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과 변이의 미술 (1980년대 민중미술의 역사)

이탈과 변이의 미술 (1980년대 민중미술의 역사)

$45.00
Description
낯선 미술의 역사를 만나다
1980년대의 아방가르드, 민중미술 다시 보기
민중미술, 통치의 경계를 뚫어낸 아방가르드 미술
미술은 신비로운 명작이거나 철학적 암호이기만 한 것일까? 미술은 저마다 겪어온 생존의 체험을 서로 공유하는 과정이자 타인과의 만남을 매개하는 미디어이다. 미술이 어떻게 산산이 파편화된 개인을 연결하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변화를 위한 힘을 모아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불의한 시대에 미술관 밖으로 탈출하여 연약한 타자인 우리 자신을 향해 변이해 나갔던 한국 미술의 역사를 추적했다. 서양의 어떤 미술의 역사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아방가르드가 1980년대의 민중미술이다. 민중미술은, 통치와 자본이 규율한 주체성과 장소성에서 벗어나 미술가가 시민 대중과 함께 세계를 바꾸어낼 힘을 만들어간, 이탈과 변이의 미술이었다.
이 책은 다층적인 시점으로 민중미술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한국 사회의 격동의 시기였던 1980년대 초, 미술장의 구조가 재편되고 ‘현실과 발언’, 신학철, ‘임술년’ 등의 전위적 작가들이 극적으로 회화사적 전환을 이루어내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전시장 안의 혁신에 이어서, 미술의 새로운 존재방식이 밖에서 실험되었다. 광주 ‘자유미술인회’가 같이한 시민미술학교의 검은 판화는 자율적인 표현과 탈계층적 만남의 순간을 매개했다. ‘두렁’이 창안한 걸개그림은 집회의 수행성과 결합하여 닫힌 주체성의 변이를 추동하고 사람들을 연결시켰다. 도처에서 여러 갈래의 만남을 기획하고 실현했던 미술가들의 활동은 1987년을 고비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책은 전시장 미술과 현장 미술의 두 갈래로 나누어 미술운동의 역사를 성찰하면서, 전시장 미술의 도전적인 시도와 현장 미술의 역동적인 활동을 교차시켜 살펴보았다. 미술가와 대중의 공동체적 미술활동이라는 특이점에 집중하고, 1980년부터 1990년대 전반까지 기원, 발전, 전환, 쇠퇴의 역사적 내러티브를 재구성하여 민중미술의 역사를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230여 개의 작품과 현장 이미지가 미술운동의 다양한 양상들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저자

서유리

한국의20세기미술의역사를연구하면서대중매체의시각문화를탐색해왔다.서울대학교국사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의고고미술사학과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잡지의표지를통해이미지의일상적삶을연구하고『시대의얼굴:잡지표지로보는근대』(2016)를썼다.한국사회와미술의존재방식을변화시킨1980년대미술운동에관심을갖고연구해왔다.2016년에김복진미술이론상을받았다.영남대,광운대,서울대등에서강의해왔고,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의학술이사로있으며,서울대학교인문학연구원의책임연구원으로공부하고있다.논문으로는「전위의식과한국의미술운동」,「딱지본소설책의표지디자인연구」,「한국근대의기하학적추상디자인과추상미술담론」,「1980년대의걸개그림연구:수행성,장소,주체의변이」등이있고,공저로는『시대의눈』,『한국미술1900-2020』,『InterpretingModernisminKoreanArt:FluidityandFragmentation』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서론
치안을넘어선정치의시도-헤테로토피아의창출
현장미술중심의역사서술
미술장의구조변동과미술운동

제1장:미술장의재편과‘신형상회화’의등장

1.《그랑팔레전》과모더니즘의위기

2.의도된전환-『계간미술』,민간자본공모전의등장,김윤수의평론
1)반추상담론의등장-김윤수의「한국추상미술의반성」
2)민간자본에의한미술장의구조변동-『계간미술』,언론사공모전,미술시장의형성과화랑의증가
3)‘새로운형상성’-동아미술제와중앙미술대전,하이퍼리얼리즘의유행

3.현실과발언,신학철,임술년-1983년까지의새로운시도들
1)현실과발언의등장-대중매체와콜라주
2)현실과발언의안착-『계간미술』과서울미술관
3)신학철-포토몽타주,하이퍼리얼리즘,반역사
4)임술년-하이퍼리얼리즘과현실의만남,서글픈소외,폭력적자본,쓸쓸한노동

