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린 말들의 연대 : 재일본 조선인 잡지의 기독교, 사회주의, 트랜스내셔널 - 연세근대한국학총서 151

억눌린 말들의 연대 : 재일본 조선인 잡지의 기독교, 사회주의, 트랜스내셔널 - 연세근대한국학총서 151

$35.00
Description
억압되고 불완전한 언어들은 어떻게 연대하는가
도쿄의 이방인, 조선인들이 발신하는 자유와 평등, 저항의 메시지
비모어(非母語)의 공간과 연대
이 책은 도쿄에서 발간되었던 『기독청년』, 『현대』, 『아세아공론』, 『대동공론』에 주목하여 트랜스내셔널한 연대의 면면을 좇는다. 이들 잡지가 발간되었던 1910~1920년대는 반제국주의적 담론과 실천이 왕성하게 전개되는 한편, 제국 일본의 무력적 팽창을 당연시했던 군국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이 책이 주목하는 잡지들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 속에 놓였던 피식민 청년의 고뇌와 실천을 여실히 드러낸다. 잡지의 필자들은 도쿄의 이방인이자 피식민 지식인으로서, 그러나 동시에 천부(天賦)의 권리를 누려야 마땅한 보편적 존재로서 스스로를 정했다. 이들이 상상하는 연대란 식민지 조선을 한참 초월한 곳에 놓였다. 그리고 그 연대에 접근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안락한 모어는 일단 차치되어야 했다. 이들은 비틀리고 서걱이는 발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연대의 상을 구축해 나간다.

연대의 자원과 경로
이 연대의 상을 해부하기 위해 저자는 연대에 결부되었던 담론적 자원과 물리적 자원을 폭넓게 검토한다. 이들의 연대담론에서 기독교는 보편적 권리로서의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며 반제국주의 논리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세계적인 기독교 청년단체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네트워크는 물적, 인적 자원의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YMCA의 원조로 세워진 ‘청년회관’은 기독교청년회에 소속된 회원들뿐 아니라 모든 조선인 유학생들의 아고라이자 살롱이었다. 나아가 YMCA 네트워크는 민족을 초월한 교류를 촉진했으며,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동원할 수 있는 긴요한 자구책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사상적 자원으로서 기독교가 담지했던 범용성은 특장인 동시에 극복하기 어려운 결점이 되기도 했다. 이로써 인류애를 강조하는 기독교보다는 민족적, 계급적 전선을 선명히 하는 사회주의가 담론자원으로서의 인력(引力)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이상의 논의로 초국적 연대의 역사적 맥락은 한층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조망된다.

중층적인 발화의 장벽과 굴절, 그리고 저항
무엇보다 이 책은 이러한 연대담론이 발화를 가로막는 다종다양한 조건하에서 조성되었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다. 이들 잡지 곳곳에서는 재일본 조선인 잡지에 부과되었던 통어(統語)의 흔적이 발견된다. 예컨대, 법적, 관습적 차원의 검열, 조선어 잡지를 생산하는 데서 오는 경제적 곤란, 일본어라는 외국어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조건을 딛고 고유한 발화의 전략을 세련해 나간다. 검열주체가 가하는 압력과 여기에 맞서는 피검열주체의 발화 욕망은 지면 위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때로는 아슬아슬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전개되었던 이들의 발화가 제국의 언어와 통치 질서에 미세한 균열을 가하는 장면을 이 책은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초국적 연대의 성취와 균열
이에 더해 저자는 전인류를 지향하는 이들의 연대담론 내부에서도 파열의 조짐을 읽어낸다. 민족을 초월하는 평화로운 연대라는 당위적 명제는 다양한 필자를 흡인했지만 동시에 그 포괄성만큼이나 공소한 것이 사실이었다. 개별 필자가 내놓는 연대론은 서로 모순되거나, 심지어는 민족과 젠더, 인종 등 기존의 위계를 답습하고 강화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 책은 다양한 논자들이 구성하는 연대론 속에서 식민지 조선이 어떻게 배치되거나 삭제되는지, 또는 상황에 따라 그 좌표가 어떻게 조정되는지도 눈여겨 살핀다. 이렇듯 조선이 지닌 아포리아로서의 속성은 연대론의 허점을 폭로하는 동시에 초국적 연대의 긴박함을 역설한다.
저자

