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사회의 정치적 정체성 - 한국연구총서 116 (양장)

근대 한국사회의 정치적 정체성 - 한국연구총서 116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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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 좌·우 정치적 이념 대립의 뿌리와 그 흐름을 개항기 이후 정부수립기에 이르는 근대 한국사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접근 방법에서 저자는 근대 한국사회가 당면한 소위 ‘민족문제’를 ‘민생과 인간의 문제’로 보고, 이 문제를 ‘안에서 밖으로’가 아니라 ‘밖에서 안으로’ 보는 방식, 즉 당시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던 주변 열강들의 이권 다툼과 동아시아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들의 패권 경쟁이라는 시각에서 조명한다. 이 문제에 직면하여 저자는 당시 조선의 사정을 ‘한반도 역사의 연속과 불연속의 문제’로 파악하여 접근한다. 구한말 개항기는 한민족에게 역사상 최초로 ‘역사의 불연속’을 경험한 시기이다. 민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 한민족의 ‘동질적인 자기(自己)’를 지키려는 수구파와 ‘이질적인 타자(他者)’를 수용하려는 개화파의 대립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의 ‘민족주의’는 내부 분열을 일으킨다. 조선을 지탱하던 조선중화주의에 서구계몽주의가 맞서는 형국이었다.
흔들리는 한민족의 운명 앞에서 한 편에서는 민족의 연속적 정체성을 체질화된 유교주의에서 찾고자 하는 계열과 과거 조상의 도덕과 윤리에서 찾고자 하는 계열이 목소리를 높였다면, 다른 한 편에서는 서구의 발전된 문물을 조속히 수용하여 과거와는 불연속적인 자립·자강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후자의 불연속을 주장하는 지식인들은 현실을 움직이는 구체적인 힘은 ‘과거의 정신적 윤리’가 아니라 ‘근대의 물리적 사실’이라는 점에 착안한다. 양자 간에 화해의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어떤 길이 나라를 살리는 길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한민족 스스로 찾아 실행하지 못하고, 타민족에게 위임하여 급기야 국권상실이라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민족문제’ 해결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일제의 강점을 통한 반만년 한반도 역사의 단절은 관성적으로 역사의 연속을 염원하던 한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와 모욕으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가 민족 저항운동으로 나타난다.
일제 식민지기의 조선은 ‘식민지 근대주의’라는 일그러진 자화상 속에 있었다. 여기서 ‘근대주의’는 조선이 조선총독부의 정치적 지배하에서 공산·사회주의의 이념과 자본·자유주의의 영향 속에 놓여 있는 상황을 뜻한다. 식민지 근대의 양면성은 이후의 한국사가 파행성을 면치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특히 러시아 혁명의 성공 직후 1920년대 소련의 코민테른은 한반도의 정치적 지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코민테른의 사회주의와 조선의 저항 민족주의가 상호친화력을 띠고 결합하면서 조선의 대일 저항운동은 소련, 중국과 더불어 일본의 아시아 진출에 제동을 걸기 위한 공동전선을 펼쳐나간다. 하지만 조선 안팎에서 진행되는 독립/저항운동과는 별개로 조선 내부의 일부 계층은 일본이 조선에 파종한 ‘근대’의 정신과 기술에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근대적 태도의 습득’을 ‘민족문제’의 해법으로 간주하면서 현실에 대한 저항보다는 적응을 우선시하여 소위 ‘민족개량주의’의 노선을 택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항일·독립운동이라는 외향적 저항의 코드와 더불어 친(親)서구·교육이라는 내향적 적응의 코드가 식민지기 조선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해방 후 한국사회의 정치적 성격이 민족주의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넷으로 나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선 민족주의를 주체로 볼 것인가 아니면 수단으로 볼 것이냐, 다음으로 민족주의를 사회주의와 결합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주의와 결합할 것인가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분이 가능하다.


