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언어

현상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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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규원의 시 세계, ‘현상’과 ‘언어’
이 책은 오규원의 시와 시론은 시가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시인의 의식적인 활동의 결과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때 중심이 되는 것은 시를 쓰는 주체와 그 대상인 세계의 관계이다. ‘주체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세계에 대한 주체의 이해를 묻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이해의 내용을 언어로써 표현한 양상이 어떠한지를 말하는 것이다.
오규원의 시에서 주체의 세계에 대한 이해는 ‘현상’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오규원은 의식 주체에 나타나는 직접적 사실에 주목하고 그것이 어떤 양상으로 주어지는가를 밝히고자 했다. 시에서 그것은 언어로써 표현되는 것이므로 현상에 대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언어에 대한 탐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현상’과 ‘언어’는 오규원이 일관되게 추구했던 시적인 화두였던 셈이다.

주체와 세계의 관계를 시간, 공간, 신체를 통해 어떻게 감각하고 인식하는가
『현상과 언어』는 오규원 시 세계의 주체와 세계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주체는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감각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주체가 대상을 감각하는 과정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선험적 형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초기 시에서는 주체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중기 시와 후기 시로 갈수록 주체와 세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다.
초기 시에서 주체는 시간을 시계의 시간이나 실질적인 공간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시공간 좌표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중기 시에 들어서면서, 시간은 시계의 시간처럼 일상적이고 기능적인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공간 또한 기술적인, 도구적인 환경을 넘어서서 더욱 존재론적인 방식으로 확장된다. 후기 시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기존의 물리적 개념을 넘어서, 존재와의 관계와 의미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한다.
특히, 주체와 세계의 관계에서 신체의 역할도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 초기 시에서는 신체가 단순히 세계를 감각하는 도구로 기능했지만, 중기 시에는 신체와 세계의 관계가 실존적이고 상호작용적인 방식으로 나타난다. 후기 시에서는 주체가 신체적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세계 안에서 다른 존재자들과 동등하게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신체와 세계의 관계가 단순한 감각을 넘어서, 존재론적인 관계로 확장되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오규원의 후기 시에서 나타나는 언어의 변화는 이러한 세계관의 변화를 반영한다. 물질주의를 비판하는 은유적 언어에서, 열린 세계에 대한 환유적 언어로 변화하는데, 이는 주체가 세계와의 의미 연관성을 어떻게 드러내는지에 관한 중요한 지점이다. 세잔의 공간 중첩으로 표현된 ‘깊이’를 시간적 순차성으로 표현하며, 오규원은 세계와 대상의 깊은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는 주체와 세계의 관계를 시간, 공간, 신체를 통해 어떻게 감각하고 인식하는지, 그리고 그 인식의 방식이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면서, 오규원의 시적 표현이 어떻게 그 변화를 반영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오규원의 “날이미지”와 세계
오규원의 시론과 창작 과정은 매우 심오하고 철학적인 사유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점들이 있다. 그가 말하는 “날이미지”는 단순한 이미지나 그림을 넘어서,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면서 그 안에 담긴 생성적 시간성을 드러내려는 독특한 시도다. 여기서 날이미지는 단순히 대상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통해 그 현상의 생성 과정과 시간성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지 자체가 세계의 상호 연관을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그는 이미지 속에 존재하는 ‘시간’을, 대상을 초과한 그 자체로, 세계와 연결된 시간성을 감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학적 이미지의 접근은 그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대상에 내재된 시간성과 생성의 과정을 표현하려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이때 “날이미지”가 지닌 의미는 “가공되지 않은, 원래의 상태”와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생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지니며, 이는 대상을 그대로 제시하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생성의 흐름을 시적으로 포착하는 방식이다.
그의 시와 시론은 창작과 이론 간의 밀접한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오규원은 창작을 통해 경험한 세계와 그에 대한 감각을 이론화하며, 시와 이론 간의 정합성을 확인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자기반영적 특징은 그의 창작이 단순히 외부 세계를 반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신의 내적 사유와 의식적인 이론적 검토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오규원과 『현상과 언어』
결국 오규원의 시론과 시 창작은 현상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그의 독특한 세계 인식과 그것을 시로 풀어내려는 꾸준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현상과 언어』를 통해 이런 것들이 단순히 시적 표현을 넘어서, 현대시의 중요한 이론적, 실천적 성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오규원의 작품은 창작과 이론이 깊은 관계를 맺으며,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경지를 열어갔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오규원의 시론과 시 세계를 새롭게 만나고 그 의의를 새기길 바란다.

저자

문혜원

저자:문혜원
서울대학교에서국문학을전공했으며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아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이자문학평론가로활동하고있다.김환태평론문학상을수상했다.저서로는『한국근현대시론사』,『존재와현상』,『1980년대한국시인론』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장공간에대한현상학적이해
현상학적관점에서의공간
기술에의해정복된공간,‘도시’
사물의해방성을통해열리는세계와의의미연관
존재자의존재를드러나게하는‘무’로서의‘허공’

제2장실존의지평으로서의몸
공간과몸에대한사유
(사물의)위치의공간성과(몸의)상황의공간성
정박점의조정을통한공간의재구성
상호신체성으로서의몸,살의세계에로의열림

제3장신체(성)그리고현상학
신체,세계와의연관근거
수사학적도구로서의신체
대상을인식하는과정으로서의‘신체화’와다중감각
주체와대상의동등한지위의근거로서의신체

