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와 젠더 : '수공예'와 '공작'의 근대

취미와 젠더 : '수공예'와 '공작'의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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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늘날 ‘취미’가 되어버린 인간의 만들기 행위를 다룬다. 기계생산 이래 설 자리를 잃은 만들기 행위는, 실용성 없는 취미 활동으로 전환되었다. 만들기 취미에 빠진 이들은 “생활에 별 쓸모가 없는데도 (…중략…) 직접 손으로 만드는 일에 몰두”한다. 다만 어떤 종류의 만들기를 취미로 삼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에는, 사회가 구성한 젠더성이 크게 작동했다.

여성은 뜨개질이나 집 안 꾸미기를 만들기 취미로 삼은 반면, 남성은 모형 공작과 목공 등의 취미를 가졌다. 근대 미술교육 체제에 만들기가 도입되어 초등교육 과정에서는 수공이나 공작으로 수행되다가 중학교 단계에 들어가면 여학생의 가정 교과목 안에 재봉이나 수예와 같은 만들기가 포함되고, 남학생의 경우는 ‘기술’ 교과목을 통해 공작 관련 도구 및 기계의 작동법을 배우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렇듯 일본 현대의 ‘만들기 취미’가 그 출발선에서부터 젠더적으로 구성되었음을 세세하게 밝힌다.
저자

쓰지이즈미,이다유타카,진노유키

출간작으로『취미와젠더』등이있다.

목차

옮긴이의말

서장/만들기와젠더|진노유키·쓰지이즈미·이다유타카

제1부/가정생활에유용한‘수공예’
제1장/『주니어솔레이유』에나타난소녀의수예|야마사키아키코(山崎明子)
제2장/『소녀의벗』과『주니어솔레이유』를통해본‘소녀’·‘주니어’의인형|이마다에리카(今田繪里香)
제3장/인테리어수예와공작의시대|진노유키(神野由紀)
제4장/여학생과수예-『주니어솔레이유』세대의계승|나카가와아사코(中川麻子)

제2부/‘공작’하는소년공동체
제5장/과학잡지에서출발한공작취미와철도취미-전전·전중·전후에발행된『어린이과학』분석|쓰지이즈미
제6장/공작기사는소년에게무엇을이야기했는가-전전과전중시기‘발명’으로본실용주의정신|시오야마사유키
제7장/동원되는어린이과학-전시하의공작과병기|마쓰이히로시
제8장/‘과학’과‘군사軍事’라는굴레-1950년대항공잡지로본모형공작|사토아키노부(佐藤彰宜)

제3부/‘만들기’와‘공작’의경계를넘나드는취미의실천
제9장/일요목공의사회사-남성의만들기취미와가정주의|미조지리신야
제10장/내가만드는DIY자주방송|이다유타카(飯田豊)
제11장/정원철도의‘사회화’-사쿠라다니경편철도의현재|시오미쇼

마치며|진노유키(神野由紀)
주석

출판사 서평

취미의탄생부터젠더적으로분화하기까지를다루다

이책은오늘날‘취미’가되어버린인간의만들기행위를다룬다.기계생산이래설자리를잃은만들기행위는,실용성없는취미활동으로전환되었다.만들기취미에빠진이들은“생활에별쓸모가없는데도(…중략…)직접손으로만드는일에몰두”한다.다만어떤종류의만들기를취미로삼을것인가를결정하는데에는,사회가구성한젠더성이크게작동했다.

여성은뜨개질이나집안꾸미기를만들기취미로삼은반면,남성은모형공작과목공등의취미를가졌다.근대미술교육체제에만들기가도입되어초등교육과정에서는수공이나공작으로수행되다가중학교단계에들어가면여학생의가정교과목안에재봉이나수예와같은만들기가포함되고,남학생의경우는‘기술’교과목을통해공작관련도구및기계의작동법을배우는것이통상적이었다.이책의저자들은이렇듯일본현대의‘만들기취미’가그출발선에서부터젠더적으로구성되었음을세세하게밝힌다.