민족주의를 주체로
민족주의를 수단으로
사회주의와 결합(좌파)
1. 사회주의적 민족주의(여운형 계열)
2. 민족주의적 사회주의(박헌영 계열)
자유주의와 결합(우파)
3. 자유주의적 민족주의(김구 계열)
4. 민족주의적 자유주의(이승만 계열)

여기서 사회주의적 민족주의와 자유주의적 민족주의는 이후 역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반면,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와 민족주의적 자유주의는 각각 북한과 남한의 정부 수립에 근간이 되는 통치이념이었다. 그런데 민족적 사회주의는 소련의 코민테른에 입각한 정치이념으로서 조선의 의병/동학운동이나 식민지기 3·1운동 등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남로당의 활동을 비롯한 사회주의적 계급운동의 근간을 이루면서 이전의 저항운동들과 일정 부분 연속성을 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족적 자유주의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승만 정부 정체(政體)의 근간인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는 한국민에게 낯선 것이어서 그 도입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되었다. ‘자유민주주의’는 구한말과 일제 식민지기에 기독교를 통하여 소극적으로 소개되다가 미군정기 후반에 들어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법)제도로 정착되어 운용되는 과정에서는 숱한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따랐다. 당시 미·소 냉전의 기류를 타고 자유민주주의가 반공주의의 성격을 띠면서 기존에 공산·사회주의에 기반을 둔 민족주의의 저항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 자유민주주의의 제도화와 더불어 과거지향적인 식민지기 친일청산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근대적 국민국가의 창출이 더 시급한 민족문제로 부각하였다.
개항기 이후 한국의 근대사를 일별하면, 민족문제의 해법을 주체적 민족주의에서만 찾기는 어렵다. 조선 후기 국내외로 얽힌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국왕과 조정의 관리들이 서로에게 유리한 외세에 의존하려 했다는 사실이 망국의 원인이었다. 민족의 자립을 위해 타국에 의존해야만 했다는 아이러니가 암울한 미래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국력이 미약한 민족에게 다른 길은 열려 있지 않았다. 당시 중국(淸)에 의존하던 조선은 대륙진출을 노리는 일본과 팽창정책을 앞세운 러시아 앞에서 무력했다. 국제정세가 한민족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더구나 세계사적으로 소련의 코민테른이 확산 일로에 있었고, 이에 맞서는 미국의 반공주의 정책이 한반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한민족은 여전히 대외의존적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그리고 정치·경제적 특성상 ‘대외 의존’이 불가피하다면 이러한 현실 여건을 민족에게 유리하도록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저자는 전통적인 민족주의를 고수하기보다는 민족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성찰적 민족주의를 통한 개방적 분절성’을 제시한다.
지은이
저자

유헌식

연세대졸업후독일프랑크푸르트대학철학부에서「헤겔의역사적사유에나타난새로움의문제」로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헤겔학회회장,계간지『철학과현실』편집위원을역임하고단국대철학과교수로퇴직했다.현재단국대철학과초빙교수로재직중이다.헤겔철학논문집『역사이성과자기혁신』,철학과일상의소통을위한작업『한국인의일상행위에감춰진의미구조연구』와『통합적으로철학하기』(공저)1권고독,2권성장,3권죽음이있으며,철학입문서『철학한스푼』,소설을철학으로해석한『행복한뫼르소』,자아의성숙을위한교양서『나를찾아가는철학여행』등을저술했다.번역서로크로너의『헤겔』과앙게른의『역사철학』이있다.독일관념론,철학적문명론,철학의일상화,문예비평이관심분야이다.

목차


책머리에

서문

제1장
‘민족문제’와그출구로서의민족애
1.민족문제
2.자립의아이러니
3.민족애의자가당착
4.민족의자부심과수치심

제2장
조선중화주의와서구근대주의의충돌
1.서구문명의진입과조선의충격
2.개항기이전조선중화주의를둘러싼논쟁
3.조선중화주의와민족(의식)의출현
4.조선문제를둘러싼청·일간의충돌과조선의대응
5.동학농민운동의진보성과수구성
6.일본을모델로한갑오개혁의근대적성격
7.서구적근대화속중화의그림자

제3장
문명개화-서학의수용과세계관의불연속문제
들어가며
1.문명개화의역사철학적의미
2.실상의개화와허명의개화
3.새로운패러다임의자기화문제
4.계몽과자유와부강
나가며-가난하고더러운나라,조선

제4장
국권상실과한국민족주의의탄생
1.국권피탈에따른민족과국민의괴리
2.3·1운동의반半봉건적특성
3.유교와민족주의그리고근대화의걸림돌
4.3·1운동의의의에대한상이한평가
5.3·1운동의집단심리적특성
6.‘태도’로서의민족주의