제2장:미술관밖의미술,이탈과변이의미술-판화와걸개그림의등장

1.검은미디어,감각의공동체-판화의등장과시민미술학교의시작
1)판화의선택,1980년대판화붐의기원-1970년대후반1980년대초반의출판물
2)시민미술학교-타자와의만남의매개로서의판화
3)판화학교의확산-노동자야학과대학의판화교실
4)《민중시대의판화전》-미술의민주화

2.장소의이탈과주체의변이-걸개그림의등장
1)수행성과그림의결합-미술집단‘두렁’의벽화와탱화
2)실내집회에서의그림들-헤테로토피아의생성과미술의변이
3)굿그림-1985년의실내집회의그림들

제3장:판의열림과전선의형성-1984~85년의새로운기획전들과민미협의결성

1.판의열림과운동으로의전환-《삶의미술전》,《시대정신전》,《해방40년역사전》
1)서로다른흐름의만남-《삶의미술전》
2)출판을통한네트워킹,‘시대’의문제화-《시대정신전》
3)대학광장전시의시작,민중미술의부상과쟁점화-《해방40년역사전》

2.전선의형성과자율적제도의설립-서울미술공동체,《20대의힘전》,민족미술협의회의결성
1)미술의남대문시장을열다-서울미술공동체의《을축년미술대동잔치》
2)형성되는전선,시민적제도의설립-《1985년한국미술20대의힘전》,민족미술협의회의결성,『민중미술』의발행

제4장:광장과거리에나선미술-1986-89년의걸개그림과벽화

1.그림,광장과거리에나서다-1986년의벽화와1987년광장의걸개그림들
1)1986년실내집회의걸개그림과벽화의도전
2)1987년,광장과거리의걸개그림

2.이탈하는노동자-노동집회의걸개그림,역사의주인공을그려내다

3.변이하는대학생-성조기를찢고통일을말하다
1)자아의사회적확장-대학의벽화와걸개그림
2)분단의경계를넘어서다-1988~89년의대학걸개그림과〈민족해방운동사〉

제5장:확산되는민중미술-민미협의분화,민미련과지역미술단체,여성주의미술,해외전시

1.민족미술협의회의활동-전시장미술과현장미술의공존과분화
1)그림마당민의전시들,《반고문전》과《통일전》외-정치적비판과통일의지향
2)노선의대립과분화-전시장미술에서현장미술로,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의결성
3)민미협의현장미술집단-엉겅퀴와활화산

2.지역미술단체의설립과민중미술의확산-광주,부산,대구,경기의미술단체들과민미련
1)광주의시각매체연구소와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5월미술전》
2)부산,대구의미술운동단체-낙동강,부산미술운동연구소,우리문화연구회
3)경기지역미술단체들-안양우리그림,인천민미협,수문연나눔,《노동의햇볕전》

3.여성주의미술과해외민중미술전
1)여성주의미술과여성노동미술의등장-《여성과현실전》
2)해외의민중미술전-일본,캐나다,미국

제6장:거리와광장에서전시장과미술시장으로

1.1990년대의현장미술-80년대의부정과90년대로의전환
1)노동미술의전환과장르화
2)1991년,다시거리와광장의미술
3)통치를넘어,통치에의해-서울민미련의통일미술과구속,민미련의해체

2.전시장미술로-미술시장의확대와국가의흡수
1)생계의문제와미술가적정체성
2)미술시장에서의성공과국립미술관에서의전시

결론

민중미술의역사-이탈과변이의미술을추적하기
민중미술의성과와의의
타자를향한미술,역사로기억하기

참고문헌
도판목록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치안을넘어선정치의시도,타자를향한변이의실험
민중미술은통치가배분한규율화된자리를이탈하여타자를향해변이하는감각의정치를감행한미술이었다.변화는처음에미술장내부에서시작되었고점차외부를향했다.미술가들은반공주의적국가제도의폐쇄회로와모더니즘추상에갇혔던한국현대미술을내적금기에서해방시키려했다.작가들은다다,팝아트,하이퍼리얼리즘과전통회화를혼융하는포스트모던한방법을가져와사회,현실,역사,공동체의주제를비판적으로담아내는데성공했다.
미술의개념적,제도적규칙이흔들렸다.미술관밖으로한걸음더나간미술가들은여러공간의규율화된장소성을변이시키며,대중과만나그림을공동제작했다.판화와걸개그림은이과정에서선택,창안된새로운방법이었다.국가와자본이규정한정체성과장소성을벗어나변이하는체험은미술가만의것이아니었다.학생,노동자,농민,회사원,주부등시민대중도저마다의규격화된자리를벗어나미술을매개로계층적타자를만나잠정적인공동체를형성했다.미술가와대중이그림을매개로통치가세워놓은감각의질서를뒤흔들자역사가진보했다.

