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개념적 전환과 동시대성의 기원 - 포스텍 융합운명연구원 총서 문명과 시민 3

한국미술의 개념적 전환과 동시대성의 기원 - 포스텍 융합운명연구원 총서 문명과 시민 3

$15.00
Description
이 책은 한국 동시대 미술을 특징짓는 주제와 형식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개념미술의 담론과 실천을 분석했다. 시기적으로는 1960년대 말부터 오늘날까지의 미술을 살폈다. 1960년대 말 한국 미술계에 개념적 전환이 일어났고, 그 흐름 속에 동시대 미술의 기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념미술’ 혹은 ‘컨셉추얼 아트’를 검색하면 꽤 많은 종류의 백과사전 항목을 찾을 수 있는데, 대체로 “완성된 심미적 사물로서의 작품보다 기저의 아이디어 혹은 개념이 더 중요한 미술”이라거나 “작품의 물질적 측면보다 관념성의 비물질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경향” 정도로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일반적 정의는 틀린 것이 아니나, ‘개념’이라는 용어 자체를 풀어서 반복한 것 이상도 아니다. 더구나 개념이 없이 심미적이기만 한 미술 작품의 예는 쉽게 떠오르지 않고, 반대로 물질성을 배제한 비물질적인 미술이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류였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개념미술이거나 개념적 미술, 혹은 개념주의적 미술이라는 수사는 오늘날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논하는 데 있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따라서 지칭하는 작품 혹은 작가의 면면도 대단히 다양하다. 요컨대 개념미술은 그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거나 작품의 범위를 따져서 한정하지 않은 채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느슨하고도 모호한 용어다.

이 책에서는 개념미술이나 개념주의 대신 ‘개념적 전환’이라는 틀을 통해 개념 자체 보다는 개념의 전달 방식이 더 중요하며, 그 전달 방식이 반드시 비물질적 측면에 한정되지 않는 미술의 변화를 추적했다. 이는 곧 심미적 감상의 대상이거나 작가의 내면을 표출하기 위한 유무형의 매체가 아니라 특정 사고(思考)를 전달하기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작품이 미술의 궁극적 목적이 된 경향이다. 따라서 개념적 미술은 그 작용의 방식이 언어적인데, 이는 단순히 작품에 문자가 도입되기 때문이 아니라 의미의 소통이자 공적 발언이라는 차원에서 작품이 언어와 같은 방식으로, 즉 기표와 기의가 자의적으로 결합되어 의미를 산출하는 상징 체계로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념적 전환’이란 고유명사로서의 개념미술 혹은 특정 미술사조로서 개념주의의 틀을 벗어나 서로 다른 시대와 세대의 미술가들이 표방하는 미술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태도, 형식적 경향을 포괄한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개념미술과 그 호환가능형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개념주의, 개념주의적 혹은 개념적 미술이라는 수사는 사회비판적인 전위예술의 책무를 다하고, 정치적 올바름과 윤리적 태도를 갖춘 공적 발언으로서 온전히 작동하는 매체를 모색한 결과물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우선 20세기 한국미술을 시기적으로 구분하는 근대, 현대, 동시대의 범주와 그 근거에 대해 살폈다. 또한 동시대라고 구분되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국내외적 사회 상황과 미술의 변화를 통해 동시대성의 조건을 재고했다. 2장에서는 한국미술이 지속적으로 참조했던 대상으로서 1960년대 중반 이후 서구에서 발생한 개념미술 혹은 개념주의의 맥락을 살피면서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이 유입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이우환의 미술론을 분석했다. 3장에서는 1960년대 말부터 개념적 전환의 기반이 된 매체의 실험과 미술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가장 치밀하게 전개했던 S.T 조형미술학회의 김복영과 이건용의 이론 및 작업을 중심으로 당대의 현상을 파악했다. 4장에서는 개념미술이 1990년대의 정치·사회적 조건 아래서 개념주의로 확장되면서 민중미술과 결합하는 과정을 살폈다. 박이소와 안규철은 그 과정의 중심에 있었고 또한 한국 동시대 미술의 개념적인 전환의 시원으로 여겨지는 바, 그들의 작업을 개념미술의 맥락에서 고찰했다. 5장에서는 오인환, 김홍석, 정서영, 김범의 작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이 표방해왔던 공적 발언으로서의 미술이 제도비판을 추구하는 개념미술의 틀 안에서 발언과 언어, 소통과 연대의 가능성 자체에 대한 분석과 회의로 나아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여기서는 특히 협업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동시대 미술의 제작 방식을 분석하여 그 윤리적, 정치적 맥락을 강조했다.