정한나

저자:정한나
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국문과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성균관대학교비교문화연구소박사후연구원을거쳐현재는연세대학교국학연구원학술연구교수로있다.민족,인종,언어의경계를넘어형성되는저항적담론과발화양식에관심을가지고있다.주요논문으로는「어떤‘아시아주의’의상상과저항의수사학-잡지『아세아공론』을중심으로」,「살아있는‘불령선인’의일본어말하기-『靑年朝鮮』,『黑濤』,『太い鮮人』,『現社會』를중심으로」,「에스닉미디어는동포의재난을어떻게보도하는가-관동대지진이후한인학살에대한『신한민보』의보도를중심으로」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장비(非)모어의집결과경로
1.1910~1920년대재일본조선인잡지의의미
2.담론공간으로서의도쿄에접근하기위하여

제2장민족자결의전후와제도(帝都)-도쿄라는시공간
1.초국적연대의토포스로서의도쿄
2.반제국주의초국적연대의궤적
3.1910~1920년재일본조선인매체의지각변동

제3장발화전략의모색과반(反)검열리터러시
1.내지의검열과조선인잡지
2.발화의주체되기와그전략
3.단형시평의담론전략과수사법
4.일본어내부의(비)일본어

제4장기독교와사회의교차점
1.자유주의신학의수용과기독교신앙의질적변화
2.기독교담론의사회적전환
3.기독청년의형상과주체형성-「조지윌리엄스전」을중심으로
4.기독교와사회주의의접합과분기-변희용의사례를통해

제5장‘아시아’혹은‘세계’의연대의(불)가능성
1.초국적연대의모색과경로
2.아시아라는동상(同床)과연대의이몽(異夢)
3.조선이라는접촉지대와분열의모멘텀-노세이와키치(能勢岩吉)의문예물을중심으로
4.아시아연대와조선이라는아포리아

나가며도쿄이후,단속(斷續)과명멸의연대들

부록
『기독청년』,『현대』,『아세아공론』서지사항
『현대』목차
『아세아공론』목차

참고문헌
간행사_근대한국학총서를내면서

출판사 서평

연대의자원과경로

이연대의상을해부하기위해저자는연대에결부되었던담론적자원과물리적자원을폭넓게검토한다.이들의연대담론에서기독교는보편적권리로서의자유와평등을강조하며반제국주의논리를구축하는데핵심적인역할을했다.특히,세계적인기독교청년단체YMCA(YoungMen'sChristianAssociation)네트워크는물적,인적자원의중요한발판이되었다.YMCA의원조로세워진‘청년회관’은기독교청년회에소속된회원들뿐아니라모든조선인유학생들의아고라이자살롱이었다.나아가YMCA네트워크는민족을초월한교류를촉진했으며,절박한위기상황에서동원할수있는긴요한자구책으로기능했다.그러나사상적자원으로서기독교가담지했던범용성은특장인동시에극복하기어려운결점이되기도했다.이로써인류애를강조하는기독교보다는민족적,계급적전선을선명히하는사회주의가담론자원으로서의인력(引力)을발휘하기시작한다.이상의논의로초국적연대의역사적맥락은한층다층적이고입체적으로조망된다.

중층적인발화의장벽과굴절,그리고저항

무엇보다이책은이러한연대담론이발화를가로막는다종다양한조건하에서조성되었다는사실에방점을찍는다.이들잡지곳곳에서는재일본조선인잡지에부과되었던통어(統語)의흔적이발견된다.예컨대,법적,관습적차원의검열,조선어잡지를생산하는데서오는경제적곤란,일본어라는외국어가주는심리적부담감등이그러하다.그러나이들은이러한조건을딛고고유한발화의전략을세련해나간다.검열주체가가하는압력과여기에맞서는피검열주체의발화욕망은지면위에서팽팽한긴장감을조성한다.때로는아슬아슬하고,때로는과감하게전개되었던이들의발화가제국의언어와통치질서에미세한균열을가하는장면을이책은예리하게포착해낸다.

초국적연대의성취와균열

이에더해저자는전인류를지향하는이들의연대담론내부에서도파열의조짐을읽어낸다.민족을초월하는평화로운연대라는당위적명제는다양한필자를흡인했지만동시에그포괄성만큼이나공소한것이사실이었다.개별필자가내놓는연대론은서로모순되거나,심지어는민족과젠더,인종등기존의위계를답습하고강화하는양상을보이기도했다.이책은다양한논자들이구성하는연대론속에서식민지조선이어떻게배치되거나삭제되는지,또는상황에따라그좌표가어떻게조정되는지도눈여겨살핀다.이렇듯조선이지닌아포리아로서의속성은연대론의허점을폭로하는동시에초국적연대의긴박함을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