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명인! 당신은 누구세요? - 소명영미시인선 1

나는 무명인! 당신은 누구세요? - 소명영미시인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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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영문학계의 주요 시인들을 선별하고, 시를 선별하여 모아 낸 ‘소명영미시인선’ 시리즈이다. 『나는 무명인! 당신은 누구세요?』는 그 첫 번째 책으로, 19세기와 20세기를 문학적으로 연결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선집이다.

저자

에밀리디킨슨

저자:에밀리디킨슨
EmilyDickinson,1830.12.10~1886.5.15
미국매사추세츠주의애머스트에서태어나애머스트아카데미를거쳐마운트홀리요크여자신학교에서잠시공부하였다.현재1,800여편의시가알려져있으나,그녀가살아있을때발표한시는10여편에불과하다.흔히삶,사랑,자연과죽음의주제로분류되는디킨슨의시들은간결하면서도아주강렬하다.주제마다번득이는재치와진솔한열정과예리한통찰이돋보인다.

약자:김천봉
1969년에완도에서태어나항일의섬소안도에서초·중·고를졸업하고,숭실대영어영문과에서학사와석사,고려대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숭실대와고려대에서영시를가르쳤으며,19~20세기의주요영미시인들의시를우리말로번역하여소개하고있다.최근에『윌리엄블레이크,마음을말하면세상이나에게온다』를냈다.

목차


제1부/인생
성공
명성은벌같다
명성은쉽게상하는음식
나는무명인!당신은누구세요?
도서관에서

외딴집
외과의사
하나님은의사인가?
한가슴이라도아리지않게한다면
기쁨은마치비행같다
가슴은기쁨을우선하기에
고통의신비
큰고통후에는
실감
슬픔
‘시간이약’이라고들한다
인생은거래
알프스의하얀빛
초상화

거리가유리였다
희망은깃털달린새
희망은교묘한대식가
시력
기차
토요일오후
나는가능성속에서산다
잃어버린생각
내삶은장전된총처럼서있었다
큰소리로싸우는것도매우용감하지만
결투
배제
굶주림
대조
집으로
귀가
금단의열매1
금단의열매2

그녀는예쁜말들을칼날처럼다뤘다
잊히고만다
너를택할까?
나는어떤그림을그리기보다는
시인들은등불을밝힐뿐
그들은나를산문속에가뒀다
기니금전한닢가지고있었는데
기억에서달아나는

경험
누구세요?

제2부/사랑
사랑
세상에있는것은사랑뿐
왜내가당신을사랑하느냐고요?
사랑받는이들은죽지않는다
한꽃송이에
한꽃송이
이식
작은가슴속의냇물
가을에당신이오신다면
출구
증거
연인들
달은바다와멀리떨어져있지만
사랑은겸손
그분이나를어루만져
족했다
결혼
편지
소유
갈망
사나운밤!사나운밤!
가슴아,같이그이를잊자!
미워할시간이없었다
너무행복한시간은절로녹아버린다
우리는사랑을잃으면
벨트
잃어버린보석
유산
부활
신기한변화

제3부/자연
이것은내가세상에보내는편지
어머니자연
자연의변화
산들은몰래몰래자라난다
나의민감한귀에잎들이속삭였다
초원을이루는데는
바닷가
일몰1
일몰2
금빛으로타올랐다보랏빛으로꺼져가며
밤의도래

정원에서
삼월에게
울새
딱따구리
사월
튤립
산사나무꽃
장미
아무도이작은장미를모르리
왜?
혹시꽃을사고싶으세요?
아이들이손님에게작별을고하듯

한이슬이충만해서
고치
나비의계절
여름소나기
슬픔처럼아련하게
인디언서머
나의귀뚜라미
저녁
바람의방문
가을
수다
버섯


수수한삶


누가숲을훔쳤나?
다친사슴이가장높이뛴다
인간
구식
나는화산을보지못했다
한줄기빛살이비스듬히

제4부/죽음과그후
사람들이사라진다는걸알았다
끝나는날까지
혹시내가죽더라도
천국에가겠죠!
내삶은닫히기전에두번닫혔다
전장
내가보았던유일한유령이
유령들
주님
어떤이에게는치명-타가부활-타다
죽었다
집안에서부산떠는것은
내머릿속에서장례식을치르는것같았다
내판결문을차분하게읽었다
회상
내가죽었을때윙윙파리소리들었다
나는미를위해죽었다
전차
죽음
나는황무지를본적이없다
불멸
출항
떠나간다!작은배가떠나간다!
들리지않는선율
승리
비밀
나는천국에갔다

