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이름들 (한국 근대문학과 식민지 모더니즘 | 양장본 Hardcover)

도둑맞은 이름들 (한국 근대문학과 식민지 모더니즘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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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식민지에서 모더니즘은 어떻게 가능한가?
모더니즘은 대개 전통적 미학에 대한 반항과 현대적 감각의 직접적 표현을 추구하는 문예사조로 생각된다. 그러한 경향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세계 각지에서 첨예해졌으며, 보통 그 기원으로 근대 서양이 지목되곤 한다. 그러나 문학과 예술의 역사에서 새로움은 언제나 과거에 저항하고 현재에 충실하여 미래를 지향하는 흐름 가운데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보면 딱히 모더니즘을 서양에서 기원하여 기타 지역으로 전파된 사조로 볼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모더니즘의 고향을 근대 서양으로 지정하는 생각 자체가 모더니즘의 핵심이 아닐까? 『도둑맞은 이름들』은 이처럼, 모더니즘의 본질에 연루되어 있는 서양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데서 출발한다.
모더니즘의 시대, 한국은 식민지였다. 식민지는 제국이 주도하는 근대 세계질서를 강요받는, 주체성이 박탈된 장소였다. 식민지에서 전개된 모더니즘은 제국의 메트로폴리스에서 꽃피운 모더니즘의 아류에 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모더니즘이란 과거와 결별하고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태도이며, 나아가 현재에 충실하기만 하다면 무엇이든 세계적 동시성을 띨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이렇게 보면, 서양 근대가 기원으로서 먼저 존재하고 식민지 근대는 아류로서 그 이후에 온다고 보는 관점이야말로 모더니즘에 역행한다.
오히려 서양적 모더니즘에 도달할 수 없는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식민지 모더니즘이야말로 진정한 모더니즘이 아닐까? 과거에 영원히 붙들려있을 운명을 부여받았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적이고자 하는 수행이야말로 진정한 모더니즘이 아닐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출발한 『도둑맞은 이름들』은 한국의 식민지 시대 문학에서 모더니즘 이념의 탁월한 사례를 발견하고자 한다.
저자

최현희

崔賢熙,ChoeHyonhui
한국외국어대학교한국학과교수.성균관대학교국어국문학과,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현대문학전공으로석사를,미국어바인캘리포니아대학동아시아어문학과에서일제말기한국모더니즘문학과전체주의문화론에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일본도쿄외국어대학총합국제학연구원외국인연구자,카이스트인문사회과학부초빙교수,서울대대학원비교문학전공강사등을지냈다.『동아시아예술담론의계보』등을공저했고,『미래가사라져갈때』등을공역했으며,한국근대문학에관한논문을다수발표했다.

목차

책머리에3

서론 한국근대문학과식민지모더니즘 15
1.식민지모더니즘의개념과맥락 15
2.한국근대문학과식민지모더니즘 26
3.신모더니즘론의맥락에서본식민지모더니즘 37
4.글로벌global,로컬local,내셔널national 39
5.한국이라는이름의근대적생성,한국근대문학 61

제1부 ‘한국’의모더니즘적기원과죽음
제1장 해석자의과거,편집자의역사최남선의『소년』과‘한국’의기원 73
1.‘문학’과‘근대’사이에서-『소년』의역사성 73
2.『소년』의지도-기원으로서의매체의물질성 79
3.『소년』의사진-편집자로서의‘신대한소년’ 88
4.해석과편집-『소년』의현재성 97

제2장 인쇄물「날개」와모더니즘적글쓰기이상李箱문학에나타난내재적초월 99
1.작가이상의출판이력-‘소설’「날개」해석의방법론 99
2.인쇄물「날개」의삶-모더니즘적글쓰기의내재성 105
3.「날개」의잔혹한낙관주의-외재적해석의불가능성 113
4.작품과해석의내재적겹침-모더니즘의잔혹한글쓰기 125

제3장 이상의죽음과식민지성의초극아방가르드의순간,도래하는전체주의 130
1.모더니즘의시간과아방가르드의순간 130
2.‘이상’이라는흔적 139
3.‘이상’만들기혹은이상과함께머물기 167
4.‘저너머’의현실화와전체주의의도래 189

제2부 식민지모더니즘의양극단미학화와극화(劇化)
제4장 식민지성의이론화와정치의미학화최재서의국민문학론과모더니즘 195
1.최재서의모더니즘적리얼리즘 195
2.지성과모럴-모더니즘과미학의정치화 198
3.‘한국’이라는이름과식민지성-국민문학론 212
4.“이론화”에대한저항-전체주의에서의정치의미학화 226
5.국민문학론의이론성에의투신 238

