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 욕망의 세계

인버스 : 욕망의 세계

$14.54
저자

단요

사람한명과함께강원도에서살고있다.사람이사람이라서생기는이야기들을즐겨쓴다.2022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해청소년성장소설『다이브』와『마녀가되는주문』,금융소설『인버스』를썼다.『개의설계사』는2023문윤성SF문학상장편부문대상수상작이고,같은해〈세계는이렇게바뀐다〉로3회박지리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Intro

1부주검으로된산

2부어떤찬란

Outro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시장이추락할수록돈을버는세계,인버스타인의불행에전부를건스물셋의질주

수능시험이끝나자마자아르바이트를시작한주인공‘나’의첫월급은130만원.부모님께각각용돈10만원씩을주고나니110만원이남았다.이돈을가장합법적으로늘릴수있는방법을찾다가주식을시작한다.하지만생각보다주식의수익은소소해재미가없었고,더높은수익을위해해외선물에투자하기로한다.투자에꽤소질이있었는지잔고는110만원에서500만원으로,3,000만원으로기하급수적으로늘어가다,급기야4억8,000만원을찍는다.하지만이영광의순간도잠시,반대매매를맞고고작다섯시간만에1억원으로추락하고만다.이후1억원은5,000만원이됐다가다시7,000만원,그리고또2,000만원으로등락을거듭했고,결국500만원만을남기고서야정신을차린그녀는계좌를털고나온다.부모님모르게대학도중퇴하고,2년간투자에만매달렸는데남은게겨우500만원이라는사실에괴로워하던그녀는투자블로그를운영하며알게된불법대여계좌업체사장정운채를찾아가돈을빌린다.빌린돈은무기한무이자2,000만원,그리고추가8,000만원이더해져총1억원.이게잘하는일인지는모르겠지만지금으로선최선이라믿으며그돈으로선물인버스를시작하는데......

수익과손실이항상대칭을이루는선물판에는‘누군가가매수로10틱을먹으면반대편에는매도자가잃는10틱이’(35쪽)있다.같은사건에도누구는웃고누구는우는일이생기는것이다.가격하락에돈을거는인버스의세계에서는타인의불행이곧나의행복이다.시장이추락하고,가격이떨어질수록나에게수익이되기때문.그렇게돈을벌어더도덜도말고지방에작고깨끗한아파트를하나사서엄마랑영원히안전하고행복하게살고싶다는그녀의꿈은나쁜걸까.

욕망을좇는주인공을향한강도높은몰입감실제상황을기반으로한탄탄한전개와박진감욕망과양심사이에서갈등하는섬세한심리묘사

당장찢어지게가난한건아니지만언제그렇게되어도이상할것없는가정환경속에서불안한하루하루를살아온그녀는더는그불안속에지체하고싶지않아욕망을향한위험한질주를시작한다.시시각각변화하는차트를지켜보며분단위로긴박하게펼쳐지는상황들에는몰입감과숨막힐정도의긴장감이있다.코로나19팬데믹,트럼프의국가비상사태선포,OPEC+회의,WASDE발표등과그로인해큰폭으로출렁였던시장상황모두실제를기초로하고있어전개또한탄탄하다.

욕망을향해달려가고는있지만마음은편하지가않다.불법업체사장에게빌린돈으로누군가의불행에투자하며돈을벌려는자신에대한고뇌와더불어,가망없는현실에순종하며하루하루를통과해나가는엄마를속이고있는것에대한미안함,그리고보잘것없는자신의투자블로그를성경처럼믿고따르는팔로워‘섭리와운명’도신경이쓰인다.

‘무능력과무지를사치처럼누려도괜찮을나이’(201쪽)에너무일찍돈과욕망에눈뜨게한건세상일까,그녀자신일까.그무모한도전앞을감히막아설수없는건그녀를온전히이해해서라기보다우리역시그끝이궁금하기때문아닐까.우리는스크린밖안전한객석에앉아‘만약배드엔딩으로막을내리더라도그건주인공의끝이지관객의끝은아니니까,알아서들인생의교훈을얻고’(50쪽)자리를털고떠날수있으니까.하지만엔딩크레디트가이미다올라가고,장내불이환하게켜졌어도쉽게일어날수없게만드는영화도있다.이이야기처럼말이다.