에밀리디킨슨의삶과문학

출판사 서평

에밀리디킨슨의생애
에밀리디킨슨은1830년12월10일매사추세츠주의애머스트에서태어났다.디킨슨은200년전에신대륙으로이주하여자수성가한가문의후손으로,3남매중둘째였다.디킨슨에게시인들을소개해주고직접시를쓰는계기를마련해준사람으로흔히벤저민뉴턴이거론된다.2년간디킨슨의아버지에게법률을공부한법학도로서,그녀에게영국의낭만주의시인윌리엄워즈워스의시를접하게해주고미국초월주의운동의대부랠프월도에머슨의첫시집을선물해준사람이었다.그러나안타깝게도벤저민이결핵으로일찍죽는바람에두사람의인연은금시에끝나버리고만다.
1850년대중반,갖가지만성질환에시달리던어머니가결국몸져눕게되었고,디킨슨이집안살림을도맡아하게되면서자연스럽게그녀의칩거생활이시작되었다.어머니가1882년에돌아가신것을감안하면거의30년에가까운세월이다.바깥세상으로부터점점멀어진디킨슨은1858년여름부터그동안써온시들을재검토하여깨끗하게필사하고그것들을원고형태의책으로묶기시작한다.그렇게1858년부터1865년까지엮은원고시집이40권이나되었고시의편수로는거의800편에달했다.그러나그녀가살아생전에이시집들의존재를아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

한줌의재로사라질뻔한1,800여편의시
에밀리디킨슨의여동생라비니아는언니가죽은뒤,편지들과함게깔끔하게필사해서엮어놓은40여권의원고시집과철하지않은상태의시원고들을발견하였다.그중에서언니가주고받은편지들을고인의유언대로대부분불태웠다.그때그녀가시의원고들까지몽땅불태워버렸다면에밀리디킨슨은후세에무명작가로남았을것이다.다행히도,라비니아는언니의시를보자마자그진가를알아보고곧장출간을서둘렀다.그렇게해서1890년11월에디킨슨의첫『시집』이출간되었고,1891년에두번째『시집』,1896년에세번째『시집』이연달아시리즈로출간되었다.첫시집은2년동안11쇄가나왔고두번째시리즈도2년만에5쇄를내며대단히성공했다.이시집들의편집자는에밀리디킨슨의문학적스승이었던히긴슨과그녀의오빠윌리엄의연인메이벌토드였다.1955년에는토머스존슨이디킨슨의원고를그대로살려세권으로엮은전집을처음으로세상에내놓았고,3년후에씨어도라워드와함께디킨슨의편지들도출간하기에이른다.

하얀무명천을걷고,그뒤의예술가를찾아서
에밀리디킨슨의시에대한초기비평은마치소복같이하얀드레스를입고집에서은둔생활을했던그녀의기괴한삶에초점이맞춰져있었다.그야말로그녀의숨겨진삶을들춰내는작업이었다.그러나그녀는혁신적인여성시인으로서,19세기낭만주의시대를넘어미국현대시의원조로까지통하고있다.유명한비평가해럴드블룸은월트휘트먼,월리스스티븐스,로버트프로스트,T.S.엘리엇등과함께,에밀리디킨슨을주요미국시인으로꼽았다.에밀리디킨슨의시는삶,사랑,자연과죽음과같은주제로분류된다.그녀의시는간결하면서도아주강렬하다.주제마다번득이는재치와진솔한열정,예리한통찰이돋보인다.그것이그누구도흉내낼수없는철저한예술가에밀리디킨슨의변별적특질들이라할수있다.

책속에서

나는무명인!당신은누구세요?
당신-역시-무명인이에요?
그럼우리둘이짝꿍이네요!
말하지마세요!다들떠벌릴테니-알잖아요!

