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자유시의 원천과 그 실험들 : 최남선에서 김억까지

한국 근대 자유시의 원천과 그 실험들 : 최남선에서 김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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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유시의 기원이라는 곤경
한국의 근대시는 자유시이지만 자유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정의하기 어렵다. 대개는 전통 시가의 엄격한 정형적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으로 창작된 시로 간주된다. 그런데 전통 시가에서 근대시의 이행이라는 보편적 발전 과정이 한국시사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자유시란 정형시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지만 우리의 전통 시가가 정형성을 확고하게 담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시를 자유시로 간주했던 최초의 입론자들이 마주했던 곤경은 이런 것이다.
자유시란 그 기원적인 면에서 늘 결여된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전통 시가에서 이탈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탈의 근원 또한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정형시가 없었으므로 자유시는 출발할 지점을 출발하기 전부터 상실했던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자유시 담론은 언제나 ‘자유시의 역사적 기원’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자유시의 역사적 기원이 외래적인 것에 있다는 것은 그 기원이 외래적인 것이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자유시의 역사적 기원을 시가사의 연속적 과정에서 놓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시는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저자

박슬기

저자:박슬기
연세대학교인문학부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한림대학교인문학부국어국문학전공교수를거쳐,현재서강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재직하고있다.한국근대자유시의기원에대해탐색한『한국근대시의형성과율(律)의이념』(소명출판,2014)을출간하였으며,비평가로서의작업을모은비평집『누보바로크』(민음사,2017)와한국시에서의리듬을이론적측면에서조명한『리듬의이론』(서강대출판부,2018)을출간하였다.

목차


책머리에

서론자유시라는기호,기원의은폐혹은상징화1.근대자유시의담론적난국
2.자유시형식의문제
3.근대문학으로서의자유시규정
4.자유시의은폐된혹은결여된기원을찾아서

제1장교호하는장,소년과청춘의장
1.편집자최남선과『소년』이라는매체-심급
2.계몽의빈틈,근대적주체성의장소
3.『청춘』의문학,근대문학의전도된기원

제2장개화기의신시의식과시적실험의양상
1.근대시의인식과언문풍월
2.최남선의신시에서의율의문제
3.한국근대시의형성과최남선의산문시

제3장자유시인식과한국근대시의새로운리듬
1.한국과일본에서의자유시론의성립
2.김억의번역론,조선적운율의정초가능성
3.한국근대시의새로운리듬론,리듬음성중심주의를넘어서

결론자유시라는이념과그실천적과정의시사적의미

출판사 서평

자유시의기원이라는곤경
한국의근대시는자유시이지만자유시가정확히무엇인지는정의하기어렵다.대개는전통시가의엄격한정형적틀에서벗어나자유로운형식으로창작된시로간주된다.그런데전통시가에서근대시의이행이라는보편적발전과정이한국시사에서는뚜렷하게드러나지않는다.자유시란정형시를전제로하는개념이지만우리의전통시가가정형성을확고하게담보하고있지않기때문이다.한국근대시를자유시로간주했던최초의입론자들이마주했던곤경은이런것이다.
자유시란그기원적인면에서늘결여된것으로보였다.그것은전통시가에서이탈한것이라는점에서문제였지만,더중요한것은그이탈의근원또한없어보였기때문이다.말하자면정형시가없었으므로자유시는출발할지점을출발하기전부터상실했던것이다.그런측면에서자유시담론은언제나‘자유시의역사적기원’을창출할수밖에없다.자유시의역사적기원이외래적인것에있다는것은그기원이외래적인것이지없다는것은아니다.자유시의역사적기원을시가사의연속적과정에서놓는것역시마찬가지다.자유시는그자체로존재할수없는장르였기때문이다.

자유시의원천적장으로서개화기
이런차원에서이책은한국근대자유시의기원을탐구하기위해1900년-1920년까지의통상개화기로불리는시기를다루었다.이는기왕의한국근대시발전론을재고하고자유시로서의근대시를인식하고실험하던당시의다양한양상을살펴봄으로써한국근대시가전통시가의인식과새로운시에대한인식이교차하고갈등하는와중에역동적으로생성되어온과정을확인하고자하는것이다.1919년의자유시선언이나오기전까지,개화기는확실히근대적자유시가발생한원천적인장(場)이다.그것이개화기가‘과도기적시기’라고하는것의진정한의미다.그러나이것은개화기가시간적으로앞서있거나자유시를성립시키기위한준비기간이기때문이아니다.‘새로운문학’을세우려는지식인들의의지가‘기왕의문학’이점유하고있었던토대와마주치면서전통적인것과새로운것이만나고생성되는장이었기때문이다.

한국근대자유시의담론적지평
이를위해서는한국의근대시는자유시라는인식자체를점검하면서당대근대시담론을근대문학및근대성담론의지평에서재구성할필요가있었다.통상적으로한국근대시사연구가근대시인식과발생을둘러싼문학개념의변화나매체적변화등을다루지않았던것은아니지만,논의의중심에는언제나근대자유시를근대시의최종적형태로전제하는의식이놓여있었다.그러나자유시는시창작과수용을둘러싼모든변혁적조건들속에서그것의구조적인효과로서출현한것이며,동시에그효과안에구조가존재하는내재성의형식이다.따라서자유시는당대의조건들을떠나서는결코설명될수없다.자유시의선언과지향,완성에관한당대의열망은역설적으로자유시개념과형식자체가완성될수없는것이었기때문에발생한것일테다.이러한차원에서근대자유시는뛰어난개인들의성취에서가아니라아직완성되지못한실험들속에서,이상과창작의괴리속에서살펴져야한다.

조잡한성좌들,최남선에서김억까지
따라서이책에서는최남선의『소년』과『청춘』이보여준문체적,문학적실험을통해근대문학이라는기존의관념에균열을내는지점을포착하고자했다.한국근대시연구에서는최남선과이잡지들이만든문학-장에크게주목하지않았지만,이책에서는이장이야말로근대문학이그리고그하위범주로서의근대시가출현할수있었던가장중요한계기였다고바라본다.언문풍월이라는유사한시나,산문도시도아닌산문시들이어떻게자유시인식및창출과관련을맺는지또한이러한문제의식을바탕으로조명하고자했다.조잡하고실패한것으로간주된이실험들속에1920년대이후본격적으로출현한자유시의원천이발견된다.김억과황석우,주요한등자유시론자들의시와시론은내적으로는개화기의시적실험들을계승하고외적으로는서구와일본의자유시론과견주면서탄생한것들이다.비록이들이탁월한자유시를창작하지는못했으며이때문에한국현대시사의위대한시인들의명단에이름을올리지는못했으나이들의자유시인식과미숙한성취는그자체로자유시가하나의장르가아니라과정이라는점을보여준다.자유시는근대시의한하위장르가아니라,한국의근대시가성립하고발전해온원천적개념이자그전체과정그자체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