이 책에서는 물론 한국 미술계의 지속적인 참조물로서 개념미술과 개념주의 등 서구에서 정립된 담론의 틀을 함께 논의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적 상황과 미술의 특정한 맥락이 해외로부터 도입된 이질적 경향과 결합해 발생한 형식과 그 대의를 이미 전혀 다른 맥락에서 정의된 ‘개념주의’이거나 ‘개념미술’과 유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국 동시대 미술의 기저에 포괄적으로 내재된 미술의 개념적 성향을 하나의 구체적인 현상이자 특정 맥락에서 형성된 실천으로서 분석한 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를 정치하게 이해하기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
저자

우정아


저자:우정아
포스텍인문사회학부에서미술사를가르치고있다.1960년대이후의현대미술을연구한다.ArchivesofAsianArt,OxfordArtJournal,WorldArt,ArtJournal등학술지에논문을게재했고,InterpretingModernisminKoreanArt:FluidityandFragmentation(NewYork:Routledge,2021)을공동편집했으며,지은책으로『오늘그림이말했다』(2018),『남겨진자들을위한미술』(2015),『명작,역사를만나다』(2012)등이있다.『조선일보』에전문가칼럼「우정아의아트스토리」를연재하는등다양한글쓰기와강연을통해미술사의대중적소통에도주력하고있다.

목차


머리말3

제1장
근대현대동시대
1.비동시적인것들의동시적발현15
2.근대의재구성18
3.포스트모더니즘의한국적변용29
4.세계화와동시대34

제2장
개념미술개념주의개념적미술
1.개념미술의미술사43
2.이우환과관념의시공간57
3.한국적모더니즘-물질과정신의변증법66

제3장
ST조형미술학회와사물,언어,신체
1.ST조형미술학회의지적탐구83
2.‘왜소한자아’의세대87
3.사물언어신체97
4.개념미술비판110

제4장
1990년이후의개념적전환
1.글로벌개념주의와개념미술의재맥락화119
2.민중미술과개념주의의접점131
3.박이소와안규철-미술의정치적대의와매체에대한지적모색139

제5장
개념미술과개념적작업혹은노동
1.대작과협업,사기와관행사이157
2.협업의미술,참여의윤리168
3.예술·노동·노동자179
4.소통불능한언어의가능성191
5.개념적전환201

맺음말203
참고문헌209
도판목록218

출판사 서평

이책은한국동시대미술을특징짓는주제와형식을명확하게규명하기위한한방편으로개념미술의담론과실천을분석했다.시기적으로는1960년대말부터오늘날까지의미술을살폈다.1960년대말한국미술계에개념적전환이일어났고,그흐름속에동시대미술의기원이있다고보기때문이다.

