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책은 제목에서 보듯이 신라 말에서 조선 초기까지의 역사인식과 다원적 사상지형을 다루고 있다. 우리 사상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성리학의 수용과 확산, 그리고 내재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큰 변화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14세기 성리학이 수용되고 난 직후 변화된 세계관과 자아인식을 다루었다. 성리학의 수용을 도식적으로 설명하면, 결과주의에서 동기주의로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성리학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단어가 의리와 명분이다. 의리와 명분은 올바른 동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성리학 수용으로 자기 자신과 주변, 그리고 고려를 둘러싼 국가 간의 관계와 외래문화 수용 전반에 대한 이해 역시 결과론이 아닌 동기론적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적 변화는 세대를 거듭해야만 변화를 감지하고 느낄 수 있다. 변화는 아주 느리게 여러 단계에 걸쳐 나타난다. 성리학 수용은 세대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심화되고 우리 자신으로 내재화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 운영의 방향이 달라졌으며, 과거 역사에 대한 해석의 방향도 달라졌다. 즉, 시대정신이 달라졌으므로,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성리학 수용에 따라 중국 문화에 대한 우리 고유의 가치관과 문화적 전통에 대한 이해의 방향도 달라졌다. 성리학의 수용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과거를 인식하는 방향이 달라졌다. 중국 문화, 즉 중국적 마인드 수용은 선택의 문제에서 이제 당위의 문제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는 사상지형에서도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니까 유불선과 풍수도참, 민간신앙 등 고려사회 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상적 요소들이 공존과 조화를 지향하는 다원적 사상지형도 성리학의 수용을 계기로 모종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리학 수용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었으나, 사상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삼국유사』와 일연에 대한 설명이 거의 빠지게 되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가 고려시대 역사인식에 큰 획을 그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유학이 경세론의 입장에서 역사인식을 전개하였기 때문에, 고대사회에서 유학자들이 역사기록과 인식을 지배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역사인식 모두가 유학의 영역이라 할 수도 없다. 불교나 도교에서도 역사인식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일연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고려시대의 역사인식과 사상지형에 대한 연구의 첫 단추로서 되도록 유학의 입장에서 정리해보고자 하였다. 일연과 『삼국유사』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를 기약하도록 하겠다.
이 책에서는 나말여초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의 한 구절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러 연구에서 인용하는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의 한 구절은 다원적 사상지형이라는 객관적 배경을 잘 보여준다. 나아가 이 구절은 적어도 통일신라가 다원적 사상지형을 기본적 배경으로 깔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성리학 수용과 내면화 이전까지는 다원적 사상지형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학사 연구는 매우 많은 연구성과가 축적되어 왔으며, 양적으로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제1장에서는 다원적 사상지형을 주제로 고려시대의 역사인식에 대한 연구성과 전반을 이해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해보도록 하였다. 여기에는 고려시대의 역사인식과 사상사에 대한 저자 나름의 이해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였다.
다음으로 제2장에서는 고려시대의 역사인식과 다원적 사상지형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으며, 그 작동원리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였다. 이를 다원적 역사계승의식과 이중적 자아인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설명하였다. 이는 고려시대를 다원성과 통합성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고자 하는 최근의 연구 경향과 흐름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여기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즉, 사상사의 한 부분으로서의 사학사는 시대정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성격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중적 자아인식도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다원성은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다원성이 없는 사회는 죽어있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은 어니다. 다만 그것이 지역과 종족에 따라, 그리고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주변국가가 아닌 적이 없었으며, 중국 문화는 보편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고유한 문화적 전통이 있다고 할 때, 과연 양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전체적인 문화와 함께 자기 자신을 어떻게 위치를 지을 것인가?” 라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자아인식과 시대정신, 그리고 역사인식은 당시의 의식구조와 깊은 관계가 있다. 사상사와 사학사에 대해 톺아보기 전에 먼저 그들의 의식구조를 파헤쳐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3~6장은 각각의 시기를 대표하는 유학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사상과 세계관, 문화에 대한 인식, 그리고 역사인식을 정리하였다. 다원적인 사상지형과 자기인식을 배경으로 전개된 것이 성리학 수용 이전의 역사인식의 전통이라면, 성리학 수용 이후 사상지형과 자기인식, 그리고 역사인식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유학자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12세기는 김부식과 김관의를 통해 서로 다른 인식적 지향이 나타났다면, 13세기에는 이규보와 이승휴, 14세기 전반기에는 이제현과 이곡, 14세기 말에는 이색과 정도전, 그리고 권근 등이 각각의 시기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인식적 지향점은 단계적 변화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모두 5개의 단계로 설정해볼 수 있다.