작가의말

돈과시장에는힘이있고,이시대의일상은그힘으로부터분리되기어렵습니다.이소설은그힘에대한이야기입니다.(…)돈은무척이나편리한수단입니다.돈은모든종류의욕망에정량적인숫자를매기고,그숫자를다시현실에대한영향력으로바꿔줍니다.이처럼하나뿐인의자를누가가져야합당할지를논의하는대신더높은가격을지불하는사람이가져가는시스템은잡음없이깔끔하고,그래서다른가능성을모두잊어버리게됩니다.필요한의자를가지지못한사람조차그상황에불만을표하는대신자신의돈없음을한탄하게됩니다.(…)영향력과욕망을구현할방법을돈외에상상할수없는사회에서는사람들이돈자체에목을매게된다는것입니다.

추천사

조예은(소설가)
《인버스》는시속200킬로미터로시장이라는지옥을질주하는이야기다.이자살같은내달림엔브레이크도안전장치도없다.숫자와차트가그리는광기의다큐는영원히끝나지않는다.우리는그너머의것을기대할수도,상상할수도없다.그저이미친질주에이미몸을싣고있다는사실을깨닫고,빠르게다가오는파국을인지할뿐이다.책장을덮는순간,당신은사방에서풍겨오는피냄새를맡을수있을것이다.

책속에서

스물한살은타산을따지지못해도속물이될수있는나이였다.남을만족시키는것과내가만족하는것을혼동할나이이기도했다._29쪽

정의의편이되기에는양심이부족하고악당이되기에는겁이많았는데,그렇다고해서개인적인희비극에실컷도취되기에는또자기객관화가잘됐다._36쪽

사람은악하기때문에배은망덕해지는것만은아니다.미약한양심이악덕곁에불편하게얹히면사람은훨씬쉽게추잡해진다.타협할수없는것을타협시키려애써야하기때문이다._41쪽

존엄은돈과맞바꾸지못한다지만그말은절반만진실이다.이미팔린낯을돈으로거둬들일수는없어도돈을받고낯을팔수는있기때문이다._50쪽

그러니까나는정장을입지못하는미래가두려운게아니었다.견고하고안정적인삶의미덕이,내가그걸받아들여야한다는사실이두려운거였다.돈이풍선처럼부풀다가터지고다시부푸는데에는사라질일없는월급이적금통장에차곡차곡모이는것과는다른역동성이있었다.사람을매혹시키고사로잡는역동성._68쪽

그제야내가줄곧바랐던것이무엇이었는지가떠올랐다.나는이모든짓을그만두고싶었다.죄책감을몰아내고싶었고거짓말을관두고싶었다.아버지의사업이나엄마의명의에대해서는전혀생각하지않고싶었다.그냥엄마를데리고이집을나와서영원히평안하게,행복하게,조용하게동화책의마지막페이지처럼살고싶었다._110쪽

여전히정운채의악덕을갖고싶진않았지만그삶은동경했다.항상여유롭고,입가에서웃음을잃지않고,땀과눈물에절어뒤엉킨사람들을스치듯밟아올라가서깨끗함에이르는삶._126쪽

난천천히안전하게갈바에는그냥가드레일에들이박고죽어버릴래.미친소리라는건아는데제정신으로살고싶지도않아._145쪽

올라갈수있으면올라가는것이고아니면아닌대로사는것이다.나는저위에뭐가있든붙잡을게있으면일단붙잡아기어올랐다._173쪽

나한테는슬퍼하거나비참해할자격이없다.패배하면망가진잔고와함께증발하고,승리하면살아남아모든것을누린다.돈과욕망의세계에서는오직그것만이진실이다._174쪽

언젠가는타산이상의것들을배워야한다는사실을알았다.지금은아니었다.삶은계속될테고,스물세살은무능력과무지를사치처럼누려도괜찮을나이였으며,나는피곤했다._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