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의 위도 (남북일 냉전 구조와 월경하는 재일조선인 문학 | 양장본 Hardcover)

디아스포라의 위도 (남북일 냉전 구조와 월경하는 재일조선인 문학 | 양장본 Hardcover)

$31.00
Description
식민주의와 냉전이 만들어낸 ‘위도’를 돌파하고자 한재일조선인 작가들의 언어, 연대, 장소
‘보는 주체=식민자’, ‘보이는 대상=피식민자’라는 이항대립의 원칙적 종언을 뜻하는 제국 붕괴 후, 재일조선인 작가들은 어떻게 ‘관찰하는 사람이자 관찰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타자성을 재현하였을까? 이 질문의 유의미한 답을 도출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은 아마도, 조선어와 일본어를 넘나들고, 향수와 생활세계 그리고 사상적 귀속처 사이에서 유동하며 전후 일본과 분단된 조국, 그 사이의 다양한 ‘연대’ 네트워크에 접속하며 ‘재일(성)’의 안팎을 들여다보았던 작가들의 모순적 조건들을 가시화하는 일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는 냉전이라는 ‘안정’된 긴장 관계의 유지를 위해 국민국가 단위로 재배열되는 과정을 거쳤으며, 그러한 새로운 질서는 단일언어ㆍ단일민족주의를 통해 국민국가의 수립을 앞당길 수 있다는 믿음을 전파했다. 전후 일본에서는 다민족ㆍ다언어 집단에 대한 제국 일본의 위계화된 지배와 통치, 그리고 이로부터 이념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전쟁의 기억이 급격히 망각되고 있었다. 그와 같은 전후 일본에서, 단일언어ㆍ단일민족이란 식민주의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위기’의 기제이자, 한편으로는 전쟁 책임을 서둘러 망각하도록 하는 알리바이였던 셈이다. 식민지 조선에서 출생하여 다양한 루트로 일본에 건너가 조선어와 일본어에 걸친 채로 글을 썼던 조선인 작가들은 이렇게 단일언어ㆍ단일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재편된 ‘전후’ 일본에 남겨졌다. 하지만 전후 일본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위계적인 다언어ㆍ다민족 국가였음을 증언하는 것이 바로 재일조선인의 언어와 존재 상태였다. 그렇다면 식민지 시기의 글쓰기로부터 제국 붕괴 후 ‘재일조선인 글쓰기’를 변별할 수 있는 요건이란 무엇보다 그 언어적ㆍ존재론적 조건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른바 ‘재일조선인 서사’의 문법과 그것의 담론적 효과를 살피기 위하여 ‘이언어(biliteracy)’와 ‘귀환하지 않음’이라는 조건이 어떻게 글쓰기의 장치로서 기능했는지 탐색하는 한편, 해방 후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서 단일하지 않은 ‘재일’의 경계들이 구성되는 장면들을 계보학적으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재일 문학이 제국 붕괴 후 복합적이고 비대칭적인 관계 질서에 얽혀 있는 존재들에 관해 축적해 온 세부적이고 다면적인 앎의 형태들에 접근하고 있다. 흔히 재일조선인의 역사는 남북일이라는 세 개의 국가 혹은 체제 사이에서 요동쳐온 역사로 표상되어 왔지만, 이 책은 실제 그들의 텍스트가 이른바 ‘남북일 냉전 구조’ 속의 중층적 언어와 장소, 양식과 생산 시스템 사이에서 쓰이고 이동하고 읽혀온 과정을 조명한다. 그것은 재일조선인의 글쓰기가 ‘계속되는 식민주의’ 내지 ‘신식민주의’적인 냉전 질서 속에서, 다언어ㆍ다민족 독서공동체나 정치적 연합체 같은 다양한 사회적 장에 연루되었던 시공간을 조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가들 중 대다수는 식민지 조선에서 출생하여 유소년기를 보내고, 환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제국/식민지적 교육 시스템 속에서 이언어를 습득했다. 그들 대부분은 전후 일본에서 조선어와 일본어 양쪽으로 글을 쓴 경험이 있고, 또한 일부는 실제 ‘고향’과 사상적 귀속처로서의 ‘고국’이 불일치하는 가운데 귀환이나 ‘귀국’에 대해 썼다. 이처럼 향수의 대상과 충성의 대상 사이에서 유동하며 복잡한 존재적 위상을 만들어간 재일조선인 글쓰기의 특징을, 이 책은 비균질적인 언어의 형식적 혼종성과 강렬한 민족주의의 내용적 동종성, 그리고 국경의 초월과 민족적 통합 사이의 모순으로 집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인 ‘디아스포라의 위도’란 재일 시인 김시종이 그토록 ‘숙명적’으로 넘고자 했으나 동시에 ‘불길함’을 감지하기도 했던 ‘일본 안의 38선’을 말한다.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 ‘일본 안의 38선’이라는 표현은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1945년 8월 미국과 소련이 ‘조국’을 남북으로 분할하기 위해 선택한 좌표축이자, 재일 사회 내부의 셀 수 없는 대립과 연합을 낳은 사상적 경계였으며, 한편으론 1959년 현실화된 ‘귀국’의 출발지를 지리적으로 관통하는 선이기도 했다. 남북한 사이의 이동을 가로막은 위도가 누군가에게는 그동안 불가능했던 ‘조국’으로의 월경을 가능하게 해준 입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불길한’ 사상적 억압이기도 했음을 김시종은 증언한다. 현재는 ‘귀국’ 사업 이면의 국가적 모의가 밝혀지는 한편, 귀국자 출신의 북한 이탈주민이나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잔류자나 일본인 아내 등 여전히 불가시적인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가 들려온다. 또한 조선적(朝鮮籍) 재일동포에 대한 대한민국 국가기관의 입국 통제 사실에서도 드러나듯이, 실로 디아스포라의 위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의 신체 위에 교차하고 있다. 다시금 위도의 ‘숙명’과 ‘불길함’을 동시에 간파한 재일 작가들의 상상과 실천을 돌아보고, 그 재현의 임계를 직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저자

