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과 민족의 만화경

한국 현대문학과 민족의 만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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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민족의 실체와 그 기원
최초의 신소설 이인직의 『혈의 누』부터 근작 이민진의 『파친코』까지
한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민족이다. 민족은 19세기 중반 이후 사람들의 삶을 결정짓는 핵심적 요인으로 부각됐고, 한국의 현대문학에도 민족에 대한 성찰 속에서 전개되어 왔다.
20세기 내내 침략적 민족주의와는 무관한 저항적 민족주의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민족에 대한 강조는 더욱 자연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분단국가로서 통일을 절대적인 과제로 삼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민족의 통일과 독립, 안녕과 번영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는 민족주의는 누구도 그 가치를 부인하기 어려운 이데올로기였음이 분명하다.
21세기에 들어 민족주의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변화가 찾아왔다. 국력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지면서, 민족주의에 내재된 근원적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저서가 관심을 갖는 것은 민족의 실체와 그 기원을 밝히고, 그것을 문학연구의 장에 적용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민족주의가 한국인의 삶과 한국 현대문학의 핵심적인 결정요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그것을 둘러싼 여러 문인들의 대응양식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살핀다. 그것은 책의 제목에도 나오는 만화경이라는 단어가 시사하듯이, 민족(주의)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보여주는 여러 갈래의 문학담론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는 일에 해당한다.
저자

이경재

李京在,LeeKyungJae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대학원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숭실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2006년『문화일보』신춘문예평론부문당선.『문학수첩』,『아시아』,『자음과모음』편집위원역임.현재『문학인』편집위원.지은책으로『단독성의박물관』,『한설야와이데올로기의서사학』,『한국현대소설의환상과욕망』,『끝에서바라본문학의미래』,『한국프로문학연구』,『현장에서바라본문학의의미』,『여시아독』,『문학과애도』,『재현의현재』,『한국현대문학의개인과공동체』,『촛불과등대사이에서쓰다』,『명작의공간을걷다』,『이질적인선율들이넘치는세계』,『비평의아포리아』,『한국베트남미국의베트남전소설비교』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근대문학형성기의민족
제1장/왜곡된문명을향한청맹과니의질주-이인직의「혈의누」에나타난만국공법과외국인식
제2장/이순신서사에나타난민족정신의양극-신채호의『이순신전』과이광수의『이순신』
제3장/사회주의자의프리즘을통해바라본이광수-임화와이광수

제2부
민족과평양
제1장/‘오래된미래로서의과거’이자박진사의영혼이숨쉬는성지-이광수의『무정』
제2장/평양표상에나타난김사량문학의정치성
제3장/평양표상에나타난제국담론의균열양상-김사량의『바다의노래』

제3부
외국(인)이라는거울에비친민족의초상
제1장/귀환서사에나타난반식민주의적탈민족주의의양상-채만식의「소년은자란다」
제2장/20세기우리에게미국은무엇이었나?-한흑구소설을중심으로
제3장/재일조선인의삶과손창섭이라는문제적개인-손창섭의『유맹』
제4장/한국비평의두가지내면풍경-이어령과김윤식

제4부
민족과여성
제1장/민족주의와여성표상-조정래소설을중심으로
제2장/이민진의「파친코」에대한젠더지리학적고찰

부록
21세기한국문학에나타난민족담론
제1장/21세기역사소설이넘어선것과넘어서지못한것
제2장/윤동주라는숭고한대상-구효서,『동주』(자음과모음,2011)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책의구성

제1부_‘근대문학형성기의민족’
근대문학형성기에민족을둘러싸고이질적인모습을보여준신채호,이인직,이광수,임화등을살펴본다.
제1장「왜곡된문명을향한청맹과니의질주」:최초의신소설이라일컬어지는이인직의「혈의누」를만국공법의틀로새롭게바라본글이다.근대에눈이먼결과친일이라는늪에빠져버린이인직의문학을,만국공법이라는시각에서새롭게바라보고자하였다.만국공법으로표상된근대에대한맹목적지향은친일과망국이라는비극으로마무리되고말았다.
제2장「이순신서사에나타난민족정신의양극」:한민족의구심력으로작용할수밖에없는이순신이라는민족영웅을신채호와이광수가전유하는양상에대해살펴보았다.민족국가가형성되는과정에는늘배제와결속의메커니즘이작동하는데,신채호와이광수는일본과중국을상반되는배제와결속의대상으로삼는다는점이주목된다.이러한차이는당대적맥락속에서결국일제에대한저항과협력이라는매우상반된정치적입장으로귀결될수밖에없었다.제3장「사회주의자의프리즘을통해바라본이광수」:사회주의문학을대표하는임화가이광수를이해하고평가하는방식의변천을살펴본글이다.특히한결같이‘계급문학의적’으로만인식하던이광수를조선문학의존립자체가위태로워진일제말기에는나름의가능성을지녔던존재로인정하는대목에서는민족(주의)의절대성을다시한번확인해볼수있다.

