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사랑 (정찬주 장편소설 | 정약용이 사랑한 여인, 혜장, 초의, 차와 제자들)

다산의 사랑 (정찬주 장편소설 | 정약용이 사랑한 여인, 혜장, 초의, 차와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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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람 사는 세상에서의 다산 정약용
역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사람을 소설로 형상화하기는 ‘사자가 동물의 왕’임을 설득하는 글만큼이나 싱겁고 어려운 일이다. 그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속속들이 다 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논의하고 소개해서 과연 뭘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지 찾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진부한 중첩이 되지 않으면 엉뚱한 넋두리에 빠질 소지도 크다. 그러므로 더 큰 의문을 가져야 하고, 남들이 보지 못했던 구석을 찾아 그곳에 빛을 뿌려야 한다.
수박 겉핥기든 수박을 통째로 다 먹었든 다산 정약용(1762-1836)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안다고 해서 과연 우리는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일까? 한 인간의 모습은 다면체다. 더구나 그의 정신세계나 삶의 영역은 아무리 조각내고 조립해도 틈새는 생기고 만다. 묘하게도 틈새는 보일 때도 있지만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저자

정찬주

자기다운삶으로자기만의꽃을피워낸역사적인물과수행자들의정신세계를탐구해온작가정찬주는1983년《한국문학》신인상으로작가가된이래,자신의고유한작품세계를변함없이천착하고있다.호는벽록檗綠.
1953년전남보성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고,국어교사로잠시교단에섰다가《월간문학》등에서편집자의삶을시작했으며,십수년간샘터사편집자로법정스님책들을만들면서스님의각별한재가제자가되었다.법정스님에게서받은‘세속에있되물들지말라’는무염無染이란법명을마음에품고,전남화순계당산산자락에산방이불재耳佛齋를지어2002년부터그곳에서텃밭을일구며자연에둘러싸여집필에만전념중이다.성철스님의일대기를그린장편소설《산은산물은물》,4백여곳의암자를직접답사하며쓴《암자로가는길》(전3권)을비롯하여,이땅에수행자가존재하는의미와우리정신문화의뿌리를일깨우는수십권의소설과산문집들을펴냈다.장편소설《소설무소유》《이순신의7년》(전7권)《천강에비친달》《니르바나의미소》《천불탑의비밀》《다불》《만행》《대백제왕》(전2권)《가야산정진불》(전2권)《야반삼경에촛불춤을추어라》(전2권)《나는조선의선비다》(전3권)등,산문집《법정스님의뒷모습》《길끝나는곳에길이있다》《그대만의꽃을피워라》《자기를속이지말라》《선방가는길》《정찬주의다인기행》등,동화《마음을담는그릇》《바보동자》등이있다.행원문학상,동국문학상,화쟁문화대상,류주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장
소내나루뱃길·11
백자찻잔·20
주막집봉놋방·30
봄나들이·41
겸상·53
남당네·65
유람과독서·77

2장
영춘화·89
나를지키는집·100
꿈·110
순교의시·121
다산화사·132
원족·142
초의·151
누비옷·163
하피첩·173
믿음과배교사이·183
무담씨·196
홍임이·206
찻자리·217
매조도1·228
다신계·239

