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을 건넌 근대 동아시아 사절단 -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해역인문학 자료총서 11

대양을 건넌 근대 동아시아 사절단 -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해역인문학 자료총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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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근대 동아시아 사절단의 출사(出使)일기
해외 여행기는 학계에서 어느 정도 연구가 이루어졌다. 서양인 탐험가나 선교사가 문명과 야만의 시각에서 19세기 동아시아 사회를 바라본 글이 적지 않고, 거꾸로 동아시아인이 서양문명을 대외관계의 충돌, 중서문화의 교류, 여행 문학 등의 시각에서 다룬 글도 제법 있다. 그런데 근대 시기 한ㆍ중ㆍ일의 서양에 관한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해양 문명 관련 연구는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연구자들이 사절단이나 출사대신 개인의 여행경험이나 외교활동에만 주목해서인 듯싶다. 하지만 그들은 해양 문명을 가장 실감나게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실에 착안해 이 책에서는 해양사의 각도에서 근대 시기 청국, 일본, 조선에서 여러 차례 파견한 해외 사절단의 출사일기를 분석해 그들의 해양 문명관을 탐색하였다. 한·중·일 사절단 경험을 비교 분석하면 양국의 근대화 과정의 일단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해양 문명을 자각하는 과정은 곧 전통 중국적 세계질서가 해체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동시에 근대 국민국가의 건설을 암시하기에 의미심장하다.

벌링게임 사절단과 이와쿠라 사절단
벌링게임(Burlingame) 사절단과 이와쿠라(岩倉) 사절단은 19세기 후반 청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해외 사절단으로 세계 일주 여행을 하였다. 항행 중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은 물론이고 지중해, 중국해와 같은 넓은 바다를 건넜다. 그들이 여행할 무렵 대동양에서 태평양으로 명칭이 바뀌는 과정은 동아시아인들에게 대양이라는 새로운 지리적 공간을 경험하는 놀라움과 함께 하였다. 양국 사절단의 기록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인 지강(志剛)과 장덕이(張德彝)의 여행기에는 증기선과 증기기관, 풍랑과 뱃멀미 등과 같은 대양 항해의 기억이 풍부한 반면, 일본인 구메 구니타케(久米邦武)의 여행기에는 그런 내용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와쿠라 사절단의 경우 막말 해외 사절단의 풍부한 기록을 통해 대양 항해가 어떤지 이미 간접경험을 했거나, 혹은 일행 중에 해외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 충격이 완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일본은 해국(海國)이란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고, 청국도 이 용어를 이따금 사용하는 데 반해. 조선은 거의 해국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런 평범한 사실이 근대 동아시아 삼국의 해양 문명에 대한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중국과 천하는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을 산업혁명의 놀라운 발명품인 증기선으로 건너면서 지구가 둥글다거나 바다가 육지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다. 그리고 대양 항해 중에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따라 밤낮과 사계절이 생긴다는 근대적 시간관념을 인식할 수 있었다. 날짜변경선의 이해, 즉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여행하면 하루가 더 많아진다.”라는 시차 문제의 자각은 근대적 시간과 거리 관념의 수용을 가져왔다. 이런 근대과학의 지구설과 지리관을 수용할 경우, 세계 어느 지역도 중심이 될 수 없다는 탈중심화로 연결되면서 전통적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지강이 귀국 길에 쓴 글에는 외국인으로부터 ‘중국’이란 명칭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중국은 더 이상 지리적 중심이 아니라 도통의 맥락에서 중도(中道)의 나라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여행을 통해 중국의 남극이나 북극이 천하의 남극이나 북극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명백해졌기 때문인데, 지리관에서 중국과 ‘천하’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일주의 두 가지 노선
개항 이후 조선인의 구미 여행도 대부분 외교사절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조선인의 세계 일주는 청국과 일본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노선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코스는 청국 상해(혹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발해 태평양, 미대륙, 대서양, 영국, 유럽, 지중해, 홍해, 인도양, 남중국해를 거쳐 상해(요코하마)로 들어오는 경로이다. 태평양을 건너 미대륙을 횡단한 후 다시 대서양을 건너는 동쪽 방향이다. 두 번째 코스는 청국 상해(혹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발해 동중국해, 싱가포르, 인도양, 수에즈운하, 지중해, 유럽과 영국을 거쳐 다시 거꾸로 지중해, 수에즈운하, 인도양, 싱가포르, 동중국해를 거쳐 상해(요코하마)로 돌아오는 경로이다. 이른바 제국 항로는 영국이 인도와 중국으로 진출하던 과정에서 개척한 항로인데, 동아시아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유럽 항로라고 부를 수 있는 서쪽 방향이다. 물론 각 사절단마다 왕복하는 코스는 조금씩 달랐으며, 조선의 경우 상해와 요코하마로 건너가서 국제노선을 이용하였다.