제5장 이중의식민지성과보편주의아메리카니즘의근대와그식민지적초극 244
1.아메리카니즘,식민주의,보편주의 244
2.‘아메리카=물질’과‘일본=정신’의사이에서 248
3.이중으로식민화된한국과보편주의 255
4.아메리니카니즘으로부터역사성을구출하기 260

제6장 식민자의미학과식민지인의문학전체화하는자본,식민지모더니즘의문학주의 265
1.제국과민족사이-일제말기와자본주의 265
2.자본의전체화와제국의미학-미키기요시의협동주의 271
3.내파하는자본,식민지인의문학-최명익의문학주의 279
4.자본주의의초월성과문학주의의내재성 290

제3부 식민지도근대도아닌……‘한국’이라는이름
제7장 문학주의적주체론과역사의이념임화의신문학사론에나타난‘한국’이라는민족 295
1.임화의현대주의 295
2.문학주의적주체론 300
3.비평가와역사,비평가의역사 305
4.문학과민족사이-신문학사의이론 312

제8장 간도적글쓰기에나타난여성성강경애문학에나타난식민지성과그전유의양상들 318
1.간도적글쓰기 318
2.여성의침묵 325
3.먹칠과인쇄사이 331
4.간도적ㆍ여성적글쓰기의문제성 339

제9장 스타문예봉의도둑맞은이름전체주의와영화,그리고식민지대중 341
1.전체주의체제와영화법 341
2.영화법과조선영화령-전체주의제국에서영화의위치 345
3.‘조선’과‘영화’혹은조선영화라는물질성 359
4.‘문예봉’이라는도둑맞은이름 384


에필로그408참고문헌414간행사423

출판사 서평

식민지모더니즘,그한국적기원과도달점들
한국근대문학의식민지모더니즘의성좌들은민족주의,계급주의,전체주의,여성주의같은사회정치적이데올로기들과교차하면서,출판문화와필름매체를물적기반으로형성된20세기대중사회를배경으로한다.육당최남선이1908년,한국역사상최초의종합잡지인『소년』에서,세계지도속하나의이미지로‘한국’을지목하는장면에서이책은출발한다.그때한국은잡지라는인쇄물에실린,지도에표시된한지역에붙어있는‘이름’으로출현했다.글쓰기과정자체가문학작품의내용을이루는이상(李箱)의실험과더불어,이제인쇄물은세계의반영이아니라세계그자체가된다.최재서가이상의글쓰기에서현재까지의세계가도달한궁극의지점,막다른골목을보는것은그때문이다.
최재서가일제말기전개한국민문학론은이름에불과한‘한국’을식민지한국인들에게서떼버리고‘일본’으로바꿔치기한다.그것은식민지적현재상황에충실함으로써전체에도달하고자하는,그리하여식민지의본질적과거성을말소해버리고자하는,모더니즘적비평이었다.또그것은,현재의지속을미래의도래로오해한전체주의정치의근본적오류를체화한사례이기도했다.최재서는현상황을그자체로초월적인미로오해하는전체주의의‘정치의미학화’에걸려든것이다.반면최명익은현재에철저히포박되어한발도앞으로내딛지못하는‘무성격자’들을형상화함으로써그러한폐색상태를극화(劇化)하는데서멈췄다.
임화는신문학사론에서근대한국에서‘새로움’이란곧서양에서이식된것이라고한다.식민지의현재를서양적이라고보고오히려‘한국’을미래로선언해버린것이다.‘한국’은이제그러한선언의수행에참여하는익명의타자들이구성하는임시적공동체가된다.강경애가한국의외부,간도(間島)에서생산한작품들에서우리는끝내침묵하는여성인물,검열에가려진글자들의연쇄를본다.이때폐색된한국의식민지적근대는,침묵과복자의공백을어떻게든메꾸고자하는독자의참여가운데미래를향해기어이열린다.온갖한국적인것의현신으로등장했던영화스타문예봉은,스타의이름을‘이름’으로만받아들여말도안되는농담을던지는대중의산만한장난질가운데,누구나동일시하나아무도가까이갈수없는진정한스타로탄생한다.

모더니즘을통한식민지한국문학의가능성찾기
『도둑맞은이름들』은식민지기한국문학에서‘한국’이모더니즘적으로기원하는순간들을추적한다.대중사회의물질적·제도적기반위에서문학은‘한국’을발명한다.‘한국’은출판물에인쇄된이름일뿐이었고그것을자기의이름으로받아들인식민지인들에의해실체화된다.그것은식민지배체제내에서식민주의자와전체주의자들에게도둑맞고멋대로곡용되고착취된다.그러나‘한국’이라는텅빈이름을,아무근거도없이자기의단하나의이름으로기꺼이부르는,아무근거없는식민지들의수행에의해‘한국’은미래로열린가능성을담는그릇이될수있었다.『도둑맞은이름들』은모더니즘을통해식민지기한국근대문학에대한새로운이론화가능성을묻는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