제2부_‘민족과평양’
평양이라는공간을통해드러난민족(주의)의양상을고찰한글.평양은한민족의역사에서늘핵심적인공간으로오늘에이르기까지도매우특별한의미를지닌곳이다.제너럴셔먼호사건처럼민족주의와관련해서도매우강렬한기억을여러차례민족사에남긴공간인것이다.이저서에서는이광수의『무정』과김사량의작품을통해서평양이문학적으로민족주의와관계맺는방식에대해살펴보았다.『무정』에서평양은칠성문밖을중심으로하여전근대적인부정성이가득한곳으로만인식되고는하였다.
제1장「‘오래된미래로서의과거’이자박진사의영혼이숨쉬는성지」:『무정』에서평양이민족계몽주의자인박진사의무덤이있는성지로서,작품의핵심적인주제의식을구현한곳이라는사실을새롭게밝혀보고자하였다.
제2장「평양표상에나타난김사량문학의정치성」:평양출신의대표적인문인인김사량의소설에서평양이어떠한정치적의미를지니는지살펴보았다.김사량의소설에서평양은과거와현재라는이분법에따라매우이질적으로그려진다.현재의평양이일제와그자본에의해빈곤과광기로점철된아수라장에가깝다면,과거의평양은아름다움과생명력이넘치는이상적인곳으로형상화되는것이다.최저한의삶조차불가능한현재의곤혹은노스탤지어라는프리즘을통해이상화되고낭만화된과거의평양을창출해내었다고할수있다.
제3장「평양표상에나타난제국담론의균열양상」:김사량의일제말기장편소설인『바다의노래』를평양표상이라는관점에서살펴보았다.그동안『바다의노래』는국책소설정도로인식되어왔으나,평양표상에나타난모습을꼼꼼하게살펴보면그안에는제국담론에대한균열과저항의모습이담겨있음을분명하게확인할수있었다.

제3부_‘외국(인)이라는거울에비친민족의초상’
제목처럼한국현대문학에나타난외국(인)의모습과그에대한인식에대해서살펴본글.본래민족이란것이나와는다른문화나정서를가진사람들이있다는의식에의해서만대타적으로성립할수있는것이라면,외국(인)에대한인식은한국의민족(주의)를이해하는첩경이될수도있다고판단된다.
제1장「소년이보여준반식민주의적탈민족주의의양상」:채만식의「소년은자란다」를살펴본글이다.오족협화를허울좋은명분으로내세웠던만주국이붕괴된이후조선인이맞닥뜨렸던상황을고찰한후에,이를바탕으로귀환서사로서「소년은자란다」가보여주는독특한‘반식민주의적탈민족주의의양상’에대해살펴보았다.특히일본의대표적귀환서사인후지와라데이의『흐르는별은살아있다』와의비교를통해「소년은자란다」가내포한사상이얼마나값진것인가를부각시키고자하였다.
제2장「20세기우리에게미국은무엇이었나?」:아직일반에널리알려지지못한한흑구소설에나타난미국표상을통시적으로살펴보았다.한흑구는오랜기간미국에유학하며많은작품을창작하였고,귀국한이후에도평생동안미국이나미국문학에대한수많은글을남겼다.이러한독특함을갖는한흑구문학은한국사회가미국을어떻게인식해왔는지를파악하는중요한기준점이될것으로판단된다.
제3장「재일조선인의삶과손창섭이라는문제적개인」:손창섭이도일한후에발표한『유맹』을살펴본연구이다.손창섭의『유맹』은당대재일조선인의삶에대한풍부한기록인동시에,작가경력의절정기에갑자기일본으로떠나버린문제적인물손창섭의독특한내면풍경을엿볼수있다는점에서문제작으로서의위상을지닌다고볼수있다.
제4장「한국비평의두가지내면풍경」:전후한국비평을대표한다고해도과언이아닌국문학자이자평론가인이어령과김윤식이일본을받아들이고사유하는방식에대해살펴보았다.두명의비평가는유년시절일본어교육을받았다는공통점이있지만,이후일본에대응하는방식은매우이질적이다.그러한이질성이일본을대하는한국비평의대표적인내면풍경일수도있다는가능성을타진해본글이다.

제4부_‘민족과여성’
민족주의의맥락에서여성이표상되는방식에대해살펴본다.
제1장「민족주의와여성표상」:한국문학에서민족주의를대표하는원로작가조정래의작품에서여성이차지하는위상에대해살펴본글이다.조정래소설이보여주는가능성과한계는민족주의문학일반으로까지확장해볼수도있으리라는생각을해본다.
제2장「이민진의『파친코』에대한젠더지리학적고찰」:최근전세계인의관심을끌고있는이민진의『파친코』를젠더적관점에서살펴본글이다.『파친코』의선자는부산영도에서시작해일본의오사카와요코하마에이르는여정을보여준다.이러한여정은무엇보다도여성으로서의자신을찾는과정이라는점에서조정래의작품들과는매우이질적이라고할수있다.

부록
평론에해당하는글들을묶었다.저자는2006년문단의말석에이름을올린후부터,21세기한국문학에나타난민족주의적상상력에대하여적지않은관심을기울여왔다.여기에수록한두편의글은그러한관심의표현으로서,현재의문학을설명해줄뿐만아니라20세기한국문학을비추어보는하나의거울로서기능할수도있으리라판단된다.
제1장「21세기역사소설이넘어선것과넘어서진못한것」:민족주의의주요한매체로기능하는역사소설이민족(주의)와관계맺는21세기적양상에대해살펴본평론이다.민족이라는경계위에서곡예와도같은지적모험을벌이는21세기역사소설의지난한행로를추적해보았다.
제2장「윤동주라는숭고한대상」:한국의대표적민족시인인윤동주를그린구효서의『동주』를비평한글이다.『동주』에서윤동주는민족저항시인이라는차원을넘어인류사적보편과제를수행한인물로형상화된다.동시에이작품은윤동주를통해보편성의자리에서는것의당위와어려움을동시에담아냈다는점에서문제적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