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청시대 과거 제도와 능력주의 사회

중국 명청시대 과거 제도와 능력주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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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국 명청시대 ‘과거문화사’의 기념비적 저작
저자 벤저민 엘먼은 중국 전통시기, 특히 명청시대 중국의 사상사 및 문화사, 교육사, 과학사 전문가로, 수많은 탁월한 연구업적을 이룬 서구의 대표적인 중국 역사학자로 손꼽힌다. 특히 과거 제도에 있어서는 당대 서구 최고의 석학이다. 그의 『명청시대 과거문화사(A Cultural History of Civil Examinations in Late Imperial China)』(2000)는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 市定)의 『과거(科擧)』(1946), 장중리(Chung-li Chang; 張仲禮)의 『중국의 신사(The Chinese Gentry)』(1955), 허빙디(Ping-ti Ho, 何炳棣)의 『전통시기 중국의 성공의 사다리(The Ladder of Success in Imperial China)』(1964)에 이은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평가된다. 이치사다의 저작이 과거 제도, 특히 청대의 제도사적 측면에 초점을 둔 것이고 허빙디와 장중리의 저작이 사회사적 접근이었다면, 신문화사적 경향의 엘먼의 저작은 과거 제도를 그것을 둘러싼 제반 측면을 아우르는 하나의 장이자 명청시대 문화의 중추적 구조물로 규명하는 문화사로서 차별성을 지닌다. 다학제적인 폭넓은 통찰을 녹여낸 그의 저작은 1천 종 이상의 광범위한 1차자료에 대한 면밀한 연구의 산물로, 중국학자들조차 놀라워할 만큼 학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방대한 전문학술서인 저자의 『명청시대 과거문화사』를 축약, 개정한 학술적 성격의 전문교양서이다. 또 그 내용상 과거 제도라는 프리즘을 통해 재구성한 ‘명청시대 사회문화사’이기도 하다.
엘먼은 명청시대 과거 제도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그것이 상호 복잡하게 얽힌 정치, 사회, 사상, 학술, 교육 나아가 제반 문화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권력, 계층, 이데올로기, 지식, 신앙 등을 재생산하는 핵심 기제였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통합적 조망은 과거 제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 역사의 통시적 맥락과 공시적 특수성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접근, 나아가 서구와의 적절한 비교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명청시대 과거 제도의 장기적 연속성과 안정적 지속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이면에 놓인 치열한 내부적 논쟁과 타협, 개혁 및 변화의 움직임과 그 궤적에 대한 면밀한 고찰은 그 대표적인 측면이다. 가령 명청 과거시험이 공식 교육과정이자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도학(성리학)의 틀에만 갇혀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양명학, 자연(과)학, 고증학(한학), 역사학, 나아가 서학(西學) 등도 학술적, 사상적 영향력을 발휘했음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도 큰 성과이다. 더욱이 과거시험장을 지식층이 자발적으로 갇히기를 바라던 ‘문화 감옥’에 비유하면서 실패로 점철된 ‘수험 생활’ 속에서 긴장과 불안, 좌절을 겪어온 지식층과 그 가족들의 일상과 관습, 내면세계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접근한 것은 이 책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공적이다.
저자

벤저민엘먼

저자:벤저민엘먼
1946년독일에서태어나미국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동양학으로박사학위를받고UCLA교수를거쳐프린스턴대동아시아연구소및역사학과교수를지냈으며,현재프린스턴대명예교수이다.전통시기,특히명청시대중국의사상사및문화사,교육사,과학사,동아시아문화교류사를주로연구해오고있으며,다수의탁월한연구업적을이룬서구의대표적인중국역사학자로손꼽힌다.주요저작으로『성리학에서고증학으로-명청시기중국의지적·사회적변화양상들(FromPhilosophytoPhilology:IntellectualandSocialAspectsofChangeinLateImperialChina)』,『고전주의,정치,그리고친족-중국명청시기상주학파의금문경학(Classicism,Politics,andKinship:TheCh’ang-chouSchoolofNewTextConfucianisminLateImperialChina)』,『중국명청시대과거문화사(ACulturalHistoryofCivilExaminationsinLateImperialChina)』,『그들만의용어로-중국의과학,1550~1900(OnTheirOwnTerms:ScienceinChina,1550~1900)』등이있다.

역자:김효민
고려대학교중어중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중국베이징대학중문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베이징대학동방어문학부초빙교수를지냈고,현재고려대학교세종캠퍼스중국학전공교수이다.사회문화적시각,한중관계및비교문화적측면에서전통시기중국의서사를주로연구해오고있다.옮긴책으로『중국과거문화사』,『팔고문이란무엇인가』등이있고,논문으로「한·중지식인사회와그윤리-과거제도와관련하여」,「명청소설과팔고문」,「『유림외사』평점(評點)의구조론시탐-팔고문법과의관련성탐색을중심으로」,「과거제도의관점에서본한중소설시론」,「『홍루몽』과과거문화」등이있다.

