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 - 문학인 산문선 3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 - 문학인 산문선 3

$19.00
Description
제주의 푸른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던 그날, 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관광 제주’, ‘제2의 하와이’
기억이 사라진 장소와 그날 제주4·3의 기억과 진실
초라한 변명뿐인 눈을 감은 자들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제주도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책의 제목부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주의 사월은 증언될 수 없는 목소리,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침묵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실들을 들여다보았던 수많은 작업들은 그것이 대한민국이 기억하지 않는 기억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국가는 기억하지 않지만 제주 사람들은 선명하게 기억하는 수많은 일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수많은 죽음들을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고향 제주에 살며 제주의 역사와 비극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저자는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은 단지 제주 4·3의 비극적 사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적 성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제주의 모습을 직시하면서 제주의 기억이 사라진 장소들의 비명이야말로 또 다른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이라고 말한다. 제주에서 현장 비평가이자 문화 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변화하는 제주의 현실과 그것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 지를 묻는 치열한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

김동현

제주에서나고자랐다.국민대학교에서「로컬리티의발견과내부식민지로서의‘제주’」로박사학위를받았다.제주4·3문학과오키나와문학을연구하고있다.저서로는『제주,우리안의식민지』,『욕망의섬비통의언어』,『김시종,재일의중력과지평의사상』(공저),『김석범×김시종-4·3항쟁과평화적통일독립운동』(공저),『냉전아시아와오키나와라는물음』(공저),『전후오키나와문학과동아시아』(공저),『언어전쟁』(공저)등이있다.제주의진보적예술운동단체인제주민예총이사장으로있으며제주4·3예술운동과제2공항반대투쟁등에도손을보태고있다.제주의시간을『제주작가』에소설과평론을발표하며보내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1.4·3이라는중력
2.그러나,법은아무것도모른다
3.1991년5월의기억들
4.사라진장소들의비명
5.왜제주에서오키나와를읽는가
6.기억이되지못한‘기억’들
7.‘사이’를읽다
8.‘폭력’이후를상상하기위해서
9.다시,분단을생각하다
10.‘필연’이되어버린재일의시어들
11.『만덕유령기담』과『일본풍토기』를읽는밤
12.암흑의응시와몰락의윤리
13.재난의시대와잃어버린‘사이’들
14.오늘과싸우는언어를위해
15.다시윤리를묻는다

출판사 서평

책은크게15장으로구성되어있다.제주4·3항쟁의기억이제주의중력이자,제주기억의핵이라고말하는1장<‘4·3’이라는중력>에서부터2장의<그러나법은아무것도모른다>는제주4·3의당대적담론의문제와한계를근원에서부터사유하고있다.특히2장에서저자는이렇게말한다.

“법-제도’에기대어말하는제주4·3이우리가말하는‘4·3의완전한해결’로이어지지않는다는것은여전히‘법-외부’에남아있는존재들이있기때문이다.진실을규명하기위한노력이‘법-제도’의내부만을지향할때4·3은‘법-제도’로축소되고왜소화될수밖에없다.4·3이형해화된조문으로만남는다면그것이야말로‘4·3의실종’이라고할수있다.그렇게법의이름만남는것이우리가바라는‘4·3의진실’은아닐것이다.”
―제2장「그러나법은아무것도모른다」중에서

제주4·3담론의문제에대한비판적시선에이어3장에서는저자자신이직접경험했던1991년5월투쟁을이야기한다.1991년4월26일강경대열사가백골단의쇠파이프에맞아사망했을때저자는거리로뛰쳐나갔다가투옥되었던경험이있다.짧은감옥생활을회고하면서한국민주화운동사에서여전히공백으로남아있는1991년의기억과그어느지역보다뜨거웠던제주의1991년제주개발특별법싸움에대한소회는그시절을살아간청춘의고백처럼들리기도한다.

“그리하여,
1991년을말하기위해,1991년5월을그리기위해,그스물의낯선불안과두려움을다시생각한다.오래묵혀두었던고백처럼,다시기형도를꺼내읽으며알약처럼쏟아졌던오월의청춘들을부른다.강경대,박승희,김영균,천세용,김귀정,그리고제주의양용찬.죽어서열사가되었던그들과살아서비겁했던우리와,분분했던청춘의낙화와그리고,또그리고…,
이제는사라져버린스물의시간들을….눈물과울분과,취중을핑계로내질렀던고함들과,비겁하고비겁해져서살아남은모두의나날들을….남아있는사람들의눈으로달려와가슴에박혀버린오월의불꽃들을….”
―제3장「1991년5월의기억들」중에서

제주의역사에기댄저자의사유는5장<왜제주에서오키나와를읽는가>6장<기억이되지못한‘기억’들>,7장<‘사이’를읽다>에서오키나와의역사로이어진다.제주4·3문학연구자이자,오키나와문학연구자이기도한저자는제주와오키나와가경유할수밖에없었던국가폭력의시간들을통해‘평화적삶의공존’이지금우리의가치라는사실을말한다.
특히저자는제주4·3이후개발의문제가또다른국가폭력의이식이었다는점을말하며다음과같이말하고있다.

“제주‘4·3’을지역이감내해야했던근대적경험이라고할때제주‘4·3’을일시적인폭력이아닌현재적이며연속적인폭력의지속으로바라볼수있을것이다.물론여기에는오랫동안침묵을강요받은지역의기억도한몫을했다.하지만단순히강요된침묵만존재했던것인가.김석범이말한것처럼‘기억의말살’이외부적힘이었다면‘기억의자살’은내재적순응의방식이었다.억압은저항의배경이기도했지만자발적순응의토대이기도했다.‘반공국가’라는실체적억압을현기영은해병3·4기출정식장면을통해그의미를“선배들과의영원한결별”이라고이야기한바있다.반공국가의‘국민’이될것을강요받았던지역의기억들을문제삼을때우리는‘4·3’만이아닌지역에기입되어갔던근대의본질적폭력을말할수있을것이다.
제주‘4·3’은단순히역사적사건으로‘기억’되어서는안된다.제주‘4·3’은지역의근대가형성되고구축되어갔던시작점이자과정이었다.‘기억의말살’과‘기억의자살’을동시에가능하게했던근원적폭력의양상과이에대한지역의대응을동시에바라볼때제주‘4·3’의현재성,제주4·3문학이추구하고자했던문학적진실에한걸음더다가갈수있다.“

제주4·3문학연구자이자,현장비평가로,이제는제주민예총이사장으로진보적문화예술운동의한축을담당하고있는저자의글들은‘치열한산문정신’이무엇인지를,그리고산문을통해오늘을어떻게사유할수있는지를말해주고있다.

이제우리는다시물어야한다.
법으로말해질수없는것,
법으로도말할수없는사실들이과연사라졌는가.
사월,어김없이꽃은피고진다.
꽃의만개는낙화의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