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각오

사랑의 각오

$25.00
Description
좋은 이야기들은 결국 다 사랑에 관한 무수한 질문들과 함께
이 책은 ‘사랑’을 키워드로 최근의 소설들을 읽고 있는 평론집이다. ‘사랑’은 말로 하기에는 너무나 거창하고 막막하고 실현하기에는 더더욱 난감하고 무거운 주제다. 더욱이 갈수록 뻔뻔해지는 욕망과 공고해지는 편견과 전쟁으로 치닫는 분노와 참혹한 폭력과 위선을 매 순간 마주하게 되는 지금, 사랑은 어처구니없는 단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책머리에’ 글이 “사랑이라니”, “언감생심 사랑이라니”를 반복하면서 시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폭력과 위선과 기만이 날로 더해가는 사랑 없는 시대를 새삼 확인시켜 주는 듯하던 소설들은,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 안에 들끓고 있는 참혹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랑을 지켜가야 하는지를 안간힘처럼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최대 과제다. 그리고 모든 좋은 이야기들은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은 언제나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하는 질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란스럽고 혼란스럽고 무참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인가, 어리석고 사악하고 모순적인 내 안의 얼굴들과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용서는, 사과는, 잊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사랑은 얼마나 많은 겹의 이야기와 불안과 질문을 거느리는가. 좋은 이야기들은 결국 다 사랑에 관한 이 무수한 질문들 앞에 서 있다.

어렵게 사랑을 각오하고, 사랑의 기이하고 복잡한 단면들을 드러내고, 확인하고, 질문하다
용기를 낸다는 것은 언제나 사랑할 용기를 낸다는 뜻이라고 하는 김연수 인물이나, 악몽은 불가피하다 해도 꿈을 빼앗길 수는 없고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해도 사랑은 포기할 수 없고 어둠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빛은 포기할 수 없다고 믿는 한강 인물들, 지옥도 같은 풍경 속에서도 진심을 믿고 상냥함을 포기하지 않는 바늘 끝 위의 천사 같은 안보윤 인물들, 금단의 열매를 따 먹고 추방된 처지이면서도 씩씩하게 서로에게 사과를 건네며 웃는 김멜라 인물들, 중심을 향한 질주 끝에 마주한 상실의 풍경과 어긋나버린 계절 속에서도 세상을 향해 내민 손을 떠올리는 김애란 인물들은 모두 어렵게 사랑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자신의 ‘오만과 편견’을 깨우치게 되는 정지아 인물의 고백과, 사악하고 교활하고 동시에 상처도 많아 누군가 건네주는 새콤달콤 하나에 무너지기도 하는 장진영 인물들의 기이한 이야기와, 시간이 지나면서 몸과 마음과 죽음의 비밀을 알아가는 김영하 복제인간들의 혼란과, 신의 부당한 요구와 이에 승복한 구약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승우 인물들이 떠올리는 무수한 질문들도 모두 사랑의 기이하고 복잡한 단면들을 드러내고 확인하고 질문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폭력이 일상의 이름이 되고 삶의 조건이 된 세계 속에서 그저 꿈틀거리는 벌레와도 같은 우리들은 언제 어떻게 사람이 되고 사랑은 어떻게 가능해지는지 되묻는다. 헤어질 때도 ‘결심’을 해야 하듯 사랑할 때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한강 소설에 대한 글의 제목이기도 했던 ‘사랑의 각오’가 책의 제목이 되었다. 사랑을 둘러싼 질문들과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안간힘과 사랑의 올바른 방식에 대한 고민들을 중심으로 장이 나뉘었고,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나 고전 텍스트에 대한 글이 첨가되었다.

개별적인 주체로서 하나의 우주임을 보여주는 푸네스의 목소리
보르헤스의 이야기에 나오는 ‘푸네스’라는 인물이 있다. 몸을 다쳐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으로 주위의 작은 것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읽고 기억하는 그는 모든 것들이 서로 다르고 새로운 이야기임을, 하나하나 사소한 것들이 모두 사소하지 않은 하나의 우주임을 알았던 인물이다. 사소한 차이를 그대로 듣고 이해하려 하고 하나하나의 대상들 모두가 개별적인 주체로서 하나의 우주임을 보여주는 푸네스의 목소리에 한동안 이끌렸다. 모름지기 글을 쓰는 이는, 그 글을 읽는 이는, 사랑하는 사람은, 푸네스의 목소리를 닮아야 하지 않을까.

황도경의 평론집, 『사랑의 각오』
황도경이 이전 평론집 『문체, 소설의 몸』, 『장면의 소설』 등에서 강조한 것처럼, 이야기/인간/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고 요란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작고 소리 없고 구체적인 하나하나를 주시해야 한다는 믿음은 이 책에서도 이어진다. 이야기 속 작은 장면에, 사소해 보이는 인물의 몸짓에, 문장 속 미묘한 어조나 접속사에 이끌렸던 것도, 한동안 평생 무관으로 글을 쓰다 간 이옥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머물렀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작은 것들이 모여 우주를 이루고, 소리 없는 것들 속에 엄청난 이야기와 비명이 들어 있고, 순간의 장면들이 모여 이야기를 이룬다. 대문자로 요약되는 것 속에 진실은 없다. 소설의 몸을, 이야기의 한 장면 한 장면을,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작은 것들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거기에 사랑이 있을 것이다.
저자