제5장
1920년대민족주의와사회주의의친화성과배타성
1.승인의민족주의vs.부인의민족주의
2.한국민족독립운동과볼셰비키사회주의운동의상호친화력
3.자생적민족주의와사회주의적민족주의의화합과분열
4.상해임시정부에서좌·우익의대립과갈등
5.신간회에서민족주의자와사회주의자의대립과파국
6.조선지식인사회의사회주의화
7.일제의친미·반소정책이한국민족주의운동에끼친영향

제6장
식민지기조선인의일상과근대적태도의습득
1.‘민족’에서‘일상’으로
2.절망과선망의양가성속에서근대적태도의습득
3.친일민족주의와조선근대주의의관계
4.식민지근대의자기분열속일상의근대화

제7장
미국의반공주의와국내우파민족주의의선택적친화력-반일의민족주의에서친미의자유주의로
1.해방직후일상의표면과이면
2.한국지식인들의친소·친공적경향의배경
3.민족문제의사회주의적진단과처방의특성
4.좌·우익대립속우익과미군정의상호친화력
5.해방전후미국의대한(對韓)정책
6.구한말자유민주주의담론의부활
7.반공과자유민주주의에적합한정치지도자
8.맺으며

제8장
자유민주주의체제정착의어려움
1.시대적문제상황
2.통일정부수립의어려움
3.미군정과이승만의밀고-당기기
4.남로당의암약(暗躍)에대한미군정의적대정책
5.중도파에대한미군정과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태도
6.정치제도로서자유민주주의도입에따른문제
7.제헌국회내좌파민족주의vs.이승만정부의반공주의
8.미·일의반공주의에동조한이승만정부
9.자유민주주의‘국민국가’세우기의어려움

제9장
결론을대신하여-한국민족주의의분절론적이해
들어가며-생존전략으로서분절성
1.의타(依他)적분절성
2.세계정신의도구로서분절적민족주의
3.새로운분절의형성문제
4.민족주의의도구화
5.정치이념수용의무의식적토대로서민족주의
6.한국민족주의의폐쇄적분절성
나가며-성찰적민족주의의개방적분절성을위하여

참고문헌
찾아보기
부록:‘한류’의철학-다섯가지미학적코드

출판사 서평

한국사의비극을초래한역사적갈등과대립의뿌리와흐름을살피다

이책은오늘날에이르기까지비극을초래하고있는좌·우정치적이념대립의뿌리와그흐름을개항기이후정부수립기에이르는근대한국사에서찾고자하는시도이다.

접근방법에서저자는근대한국사회가당면한소위‘민족문제’를‘민생과인간의문제’로보고,이문제를‘안에서밖으로’가아니라‘밖에서안으로’보는방식,즉당시한반도를둘러싸고진행되던주변열강들의이권다툼과동아시아를둘러싼제국주의열강들의패권경쟁이라는시각에서조명한다.이문제에직면하여저자는당시조선의사정을‘한반도역사의연속과불연속의문제’로파악하여접근한다.구한말개항기는한민족에게역사상최초로‘역사의불연속’을경험한시기이다.민족문제를해결하기위한방책이한민족의‘동질적인자기(自己)’를지키려는수구파와‘이질적인타자(他者)’를수용하려는개화파의대립으로발전하면서한국의‘민족주의’는내부분열을일으킨다.조선을지탱하던조선중화주의에서구계몽주의가맞서는형국이었다.

흔들리는한민족의운명앞에서한편에서는민족의연속적정체성을체질화된유교주의에서찾고자하는계열과과거조상의도덕과윤리에서찾고자하는계열이목소리를높였다면,다른한편에서는서구의발전된문물을조속히수용하여과거와는불연속적인자립·자강의길을모색해야한다고역설했다.특히후자의불연속을주장하는지식인들은현실을움직이는구체적인힘은‘과거의정신적윤리’가아니라‘근대의물리적사실’이라는점에착안한다.양자간에화해의접점을찾는데실패하면서,‘어떤길이나라를살리는길인가?’라는물음에대한대답을한민족스스로찾아실행하지못하고,타민족에게위임하여급기야국권상실이라는사태가발생하면서‘민족문제’해결은더욱미궁으로빠져들게된다.일제의강점을통한반만년한반도역사의단절은관성적으로역사의연속을염원하던한민족에게씻을수없는수치와모욕으로다가오면서이에대한반대급부가민족저항운동으로나타난다.