3장
햇차한봉지·253
미리쓰는묘지명·265
매조도2·278
두제자·293
홍임이출가·303
작별·313

작가후기다산의믿음과배교사이를다시사색하며·324

부록
유네스코선정세계의인물,정약용생애·335
참고문헌·340

출판사 서평

정약용이사랑한여인,
혜장,초의,차(茶)와제자들

사람사는세상에서의다산정약용
역사에서커다란족적을남긴사람을소설로형상화하기는‘사자가동물의왕’임을설득하는글만큼이나싱겁고어려운일이다.그에대해서는너무나많은사람이속속들이다안다.이미여러사람들이논의하고소개해서과연뭘새롭게제시할수있는지찾기가까다롭기때문이다.진부한중첩이되지않으면엉뚱한넋두리에빠질소지도크다.그러므로더큰의문을가져야하고,남들이보지못했던구석을찾아그곳에빛을뿌려야한다.
수박겉핥기든수박을통째로다먹었든다산정약용(1762-1836)에대해모르는사람이몇이나될까?그러나안다고해서과연우리는그에대해제대로아는것일까?한인간의모습은다면체다.더구나그의정신세계나삶의영역은아무리조각내고조립해도틈새는생기고만다.묘하게도틈새는보일때도있지만보이지않을때가더많다.
작가정찬주가찾아낸다산의틈새는어디였을까?정찬주는처음부터우리가다안다고생각하는다산에대한이야기는할생각이없었다.현군(賢君)정조의지지아래자신의역량을펼쳤던청장년시절,천주교신앙과관련해받았던시련의시간들,그리고그여파에휩쓸려겪어야했던기나긴유배생활과저작활동,또유배에서풀려난뒤보낸쓸쓸하고울분에찬만년.물론이런이야기들만으로도훌륭한한편의소설은완성된다.소설이라는입체적인구상과묘사가잡아내는핍진함은역사가나학자들이조명한정약용의면모들과는확연하게다르기때문이다.그래도여전히정약용을다룬소설은쓰기쉽지않다.그러고보니황인경과이수광의작품외에정약용을소설로그려낸작품도생각보다많지않다.
정찬주는자신의소설에서정약용을주인공으로그려내지는않았다.물론정약용이서사의중심임은분명하지만,어떻게보면그는이소설의배경으로자리하고있다.작가는주인공을배경으로안배하면서배경속에서드러난물상들이나사람들을중심으로끌어들인다.그리고전생애를다루는듯하면서도18년동안의유배시기의삶에초점을맞추고있다.75년의생애에서이18년이갖는의미가크기는하다.우리사상사에서굵직한비중을차지하는저서들과이념들이이시간동안쓰여지고빚어졌다.그렇다고그빛나는저서들과이념의내용과영향,가치가이소설의주된골자이지도않다.작가의시선은우리의예상과는다른지점에줄곧머물러있다.
소설은유배기와해배解配이후의사건을교차시키면서진행되는데,그사건의동력을제공하는이는정역용자신이아니다.정약용이유배객으로살때들인소실小室남당네(홍임모)와그녀가낳은딸홍임이의이야기가한축이되고,강진에유배살면서만난남도땅의제자18명의이야기가또한축을이룬다.이들이있어우리가그동안소홀히했던정약용유배생활의틈새가드러나고채워진다.
자칫육체적으로나정신적으로무너지기쉬운유배생활을혼신의힘과정성으로뒷바라지한남당네(홍임모).늦둥이로태어나쓸쓸한유배의삶에빛과위안,아비로서의위치를일깨운홍임이.두사람에대해정약용은누구보다각별한애정과염려를아끼지않지만,안타깝게도두사람의삶은정약용이미칠수없는영역으로멀어져가기만한다.위대한학자이자철학자였지만,사랑하는피붙이조차뜻대로건사하지못하는정약용의삶은보기보다화려하지않다.오히려암울하고참담하다.
18명을헤아리는강진제자들의삶은또어땠을까?생사고락까지는아니더라도그들은정약용이가장고난의시기를살때함께뜻을모았고,정약용의부족한점을채워학문적으로매진할수있게만든장본인들이다.그들이어떤야심과기대를가지고정약용문하에서배움의길을갔든,유배의삶이길었고해배이후의삶도순탄치않았던정약용에게그들은많지않은제자군弟子群가운데빼놓을수없는인물들이다.그러나그들가운데자신의재능과포부를실현한사람은거의없다.자신들의기대가충족되지못하자긴기다림의시간에지쳐하나둘정약용을등지거나심지어배신까지했지만소설을읽노라면그들을탓할마음은들지않는다.
소실댁남당네와서녀홍임이.투박하지만진심을다해정약용을스승으로섬겼던남도의제자들.그들이겪는애환과좌절,서툰욕심과지극히인간적이라서외면할수없는몸짓들이이소설에서우리들에게생각할거리를넉넉히제공한다.
나는작가정찬주가이들을소설의전면에내세우면서“잡초라하여어찌이름이없겠는가?무명의꽃이라해서밟혀도어찌아픔이없겠는가?”하는화두를던졌던것같다.역모와흉계,아첨과이해관계로이합집산하는도성에틀어앉은,속보이는무리들의작태들을보고신물이난정약용에게과연누가진정한도반道伴이었는지묻고,암시적이면서도당연히드러날법한대안을이소설에서구현했던것으로보인다.
이소설에등장하는남도땅사람들은하나같이서울의말쑥한표준어가아니라구수한남도의사투리를쓰고있다.전혀놀랄게없는일인데도나는소설의대화가운데8할정도를차지하는사투리의구사에서살아있는사람들의목소리를듣는기분을떨치기어려웠다.나는고향이호남이아니라이사투리의뜻을되새기기위해같은구절을여러번읽는수고를들여야했지만,내고향사람들이쓰는사투리들,그리고내가지금살고있는이곳사람들이쓰는사투리들을떠올리면서내가남도의어느동네에그들과함께살고있다는동질감을느낄수있었다.그들이내이웃이고나와함께흙을묻히고냇물의물을마시면서미역을감는듯한짜릿한현장감을만끽할수있었다.
이소설은사람들의냄새가물씬나는작품이다.정약용역시18년동안유배를살면서이걸쭉한사투리를쓰는사람들에게서그가어디서도맡을수없었던사람냄새를맡았을것이라고생각한다.(정약용은18년유배기가운데첫해인1801년2월에서11월까지10개월정도는경상도장기땅에서지냈고,그곳에서도상당한작품과저서를썼다.)
정약용은유배를살면서생애가운데가장괴로운시간을보냈을지도모른다.그러나감히장담하건대새소리나물소리만큼이나정겨운사투리를쓰는사람들과지낸그때가가장사람답게산시기였을것이다.그리고그런정약용의마음을헤아려진솔한사람들의사연으로정찬주는소설을꾸몄다.그래서소설의제목도‘다산의유배’아닌‘다산의사랑’인듯하다.-임종욱(문학평론가,소설가)