‘개념미술’혹은‘컨셉추얼아트’를검색하면꽤많은종류의백과사전항목을찾을수있는데,대체로“완성된심미적사물로서의작품보다기저의아이디어혹은개념이더중요한미술”이라거나“작품의물질적측면보다관념성의비물질적측면을중요시하는경향”정도로기술되어있다.이러한일반적정의는틀린것이아니나,‘개념’이라는용어자체를풀어서반복한것이상도아니다.더구나개념이없이심미적이기만한미술작품의예는쉽게떠오르지않고,반대로물질성을배제한비물질적인미술이특히우리나라에서주류였던적이없다.그럼에도개념미술이거나개념적미술,혹은개념주의적미술이라는수사는오늘날한국의동시대미술을논하는데있어서광범위하게사용되고,따라서지칭하는작품혹은작가의면면도대단히다양하다.요컨대개념미술은그의미를명확히규정하거나작품의범위를따져서한정하지않은채관습적으로사용되는느슨하고도모호한용어다.

이책에서는개념미술이나개념주의대신‘개념적전환’이라는틀을통해개념자체보다는개념의전달방식이더중요하며,그전달방식이반드시비물질적측면에한정되지않는미술의변화를추적했다.이는곧심미적감상의대상이거나작가의내면을표출하기위한유무형의매체가아니라특정사고(思考)를전달하기위한소통의수단으로서의작품이미술의궁극적목적이된경향이다.따라서개념적미술은그작용의방식이언어적인데,이는단순히작품에문자가도입되기때문이아니라의미의소통이자공적발언이라는차원에서작품이언어와같은방식으로,즉기표와기의가자의적으로결합되어의미를산출하는상징체계로서작동하기때문이다.따라서‘개념적전환’이란고유명사로서의개념미술혹은특정미술사조로서개념주의의틀을벗어나서로다른시대와세대의미술가들이표방하는미술과사회에대한문제의식과태도,형식적경향을포괄한다.1960년대중반이후,개념미술과그호환가능형으로광범위하게사용된개념주의,개념주의적혹은개념적미술이라는수사는사회비판적인전위예술의책무를다하고,정치적올바름과윤리적태도를갖춘공적발언으로서온전히작동하는매체를모색한결과물이라고요약할수있다.

이책의1장에서는우선20세기한국미술을시기적으로구분하는근대,현대,동시대의범주와그근거에대해살폈다.또한동시대라고구분되는1990년대중반이후의국내외적사회상황과미술의변화를통해동시대성의조건을재고했다.2장에서는한국미술이지속적으로참조했던대상으로서1960년대중반이후서구에서발생한개념미술혹은개념주의의맥락을살피면서이와같은새로운흐름이유입되는과정에지대한영향을미쳤던이우환의미술론을분석했다.3장에서는1960년대말부터개념적전환의기반이된매체의실험과미술의본질에대한사유를가장치밀하게전개했던S.T조형미술학회의김복영과이건용의이론및작업을중심으로당대의현상을파악했다.4장에서는개념미술이1990년대의정치·사회적조건아래서개념주의로확장되면서민중미술과결합하는과정을살폈다.박이소와안규철은그과정의중심에있었고또한한국동시대미술의개념적인전환의시원으로여겨지는바,그들의작업을개념미술의맥락에서고찰했다.5장에서는오인환,김홍석,정서영,김범의작업을중심으로1990년대이후동시대미술이표방해왔던공적발언으로서의미술이제도비판을추구하는개념미술의틀안에서발언과언어,소통과연대의가능성자체에대한분석과회의로나아가는과정에집중했다.여기서는특히협업과참여를기반으로한동시대미술의제작방식을분석하여그윤리적,정치적맥락을강조했다.

이책에서는물론한국미술계의지속적인참조물로서개념미술과개념주의등서구에서정립된담론의틀을함께논의했다.그러나한국의사회적상황과미술의특정한맥락이해외로부터도입된이질적경향과결합해발생한형식과그대의를이미전혀다른맥락에서정의된‘개념주의’이거나‘개념미술’과유비하는데는한계가있다.따라서한국동시대미술의기저에포괄적으로내재된미술의개념적성향을하나의구체적인현상이자특정맥락에서형성된실천으로서분석한이책은한국현대미술의전개를정치하게이해하기위한기초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