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제국'의 동아시아 (담론·표상·기억)

'포스트제국'의 동아시아 (담론·표상·기억)

$38.00
Description
‘친밀성’을 통해 바라보는 ‘한일연대’
이 책은 해방 후 한일관계사에 있어 밑으로부터 형성된 초국경적 공공영역이라 할 수 있는 ‘한일연대’를 둘러싼 담론과 표상, 기억에 관한 분석을 통해 ‘포스트제국’의 동아시아를 논한다. 여기서 말하는 ‘포스트제국’은 동아시아의 역사적 관점이라는 포지셔널리티의 문제이며, 문제 발견을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전개된 ‘한일연대’에 대해서는 그 사례를 소개하거나 그 정치사회학적 의의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아닌, 그보다는 ‘한일연대’를 재생하기 위하여 그 역사적 경험과 담론을 통해 한일 시민사회의 공조를 재구축하는 조건에 대해서 고찰한다. 특히 피해국/가해국으로 단순화된 도식에서 배제된 피해자 개인들의 보편적 인권을 기반으로 하는 연대의 필요성을 제시함에 있어서, 초국가적인 시민사회의 연대는 국가-국민이라는 연결고리의 밖 경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개념으로 ‘친밀성’에 주목한다.

사실 이러한 ‘친밀성’은 전후보상운동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원고와 일본 시민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구축되어왔다. 일본에서 제기한 재판에는 일본 시민단체의 ‘지원’과 ‘협력’이 불가결했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본 시민사회의 역할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경우 일본 시민사회의 역할을 가해국의 당연한 ‘업보’로 치부하고, 일본 시민사회 또한 가해자로서의 ‘의무’로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일연대’의 역사적 경험과 현재적 의미를 한일관계 속에 위치 지우지 못한 채 남아있다는 지점에 착목한다.

여기에는 한일 간의 역사문제에 있어서 시민사회가 ‘국가’를 짊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한일 간의 역사문제가 정치적 ‘공공성’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친밀성’은 비가시적인 영역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하지만 ‘한일연대’로 발현되는 집합행동의 내적이고 문화적인 역동성에 주목하면 양국 시민사회가 가꿔온 신뢰와 연대, 규범과 가치를 포착할 수 있다. 사회운동론에서의 문화론적 접근법을 활용하면 전후보상운동 등 한일 시민사회의 초국경적 연대가 ‘공공성’만이 아니라 ‘친밀성’에도 기반하고 있으며, 나아가 ‘친밀성’이 ‘공공성’을 활성화시키는 점도 부각될 것이다.

이처럼 ‘친밀성을 이론화’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 책은 사회의 지배적 담론 편성에 있어서 이것이 ‘공공성의 서사’와 더불어 ‘친밀성의 서사’라는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후보상재판에서 승소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공공성의 서사’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원고 및 피해자들과 지원자들이 함께 싸워가는 가운데 신뢰를 쌓고 함께 성장해 간 것은 ‘한일연대’의 중요한 장면으로 꼽힌다. 저자는 이러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연대’의 가능성은 제한되고, 한국에서 보면 일본의 활동가에게 ‘양심적 일본인’으로서의 윤리적 책무를 지우는 것에 그치고 만다고 지적한다.
저자

현무암

玄武岩,HyunMoo-am
도쿄대학(東京大學)대학원인문사회계연구과박사과정수료.박사(사회정보학).현재,홋카이도대학대학원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원교수.연구분야는미디어문화론,한일관계론.저서로『코리안네트워크-미디어·이동의역사와공간』(홋카이도대학출판부,2013),『‘반일’과‘혐한’의동시대사-내셔널리즘의경계를넘어서』(벤세이출판,2016),『〈포스트제국〉의동아시아-담론·표상·기억』(2022,세도샤)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들어가며

서장/서로의본질을소통하는동아시아연대로

제1부/‘포스트제국’의담론
제1장/모리사키가즈에의월경(越境)하는연대의사상-식민자2세가더듬어간아시아·여성·교류의역사
제2장/재한일본인여성의인양·귀국·잔류-전후일본의귀국정책탄생
제3장/국경을넘어선전후보상운동과담론-전쟁피해수인론에맞서는한일연대