제4장현상학적사유와환유적글쓰기
시와시론의조응
환유적시쓰기와대상들의내적연관성발견
‘유보된리얼리티’로서의풍경의‘깊이’와연루된주체의실존
풍경의깊이를언어로표현하는방법

제5장현상학적시간의언어적표현
시계시간과경험된시간
어휘적인표지로나타나는시간양상
시제와상으로표현되는시간양상

제6장『현대시작법』의인지시학적특징
세계를의미화하고조직화하는언어
비유의의미론적기능과역할
비유의사상과정분석
환유의개념변화

제7장연작시「한잎의여자」의자기반영성
텍스트의변용과재구성
연작시「한잎의여자」의선행텍스트「현상실험」
연작시「한잎의여자」와관련텍스트비교

제8장오규원시와세잔의회화
대상의묘사와해석
대상의‘깊이’를구현하는방법
다시점을활용한공간구성과사물들의연계성
‘긍정적부정공간’과‘허공’의양감

제9장창작방법으로서의이미지시론
제작으로서의시
대상의즉물적묘사
대상에대한인식의중요성
인식론과존재론의결합

제10장개인의경험과시적형상화
시와시론,산문의상호텍스트성
유년기의상처와초기시에나타나는불안
자연의관찰에바탕한현상학적사유
생명의식의발현체로서의여성

참고문헌
부록

출판사 서평

주체와세계의관계를시간,공간,신체를통해어떻게감각하고인식하는가

『현상과언어』는오규원시세계의주체와세계의관계가어떻게발전하고변화하는지를다루고있다.주체는세계를어떻게인식하고감각하는지에대한구체적인방식에대해설명하고있는데,주체가대상을감각하는과정은시간과공간이라는선험적형식을통해이루어진다.초기시에서는주체가시간과공간을어떻게인식하는지,중기시와후기시로갈수록주체와세계의관계가어떻게변화하는지에대해깊이다루고있다.

초기시에서주체는시간을시계의시간이나실질적인공간으로인식하는데,이는일상적이고구체적인시공간좌표에맞춰져있다.그러나중기시에들어서면서,시간은시계의시간처럼일상적이고기능적인개념으로다루어지고,공간또한기술적인,도구적인환경을넘어서서더욱존재론적인방식으로확장된다.후기시에서는시간과공간이기존의물리적개념을넘어서,존재와의관계와의미의연관성을드러내는방식으로변한다.

특히,주체와세계의관계에서신체의역할도중요한변화를겪는다.초기시에서는신체가단순히세계를감각하는도구로기능했지만,중기시에는신체와세계의관계가실존적이고상호작용적인방식으로나타난다.후기시에서는주체가신체적으로세계와관계를맺으며,세계안에서다른존재자들과동등하게존재하는모습을보여준다.이는신체와세계의관계가단순한감각을넘어서,존재론적인관계로확장되었음을시사한다.

마지막으로,오규원의후기시에서나타나는언어의변화는이러한세계관의변화를반영한다.물질주의를비판하는은유적언어에서,열린세계에대한환유적언어로변화하는데,이는주체가세계와의의미연관성을어떻게드러내는지에관한중요한지점이다.세잔의공간중첩으로표현된‘깊이’를시간적순차성으로표현하며,오규원은세계와대상의깊은관계를탐구하고있다.
이와같은논의는주체와세계의관계를시간,공간,신체를통해어떻게감각하고인식하는지,그리고그인식의방식이변화하는지를설명하면서,오규원의시적표현이어떻게그변화를반영하는지를잘보여준다.

오규원의“날이미지”와세계

오규원의시론과창작과정은매우심오하고철학적인사유를반영하는중요한지점들이있다.그가말하는“날이미지”는단순한이미지나그림을넘어서,현상학적접근을통해대상을있는그대로묘사하면서그안에담긴생성적시간성을드러내려는독특한시도다.여기서날이미지는단순히대상을복제하는것이아니라,대상을통해그현상의생성과정과시간성을표현하는것이기때문에,이미지자체가세계의상호연관을드러내는중요한역할을한다.즉,그는이미지속에존재하는‘시간’을,대상을초과한그자체로,세계와연결된시간성을감지하려고했던것이다.이러한현상학적이미지의접근은그가세계를이해하는방식―대상에내재된시간성과생성의과정을표현하려는방식―을잘보여준다.이때“날이미지”가지닌의미는“가공되지않은,원래의상태”와“무언가가만들어지는과정을담은생성”이라는두가지측면을동시에지니며,이는대상을그대로제시하면서그안에서일어나는변화와생성의흐름을시적으로포착하는방식이다.

그의시와시론은창작과이론간의밀접한관계를탐구하는과정으로볼수있다.오규원은창작을통해경험한세계와그에대한감각을이론화하며,시와이론간의정합성을확인하고끊임없이반성하는모습을보인다.이런자기반영적특징은그의창작이단순히외부세계를반영하는것에그치지않고,그자신의내적사유와의식적인이론적검토를통해끊임없이발전하는과정이었음을보여준다.

오규원과『현상과언어』

결국오규원의시론과시창작은현상학적이해를바탕으로한그의독특한세계인식과그것을시로풀어내려는꾸준한노력의결과물이다.저자는『현상과언어』를통해이런것들이단순히시적표현을넘어서,현대시의중요한이론적,실천적성과로자리잡을수있었던이유를설명한다.오규원의작품은창작과이론이깊은관계를맺으며,한국현대시의중요한경지를열어갔다는점에서큰의의가있다.이책을통해오규원의시론과시세계를새롭게만나고그의의를새기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