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의 태양 : 러시아 극동의 한인 -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해역인문학 번역총서 10 (양장)

위선의 태양 : 러시아 극동의 한인 -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해역인문학 번역총서 10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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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비에트의 한인들이 꿈꾼 찬란한 미래,
후손들의 구술로 복원한 소비에트의 위선
저자는 스탈린 체제하 한인들의 강제 이주의 핵심을 차르 전제정시대부터 존재했던 ‘인종주의적’ 시각이 사회주의 체제 볼셰비키 정부까지 계승된 것에 있다고 본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모든 민족은 명목상 종교, 언어, 출생지 등의 차이와 상관없이 체제의 인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치권, 교육의 권리 등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었지만 차르 전제정시대부터 사회 지도층 곳곳에 퍼져있던 인종주의적 시각까지 사회주의 체제의 수립이 일소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다른 민족들의 강제 이주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이점이 한인들의 강제 이주에 존재한다. 그들은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추방되는 대신 만주국 혹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 중 한 곳을 선택하여 이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 이러한 선택권은 결국 한인들이 국가에 의해 소비에트 시민이라는 지위가 부여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체제 내에 존재하는 ‘이방인, 혹은 외국인’으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지표이다.

그러나 극동의 한인 공동체는 193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적 심성’을 갖춘 소비에트 제국 내의 소수 민족 창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었다.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들의 비율은 대략 13퍼센트 정도였고 후세대 교육을 책임지는 사범학교도 2개나 있었다. 결국 한인들은 ‘소비에트식 근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혜택을 입었던 소수 민족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들이 스스로를 소비에트 체제에 충실한 ‘호모 소비에트쿠스’형 인간으로 전환시켜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의 문제 제기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차르 전제정시대부터 제기되었던 ‘원초주의적 민족’ 개념을 완전하게 변화시키지 못한 데서 한인들의 강제 이주의 원인을 찾고 있다. 전제정시대의 학자 블라비미르 아르세네프는 러시아 중앙정부의 통제력 향상을 위해 극동의 중국인 노동자 비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28년 말에는 일본의 팽창 의도가 가시화되면서 소비에트 극동 사무국 내에서 극동지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한인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시점에서 극동지역의 한인들이 일본의 제국주의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한 간첩 활동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러시아 극동에서 태어나서 소비에트화된 한인들과 조선인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소비에트 권력은 여전히 극동의 한인들을 ‘원초주의적 민족 감정’을 버리지 못한 외국인, 타자로 보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외국 적대세력에 의한 소련의 침입이라는 공포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결과는 극동지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위협요인의 삭제, 즉 한인들의 전면적 추방이었다.

저자는 한인 추방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활용되지 못한 러시아 중앙의 문서고는 물론 극동지역의 문서고를 활용하여 그 실상을 풍부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소비에트 체제에 협조하며 극동에서 고위 관직으로 올라간 한인들 중에서 강제추방에 관여한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후손들의 증언을 통해 재현한다.

극동지역의 한인 공동체의 대표 인물로서 한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자신들의 가족을 국가폭력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그들의 심리적 갈등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연구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존의 연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구술사 방법론을 활용하여 한인 강제 이주에 관한 역사인식의 심화에 기여한 것이다. 기록으로만 재현될 수 없는 역사의 기억을 구술사를 통해 복원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연구사적 기여는 적지 않다.
저자

존K.장

저자:존K.장(JonK.Chang)
맨체스터대학에서러시아/소비에트와아시아지역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그는현장에서의구술사방법론을활용하여은폐된과거의재현은물론새로운관점을제시하기위한연구를지속하고있다.그는또한이책에서소개하는소비에트한인들의경우와같이기억속에묻혀있던서발턴역사의재현에도노력하고있다.현재그는러시아극동의중국인들의역사에관한책을집필중이다.

역자:박원용
서울대학교에서학사와석사학위,미국인디애나대학에서소비에트체제의고등교육개혁을주제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저서『소비에트러시아의신체문화와스포츠』,『에드워드카』,역서『E.H.카평전』,『에릭홉스봄평전』,『10월혁명-볼셰비키혁명의기억과형성』등과다수의연구논문이있다.현재러시아-아메리카컴퍼니를중심으로한러시아전제정의해외식민지경영,극동공화국의역사적위상등에관한연구를진행하고있다.

목차


발간사
역자서문

제1장서문
김A.아파나시AfanasiiA.Kim-진퇴양난의상황에처하다
한인사례의독특성

제2장변경의용광로러시아극동,1863~1917
배출구의개방
한인들의러시아극동도착
범슬라브주의,경제적경쟁그리고‘황화’
정치적정체성과러시아의제1차세계대전참전으로인한추방

제3장간섭,1918~1922
간섭과일본제국의건설
전제정의시각에대한투쟁과도시생활
한인의충성심과(영토적)자치
‘국제주의자’로등장한한인세사람
미완의‘총력제국’과스파이에관한소문
외국인혐오의최초씨앗들

제4장한인들의토착화와이를통한사회주의건설
중개기구와대표성
경제생활
소비에트시민권
토지조성
교육-소비에트화의입구
실제적평등대법적평등

제5장한인들이소비에트인민이되어가다,1923~1930
실현되지못한영토자치의약속
한명세/한A.안드레이-4번째한인국제주의자
사회주의자로서한인들의형성대지정학
게이츠만과아르세네프동지-내부로부터의토착화에대한공격

제6장토착화보다우선하는안보적고려,1931~1937
토착화와교육
구술사-1930년대한인들의삶
긴장의확대-간첩행위와극동의지정학
아르세네프의부활과『프라브다』의‘황화론’

제7장한인들의추방과중앙아시아에서의삶,1937~1940년대초
대숙청
한인들의추방
숙청이면의지정학
중앙아시아에서의삶
추방을피한NKVD통역관지하일TiKhairIr의사례
소비에트민족정책에내재한‘전제정으로부터의연속성’

제8장현장의목소리
기록되지않는이야기하나

제9장결론
새로운시각-간섭전쟁과가장충성스러운민족으로서러시아인에대한신화
김건남의사례

주석
부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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