제2부/‘포스트제국’의표상
제4장/‘상기의공간’으로서의‘평화의소녀상’-역사와기억의대극화(対極化)를넘어서
제5장/한국의‘식민지영화’로본탈내셔널리즘의한계-영화〈군함도〉의‘친일파’표상을둘러싸고
제6장/‘해군의고장’을연결하는근대화유산의기술적상상력-야마토뮤지엄(大和ミュージアム)이표상하는‘전함야마토’의서사

제3부/‘포스트제국’의기억
제7장/한일연대로서의제주4·3운동-‘조국’을넘어선‘조국지향’
제8장/한국군베트남전쟁시기민간인학살을심판하는시민평화법정의도전-고통에대한연대의법정
제9장타이완의‘백색테러’시기와이행기정의-‘일본어세대’가기록한뤼다오신생훈도처

후기를갈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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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서로의본질을소통하는동아시아의연대로
동아시아에서‘전후(戰後)’의탈식민지화는예나지금이나결코단순한문제가아니었다.제국주의에냉전구조가중첩되는형태로폭력의연쇄속에휘말려들었기때문이다.그리고냉전해체라는세계사적전환을통해어떻게국가폭력의시대를극복하고정의를회복하며화해할것인가라는과제와마주해왔다.이책은그러한폭력에노출된전후의동아시아가나라와지역을초월하며트랜스내셔널하게전개해온‘기억과화해’의폴리틱스(politics)를,‘과거의극복’을향한‘포스트제국’의연대로규정하고그실천적의미를되묻는다.
이책은3부9장의논의를통해이같은물음에대한응답을시도한다.
제1부〈‘포스트제국’의담론〉은동아시아에있어제국일본이국민국가로수축하는과정을다룬다.식민지·점령지(외지)에서일본본토(내지)로의인적이동을일컫는‘인양(引揚げ)’및‘귀국’,또냉전의붕괴로구피식민자들이목소리를높임으로써활발해지는전후보상운동이어떠한전후의제도편성속에서형성·변용해왔는지응시하고,계속되는식민주의에대항하는‘포스트제국’연대의생성과정을밝혀낸다.그‘월경하는연대의사상’이라는수맥을추적함으로써만나게되는인물로이책이가장주목하는것이한반도에서태어난시인이자작가모리사키가즈에였다.
제2부〈‘포스트제국’의표상〉은일본의제국지배에기인하는표상의문제로서,한일관계의불씨가되는‘소녀상’,‘군함도’,‘욱일기’이세가지에주목한다.이들표상이어떻게생성되었고또재생됨으로써‘포스트제국’의문화권력을구축하고있는지기억론,문화연구(CulturalStudies),서사론으로분석한다.아세가지표상은모두한일관계를초월하여동아시아에있어‘탈제국’의좌절을상징한다.이러한표상의생산과소비,규제와아이덴티티의폴리틱스로부터‘포스트제국’을주제화하면전전과전후를관통하는제국일본의근대주의를엿볼수있다.
제3부〈‘포스트제국’의기억〉은제국주의와식민지,전쟁과내전,독재와항쟁이라는굴절된근현대를헤쳐온동아시아가냉전에의한이데올로기대립과얽히고설키는폭력의연쇄에휘말린결과,어떻게국가폭력으로인한피해를극복하고화해를이룰것인가라는과제를마주한다.구체적으로는제주·베트남·대만이해당지역과국가에머무르지않고트랜스내셔널하게전개하는기억과화해의정치를통해보여주는‘과거극복’의고유성과보편성의해명을시도한다.
이책은이러한논의를통해,패전으로인해일본이상실한것은식민지가아니라제국이라는점을전제로하는‘포스트제국’의시점을제시하고,이시점에입각하여일본제국의판도에있었던구식민지와피지배국이새로운관계성을발견하기위한연대의길을제시한다.나아가이책은아시아·태평양전쟁이후의동아시아가국가와지역을초월하여전개해온기억과화해의폴리틱스를과거의극복을향한‘포스트제국’의연대로규정하며그실천적의미를다시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