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선교사와 한국종교의 만남 - 한국연구총서 115

개신교 선교사와 한국종교의 만남 - 한국연구총서 115

$26.00
Description
150년 전 개신교 선교사가 바라본 한국종교
19세기 말 한국에 들어온 개신교 선교사들이 한국종교를 접하고 그것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서술하였는지 종교학의 렌즈로 보여주는 책.
21세기 이후에 케이컬쳐가 세계적인 유행이 되어 외국인이 한국문화를 말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지만, 150년 전인 19세기 말의 상황은 전혀 딴판이었다. 당시 서양 사람들에게 한국은 완전한 미지의 나라였고, 개항 이후 한국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서양인들은 신기한 나라 한국을 소개하는 책을 앞다투어 출판하였다.

그 시절 그 사람들은 한국종교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종교에 일가견이 있는 선교사들은 한국종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였을까?

이 책은 주로 위에서 선교사와 서양인 저자의 문헌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들이 저술한 단행본들, 선교 잡지나 학술지에 기고한 글들이 주된 분석 대상이 되었으며, 선교사 외에도 한국을 방문하여 기록을 남긴 서양인들의 기록들과 선교사가 활동하던 당시에 전개된 종교학 저서들, 그리고 이 이론적 성과를 신학계에 소개한 책자들이 참고자료가 되었다. 선교사에 관한 기존 논문에서는 선교사 개인별로 자료를 소개하고 분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개신교 선교사를 포함한 서양인 관찰자들을 어느 정도 지적 인식을 공유하는 하나의 공동체로 상정하여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서양인 관찰자 집단 내에서 개념적 인식의 추이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으며, 한국에서 선교사들이 종교를 이해하는 과정이 이전부터 축적되어 있거나 동시대 유럽에서 축적된 방대한 텍스트의 망과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이고자 한다.
제2장은 개신교 선교사들의 종교 인식의 전사前史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선교 이전에 축적된 한국종교에 관한 논의들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하멜, 귀츨라프, 그리피스, 달레, 로스 등은 별도의 맥락에서 한국과 인연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의 저작은 각각 분석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활동한 선교사들은 이들의 저술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갖고서 한국에 입국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선배 관찰자들의 한국종교에 대한 언급은 선교 개시 이후의 선교사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데 사용된 렌즈를 제공한 셈이었다. 귀츨라프와 그리피스는 이후에 선교사들이 한국 선교현장에서 고민하게 되는 개신교적인 종교 개념을 앞서 적용하였다. 달레는 이후 개신교 선교사들이 크게 관심 갖게 되는 민간 신앙에 대한 묘사를 제공하였다. 그의 묘사 방식은 개신교 선교사의 저술에도 상당 부분 유지되었다. 로스의 종교 서술은 후배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성서 번역을 통하여 한국 고유의 유일신 개념을 각인시킴으로써 후배 선교사들이 한국의 원시유일신론을 발달시킬 발판을 제공하였다. 이들의 저술을 통해서 우리는 개신교 선교사와 한국과의 실제 만남이 있기 전에 종교 이해의 틀이 상당 부분 갖추어져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장에서는 개항 이후 개신교 선교사를 포함한 서양 관찰자들과 한국종교의 첫 만남을 다룬다. 1880·90년대 들어 한국종교에 대한 서양인의 서술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처음으로 언급된 내용은 한국에서 본 것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는 것, 종교를 나타내는 외형적인 표지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서양인들이 일본에서 체험했던 것과 달리, 서울에서는 그들이 기대했던 종교 건물을 쉽게 볼 수 없었고, 따라서 종교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들은 장승, 탑, 불상 등을 통해 차차 한국종교를 시각적으로 파악해갔고, 1900년 이후에는 서울의 종교 지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첫인상에 의해 만들어졌던 ‘종교 없음’ 공론은 나름대로 생명력을 지녀서, 이후의 서양인 방문자들의 기록을 통해 상당 기간 재생산되었다.

