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사회의 정치적 정체성 - 한국연구총서 116 (양장)

근대 한국사회의 정치적 정체성 - 한국연구총서 116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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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헌식

연세대졸업후독일프랑크푸르트대학철학부에서「헤겔의역사적사유에나타난새로움의문제」로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헤겔학회회장,계간지『철학과현실』편집위원을역임하고단국대철학과교수로퇴직했다.현재단국대철학과초빙교수로재직중이다.헤겔철학논문집『역사이성과자기혁신』,철학과일상의소통을위한작업『한국인의일상행위에감춰진의미구조연구』와『통합적으로철학하기』(공저)1권고독,2권성장,3권죽음이있으며,철학입문서『철학한스푼』,소설을철학으로해석한『행복한뫼르소』,자아의성숙을위한교양서『나를찾아가는철학여행』등을저술했다.번역서로크로너의『헤겔』과앙게른의『역사철학』이있다.독일관념론,철학적문명론,철학의일상화,문예비평이관심분야이다.

목차


책머리에

서문

제1장
‘민족문제’와그출구로서의민족애
1.민족문제
2.자립의아이러니
3.민족애의자가당착
4.민족의자부심과수치심

제2장
조선중화주의와서구근대주의의충돌
1.서구문명의진입과조선의충격
2.개항기이전조선중화주의를둘러싼논쟁
3.조선중화주의와민족(의식)의출현
4.조선문제를둘러싼청·일간의충돌과조선의대응
5.동학농민운동의진보성과수구성
6.일본을모델로한갑오개혁의근대적성격
7.서구적근대화속중화의그림자

제3장
문명개화-서학의수용과세계관의불연속문제
들어가며
1.문명개화의역사철학적의미
2.실상의개화와허명의개화
3.새로운패러다임의자기화문제
4.계몽과자유와부강
나가며-가난하고더러운나라,조선

제4장
국권상실과한국민족주의의탄생
1.국권피탈에따른민족과국민의괴리
2.3·1운동의반半봉건적특성
3.유교와민족주의그리고근대화의걸림돌
4.3·1운동의의의에대한상이한평가
5.3·1운동의집단심리적특성
6.‘태도’로서의민족주의

제5장
1920년대민족주의와사회주의의친화성과배타성
1.승인의민족주의vs.부인의민족주의
2.한국민족독립운동과볼셰비키사회주의운동의상호친화력
3.자생적민족주의와사회주의적민족주의의화합과분열
4.상해임시정부에서좌·우익의대립과갈등
5.신간회에서민족주의자와사회주의자의대립과파국
6.조선지식인사회의사회주의화
7.일제의친미·반소정책이한국민족주의운동에끼친영향

제6장
식민지기조선인의일상과근대적태도의습득
1.‘민족’에서‘일상’으로
2.절망과선망의양가성속에서근대적태도의습득
3.친일민족주의와조선근대주의의관계
4.식민지근대의자기분열속일상의근대화

제7장
미국의반공주의와국내우파민족주의의선택적친화력-반일의민족주의에서친미의자유주의로
1.해방직후일상의표면과이면
2.한국지식인들의친소·친공적경향의배경
3.민족문제의사회주의적진단과처방의특성
4.좌·우익대립속우익과미군정의상호친화력
5.해방전후미국의대한(對韓)정책
6.구한말자유민주주의담론의부활
7.반공과자유민주주의에적합한정치지도자
8.맺으며

제8장
자유민주주의체제정착의어려움
1.시대적문제상황
2.통일정부수립의어려움
3.미군정과이승만의밀고-당기기
4.남로당의암약(暗躍)에대한미군정의적대정책
5.중도파에대한미군정과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태도
6.정치제도로서자유민주주의도입에따른문제
7.제헌국회내좌파민족주의vs.이승만정부의반공주의
8.미·일의반공주의에동조한이승만정부
9.자유민주주의‘국민국가’세우기의어려움

제9장
결론을대신하여-한국민족주의의분절론적이해
들어가며-생존전략으로서분절성
1.의타(依他)적분절성
2.세계정신의도구로서분절적민족주의
3.새로운분절의형성문제
4.민족주의의도구화
5.정치이념수용의무의식적토대로서민족주의
6.한국민족주의의폐쇄적분절성
나가며-성찰적민족주의의개방적분절성을위하여

참고문헌
찾아보기
부록:‘한류’의철학-다섯가지미학적코드

출판사 서평

한국사의비극을초래한역사적갈등과대립의뿌리와흐름을살피다

이책은오늘날에이르기까지비극을초래하고있는좌·우정치적이념대립의뿌리와그흐름을개항기이후정부수립기에이르는근대한국사에서찾고자하는시도이다.

접근방법에서저자는근대한국사회가당면한소위‘민족문제’를‘민생과인간의문제’로보고,이문제를‘안에서밖으로’가아니라‘밖에서안으로’보는방식,즉당시한반도를둘러싸고진행되던주변열강들의이권다툼과동아시아를둘러싼제국주의열강들의패권경쟁이라는시각에서조명한다.이문제에직면하여저자는당시조선의사정을‘한반도역사의연속과불연속의문제’로파악하여접근한다.구한말개항기는한민족에게역사상최초로‘역사의불연속’을경험한시기이다.민족문제를해결하기위한방책이한민족의‘동질적인자기(自己)’를지키려는수구파와‘이질적인타자(他者)’를수용하려는개화파의대립으로발전하면서한국의‘민족주의’는내부분열을일으킨다.조선을지탱하던조선중화주의에서구계몽주의가맞서는형국이었다.

