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책은 한국 동시대 미술을 특징짓는 주제와 형식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개념미술의 담론과 실천을 분석했다. 시기적으로는 1960년대 말부터 오늘날까지의 미술을 살폈다. 1960년대 말 한국 미술계에 개념적 전환이 일어났고, 그 흐름 속에 동시대 미술의 기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념미술’ 혹은 ‘컨셉추얼 아트’를 검색하면 꽤 많은 종류의 백과사전 항목을 찾을 수 있는데, 대체로 “완성된 심미적 사물로서의 작품보다 기저의 아이디어 혹은 개념이 더 중요한 미술”이라거나 “작품의 물질적 측면보다 관념성의 비물질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경향” 정도로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일반적 정의는 틀린 것이 아니나, ‘개념’이라는 용어 자체를 풀어서 반복한 것 이상도 아니다. 더구나 개념이 없이 심미적이기만 한 미술 작품의 예는 쉽게 떠오르지 않고, 반대로 물질성을 배제한 비물질적인 미술이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류였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개념미술이거나 개념적 미술, 혹은 개념주의적 미술이라는 수사는 오늘날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논하는 데 있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따라서 지칭하는 작품 혹은 작가의 면면도 대단히 다양하다. 요컨대 개념미술은 그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거나 작품의 범위를 따져서 한정하지 않은 채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느슨하고도 모호한 용어다.
이 책에서는 개념미술이나 개념주의 대신 ‘개념적 전환’이라는 틀을 통해 개념 자체 보다는 개념의 전달 방식이 더 중요하며, 그 전달 방식이 반드시 비물질적 측면에 한정되지 않는 미술의 변화를 추적했다. 이는 곧 심미적 감상의 대상이거나 작가의 내면을 표출하기 위한 유무형의 매체가 아니라 특정 사고(思考)를 전달하기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작품이 미술의 궁극적 목적이 된 경향이다. 따라서 개념적 미술은 그 작용의 방식이 언어적인데, 이는 단순히 작품에 문자가 도입되기 때문이 아니라 의미의 소통이자 공적 발언이라는 차원에서 작품이 언어와 같은 방식으로, 즉 기표와 기의가 자의적으로 결합되어 의미를 산출하는 상징 체계로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념적 전환’이란 고유명사로서의 개념미술 혹은 특정 미술사조로서 개념주의의 틀을 벗어나 서로 다른 시대와 세대의 미술가들이 표방하는 미술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태도, 형식적 경향을 포괄한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개념미술과 그 호환가능형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개념주의, 개념주의적 혹은 개념적 미술이라는 수사는 사회비판적인 전위예술의 책무를 다하고, 정치적 올바름과 윤리적 태도를 갖춘 공적 발언으로서 온전히 작동하는 매체를 모색한 결과물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우선 20세기 한국미술을 시기적으로 구분하는 근대, 현대, 동시대의 범주와 그 근거에 대해 살폈다. 또한 동시대라고 구분되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국내외적 사회 상황과 미술의 변화를 통해 동시대성의 조건을 재고했다. 2장에서는 한국미술이 지속적으로 참조했던 대상으로서 1960년대 중반 이후 서구에서 발생한 개념미술 혹은 개념주의의 맥락을 살피면서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이 유입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이우환의 미술론을 분석했다. 3장에서는 1960년대 말부터 개념적 전환의 기반이 된 매체의 실험과 미술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가장 치밀하게 전개했던 S.T 조형미술학회의 김복영과 이건용의 이론 및 작업을 중심으로 당대의 현상을 파악했다. 4장에서는 개념미술이 1990년대의 정치·사회적 조건 아래서 개념주의로 확장되면서 민중미술과 결합하는 과정을 살폈다. 박이소와 안규철은 그 과정의 중심에 있었고 또한 한국 동시대 미술의 개념적인 전환의 시원으로 여겨지는 바, 그들의 작업을 개념미술의 맥락에서 고찰했다. 5장에서는 오인환, 김홍석, 정서영, 김범의 작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이 표방해왔던 공적 발언으로서의 미술이 제도비판을 추구하는 개념미술의 틀 안에서 발언과 언어, 소통과 연대의 가능성 자체에 대한 분석과 회의로 나아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여기서는 특히 협업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동시대 미술의 제작 방식을 분석하여 그 윤리적, 정치적 맥락을 강조했다.
