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항쟁과 탈식민화의 문학 - 냉전과 식민의 글로벌 동아시아 문학 총서 6

4·3항쟁과 탈식민화의 문학 - 냉전과 식민의 글로벌 동아시아 문학 총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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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4·3담론의 새로운 장을 열다
제주4·3사건 제76주년, 2024년 현재 4·3사건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떠한 성격 규정도, 역사적 평가도 없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2조)으로 정의되는 ‘제주4·3’의 정명(正名)에 첫 걸음을 내딛다.
국가의 억압 속에서 4·3을 연구하기 시작했던 1980년대에는 4·3을 항쟁으로 보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6월항쟁 이후 4·3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의 사과가 이루어지면서 국가폭력 문제가 전경화되자 항쟁으로서의 4·3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가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이행기 정의의 한 양상으로 존중되어 마땅하지만, 거기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4·3을 더 이상 수난과 희생에만 가두어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항쟁의 측면에 집중하여 담론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였다.

4·3을 항쟁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작업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냉전 반공주의 고착 이후 4·3항쟁의 주체를 남로당이라고 보는 견해가 주류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들은 해방 직후 당시의 자료를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는 일을 시작으로, 미국과 소련이라는 제국을 염두에 두면서 남북 좌우의 모든 방면을 고찰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제주신보』 이외에 새로 발굴된 다양한 자료와 4·3항쟁을 재현한 작품을 다시 고찰하면서 항쟁의 주체들이 내세웠던 단선 반대의 음직임이 남북협상을 통한 통일 독립운동의 큰 흐름 속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바로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은 세력을 반대하고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주 독립국가를 만들려고 하였던 노력이었다. 더불어 그동안 항쟁의 주체로 널리 받아들여졌던 남로당은 그 저항의 흐름에 편승한 일부 세력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그러한 관점은 5·10단독선거 이후 상층부에서 자리잡기 시작하여 10월부터 전개된 제주도 초토화 작전 이후 굳어진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통일 독립운동으로서의 4·3항쟁은 비단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맥락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1870년대 이후 전 지구가 제국주의 억압으로부터 심한 고통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저항이 강했던 지역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새로 등장한 미국과 소련이라는 제국 국가들의 탐욕 아래, 가장 선도적으로 통일 독립국가의 열망을 갖고 저항에 나섰던 곳이 바로 제주도였다. 그런 점에서 4·3항쟁은 탈식민화운동의 최전선에 선 세계사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오키나와, 타이완, 베트남 등등 여러 지역과 나라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시론적 성격의 글을 발표하였던 것 또한 4·3항쟁의 세계사적 의의를 밝히는 문학 연구 작업의 일환이다. 필자들이 접한 많은 국내외의 문학 작품들은 수난에서 항쟁으로 4·3 인식의 전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른 회고들과 함께, 많은 상상력을 제공하였다. 항쟁의 시각을 견지한 김석범, 김시종, 현기영의 문학이 주된 연구 대상이었음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밀항자들을 정치적 난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연구도 동일한 차원의 작업이었음은 물론이다.
저자

김재용,김동윤

저자:김재용

1960년통영출생.원광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이자지구적세계문학연구소대표,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문학포럼대표,『지구적세계문학』발행인및편집인.저서로『분단구조와북한문학』,『협력과저항』,『풍화와기억』,『세계문학으로서의아시아문학』등이있다.



저자:김동윤

입도조가제주섬에정착한지600년넘은집안에서1964년태어난후군복무와장기국외연수를포함한약4년의기간을제외하고는줄곧제주에서만지낸토박이다.제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현대소설을전공하여박사학위를받았으며,2005년부터모교의교수로근무하고있다.제주대학교인문대학장·탐라문화연구원장·신문방송사주간등을역임하였고,류큐대학인문사회학부객원연구원신분으로1년동안오키나와에서지내기도했다.문학평론가로도활동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작은섬,큰문학』(2017),『소통을꿈꾸는말들』(2010),『제주문학론』(2008),『기억의현장과재현의언어』(2006),『우리소설의통속성과진지성』(2004),『4·3의진실과문학』(2003),『신문소설의재조명』(2001)등이있으며,『김석범한글소설집-혼백』(2021)을엮어내었다.