집필을시작한지10년만에매듭짓는〈다산의사랑〉결정판
작가는2012년에초판을내고나서2018년에2백자원고지50여매를증보하고2020에또50여매를증보하여개정판을냈다.작가는불가피한사정과아쉬움때문이라고고백하고있다.2018년증보한내용(278-292쪽)은다산초당에서함께살았던소실의딸인홍임을위해그린매조도의행방을추적한내용인바,홍임모가재가하게될것같다는소식이들려오자사헌부감찰직을버리고고향영천으로내려간성균관입학동기이자친구인이인행에게그매조도를보내버린이야기이다.그매조도로인해서홍임이의붓아버지에게피해를볼수도있고,정약용입장에서는본처홍씨부인에게항상눈치가보였기때문이다.
2020년에두번째로증보한내용(183-195쪽)은정약용의외배내신(外背內信),즉겉으로는배교한척했으나마음속으로는천주교를믿었던문제를다룬이야기다.1794년11월중국인주문모신부는천주교도윤유일과지황,최인길의도움을받아한양으로잠입했다.그러나주문모의밀입국은이벽의동생,별군직(別軍職)무관이석에의해채제공에게보고되고만다.이석과함께있었던정약용은오위(五衛)의무관인부사직(副司直)신분이었다.정약용은역관최인길집으로달려가주문모신부를남대문안쪽강원숙집에피신시켰다.목숨을건위험한일이었다.이후주문모신부는강원숙사랑채다락방에숨어6년을지냈다.이를보면정약용의외배내신(外背內信)은분명한것이라며작가는소설로주장하고있다.

우리가몰랐던인간정약용의따뜻한슬픔
강진으로유배온다산은동문밖밥집노파를통해서자신을돌아보고지난날의교만을버린다.초당으로가서는본연의선비로돌아가강학을열고밭뙈기를일구며농부들의수고를경험한다.그러던중에다산은남당포여인을동암에들였고홍임이라는딸을얻는다.초로의나이에늦둥이를보았으니얼마나사랑스러웠을까.훗날홍임에게주려고꽃핀고매(古梅)에새한마리가나는그림을그려둔다.한때다산은유배생활의후유증으로반신마비가와절망했다.그러나홍임모가날마다차(茶)로병수발을하여다산이다시집필할수있게해준다.
마침내다산은해배가되어고향마재로간다.뒤에홍임모와홍임이도마재로갔지만곧초당으로돌아오고만다.초당과마재의공기는견디지못할만큼달랐다.그래도다산은생이별을감내할뿐이다.마재의아내와가족들도신산하기는마찬가지.다산은홍임모가덖어올리는햇차로그녀의외로운살림살이를짐작할뿐,몇해가지나그마저도아득해지자희미한미소를지으며눈을감는다.
물론그림자의삶으로울었던이가홍임모만은아니다.어린딸홍임은20세가넘어아버지는세상의모든빛을가지려고살았지만나는‘세상의모든것을버리며살겠다.’고백련사에서머리깎고출가를해버린다.마재의아내홍씨부인도안타깝기는닮은꼴이다,다산이강진에서18년유배생활을했다면아내역시마재에서18년유배생활을한셈이었으니까.그런아내가시집올때입고온붉은치마를다산에게보낸다.초당에소실홍임모가있음을알고자신을잊지말라며붉은치마를보냈던것이아닐까.그런데다산은아내의마음도모르고가위로잘라두아들에게주는글을써보낸다.자식에게훈계를하는하피첩(霞?帖)이다.사람들은하피첩을두고다산의자식사랑을흠모하지만아내인홍씨부인의가슴에번진피멍은모른다.
어찌이뿐일까.다산이가장사랑했던제자황상은초당에오지않고늘겉돈다.다산이눈을감을무렵에야모든제자들이하나둘떠나버린뒤마재로올라간다.황상은다산에게붓과먹,그리고부채를선물받는다.황상은다산의임종을보고제자로서문상객을받는다.장례가끝나자황상은마재에서강진까지상복을입고서뚜벅뚜벅걷는다.봄날햇살이따가웠지만스승을잘모시지못한죄인이라는생각으로하늘을보지않은채고개를숙이고서스승이준부채도꺼내지않는다.황톳길을걷고,강을건너고,산을돌아서천릿길을걸어내려온다.초당시절다산의집필을많이도왔던이청은다산을배반하고출사의꿈을이루려고했지만끝내는우물에몸을던져자살한다.출세하려고안간힘을쓰는이들을내주변어디선가많이본듯하여씁쓸했지만어리석은그의생이왠지측은했다.이러한군상들이다산의길고짙은그림자가되지않았을까.

참과거짓은세월이금을긋는다
살줄아는사람은어떤상황아래서도자신의인생을꽃피울수있다.그러나살줄모르면아무리좋은여건에서도죽을쑤고마는것이인생의과정이다.귀양살이에서도꿋꿋하게살았던다산은오늘까지숨을쉬면서후손들앞에당당하게서있다.-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