목차

일러두기
들어가며

제1부주류가되다
제1장명제국의권력,문화정치,그리고과거제도
제2장명대에서청대로-도학의기준과팔고문

제2부과거시험의의도치않은결과
제3장명청시대엘리트의순환
제4장명청시대중국의고전문해력
제5장불안,꿈그리고수험생활

제3부시대변화에맞춘과거시험의개편
제6장왕조권력의한계
제7장명대부터청대까지의책문
제8장교육과정개혁-청조에서태평천국까지

부록
중국역대연표
명·청대역대황제

축약어목록
감사의말
역자후기
주석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중국명청시대역사와고전교육,
과거제도의역사에대한통합적접근

중국명청시대‘과거문화사’의기념비적저작
저자벤저민엘먼은중국전통시기,특히명청시대중국의사상사및문화사,교육사,과학사전문가로,수많은탁월한연구업적을이룬서구의대표적인중국역사학자로손꼽힌다.특히과거제도에있어서는당대서구최고의석학이다.그의『명청시대과거문화사(ACulturalHistoryofCivilExaminationsinLateImperialChina)』(2000)는미야자키이치사다(宮崎市定)의『과거(科擧)』(1946),장중리(Chung-liChang;張仲禮)의『중국의신사(TheChineseGentry)』(1955),허빙디(Ping-tiHo)의『전통시기중국의성공의사다리(TheLadderofSuccessinImperialChina)』(1964)에이은기념비적인저작으로평가된다.이치사다의저작이과거제도,특히청대의제도사적측면에초점을둔것이고허빙디와장중리의저작이사회사적접근이었다면,신문화사적경향의엘먼의저작은과거제도를그것을둘러싼제반측면을아우르는하나의장이자명청시대문화의중추적구조물로규명하는문화사로서차별성을지닌다.다학제적인폭넓은통찰을녹여낸그의저작은1천종이상의광범위한1차자료에대한면밀한연구의산물로,중국학자들조차놀라워할만큼학술적으로높은평가를받고있다.이책은방대한전문학술서인저자의『명청시대과거문화사』를축약,개정한학술적성격의전문교양서이다.또그내용상과거제도라는프리즘을통해재구성한‘명청시대사회문화사’이기도하다.
엘먼은명청시대과거제도에대한포괄적이면서도입체적인접근을통해그것이상호복잡하게얽힌정치,사회,사상,학술,교육나아가제반문화에걸쳐광범위한영향력을발휘하고권력,계층,이데올로기,지식,신앙등을재생산하는핵심기제였음을드러낸다.이러한통합적조망은과거제도를중심으로한중국역사의통시적맥락과공시적특수성을아우르는균형있는접근,나아가서구와의적절한비교를통해더욱설득력있게제시되고있다.명청시대과거제도의장기적연속성과안정적지속성을강조하면서도그이면에놓인치열한내부적논쟁과타협,개혁및변화의움직임과그궤적에대한면밀한고찰은그대표적인측면이다.가령명청과거시험이공식교육과정이자지배이데올로기로서도학(성리학)의틀에만갇혀있었던것이아니라,시대의변화와더불어양명학,자연(과)학,고증학(한학),역사학,나아가서학(西學)등도학술적,사상적영향력을발휘했음을실증적으로밝힌것도큰성과이다.더욱이과거시험장을지식층이자발적으로갇히기를바라던‘문화감옥’에비유하면서실패로점철된‘수험생활’속에서긴장과불안,좌절을겪어온지식층과그가족들의일상과관습,내면세계에이르기까지세밀하게접근한것은이책의또하나의대표적인공적이다.

과거제도의‘의도치않은’순기능에주목하다
다른한편으로저자는이책에서능력주의(사회)라는의미로이른바‘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를하나의키워드로내세우고있다.이용어는이책의모본인『명청시대과거문화사』에서는강조되지않았던개념이다.이는『명청시대과거문화사』출판이후저자가다년간의추가적인연구와토론을통해얻은산물로서,당초입장보다과거제도에대해좀더긍정적인시각으로기울게된견해를대변하는용어이다.물론저자는고전리터러시와충분한‘문화자본’을기본전제로요구하면서애초부터인구의절대다수를배제했던명청시대과거제도의한계를분명히지적하면서엘리트층위주의‘적당한’사회적순환이라는차원에서이런개념을쓰고있다.그러나과거제도가‘의도치않게’갈수록다양한직업적,사회문화적출로와대안의가능성을열어준수많은문해력소유자를양산했다는점과더불어세계적으로가장조숙하고능률적인시험제도를안정적으로운용하여(제한적이기는하지만)사회적유동성을만들어낸‘개방성’에대해긍정적의미를부여하는입장을보인다.기존에우리가흔히생각해온것과는달리저자는과거제도가전반적으로중국의근대국가건설에장애가되지않았다고평가하고있기도하다.
저자는중국과거제도는결국몰락했지만아이러니하게도근대이후전세계대규모시험제도의조숙한선례가되었음을지적한다.심지어현대중국공산당원선발시험을그연장선상에서바라보고있기도하다.교육과정과시험내용은다르지만,확실히과거시험은오늘날공무원시험이나입시등각종시험과비견할만한점들이적지않다.또저자가언급한엘리트층내부의제한적인사회적순환은갈수록심화되는우리사회의양극화와그대물림현상을연상케하는면이있다.공정성에그어느때보다민감한최근청년층의정서역시이와맞물려있는문제임은물론이다.저자가재구성한중국명청시대의과거문화사는그자체로서의가치와의미외에도오늘의우리사회가안고있는사회문화적현상과문제들에도시사하는바가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