목차

서문_항쟁의상상력

제1부4·3항쟁은남북협상의통일독립운동이다

제1장남북협상의단선반대운동과4·3인식의전환-항쟁주체규명을위한시론
제2장4·3의통일독립과비남로당계항쟁주체
제3장남북협상파문인으로서의김기림
제4장세계문학으로서의재일조선인문학-김석범과김시종
제5장폭력과권력그리고민중-4·3문학,그안팎의저항적목소리

제2부김동윤4·3문학과동아시아의탈식민화

제1장역동하는섬의상상력-오키나와·타이완·제주소설에나타난폭력과반(反)폭력의양상
제2장정치적난민의실천과월경(越境)의상상력-김시종문학의분투
제3장김석범한글소설의양상과의의-단편3편과미완의『화산도』
제4장재일4·3난민의좌절과재생-김석범장편소설『바다밑에서』
제5장환대공동체에서제외된장소상실의존재-제주소설의4·3난민형상화방식
제6장자주적평화공동체로가는제주섬의혁명과사랑-현기영장편『제주도우다』

출판사 서평

4·3담론의새로운장을열다

제주4·3사건제76주년,2024년현재4·3사건은어디로가고있는가.
어떠한성격규정도,역사적평가도없이“1947년3월1일을기점으로1948년4월3일발생한소요사태및1954년9월21일까지제주도에서발생한무력충돌과그진압과정에서주민들이희생당한사건”(「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제2조)으로정의되는‘제주4·3’의정명(正名)에첫걸음을내딛다.
국가의억압속에서4·3을연구하기시작했던1980년대에는4·3을항쟁으로보고접근하려는노력이없지않았다.하지만6월항쟁이후4·3특별법이제정되고국가의사과가이루어지면서국가폭력문제가전경화되자항쟁으로서의4·3은물밑으로가라앉아가는양상을보였다.이는이행기정의의한양상으로존중되어마땅하지만,거기에만만족할수는없다.다시말해4·3을더이상수난과희생에만가두어둘수는없는것이다.이책은시간이훨씬지난후에역사의흐름을되돌리는일이결코쉽지않을것이라판단하고항쟁의측면에집중하여담론화하는작업을본격적으로진행하였다.

4·3을항쟁의관점에서연구하는작업은그리만만하지않다.냉전반공주의고착이후4·3항쟁의주체를남로당이라고보는견해가주류화되었기때문이다.이에필자들은해방직후당시의자료를새로운눈으로들여다보는일을시작으로,미국과소련이라는제국을염두에두면서남북좌우의모든방면을고찰하는작업을수행하였다.
『제주신보』이외에새로발굴된다양한자료와4·3항쟁을재현한작품을다시고찰하면서항쟁의주체들이내세웠던단선반대의음직임이남북협상을통한통일독립운동의큰흐름속에놓여있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이는바로미국과소련을등에업은세력을반대하고일본의식민지에서벗어난진정한자주독립국가를만들려고하였던노력이었다.더불어그동안항쟁의주체로널리받아들여졌던남로당은그저항의흐름에편승한일부세력에지나지않음을확인하였다.그러한관점은5·10단독선거이후상층부에서자리잡기시작하여10월부터전개된제주도초토화작전이후굳어진것에불과했던것이다.

통일독립운동으로서의4·3항쟁은비단한반도뿐만아니라세계사적맥락에서도큰의미를가진다.1870년대이후전지구가제국주의억압으로부터심한고통을받았는데그중에서도한국은가장저항이강했던지역이다.제2차세계대전이후로새로등장한미국과소련이라는제국국가들의탐욕아래,가장선도적으로통일독립국가의열망을갖고저항에나섰던곳이바로제주도였다.그런점에서4·3항쟁은탈식민화운동의최전선에선세계사적운동이라고할수있다.
오키나와,타이완,베트남등등여러지역과나라들에지속적으로관심을기울이면서시론적성격의글을발표하였던것또한4·3항쟁의세계사적의의를밝히는문학연구작업의일환이다.필자들이접한많은국내외의문학작품들은수난에서항쟁으로4·3인식의전환을마련하는과정에서,다른회고들과함께,많은상상력을제공하였다.항쟁의시각을견지한김석범,김시종,현기영의문학이주된연구대상이었음은당연한것이었으며,밀항자들을정치적난민의관점에서접근하는연구도동일한차원의작업이었음은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