조은애

曺恩愛,Cho,Eunae
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일한문화교류기금일본초청펠로십으로도쿄대학에서연구했으며현재동국대에서강의와연구를하고있다.재일조선인의글쓰기를남북한및일본의역사ㆍ문화와교차시켜읽는작업을하고있으며,특히식민주의와냉전이만들어낸다양한사건과이동을언어화하는과정에서‘재일성’이재현되는방식에관심을가지고있다.또한문자언어와영상언어를포괄하는‘재일서사’안팎의다양한결절과겹침들을대화라는관점에서읽어나가고자한다.

목차

책머리에3

프롤로그_자기민족지적글쓰기로서의재일조선인문학17
1.탈식민ㆍ냉전시대의자기민족지17
2.재일조선인문학연구의조건과남북일냉전구조32
3.‘다민족ㆍ다언어’사회에서글쓰기와‘월경’의역설49

1부‘이언어二言語’와‘귀환불가’라는조건속에서
들어가며63
제1장이언어상황과탈식민적글쓰기65
1.민족어회복의양면성65
2.김두용의이언어적비전과한계72
3.이은직의조선어창작과‘1948’88
4.문답의장치-나/너는왜일본어로쓰는가101
1)이은직의‘고백’의정치101
2)김석범의‘전달가능성’117
제2장냉전/열전의동시대성-김달수의‘조국’과‘전쟁’130
1.매개된‘조국’-텍스트속의편지,뉴스,밀항자130
2.‘두전쟁’의연속성143
1)상영되는‘조국’의전장143
2)한국전쟁의지리적연장152
3)한국전쟁의시간성과민족적균열157
제3장월경의분신술-이은직의‘해방’과‘귀환’175
1.‘신식민지적질서’와‘해방’의재배치175
1)포스트/점령과반복되는이향離鄕175
2)이언어로그린‘해방’과‘혁명’187
2.귀환자의시선196
1)귀환/잔류의분신술196
2)경계로서의귀환자부락203
3)상상의루트,‘월북’과‘귀국’의연속과단절209

2부남북일냉전구조와‘재일’의접경들
들어가며215
제4장‘귀국’지향속의‘재일’-‘우키시마마루사건’의기억정치218
1.마이즈루舞鶴의국가적기억과새로운역사의가능성218
2.‘귀국’과‘생활’의간극-김민의장편기획과?문학예술?230
3.불길한‘귀국’과이중의‘핍색逼塞’-김시종의?장편시집니이가타?244
제5장‘조국’으로부터의문화통합-남북한출판에서의개작과번역261
1.‘분단조국’으로월경하는재일텍스트261
2.‘공민’의문법-‘귀국’에앞선재일문학의북한수용263
3.‘공민문학’으로의개작275
1)‘남조선혁명가’라는전형275
2)개작의남북일냉전구조285
4.해방기역사의복원-‘해금’전후재일문학의남한수용299
1)월북작가해금조치와선별된재일문학299
2)‘비당파성’비판이면의주체/타자논리311
5.민족문학론의역류-?민도民??의반응318
제6장디아스포라의교착交錯과‘연대’의임계331
1.?한양?을재단한냉전의연장선331
2.좌담속의한일관계와월경340
1)새로운월경자들340
2)김소운의귀국전후350
3.재일론에서통일론으로356
4.디아스포라연대의교착와균열364
1)‘일한연대운동’과의접속364
2)망명자의글쓰기와연대의분화374
3)다민족ㆍ다언어독자를향하여386

에필로그_위도의‘얽힘’과‘포개어짐’을생각하며393

참고문헌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