너와내가그려나눈작은그림이세상을다르게만든다타인을향한마음의길,민중
민중미술은근본적인차원에서미술과미술가의존재방식을변이시키고확장시킨미술이었다.미술은미술관안에고요히전시되어수동적감상의대상이되기를그만두고,미술관밖으로나가성당,교회,공장,거리,광장에서사람들을연결시키고모아내는미디어로변이했다.전시제도에갇혔던미술가는이를벗어나다양한시민들과만나평등의유토피아를담은그림을그려걸었다.대중과미술가는그림을통해서국가와자본이규정한자신의정체성에서벗어나는시도를감행했다.이러한시도는한국의미술사에서새로운것이었다.이과정에서등장한단어‘민중’은한국의미술가와대중이규율화된주체성을이탈하여타자를향해흘러가는통로,‘유로(流路)’와도같았다.

미술사로복원한현장미술,민중미술의새로운역사쓰기
이책은민중미술의역사를새로운관점과풍부한자료를종합하여다층적으로서술했다.미술장의구조와제도적변화에주목하고일반인의미술작업과현장미술활동을폭넓게종합하면서미술운동을재구성했다.모더니즘추상을벗어나방법과주제를혁신한작가들의전위적인시도는1970년대후반부터시작된민간자본에의한제도의재편과이에따른미술장의구조적변동과관련지어분석되었다.
이책은천재적작가의일대기와명작의예술성에집중하는정통적인미술사의서술방식을벗어나,시민미술학교에서처음판각기술을배운일반인들의소박한판화와동료와가족을그린노동자들의따뜻한걸개그림에눈을돌렸다.미술관밖에서이루어진현장미술은미술시장에서유통되지도,미술관에서수집되거나전시되지도않는,‘정상적인’미술의타자들이다.이를복원하여민중미술의중심축에놓음으로써,이책은1980년대미술운동이작가와대중들의역동적이고창의적인활동가운데서가능했다는사실을드러내려했다.
민중미술은오늘날의미술의관점에서본다면기이한미술,괴물같은미술일지도모른다.이낯선미술의역사,한국미술자신의역사를끄집어내어들여다보는작업을통해서오늘날닫혀버린현재의외부,바깥을상상하는힘을얻을수있기를기대한다.

자세히보기
제1장에서는1983년까지의전시장미술의흐름에주목했다.모더니즘미학과예술론에갇힌미술을넘어서,사회,역사,공동체를주제로삼아인문학적,사회학적지성과포스트모던한미술의방법으로반공주의국가의감각적규율을해체시킨회화사적전환과정을살펴보았다.그룹‘현실과발언’,작가신학철,그룹‘임술년’이등장하여도전적인그림을발표해나갔던과정이민간자본에의한미술장의제도변동과연계되어서술되었다.
제2장에서는미술관밖의미술의핵심적매체인,판화와걸개그림이등장한과정을소개한다.광주‘자유미술인회’의작가들이시도한시민미술학교에서대중들은검은판화를제작하면서공동체적만남을기획했고,미술동인‘두렁’은현장미술의기원이자집회의수행성과혼융되는걸개그림을창안했다.
전시장미술과현장미술이결합되는순간,통치권력이이를단속하였고전선이형성되었다반공주의에침윤된관료와평론가들은정치이데올로기미술이라는비판으로몰아붙였다.제3장에서는이에대항하여국가와자본의외부에설립된자율적단체인민족미술협의회가결성되는과정과청년작가들의다채롭고실험적인기획전을소개했다.
제4장에서는1986년부터1989년까지,여러장소에걸려대중의주체성을변이시키고변화를추동시켰던걸개그림과벽화의제작사례와집회의수행성을추적했다.평등의유토피아가담긴노동자걸개와역사적변혁의주인공으로재현된대학생걸개그림은변이하는주체성의정점을표현했다.
제5장에서는민미협의미술활동을살피면서,전시장미술과현장미술의갈등및현장미술내부의방법적대립양상을짚었다.1987년이후전국적으로지역미술단체들과민미련이설립되면서시민대중과광범위하게연계하는미술가들의활동이일어났다.여성주의미술이본격화되고민중미술해외전이개최되면서성공의정점에도달했던1989년의비평적정리작업까지살펴보았다.
1990년대전반,통일과노동을화두로통치의경계를뚫어내려한미술운동은강력한제재에부딪혔고,내적경직화의징후를보였다.통치의단속가운데전시장과미술시장으로수렴되며사그라들었던미술운동의마지막을제6장에서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