이 책에서는 물론 한국 미술계의 지속적인 참조물로서 개념미술과 개념주의 등 서구에서 정립된 담론의 틀을 함께 논의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적 상황과 미술의 특정한 맥락이 해외로부터 도입된 이질적 경향과 결합해 발생한 형식과 그 대의를 이미 전혀 다른 맥락에서 정의된 ‘개념주의’이거나 ‘개념미술’과 유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국 동시대 미술의 기저에 포괄적으로 내재된 미술의 개념적 성향을 하나의 구체적인 현상이자 특정 맥락에서 형성된 실천으로서 분석한 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를 정치하게 이해하기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
‘개념미술’ 혹은 ‘컨셉추얼 아트’를 검색하면 꽤 많은 종류의 백과사전 항목을 찾을 수 있는데, 대체로 “완성된 심미적 사물로서의 작품보다 기저의 아이디어 혹은 개념이 더 중요한 미술”이라거나 “작품의 물질적 측면보다 관념성의 비물질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경향” 정도로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일반적 정의는 틀린 것이 아니나, ‘개념’이라는 용어 자체를 풀어서 반복한 것 이상도 아니다. 더구나 개념이 없이 심미적이기만 한 미술 작품의 예는 쉽게 떠오르지 않고, 반대로 물질성을 배제한 비물질적인 미술이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류였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개념미술이거나 개념적 미술, 혹은 개념주의적 미술이라는 수사는 오늘날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논하는 데 있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따라서 지칭하는 작품 혹은 작가의 면면도 대단히 다양하다. 요컨대 개념미술은 그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거나 작품의 범위를 따져서 한정하지 않은 채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느슨하고도 모호한 용어다.
이 책에서는 개념미술이나 개념주의 대신 ‘개념적 전환’이라는 틀을 통해 개념 자체 보다는 개념의 전달 방식이 더 중요하며, 그 전달 방식이 반드시 비물질적 측면에 한정되지 않는 미술의 변화를 추적했다. 이는 곧 심미적 감상의 대상이거나 작가의 내면을 표출하기 위한 유무형의 매체가 아니라 특정 사고(思考)를 전달하기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작품이 미술의 궁극적 목적이 된 경향이다. 따라서 개념적 미술은 그 작용의 방식이 언어적인데, 이는 단순히 작품에 문자가 도입되기 때문이 아니라 의미의 소통이자 공적 발언이라는 차원에서 작품이 언어와 같은 방식으로, 즉 기표와 기의가 자의적으로 결합되어 의미를 산출하는 상징 체계로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념적 전환’이란 고유명사로서의 개념미술 혹은 특정 미술사조로서 개념주의의 틀을 벗어나 서로 다른 시대와 세대의 미술가들이 표방하는 미술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태도, 형식적 경향을 포괄한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개념미술과 그 호환가능형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개념주의, 개념주의적 혹은 개념적 미술이라는 수사는 사회비판적인 전위예술의 책무를 다하고, 정치적 올바름과 윤리적 태도를 갖춘 공적 발언으로서 온전히 작동하는 매체를 모색한 결과물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우선 20세기 한국미술을 시기적으로 구분하는 근대, 현대, 동시대의 범주와 그 근거에 대해 살폈다. 또한 동시대라고 구분되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국내외적 사회 상황과 미술의 변화를 통해 동시대성의 조건을 재고했다. 2장에서는 한국미술이 지속적으로 참조했던 대상으로서 1960년대 중반 이후 서구에서 발생한 개념미술 혹은 개념주의의 맥락을 살피면서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이 유입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이우환의 미술론을 분석했다. 3장에서는 1960년대 말부터 개념적 전환의 기반이 된 매체의 실험과 미술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가장 치밀하게 전개했던 S.T 조형미술학회의 김복영과 이건용의 이론 및 작업을 중심으로 당대의 현상을 파악했다. 4장에서는 개념미술이 1990년대의 정치·사회적 조건 아래서 개념주의로 확장되면서 민중미술과 결합하는 과정을 살폈다. 박이소와 안규철은 그 과정의 중심에 있었고 또한 한국 동시대 미술의 개념적인 전환의 시원으로 여겨지는 바, 그들의 작업을 개념미술의 맥락에서 고찰했다. 5장에서는 오인환, 김홍석, 정서영, 김범의 작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이 표방해왔던 공적 발언으로서의 미술이 제도비판을 추구하는 개념미술의 틀 안에서 발언과 언어, 소통과 연대의 가능성 자체에 대한 분석과 회의로 나아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여기서는 특히 협업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동시대 미술의 제작 방식을 분석하여 그 윤리적, 정치적 맥락을 강조했다.
이 책에서는 물론 한국 미술계의 지속적인 참조물로서 개념미술과 개념주의 등 서구에서 정립된 담론의 틀을 함께 논의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적 상황과 미술의 특정한 맥락이 해외로부터 도입된 이질적 경향과 결합해 발생한 형식과 그 대의를 이미 전혀 다른 맥락에서 정의된 ‘개념주의’이거나 ‘개념미술’과 유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국 동시대 미술의 기저에 포괄적으로 내재된 미술의 개념적 성향을 하나의 구체적인 현상이자 특정 맥락에서 형성된 실천으로서 분석한 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를 정치하게 이해하기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
한국미술의 개념적 전환과 동시대성의 기원 - 포스텍 융합운명연구원 총서 문명과 시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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