출사일기 속에 나타난 해양 문명
이 책은 두 해 전 출판한 『근대 중국인의 해국 탐색』(소명출판, 2022년)의 자매편이다. 이전 책이 청말 출사대신의 일기를 통해 본 유럽과 일본의 해양 문명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과 조선인을 포괄한 동아시아 사절단의 출사일기 속에 나타난 해양 문명을 탐구하였다. 좀 더 범주를 확장한 셈이다. 본문의 제1부가 청국의 벌링게임 사절단과 일본의 이와쿠라 사절단의 세계 일주를 비교 분석하는 내용이라면, 제2부는 근대 조선(대한제국 포함)의 해외 사절단 여행기를 다루었다. 청국의 벌링게임 사절단이나 일본의 이와쿠라 사절단 및 조선 사절단들의 해양 문명관을 비교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근대 동아시아인들의 해양 문명 경험을 탐색하는 일은 근대 동아시아 국가의 대외관계 연구부터 오늘날 도서 분쟁과 같은 동북아시아 해양 갈등 연구까지 고루 주목받을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저자

조세현

저자:조세현
현재부경대학교사학과교수로,서강대학교사학과에서학ㆍ석사과정을마치고북경사범대학역사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저서로『淸末民初無政府派的文化思想』(社會科學文獻出版社,2003),『동아시아아나키스트의국제교류와연대』(창비,2010),『부산화교의역사』(산지니,2013),『천하의바다에서국가의바다로』(일조각,2016),『해양대만과대륙중국』(부경대출판부,2017)등이있다.최근에는이책의자매편성격을띤『근대중국인의해국탐색』(소명출판,2022)을출간하였다.동아시아근대사상문화에관심을가졌으며,요즘은주로동아시아근대해양사를공부하고있다.부경대학교박물관장,도서관장,기록관장,해양인문학연구소소장등을역임했고현재부경대학교인문한국플러스(HK+)사업단에참여하고있다.

목차

발간사
인사말
책머리에_대양을건넌한ㆍ중ㆍ일사절단

제1부벌링게임사절단과이와쿠라사절단의세계일주

제1장벌링게임사절단과이와쿠라사절단의대양항로
1.청국과일본사절단의출사과정
2.태평양
3.대서양
4.지중해

제2장청국과일본사절단이경험한미국과영국의해양문명
1.미국과영국에서의주요활동
2.미ㆍ영의해군체제
3.미ㆍ영의해양문화

제3장양국사절단이시찰한유럽과아시아의해양문명
1.유럽대륙의해양문명
2.아시아의해항도시
3.두사절단의동서문화관

소결I중국과천하는다르다

제2부조선사절단의대양항해와해양문명

제4장수신사와조사시찰단이방문한해국海國일본
1.수신사와조사시찰단의일본항로
2.일본에서경험한해양문명

제5장개항시기미국파견조선사절단이경험한태평양항로
1.보빙사일행과주미공사박정양의태평양횡단
2.미국의해항도시에대한인상
3.민영익일행의대서양횡단과제국항로를통한귀국

제6장민영환사절단의세계일주와대양항해
1.러시아로가는대양항로
2.러시아에서시찰한근대해군
3.귀국하는두가지노선

제7장대한제국시기유럽출사대신이경험한제국항로
1.1900년을전후한출사일기3종
2.제국항로를왕복하다
3.유럽에서본해양문명

소결II동양의동쪽이서양의서쪽이다

맺으며_출사대신이경험한해양문명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근대동아시아사절단의출사(出使)일기

해외여행기는학계에서어느정도연구가이루어졌다.서양인탐험가나선교사가문명과야만의시각에서19세기동아시아사회를바라본글이적지않고,거꾸로동아시아인이서양문명을대외관계의충돌,중서문화의교류,여행문학등의시각에서다룬글도제법있다.그런데근대시기한ㆍ중ㆍ일의서양에관한많은연구에도불구하고해양문명관련연구는의외로찾아보기어렵다.아마도연구자들이사절단이나출사대신개인의여행경험이나외교활동에만주목해서인듯싶다.하지만그들은해양문명을가장실감나게경험한사람들이다.이런사실에착안해이책에서는해양사의각도에서근대시기청국,일본,조선에서여러차례파견한해외사절단의출사일기를분석해그들의해양문명관을탐색하였다.한·중·일사절단경험을비교분석하면양국의근대화과정의일단을이해할수있다.그들이해양문명을자각하는과정은곧전통중국적세계질서가해체되는상황을보여주는동시에근대국민국가의건설을암시하기에의미심장하다.