일제식민지기의조선은‘식민지근대주의’라는일그러진자화상속에있었다.여기서‘근대주의’는조선이조선총독부의정치적지배하에서공산·사회주의의이념과자본·자유주의의영향속에놓여있는상황을뜻한다.식민지근대의양면성은이후의한국사가파행성을면치못하게되는원인이된다.특히러시아혁명의성공직후1920년대소련의코민테른은한반도의정치적지형도에결정적인영향을미친다.코민테른의사회주의와조선의저항민족주의가상호친화력을띠고결합하면서조선의대일저항운동은소련,중국과더불어일본의아시아진출에제동을걸기위한공동전선을펼쳐나간다.하지만조선안팎에서진행되는독립/저항운동과는별개로조선내부의일부계층은일본이조선에파종한‘근대’의정신과기술에서서히적응하기시작하였다.이들은‘근대적태도의습득’을‘민족문제’의해법으로간주하면서현실에대한저항보다는적응을우선시하여소위‘민족개량주의’의노선을택하게된다.그럼으로써항일·독립운동이라는외향적저항의코드와더불어친(親)서구·교육이라는내향적적응의코드가식민지기조선에자리잡게되었다.

이러한양상은해방후한국사회의정치적성격이민족주의에대한태도를중심으로넷으로나뉘는결과를초래했다.우선민족주의를주체로볼것인가아니면수단으로볼것이냐,다음으로민족주의를사회주의와결합할것인가아니면자유주의와결합할것인가에따라다음과같은구분이가능하다.

민족주의를주체로
민족주의를수단으로
사회주의와결합(좌파)
1.사회주의적민족주의(여운형계열)
2.민족주의적사회주의(박헌영계열)
자유주의와결합(우파)
3.자유주의적민족주의(김구계열)
4.민족주의적자유주의(이승만계열)

여기서사회주의적민족주의와자유주의적민족주의는이후역사에서핵심적인역할을수행하지못한반면,민족주의적사회주의와민족주의적자유주의는각각북한과남한의정부수립에근간이되는통치이념이었다.그런데민족적사회주의는소련의코민테른에입각한정치이념으로서조선의의병/동학운동이나식민지기3·1운동등과직접적인연결고리를갖고있지는않지만한국의근현대사에서남로당의활동을비롯한사회주의적계급운동의근간을이루면서이전의저항운동들과일정부분연속성을띤다고할수있다.

그러나민족적자유주의의경우는사정이다르다.이승만정부정체(政體)의근간인미국식자유민주주의는한국민에게낯선것이어서그도입에서부터난항이예상되었다.‘자유민주주의’는구한말과일제식민지기에기독교를통하여소극적으로소개되다가미군정기후반에들어적극적으로홍보했지만(법)제도로정착되어운용되는과정에서는숱한시행착오와어려움이따랐다.당시미·소냉전의기류를타고자유민주주의가반공주의의성격을띠면서기존에공산·사회주의에기반을둔민족주의의저항이불가피했기때문이다.하지만한국에자유민주주의의제도화와더불어과거지향적인식민지기친일청산보다는미래지향적인근대적국민국가의창출이더시급한민족문제로부각하였다.

개항기이후한국의근대사를일별하면,민족문제의해법을주체적민족주의에서만찾기는어렵다.조선후기국내외로얽힌난국을돌파하기위해국왕과조정의관리들이서로에게유리한외세에의존하려했다는사실이망국의원인이었다.민족의자립을위해타국에의존해야만했다는아이러니가암울한미래의출발점이었다.하지만국력이미약한민족에게다른길은열려있지않았다.당시중국(淸)에의존하던조선은대륙진출을노리는일본과팽창정책을앞세운러시아앞에서무력했다.국제정세가한민족에게불리하게전개되었다.더구나세계사적으로소련의코민테른이확산일로에있었고,이에맞서는미국의반공주의정책이한반도에결정적인영향을미치면서한민족은여전히대외의존적으로정책을수립할수밖에없는처지에놓이게되었다.하지만한국의지정학적그리고정치·경제적특성상‘대외의존’이불가피하다면이러한현실여건을민족에게유리하도록유연하게대처할필요가있다.그래서한국의미래를위해저자는전통적인민족주의를고수하기보다는민족의삶을윤택하게만들기위해‘성찰적민족주의를통한개방적분절성’을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