유명인이-되면-얼마나따분한데요!
하도많이공개되어-개구리처럼-
우러러보는늪에대고-6월내내-
개굴개굴자기이름알려주느라요!
「나는무명인!당신은누구세요?」

한가슴이라도아리지않게한다면,
살아갈내삶이헛되지않으리라.
어떤삶의고통을덜어주거나,
어떤근심을가라앉혀주거나,
기절할듯한울새를도와서
둥지로돌아가게해준다면,
살아갈내삶이헛되지않으리라.
「한가슴이라도아리지않게한다면」

미워할시간이없었다,왜냐하면
무덤이나를방해할테고,
내가증오를끝낼수있을만큼
삶이그리충분하지않았기에.

사랑할시간도없었다,하지만
무슨일이든해야만하기에,
조금이나마애써사랑했는데,내게는
충분히넉넉한삶이었던것같다.
「미워할시간이없었다」

누가문을두드리지?사월이다!
문을잠가버리자!
쫓기고싶지않아!
1년이나멀리떠나있더니
하필내가바쁠때찾아왔잖아.
그래도네가오니까금시에
사소한일들이정말사소해보여서
비난이꼭귀한칭찬같고
칭찬도그저비난같지만.
「삼월에게」부분

나는감히내벗을떠나지못하리라
왜냐면-왜냐면내가없는사이에
혹시벗이죽으면내가-너무늦게-
나를원했을그가슴에이를테니.

보고파서애타게찾고또찾으며
나를“볼”때까지-나를볼때까지
애써견디며차마감지못할
두눈을실망시키느니

내가꼭올거라며-내가꼭올거라며
더디오는나의이름을부르며
귀를기울이다가귀를기울이다가잠들
끈질긴믿음에상처를주느니-

차라리내가슴이먼저부서지기를
그렇게부서져,그렇게부서져서
한밤서리가내린곳에다음날
아침햇살처럼부질없기를!
「끝나는날까지」

디킨슨의칩거생활이시작된시점도이즈음이었다.1850년대중반부터갖가지만성질환에시달리던어머니가결국몸져눕게되었고,디킨슨이집안살림을도맡아하게되면서자연스럽게그리된것이었다.어머니가1882년에돌아가신것을감안하면거의30년에가까운세월이다.신경쇠약,광장공포증,간질등의병때문에,아니면30대에겪은실연의아픔때문에디킨슨이스스로은둔의길을택했다는주장도있으나,신비감은좀떨어져도,의지와상관없이그녀에게주어진어쩔수없는현실때문에그렇게되었다고보는것이옳을듯싶다.
자의에서그랬든타의에서그랬든,바깥세상으로부터점점멀어진디킨슨은1858년여름부터그동안써온시들을재검토하여깨끗하게필사하고그것들을원고형태의책으로묶기시작한다.그렇게1858년부터1865년까지엮은원고시집이40권이나되었고시의편수로는거의800편에달했다.그러나그녀가살아생전에이시집들의존재를아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
「에밀리디킨슨의삶과문학」에서

1860년대말부터에밀리디킨슨은외부출입을삼가고철저한칩거생활에들어간다.집으로찾아온손님들에게도얼굴을보이지않은채방의문을사이에두고얘기를나눌정도였고,또이때부터하얀무명드레스를즐겨입었다.(…)왜하필이면수의를연상케하는하얀옷이었을까?혹시미리부터죽음을예비하고있었던것은아닐까?1874년6월16일에디킨슨은소중한아버지를잃었다.(…)또1년후,1875년6월15일에어머니마저뇌졸중으로쓰러져서부분마비에기억손상까지겹쳤다.당연히가족들의부담이가중되었을텐데,어머니가돌아가신것은5년후인1882년11월14일이었다.30년가까이병석에누워있었던어머니-디킨슨의시중에서유독죽음에관한시가많은것은어쩌면그녀때문인지도모른다.(…)디킨슨의말년은그렇게죽음이그림자처럼따라다니는슬프고아픈나날의연속이었다.1884년여름어느날디킨슨은부엌에서빵을굽다가기절한다.그리고얼마후에그녀도병을얻어서2년후인1886년5월15일저녁6시무렵에55세의나이로끝내숨을거둔다.
「에밀리디킨슨의삶과문학」에서

에밀리디킨슨의시에대한초기비평은마치소복같이하얀드레스를입고집에서은둔생활을했던그녀의기괴한삶에초점이맞춰져있었다.그야말로그녀의숨겨진삶을들춰내는작업이었다.그러나어느새그녀는아주혁신적인여성시인으로서,19세기낭만주의시대를넘어미국현대시의원조로까지통하고있다.
「에밀리디킨슨의삶과문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