선교사들이 한국종교를 보편적인 종교현상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제4장에서 다루게 될 귀신 신앙과의 만남이었다. 타일러가 애니미즘 이론을 통해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는 종교 정의를 제시한 배경에는, 종교가 없는 민족은 없으며 보편적인 종교 개념을 통해 그들을 연구할 수 있다는 태도가 뒷받침되어 있었다. 한국에 있던 서양인 관찰자들은 처음부터 귀신 신앙을 중요한 현상으로 주목하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그것을 종교로 인식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선교사들은 ‘귀신’을 성서의 ‘악령’으로 인식하는 기독교적인 해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귀신을 중립적인 ‘데몬’으로 해석하고 더 나아가 ‘정령’으로서 번역하여 새로운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한국의 귀신 신앙은 미신이 아니라 보편적인 종교현상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변환은 선교사들이 종교 개념을 재설정하는 바탕이 되었다.
제5장에서 다룰 것은 선교사들이 한국종교를 통해 자신들의 종교 개념에 대해 되묻게 되는 과정이다. 존스는 한국 민간 신앙을 정령 숭배로 해석한 것을 바탕으로 종교 정의를 재검토하고 한국종교의 존재를 선언할 수 있었다. 헐버트는 종교 개념에 대한 반성을 더 진전시켜서 한국종교와의 만남에서 얻은 결실을 종교 정의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이들은 당대의 종교학적인 용어들이나 논리를 사용하여 한국종교를 재료로 새로운 종교학적 논의를 개진하였다. 선교사들이 한국종교를 인식하는 데 바탕이 된 또 하나의 주제는 유일신론이었다. 당시 ‘알지 못하는 신’이라는 테제는 종교학과 자유주의 신학이 공유했던 전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막스 뮐러가 일반 개념으로서의 종교를 말할 때 유일신 개념을 전제했고, 그러한 생각은 선교사들도 폭넓게 공유한 것이었음을 살펴볼 것이다. 선교사들이 한국 고유의 ‘하느님’을 강조했던 것은 그들이 한국에서 ‘종교’를 인식하는 또 하나의 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방원일

房元一,BhangWon-il
서울대학교에서「초기개신교선교사들의한국종교이해」(2011)라는논문으로종교학박사학위를받았다.종교문화에서만남의의미에초점을두고연구하였고,특히선교사연구를통해새로운문화와의만남이어떠한종교적언어로번역되는지탐구하였다.종교변동을설명하는이론적연구에도계속관심을갖고있다.현재숭실대학교HK연구교수,서울대학교치의학대학원과종교학과강사로일하고있다.저술로는『메리더글러스』,『종교,미디어,감각』(공저),『우리에게종교란무엇인가』(공저),『한국의과학과종교』(공저),『한국의종교학-종교,종교들,종교문화』(공저),『근대전환기문화들의조우와메타모포시스』(공저),『선교사와한국학』(공저),『메타모포시스의현장』(공저)등이있다.옮긴책으로는『자리잡기-의례내의이론을찾아서』,『자연상징-우주론탐구』,『근대전환공간의한국종교I-1879~1900』,『근대전환공간의한국종교II-1900~1910』이있다.

목차


서문

제1장/만남과종교
1.선교사가말한한국종교
2.주요연구들
3.책의구성

제2장/개신교선교이전의한국종교서술
1.하멜-‘종교’이전의한국종교
2.귀츨라프-개신교적종교개념
3.천주교선교사의서술
4.로스-고유한유일신의발견
5.그리피스-만남이전에마련된인식의틀
6.종교서술의다양성

제3장/한국종교의첫인상
1.‘종교없음’의경험
2.‘종교없음’의공론화
3.적대적만남-우상숭배와페티시즘

제4장/한국종교를인식함
1.종교인식의이론적기반
2.악령숭배에서정령숭배로
3.정령숭배로서술된한국종교

제5장/한국종교설명하기
1.‘종교’를되묻다
2.한국에서만난알지못하는신
3.한국을기반으로한종교퇴화론

제6장/한국종교학의새벽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이책은주로위에서선교사와서양인저자의문헌분석을통해이루어졌다.그들이저술한단행본들,선교잡지나학술지에기고한글들이주된분석대상이되었으며,선교사외에도한국을방문하여기록을남긴서양인들의기록들과선교사가활동하던당시에전개된종교학저서들,그리고이이론적성과를신학계에소개한책자들이참고자료가되었다.선교사에관한기존논문에서는선교사개인별로자료를소개하고분석되는경우가대부분이었지만,이책에서는개신교선교사를포함한서양인관찰자들을어느정도지적인식을공유하는하나의공동체로상정하여종합적으로분석하였다.서양인관찰자집단내에서개념적인식의추이가어떻게진행되는가에초점을맞추어분석하였으며,한국에서선교사들이종교를이해하는과정이이전부터축적되어있거나동시대유럽에서축적된방대한텍스트의망과분리되지않은상태에서이루어졌음을보이고자한다.

