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고꼭국적이있는것은아니다
이책의주제인조선적(朝鮮籍)이란식민지조선에서일본으로‘이주한’조선인이패전후에타의에의해갖게된일본내법적지위다.이는패전국일본이‘창조’한외국인등록상의분류이며,제국시기의조선인차별을‘국민이아님’을제도화함으로써유지하기위한근거로기능하고있다.따라서조선적이북한국적을가리키는것은아니다.이리하여패전후일본에서모든조선인이조선적자가되었다.1948년에성립한대한민국에귀속하기를원했던이들은조선적에서한국적으로등록을변경했다.다만1965년한일수교까지한국적또한외국국적으로인정되지않았다.즉해방민족조선인은일본법제도상그모두가어느국가에귀속하지않았고,할수도없었다.
주민도재외동포도아닌,고향방문조차어려운대한민국국민
1965년한일수교로한국국적을선택한조선인은‘국적이있는외국인’으로서일본정주를위한법적지위를갖게되었다.이때대한민국을선택하지않았던이들이오늘날조선적자다.한국정부에동조한일본정부는이들의거주권을제도로서인정하지않았다.이렇게재일코리안사회는남북분단과냉전논리가깊숙이개입하여분단되었다.한국정부는오늘날에이르기까지조선적자를획일적으로북한지지자로여겨이를제도화하고있다.대한민국이이들에게부여한법적지위란주민도재외동포도아닌,고향방문조차어려운대한민국국민인‘외국거주동포’라는것이다.재일코리안중약98%가남한출신자임에도조선적자는고향방문조차쉽지않다.남북교류협력법으로‘북측인사’에게발급되는여행증명서로입국이가능하지만,역대정권의정치적재량에따라입국허용과불허가반복되었다.
‘빨갱이’보다더무거운국민국가에귀속하지않는죄
조선적자중에는확실히북한/조총련과친화성을갖는이들이다수를차지하며,국가로서의북한에대한귀속의식을갖는경우도적지않다.그러나여러명의필자가지적하듯조선적자중에는이들과다른정치적성향을지닌이들도존재한다.이처럼정치적다양성이존재함에도‘민단-조총련’이라는이분법적접근으로재일코리안사회를포착해온것이그동안의한국정부그리고사회일반의인식이다.지극히현실과괴리되는것이라고하지않을수없다.이들‘비북’조선적자는일제강점이전의통일된고향으로서의조선을희구하기에분단국가어느한쪽에귀속될것을거부한다.이들에게조선적이란‘국적미선택’을능동적으로선택하는의지의표징이다.현실적으로분단국가양측의존재를부정하기는어렵지만,분단국가의존재자체가이미이들의통일과모순적이다.이러한맥락으로‘비북’조선적자중에는남북교류협력법에근거한여행증명서에의한한국입국을거부하는이가있으며,이책에서는그의주장이논의되고있다.
한편,국적이있어야대한민국의재외동포가될수있음을규정하는현행재외동포법은조선적자를‘모조리‘북’’으로간주하여배제하기위해교묘하게설계된제도로비추어질수있다.혈통에근거한대한민국의재외동포개념과모순되기때문이다.이처럼누가대한민국의‘우리’인가를규정하는제도는재일코리안사회의실태를외면한채국가의독점적권력에의해이분법으로누군가를배제함으로써성립된다.심지어국민국가대한민국의독점적통치를일시적으로라도받아들여‘북측인사’에게발급되는여행증명서사용을마다하지않은이들에게는그나마한국입국이허용되지만,국가에의귀속자체를거부하는‘비북’조선적자에게는정국이어떻게기울든고향을관광하는일조차허락되지않는다.이런일이반공을국시로하는대한민국에서벌어지고있으니여간아이러니한일이아니다.이는분단이전에국민국가라는틀자체의한계다.
왜트랜스내셔널한관점이필요한가?
이책의부제‘트랜스내셔널의관점’은이러한한계를극복하기위한사고틀로유용하다.국가보다도사람이나문화,정보등을주체로포착하는이러한논의는국민국가논리에강하게구속된남쪽분단국가구성원들의사고폭을넓히는데다음세가지측면에서도움을줄것이다.첫째,누구나가통일은물론사회전반의문제에대해주체가될수있다는인식을높이는일이며,둘째,재외동포를비롯한나와다른존재도더널리포용하기위한사고의유연성을갖추게될것이다.그리고셋째,타자와‘우리’사이의관계성구축에있어수평적사고에입각한평등의식이전제되어야함을인식하게될것이다.
냉전과국가논리가강하게지배하는동아시아에서는인간개개인의소통조차쉽사리이루어지지못하고있다.국가로국한되지않은다양한경로가마련되어야비로소이지역의대화가끊임없이지속될것이며화해도기대해볼수있을것이다.이책을통해독자는글로벌화된사회가무색해질정도로국민국가논리로삶을지배받는조선적자가놓인현실을이들을둘러싼법과정치그리고당사자들의삶을직시하게될것이다.이책을접함으로써일본제국의해체와냉전그리고분단이라는‘제국후’현상이조선적자와재일코리안을둘러싼‘남의일’로그칠것이아니라여전히‘우리’의일상에도영향을미치고있음을재인식할계기가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