흔들리는한민족의운명앞에서한편에서는민족의연속적정체성을체질화된유교주의에서찾고자하는계열과과거조상의도덕과윤리에서찾고자하는계열이목소리를높였다면,다른한편에서는서구의발전된문물을조속히수용하여과거와는불연속적인자립·자강의길을모색해야한다고역설했다.특히후자의불연속을주장하는지식인들은현실을움직이는구체적인힘은‘과거의정신적윤리’가아니라‘근대의물리적사실’이라는점에착안한다.양자간에화해의접점을찾는데실패하면서,‘어떤길이나라를살리는길인가?’라는물음에대한대답을한민족스스로찾아실행하지못하고,타민족에게위임하여급기야국권상실이라는사태가발생하면서‘민족문제’해결은더욱미궁으로빠져들게된다.일제의강점을통한반만년한반도역사의단절은관성적으로역사의연속을염원하던한민족에게씻을수없는수치와모욕으로다가오면서이에대한반대급부가민족저항운동으로나타난다.

일제식민지기의조선은‘식민지근대주의’라는일그러진자화상속에있었다.여기서‘근대주의’는조선이조선총독부의정치적지배하에서공산·사회주의의이념과자본·자유주의의영향속에놓여있는상황을뜻한다.식민지근대의양면성은이후의한국사가파행성을면치못하게되는원인이된다.특히러시아혁명의성공직후1920년대소련의코민테른은한반도의정치적지형도에결정적인영향을미친다.코민테른의사회주의와조선의저항민족주의가상호친화력을띠고결합하면서조선의대일저항운동은소련,중국과더불어일본의아시아진출에제동을걸기위한공동전선을펼쳐나간다.하지만조선안팎에서진행되는독립/저항운동과는별개로조선내부의일부계층은일본이조선에파종한‘근대’의정신과기술에서서히적응하기시작하였다.이들은‘근대적태도의습득’을‘민족문제’의해법으로간주하면서현실에대한저항보다는적응을우선시하여소위‘민족개량주의’의노선을택하게된다.그럼으로써항일·독립운동이라는외향적저항의코드와더불어친(親)서구·교육이라는내향적적응의코드가식민지기조선에자리잡게되었다.

이러한양상은해방후한국사회의정치적성격이민족주의에대한태도를중심으로넷으로나뉘는결과를초래했다.우선민족주의를주체로볼것인가아니면수단으로볼것이냐,다음으로민족주의를사회주의와결합할것인가아니면자유주의와결합할것인가에따라다음과같은구분이가능하다.

민족주의를주체로
민족주의를수단으로
사회주의와결합(좌파)
1.사회주의적민족주의(여운형계열)
2.민족주의적사회주의(박헌영계열)
자유주의와결합(우파)
3.자유주의적민족주의(김구계열)
4.민족주의적자유주의(이승만계열)

여기서사회주의적민족주의와자유주의적민족주의는이후역사에서핵심적인역할을수행하지못한반면,민족주의적사회주의와민족주의적자유주의는각각북한과남한의정부수립에근간이되는통치이념이었다.그런데민족적사회주의는소련의코민테른에입각한정치이념으로서조선의의병/동학운동이나식민지기3·1운동등과직접적인연결고리를갖고있지는않지만한국의근현대사에서남로당의활동을비롯한사회주의적계급운동의근간을이루면서이전의저항운동들과일정부분연속성을띤다고할수있다.

그러나민족적자유주의의경우는사정이다르다.이승만정부정체(政體)의근간인미국식자유민주주의는한국민에게낯선것이어서그도입에서부터난항이예상되었다.‘자유민주주의’는구한말과일제식민지기에기독교를통하여소극적으로소개되다가미군정기후반에들어적극적으로홍보했지만(법)제도로정착되어운용되는과정에서는숱한시행착오와어려움이따랐다.당시미·소냉전의기류를타고자유민주주의가반공주의의성격을띠면서기존에공산·사회주의에기반을둔민족주의의저항이불가피했기때문이다.하지만한국에자유민주주의의제도화와더불어과거지향적인식민지기친일청산보다는미래지향적인근대적국민국가의창출이더시급한민족문제로부각하였다.

개항기이후한국의근대사를일별하면,민족문제의해법을주체적민족주의에서만찾기는어렵다.조선후기국내외로얽힌난국을돌파하기위해국왕과조정의관리들이서로에게유리한외세에의존하려했다는사실이망국의원인이었다.민족의자립을위해타국에의존해야만했다는아이러니가암울한미래의출발점이었다.하지만국력이미약한민족에게다른길은열려있지않았다.당시중국(淸)에의존하던조선은대륙진출을노리는일본과팽창정책을앞세운러시아앞에서무력했다.국제정세가한민족에게불리하게전개되었다.더구나세계사적으로소련의코민테른이확산일로에있었고,이에맞서는미국의반공주의정책이한반도에결정적인영향을미치면서한민족은여전히대외의존적으로정책을수립할수밖에없는처지에놓이게되었다.하지만한국의지정학적그리고정치·경제적특성상‘대외의존’이불가피하다면이러한현실여건을민족에게유리하도록유연하게대처할필요가있다.그래서한국의미래를위해저자는전통적인민족주의를고수하기보다는민족의삶을윤택하게만들기위해‘성찰적민족주의를통한개방적분절성’을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