제2장은개신교선교사들의종교인식의전사前史에해당하는내용으로,선교이전에축적된한국종교에관한논의들이다.여기서등장하는하멜,귀츨라프,그리피스,달레,로스등은별도의맥락에서한국과인연을가졌기때문에그들의저작은각각분석될수밖에없었다.한국에서활동한선교사들은이들의저술을통해습득한지식을갖고서한국에입국하였다.이러한점에서선배관찰자들의한국종교에대한언급은선교개시이후의선교사들이한국을이해하는데사용된렌즈를제공한셈이었다.귀츨라프와그리피스는이후에선교사들이한국선교현장에서고민하게되는개신교적인종교개념을앞서적용하였다.달레는이후개신교선교사들이크게관심갖게되는민간신앙에대한묘사를제공하였다.그의묘사방식은개신교선교사의저술에도상당부분유지되었다.로스의종교서술은후배들에게직접적인영향을주지는않았지만,성서번역을통하여한국고유의유일신개념을각인시킴으로써후배선교사들이한국의원시유일신론을발달시킬발판을제공하였다.이들의저술을통해서우리는개신교선교사와한국과의실제만남이있기전에종교이해의틀이상당부분갖추어져있었음을확인할수있을것이다.

제3장에서는개항이후개신교선교사를포함한서양관찰자들과한국종교의첫만남을다룬다.1880·90년대들어한국종교에대한서양인의서술은폭발적으로증가하였는데,처음으로언급된내용은한국에서본것이자신이예상했던것과달랐다는것,종교를나타내는외형적인표지를찾을수없었다는것이었다.서양인들이일본에서체험했던것과달리,서울에서는그들이기대했던종교건물을쉽게볼수없었고,따라서종교가없다는결론에이르렀다.그들은장승,탑,불상등을통해차차한국종교를시각적으로파악해갔고,1900년이후에는서울의종교지형을이해할수있었다.그러나첫인상에의해만들어졌던‘종교없음’공론은나름대로생명력을지녀서,이후의서양인방문자들의기록을통해상당기간재생산되었다.

선교사들이한국종교를보편적인종교현상으로인식하게된계기는제4장에서다루게될귀신신앙과의만남이었다.타일러가애니미즘이론을통해‘영적존재에대한믿음’이라는종교정의를제시한배경에는,종교가없는민족은없으며보편적인종교개념을통해그들을연구할수있다는태도가뒷받침되어있었다.한국에있던서양인관찰자들은처음부터귀신신앙을중요한현상으로주목하고있었지만,처음부터그것을종교로인식한것은아니었다.처음에선교사들은‘귀신’을성서의‘악령’으로인식하는기독교적인해석에서벗어나지못했다.그러나귀신을중립적인‘데몬’으로해석하고더나아가‘정령’으로서번역하여새로운이해에도달하게된다.이제한국의귀신신앙은미신이아니라보편적인종교현상으로이해되기시작한것이다.이러한해석의변환은선교사들이종교개념을재설정하는바탕이되었다.
제5장에서다룰것은선교사들이한국종교를통해자신들의종교개념에대해되묻게되는과정이다.존스는한국민간신앙을정령숭배로해석한것을바탕으로종교정의를재검토하고한국종교의존재를선언할수있었다.헐버트는종교개념에대한반성을더진전시켜서한국종교와의만남에서얻은결실을종교정의에포함시킬수있었다.이들은당대의종교학적인용어들이나논리를사용하여한국종교를재료로새로운종교학적논의를개진하였다.선교사들이한국종교를인식하는데바탕이된또하나의주제는유일신론이었다.당시‘알지못하는신’이라는테제는종교학과자유주의신학이공유했던전제라는점에서주목할만하다.우리는막스뮐러가일반개념으로서의종교를말할때유일신개념을전제했고,그러한생각은선교사들도폭넓게공유한것이었음을살펴볼것이다.선교사들이한국고유의‘하느님’을강조했던것은그들이한국에서‘종교’를인식하는또하나의길이었음을확인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