만들기취미에담긴젠더성의구축과정을살피고자저자들은20세기초중반의소년소녀잡지를꼼꼼하게읽고분석했다.1954년부터1960년까지발간된『주니어솔레이유』라는소녀잡지의기사를주된기초자료로삼아여성만들기취미의기원을추적했고,남성의경우는1924년이래오늘날에도발간되고있는『어린이과학』이라는소년잡지를주요분석대상으로삼았다.이를통해소년소녀시절손에새겨진젠더규범이깊게뿌리내려어른이되어서도계속영향을미쳤다는것을구체적으로밝히고있다.

저자중한명인이마다에리카에따르면일본근대초기소년들의가장커다란관심사는문학관련영역이었으나다이쇼후기부터우수한기술자를육성한다는국가적필요성에따라소년들의관심을글쓰기에서‘공작’으로유도했다.저자야마사키아키코에따르면소녀의만들기취미인‘수예’는“가정내에서사용하는물건이나가족을위해만든물건또는만드는행위를가리키며,기본적으로아마추어의수작업”이었다.여성의여가는집을아름답게꾸미는취미로채워지고,그것은여성다운행위로미화되었다.결국“수예도공작도단순히만들기의한종류가아니라젠더규범을배경으로역사적으로만들어진행위였던것”이다.

3인의대표저자인진노유키,쓰지이즈미,이다유타카가쓴서문에따르면“근대사회에서는쓸모없는행위에몰두할때,이유가필요했다.(…중략…)근대초기소년의공작에는공학적지식을얻어국가를위해공헌하는테크노크라트를양성한다는목적이,소녀의수예에는현모양처로서가정을아름답고쾌적하게만드는데도움이된다는목적이붙어있었다.만들기취미는성역할을따르는정당한행위로서그의의를찾았다.”그렇다면“만들기취미의젠더적분화는취미의생성단계부터당연한귀결”이었다.

젠더성을벗어나,인문학적연구대상으로서의취미

실상만들기취미활동에는국가적유용성과같은대의명분을뛰어넘는무언가가존재한다.대부분의사람은국가도가정도아닌그저개인적즐거움을위해만들기취미에열중한다.오늘날에는사회적유용성을내세우며취미활동을하지않는다.저자의말대로“고도의소비사회속에서쓸모없는취미,어른과아이의경계를뛰어넘는취미,비생산적인취미는누구나공감할수있는것이되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아직도취미의세계에는젠더적구분이뿌리깊게박혀있다.이러한젠더화는만들기취미도가부장적체제를벗어나기어렵다는사실을잘보여준다.

그러나더근원적으로바라보면리처드세넷이말한것처럼만들기는인류에게‘생각하는힘’을길러주는중요한행위였다.이제는이것이특별한예술이나취미로겨우명맥을유지하고,사람들은만들기로길러지는유연한사고방식을잃어가고있다.게다가손으로만들어생산하는일은,기계생산과대량소비가가져온현대의병폐를돌아보고문제의해결책을제시하는힘을가졌다.인류의역사는만들기와함께시작되었다.만들기의산물이쓸모와분리되어그어떤형태를띠더라도인간은결코만드는행위를저버리지않을것이다.그런의미에서‘만들기’는취미로든전문영역으로든현대사회에서매우의미깊은인문학적연구대상이다.이책이그런점을상기시키는계기이자발판이되길바란다.

이책을한국어로옮긴역자들은2002년‘연구공간수유+너머’에서만나꾸준히공부하고번역해온이들로,현대공예이론(허보윤),가족학(전미경),일본학(남효진),영화이론(강현정),일문학(이현희),국문학(김연숙)에이르는다양한전공의연구자가모여있다.그간<근대일본의문화사>시리즈를필두로2022년세종도서학술부문에선정된『여행의모더니즘』등의번역서를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