황도경

저자:황도경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국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0년『문학사상』에평론이당선되어등단했다.이화여대,동국대,고려대,한신대등에서소설론,작가론,문체론등을강의했다.평론집으로『우리시대의여성작가』,『욕망의그늘』,『환각』,『유랑자의달』,『장면의소설』을,문체에관한책으로『문체로읽는소설』,『문체,소설의몸』을,영화에관한책으로『극장의시간』등을썼다.소천비평문학상,고석규비평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사랑의각오
제1장사람의조건,사랑의각오-한강,『작별하지않는다』
제2장바늘끝위에서춤추는천사들-안보윤,『밤은내가가질게』
제3장항복하면죽는다,다같이살아남는법-정보라,『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
제4장‘사슴벌레식운명’,혹은‘든’의어법-권여선,「사슴벌레식문답」
제5장이브의후예들,먹고사랑하고웃다-김멜라,『제꿈꾸세요』
제6장중심으로의질주,어긋나는계절,그래도손-김애란,『바깥은여름』
제7장상실의강을건너새로시작하는여름-김연수,「너무나많은여름이」

제2부사랑의방식
제1장미래의기억,사랑의방식-김연수,『이토록평범한미래』
제2장죄를묻는목소리들,물이되는말-이승우,『목소리들』
제3장나는아버지의몇개의얼굴을보았을까-정지아,『아버지의해방일지』
제4장도서관이라는우주,책이라는사람-오수완,『도서관을떠나는책들을위하여』
제5장천지만물은각각의천지만물이다-이옥
제6장말하라,그것이오래살아남는방법이니-<라스트듀얼-최후의결투>
제7장남은자의침묵과떠나가는자의노래-가즈오이시구로의소설과영화:『남아있는나날』,『나를보내지마』

제3부사랑의질문
제1장날씨가우리에게미치는영향-장진영,『취미는사생활』
제2장죽음의운명,이야기의완성-김영하,『작별인사』
제3장지워진목소리,사랑에관한질문들-이승우,『사랑이한일』
제4장방화의내막,혹은욕망의폐허위에피어나는말들-이기호,『목양면방화사건전말기』
제5장연인들의사랑이야기에테세우스가등장하는이유-셰익스피어,『한여름밤의꿈』
제6장짐승은어떻게다스려지는가-<파워오브도그>
제7장‘그러나’,불길한예감의접속사-이언매큐언,『체실비치에서』

마치며

출판사 서평

어렵게사랑을각오하고,사랑의기이하고복잡한단면들을드러내고,확인하고,질문하다

용기를낸다는것은언제나사랑할용기를낸다는뜻이라고하는김연수인물이나,악몽은불가피하다해도꿈을빼앗길수는없고죽음은피할수없다해도사랑은포기할수없고어둠은어쩔수없다해도빛은포기할수없다고믿는한강인물들,지옥도같은풍경속에서도진심을믿고상냥함을포기하지않는바늘끝위의천사같은안보윤인물들,금단의열매를따먹고추방된처지이면서도씩씩하게서로에게사과를건네며웃는김멜라인물들,중심을향한질주끝에마주한상실의풍경과어긋나버린계절속에서도세상을향해내민손을떠올리는김애란인물들은모두어렵게사랑을각오하고있었다.

그런가하면아버지장례식장에서자신의‘오만과편견’을깨우치게되는정지아인물의고백과,사악하고교활하고동시에상처도많아누군가건네주는새콤달콤하나에무너지기도하는장진영인물들의기이한이야기와,시간이지나면서몸과마음과죽음의비밀을알아가는김영하복제인간들의혼란과,신의부당한요구와이에승복한구약인물들의이야기속에서이승우인물들이떠올리는무수한질문들도모두사랑의기이하고복잡한단면들을드러내고확인하고질문하고있었다.

이이야기들은모두폭력이일상의이름이되고삶의조건이된세계속에서그저꿈틀거리는벌레와도같은우리들은언제어떻게사람이되고사랑은어떻게가능해지는지되묻는다.헤어질때도‘결심’을해야하듯사랑할때도‘각오’를해야한다.그렇게,한강소설에대한글의제목이기도했던‘사랑의각오’가책의제목이되었다.사랑을둘러싼질문들과사랑을이루고자하는안간힘과사랑의올바른방식에대한고민들을중심으로장이나뉘었고,‘사랑’을주제로한영화나고전텍스트에대한글이첨가되었다.

개별적인주체로서하나의우주임을보여주는푸네스의목소리

보르헤스의이야기에나오는‘푸네스’라는인물이있다.몸을다쳐움직이지도못하는몸으로주위의작은것하나하나를주시하고읽고기억하는그는모든것들이서로다르고새로운이야기임을,하나하나사소한것들이모두사소하지않은하나의우주임을알았던인물이다.사소한차이를그대로듣고이해하려하고하나하나의대상들모두가개별적인주체로서하나의우주임을보여주는푸네스의목소리에한동안이끌렸다.모름지기글을쓰는이는,그글을읽는이는,사랑하는사람은,푸네스의목소리를닮아야하지않을까.

황도경의평론집,『사랑의각오』

황도경이이전평론집『문체,소설의몸』,『장면의소설』등에서강조한것처럼,이야기/인간/세계를이해하기위해서는크고요란하고추상적인것이아니라작고소리없고구체적인하나하나를주시해야한다는믿음은이책에서도이어진다.이야기속작은장면에,사소해보이는인물의몸짓에,문장속미묘한어조나접속사에이끌렸던것도,한동안평생무관으로글을쓰다간이옥이라는사람이마음에머물렀던것도같은이유에서였을것이다.하나하나의작은것들이모여우주를이루고,소리없는것들속에엄청난이야기와비명이들어있고,순간의장면들이모여이야기를이룬다.대문자로요약되는것속에진실은없다.소설의몸을,이야기의한장면한장면을,한사람한사람의목소리를,작은것들에담긴이야기를읽어야하는이유다.거기에사랑이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