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역사 (국경 경관론적 접근)

국경의 역사 (국경 경관론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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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와 보호주의가 화두인 요즈음 국가간의 연대와 공조를 통한 위기대응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는 자기가 판 함정에 자신이 빠지는 것처럼 스스로를 옥죄어왔다. 역사를 보면 국경은 중앙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무관하게 자연히 생겨나는 초국경적 협력과 통합의 과정이 진행된 접경공간(Contact Zone)으로서 상호의존과 관용, 새로운 국가와 문명의 탄생 등 다양한 모습을 빚어낸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장소에 가까웠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대는 우리에게 국경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국경은 전통적으로 보호·단절·통제·차단 기능을 하는 배타적 선이자 주권의 날카로운 모서리로 이해되면서, 반드시 수호해야 하는 신성한 경계선이요, 불통의 장벽으로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역사에서 국경을 성공적으로 봉쇄한 경우는 드물었다.
격리를 뜻하는 영어 ‘쿼런틴’(quarantine)은 ‘40일’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했다. 이는 14세기 중반 흑사병(페스트)이 유럽을 휩쓸 때 항구로 들어오는 배의 선원들을 40일 격리한 데서 비롯됐다. 이런 강제격리 조처에도 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 정도는 흑사병에 희생됐다. 어떤 조처를 하든 국경 봉쇄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봉쇄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경 협력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 국경 봉쇄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역이다
저자

차용구

車龍九,ChaYongku
중앙대역사학과교수.중앙대·한국외대HK+접경인문학연구단공동연구원.서양중세사전공.저서에『유럽여성의발견-이브의딸성녀가되다』(한길사,2011),『가해와피해의구분을넘어-독일·폴란드역사화해의길』(공저,동북아역사재단,2008),역서에『교황의역사-베드로부터베네딕토16세까지』(길,2013),『중세,천년의빛과그림자-근대유럽을만든중세의모든순간들』(현실문화,2013)등이있다.또한「독일과폴란드의역사대화-접경지역역사서술을중심으로」(『전북사학』33,전북사학회,2008),「국경에서접경으로-20세기독일의동부국경연구」(『중앙사론』47,중앙대중앙사학연구소,2018)등의논문을발표했다.

목차

접경인문학총서발간사 003
책머리에 005


1부
고전적국경사연구

1.시대적배경 015
2.이론적배경 033
3.국경의기억 044


2부
중세경계의접경성

4.접경사연구 067
5.경계의일상 089
6.중세의이주 103
7.내경과외경 131
8.분쟁에서소통의국경으로 153

3부
근현대식민주의적국경

9.아이티와도미니카 177
10.아프가니스탄의국경 189
11.인도와파키스탄의국경 202
12.독일과폴란드 216

에필로그 228

저자후기 247
읽을거리 250
저자소개 253

출판사 서평

왜국경연구(BorderStudies)인가?
20세기중반이후부터세계의국가수가세배로증가하면서국경연구는르네상스를맞았다.베를린장벽붕괴와더불어시작된탈냉전이후의세계화는국가간의국경을허물고‘국경없는세계(borderlessworld)’를만들것으로예측되었다.그러나현실은다른방향으로전개되는듯싶다.국경장벽은오히려세계곳곳에서경쟁적으로건설되고있다.서구근대국가가만들어낸국경은횡단과통제라는힘의대립,즉삶과죽음을가르는경계투쟁의재판장으로변했다.
이러한경계의중요성에도불구하고,국경문제를역사적으로조망하는국경사연구에대한학술적논의는여전히미흡하다.학제간연구의대상인국경을역사학의새로운영역으로인식할필요가있다.본연구서는국내에서국경을다룬최초의역사서이다.본연구는시간적으로는전근대와근대를모두담아내며,국경지대에덧입혀졌던허위와오해의그을음을제거하고그나신을조명하고자했다.무엇보다도근대서구의경계적사유(borderthinking)가전지구적인지배장치였음을상기시키고싶다.근현대식민주의적국경형성을종적·횡적인연구를통해국경의구조와양상을살피면서,서구제국주의와식민주의의약탈적영토분할과폭력적국경획정이생산해낸‘모순의공간’인국경을검토하고자한다.

국경사연구의새로운시도
1990년대이후부터학자들은국경경관(borderscape)개념을통해국경을고정적인선(線)이라는1차원적시각에서벗어나다의적이고다중적시각에서접근하기시작했다.국경경관은국경(border)과경관(scape)이합쳐져만들어진용어로,‘scape’는‘만들어진’을뜻하는‘geschapen’이라는네덜란드어에서유래한다.결국‘borderscape’는‘만들어진국경(createdborder)’을지칭하게된다.즉.국경은타협의산물로생성된다자성·가변성·불확정성을그특징으로한다.
국경과같은경계는사회적생산물이자가변적구조물이기때문에,경계에대한대안적상상을현실화하는새로운재현방식이요구된다.국경경관개념에대한인식을통해세계화의폭력이그대로남아있는국경선이평화와생명의공간으로현전했으면하는것이필자의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