성으로 밝히는 폭력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혐한과 한류가 분열되어 있어, 한국을 혐오하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한편 BTS나 트와이스 콘서트가 매진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식민지 시기를 새롭게 봐야 한다며 한국의 ‘반일종족주의’를 비판하는가 하면, 그것이 일본의 혐한 담론을 그대로 수용한 인종주의라는 비판도 뜨겁다. 이러한 한일 양국 분열은 일제강점기/식민지 시기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본과 식민지 조선은, 때로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때로는 계몽적 스승과 제자로, 때로는 제국주의 파트너로 36년(1910~1945) 동안 복잡하고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었다.

이 책은 이러한 일제 말기 식민지 조선과 일본 제국의 관계를 “친밀성”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고 있다. 친밀성으로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에 접근한다는 것이 의아하게 여겨지거나,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제국은 폭력을 행사했던 가해자이고, 식민지는 폭력의 피해자인데, 이 둘의 관계를 친밀성으로 개념화한다는 것은 일견 어쩔 수 없이 ‘밀접’했던 양자 관계의 한 단면을 거칠게 일반화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마치 위안부와 일본 군인의 관계를 “동지적 관계”라고 했던 논의와 유사한 것은 아니냐는 의심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그러한 강요된 친밀성 배면에 있는 제국주의의 폭력성을 끈질기게 고발하면서, 이에 대응했던 식민지인들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추적한다. 일제 말기에 ‘내선일체’, ‘오족협화’, ‘대동아공영권’과 같은 개념들은 식민지 조선과 일본 내지는 ‘친밀한’ 관계여야 한다는 이념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를 믿었던 일본인과 식민지 조선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정책은 늘 이러한 동화와 함께 차별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끝내 식민지 조선인은 일본인과 동등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이 책은 식민지 시대 문학작품, 신문 기사, 좌담회를 섬세하게 읽고, 그 맥락을 복원하는 것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저자

권나영

UCLA대학원졸업.문학박사.듀크대학교한국·일본학교수.영화·젠더학부문소속.아시아/디아스포라프로그램설립책임자.문학비평,번역,영화및미디어연구.근래의연구는동아시아의역사적기억의장치에초점을두고있다.

목차

감사의말
한국어판서문

제1장식민지근대성과재현의난제
제2장한국문학번역하기
제3장소수자작가
제4장빛속으로
제5장식민적비체
제6장식민지키치수행
제7장트랜스식민지좌담회엿듣기
제8장지방으로
제9장만주기억의은폐
제10장포스트식민성의역설

역자후기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서구이론을넘어선탈식민지를향하여
이책은이렇게식민지-제국관계의중층성과양가성을정신분석학적전제를통해개념화하고,그분석을위해“정동affects”을연구대상으로삼았으며,이를통해(서구)근대성및탈식민지이론에서주목하지못했던한국-일본사례들을바탕으로,‘서구보편’을비판하고이를재구성하고있다.식민지에매혹되면서도이를타자화하고,동화하려고하면서도차이화하는일본,그리고제국의일상적강압에억눌리면서도제국에매혹되는식민지,이두존재자의관계를정동이라는이론적어휘로탐구하는것은매우중요한시도이다.개인과공동체의관계를잘설명해줄수있는정동개념은신체가세계에속해있는동시에속해있지않다는표지이며,“힘들의충돌”에따른“부대낌의양태”로정념의동요를의미화하기때문이다.또,한국에서의논의들은서구보편을비판하면서도,이를재구성하려는이론적노력이부족하다는점에서이러한저자의접근은분명의미가있다.
이렇게이책은일본과식민지(인)사이의‘트랜스콜로니얼’한조우에서‘친밀성’이라는것이얼마나여러겹의강압과회유사이에서갈등하고흔들리는복잡한표정인지를잘드러내준다.일본인에대한어린조선유학생의사랑과절망(이광수의「사랑인가(愛か)」),아쿠타가와상수상후보를둘러싼일본본국인들의동정적태도와이에대한김사량의심정,그의소설속인물들의복잡한심리,식민지조선인들의일본어글쓰기라는것자체에내재한양가성,좌담회라는형식속에내재한폭력성,결국내선일체를홍보하기위한들러리로사용될뿐인식민지조선인들의억지웃음등에내재한‘정동’들을끈질기게추적함으로써,식민지(인)과본국(인)사이의‘협력’의표면에보이는‘친밀성’과그배면에있는제국의강압성이어떻게복잡하게얽혀있는지를잘보여주고있다.이는보편으로간주되어온서구모더니즘의“재현의난제”를서구근대성이나탈식민주의이론에서배제되어온식민지조선과일본의예를통해서비판했다는점에서의미가있다.서구모더니즘은재현의난제를보편적인것이라주장하나,이는결코식민지근대주체의경험들을고려하지않았다는것이다.이러한식민지조선의예를바탕으로수정된“재현의난제”는식민지인이제국의통치아래식민적경계를가로지르면서제국의언어로쓸때발생하는역설과모순을포착할수있다.즉,이책은서구모더니즘에서근대성의보편적경험이라주장하는“재현의난제”를식민지-제국의관계로전유하는것을통해서,이것이보편적경험이라는주장을비판하면서동시에,식민지-제국의문화적재현들을의미화하고있는것이다.
일본의젊은대학생들사이의‘한류’와한국에대한뜨거운관심의한편으로한일관계는1965년이래최악인상황으로치닫고있다.이는결국‘부인’된과거는언젠가다시돌아올수밖에없다는것을상기시킨다.이책은잊히고부인되었던과거를직시함으로써건전한한일관계를구축하고나아가아직도우리곁에남아있는제국주의의를청산할초석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