이들의 사상과 세계관, 그리고 문화적 전통에 대한 인식은 각각의 시대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들의 역사인식과 세계관, 그리고 ‘문명론’을 윤리의식과 화이관, 경세론 등 유학사상의 틀에서 역사적 시원에 관한 인식, 삼국시대와 신라, 고려 태조 왕건, 당대사, 중국의 인물과 역사에 대한 평가 등 여러 부분에 걸쳐 다각도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역사인식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사상적 변화는 세대를 거듭해야만 변화를 감지하고 느낄 수 있다. 변화는 아주 느리게 여러 단계에 걸쳐 나타난다. 성리학 수용은 세대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심화되고 우리 자신으로 내재화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 운영의 방향이 달라졌으며, 과거 역사에 대한 해석의 방향도 달라졌다. 즉, 시대정신이 달라졌으므로,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성리학 수용에 따라 중국 문화에 대한 우리 고유의 가치관과 문화적 전통에 대한 이해의 방향도 달라졌다. 성리학의 수용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과거를 인식하는 방향이 달라졌다. 중국 문화, 즉 중국적 마인드 수용은 선택의 문제에서 이제 당위의 문제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는 사상지형에서도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니까 유불선과 풍수도참, 민간신앙 등 고려사회 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상적 요소들이 공존과 조화를 지향하는 다원적 사상지형도 성리학의 수용을 계기로 모종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리학 수용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었으나, 사상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삼국유사』와 일연에 대한 설명이 거의 빠지게 되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가 고려시대 역사인식에 큰 획을 그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유학이 경세론의 입장에서 역사인식을 전개하였기 때문에, 고대사회에서 유학자들이 역사기록과 인식을 지배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역사인식 모두가 유학의 영역이라 할 수도 없다. 불교나 도교에서도 역사인식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일연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고려시대의 역사인식과 사상지형에 대한 연구의 첫 단추로서 되도록 유학의 입장에서 정리해보고자 하였다. 일연과 『삼국유사』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를 기약하도록 하겠다.
이 책에서는 나말여초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의 한 구절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러 연구에서 인용하는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의 한 구절은 다원적 사상지형이라는 객관적 배경을 잘 보여준다. 나아가 이 구절은 적어도 통일신라가 다원적 사상지형을 기본적 배경으로 깔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성리학 수용과 내면화 이전까지는 다원적 사상지형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학사 연구는 매우 많은 연구성과가 축적되어 왔으며, 양적으로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제1장에서는 다원적 사상지형을 주제로 고려시대의 역사인식에 대한 연구성과 전반을 이해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해보도록 하였다. 여기에는 고려시대의 역사인식과 사상사에 대한 저자 나름의 이해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였다.
다음으로 제2장에서는 고려시대의 역사인식과 다원적 사상지형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으며, 그 작동원리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였다. 이를 다원적 역사계승의식과 이중적 자아인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설명하였다. 이는 고려시대를 다원성과 통합성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고자 하는 최근의 연구 경향과 흐름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여기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즉, 사상사의 한 부분으로서의 사학사는 시대정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성격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중적 자아인식도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다원성은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다원성이 없는 사회는 죽어있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은 어니다. 다만 그것이 지역과 종족에 따라, 그리고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주변국가가 아닌 적이 없었으며, 중국 문화는 보편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고유한 문화적 전통이 있다고 할 때, 과연 양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전체적인 문화와 함께 자기 자신을 어떻게 위치를 지을 것인가?” 라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자아인식과 시대정신, 그리고 역사인식은 당시의 의식구조와 깊은 관계가 있다. 사상사와 사학사에 대해 톺아보기 전에 먼저 그들의 의식구조를 파헤쳐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3~6장은 각각의 시기를 대표하는 유학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사상과 세계관, 문화에 대한 인식, 그리고 역사인식을 정리하였다. 다원적인 사상지형과 자기인식을 배경으로 전개된 것이 성리학 수용 이전의 역사인식의 전통이라면, 성리학 수용 이후 사상지형과 자기인식, 그리고 역사인식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유학자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12세기는 김부식과 김관의를 통해 서로 다른 인식적 지향이 나타났다면, 13세기에는 이규보와 이승휴, 14세기 전반기에는 이제현과 이곡, 14세기 말에는 이색과 정도전, 그리고 권근 등이 각각의 시기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인식적 지향점은 단계적 변화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모두 5개의 단계로 설정해볼 수 있다.
이들의 사상과 세계관, 그리고 문화적 전통에 대한 인식은 각각의 시대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들의 역사인식과 세계관, 그리고 ‘문명론’을 윤리의식과 화이관, 경세론 등 유학사상의 틀에서 역사적 시원에 관한 인식, 삼국시대와 신라, 고려 태조 왕건, 당대사, 중국의 인물과 역사에 대한 평가 등 여러 부분에 걸쳐 다각도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역사인식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고려시대 다원적 사상지형과 역사인식 - 한국연구총서 117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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