벌링게임사절단과이와쿠라사절단

벌링게임(Burlingame)사절단과이와쿠라(岩倉)사절단은19세기후반청국과일본을대표하는해외사절단으로세계일주여행을하였다.항행중태평양,대서양,인도양은물론이고지중해,중국해와같은넓은바다를건넜다.그들이여행할무렵대동양에서태평양으로명칭이바뀌는과정은동아시아인들에게대양이라는새로운지리적공간을경험하는놀라움과함께하였다.양국사절단의기록에서흥미로운대목은중국인지강(志剛)과장덕이(張德)의여행기에는증기선과증기기관,풍랑과뱃멀미등과같은대양항해의기억이풍부한반면,일본인구메구니타케(久米邦武)의여행기에는그런내용이생략되어있다는점이다.아마도이와쿠라사절단의경우막말해외사절단의풍부한기록을통해대양항해가어떤지이미간접경험을했거나,혹은일행중에해외유학을다녀온사람들이포함되어있어그충격이완화되었기때문으로보인다.그런데흥미로운사실은당시일본은해국(海國)이란용어를빈번하게사용하고있고,청국도이용어를이따금사용하는데반해.조선은거의해국이란용어를사용하지않는다는점이다.어쩌면이런평범한사실이근대동아시아삼국의해양문명에대한인식수준을적나라하게보여주는사례가아닐까싶다.

중국과천하는다르다

세계에서가장큰바다인태평양을산업혁명의놀라운발명품인증기선으로건너면서지구가둥글다거나바다가육지를감싸고있다는사실을직접눈으로확인하였다.그리고대양항해중에지구의자전과공전에따라밤낮과사계절이생긴다는근대적시간관념을인식할수있었다.날짜변경선의이해,즉“태양의반대방향으로여행하면하루가더많아진다.”라는시차문제의자각은근대적시간과거리관념의수용을가져왔다.이런근대과학의지구설과지리관을수용할경우,세계어느지역도중심이될수없다는탈중심화로연결되면서전통적중국중심의세계질서에균열을일으킬수밖에없었다.예를들어,지강이귀국길에쓴글에는외국인으로부터‘중국’이란명칭에관한질문을받았을때,중국은더이상지리적중심이아니라도통의맥락에서중도(中道)의나라라고설명할수밖에없었다.왜냐하면여행을통해중국의남극이나북극이천하의남극이나북극과는다르다는사실이명백해졌기때문인데,지리관에서중국과‘천하’가다르다는사실을인정하지않을수없었다.

세계일주의두가지노선

개항이후조선인의구미여행도대부분외교사절단에의해이루어졌다.조선인의세계일주는청국과일본과마찬가지로두가지노선으로이루어졌다.첫번째코스는청국상해(혹은일본요코하마)에서출발해태평양,미대륙,대서양,영국,유럽,지중해,홍해,인도양,남중국해를거쳐상해(요코하마)로들어오는경로이다.태평양을건너미대륙을횡단한후다시대서양을건너는동쪽방향이다.두번째코스는청국상해(혹은일본요코하마)에서출발해동중국해,싱가포르,인도양,수에즈운하,지중해,유럽과영국을거쳐다시거꾸로지중해,수에즈운하,인도양,싱가포르,동중국해를거쳐상해(요코하마)로돌아오는경로이다.이른바제국항로는영국이인도와중국으로진출하던과정에서개척한항로인데,동아시아인의입장에서바라보면,유럽항로라고부를수있는서쪽방향이다.물론각사절단마다왕복하는코스는조금씩달랐으며,조선의경우상해와요코하마로건너가서국제노선을이용하였다.

출사일기속에나타난해양문명

이책은두해전출판한『근대중국인의해국탐색』(소명출판,2022년)의자매편이다.이전책이청말출사대신의일기를통해본유럽과일본의해양문명을다루었다면,이번책은중국인뿐만아니라일본인과조선인을포괄한동아시아사절단의출사일기속에나타난해양문명을탐구하였다.좀더범주를확장한셈이다.본문의제1부가청국의벌링게임사절단과일본의이와쿠라사절단의세계일주를비교분석하는내용이라면,제2부는근대조선(대한제국포함)의해외사절단여행기를다루었다.청국의벌링게임사절단이나일본의이와쿠라사절단및조선사절단들의해양문명관을비교분석하는것은의미가있다.왜냐하면근대동아시아인들의해양문명경험을탐색하는일은근대동아시아국가의대외관계연구부터오늘날도서분쟁과같은동북아시아해양갈등연구까지고루주목받을수있는주제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