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 (호흡기 내과의가 만난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숨소리)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 (호흡기 내과의가 만난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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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호흡기 내과 의사는 환자를 만나면 숨소리부터 듣는다. 목이 잔뜩 쉬어 나는 거친 쇳소리, 가르랑가르랑 가래 끓는 소리, 색색거리며 좁아진 기관지 사이를 힘겹게 지나가는 바람 소리. 청진기를 대고 가만히 사람들의 숨을 듣는다. 그들이 깜박이는 생의 신호를 귀로 느낀다. 삶의 끝에 다다르면 호흡기에 이상이 감지된다. 숨을 쉰다는 건 생명 활동의 기본이므로. 그래서 호흡기 내과 환자들 중에는 죽음이 멀지 않은 분들이 많다. 오랜 투병 생활로 전신이 굳어버린 루게릭병 환자, 말기 암 환자, 노화로 점점 꺼져가는 촛불처럼 기운이 사위어가는 노인들. 모두들 똑같은 모습으로 절망하며 죽음이라는 선포된 결말에 갇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각자의 방식대로 예상된 죽음을 감내하고 사느라 크게 웃고, 짜증도 내고 울기도 하면서 농담 주고받기 바쁘다. 의식의 수면 위로 톡톡 튀어오르는 환자들의 말과 행동이 그들의 주치의였던 저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덕분에 그는 “유한한 삶을 가장 절실하게 자각하는 곳”인 병원의 일상을 기록하고 관찰하며 숨소리와 더불어 환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저자

이낙원

저자이낙원은공기안에들어있는무언가가호흡하는모든것을특별한존재로만든다고믿는다.30대초반에호흡기내과의사가되어환자들을만나는행운을얻었다.연세대학교원주세브란스병원에서내과와호흡기분과를연마하여현재인천나은병원에서호흡기내과과장,중환자실실장으로근무한다.저서로는『몸묵상』(삼인,2015)이있다.

목차

Ⅰ.죽음을다시생각하다
뭐라는거야019
오늘하루를열심히사세요024
흙보태러가야지029
승패와관계없는죽음037
빗나간예감046
생의끝에서,작은웃음052
의학이연구하지않는것056

Ⅱ.우리사이에피어나는생
겨울나무의소원069
의욕잃은삶에물뿌리기073
하루하루마음리셋080
할머니와아롱이088
답답박서방094
동떨어진몸,하나된마음103
평화로운523호실110
미치광이처럼파티를118
아버지의진짜속내126

Ⅲ.환자와나
대화,은근한기쁨137
귀로오지랖부리기144
유행가는그곳에없었다149
짜증바이러스155
고쟁이입은아주머니162
아프고나서야168
당신의이야기를들려주세요176
타인의고통―
연명치료에관하여183

출판사 서평

삶과죽음이철저히분리된시대,
회피할수록죽음에대한두려움만커져간다.
지금이야말로잠시멈춰서서
서로의존재를감싸안아야하는순간이다.


거울에몸전체를비추려면한발짝뒤로크게물러서야하는것처럼,‘병원에서의삶’은거울을딱그정도거리에두고서있는것과같다.나의삶전체를지그시바라보는일.어쩌면환자들과함께했던날들의기록이도리어우리의삶을조망해보는계기가될수도있겠다.누구나머잖은미래에맞닥뜨릴일이다.우리는모두시간과함께늙어가는유한한존재니까.
-들어가는말중에서

환자들의숨소리에귀기울이는의사,
청진기를내리고그들의마지막이야기를듣고기록하기시작하다!

호흡기내과의사는환자를만나면숨소리부터듣는다.목이잔뜩쉬어나는거친쇳소리,가르랑가르랑가래끓는소리,색색거리며좁아진기관지사이를힘겹게지나가는바람소리.청진기를대고가만히사람들의숨을듣는다.그들이깜박이는생의신호를귀로느낀다.
삶의끝에다다르면호흡기에이상이감지된다.숨을쉰다는건생명활동의기본이므로.그래서호흡기내과환자들중에는죽음이멀지않은분들이많다.오랜투병생활로전신이굳어버린루게릭병환자,말기암환자,노화로점점꺼져가는촛불처럼기운이사위어가는노인들.모두들똑같은모습으로절망하며죽음이라는선포된결말에갇혀하루하루를견디며살것같지만절대그렇지않다.각자의방식대로예상된죽음을감내하고사느라크게웃고,짜증도내고울기도하면서농담주고받기바쁘다.의식의수면위로톡톡튀어오르는환자들의말과행동이그들의주치의였던저자의마음을움직였다.덕분에그는“유한한삶을가장절실하게자각하는곳”인병원의일상을기록하고관찰하며숨소리와더불어환자들의목소리에도귀기울이기시작했다.

죽음이유폐된사회,
우리는왜죽음앞에한없이작아지는걸까?

한남자가아버지의죽음앞에오열한다.아버지살아생전에는어서고통없는하늘로떠나셨으면좋겠다던아들은무엇때문에눈물콧물쏙빼며고개도들지못하고우는걸까?저자는인간을하나의별에비유하며죽음이주는서글픔의이유를찾는다.

인간은하나의별과같다.별들이서로우주안에서관계맺는힘이무게이듯인간도‘중량감’이있어야궤도를형성하고중량감이만든공간안에서다른사람들과관계를맺는다.그리고별이소실될때중력파를남기듯한인간도생을마감할때파장을남긴다.누군가의삶과체취가변형한시공간에익숙해진주위사람들의세포가고인의죽음앞에오열하는것이다._8쪽

아무리세상살이가공허한우주같아서홀로걸어간다지만우리는서로알게모르게보이지않는중력으로함께당기고미느라엮이고닿아있다.그래서이별은슬프다.상대가내게,혹은내가상대에게남긴흔적이남아있는한죽음은마냥회피하고싶은‘종말’일지모른다.하지만끝없는회피는삶속에소중한무언가를잃어버리게하고개인을병들게한다.
과거에비해현대인이죽음앞에느끼는공포가더욱극심하다.현대사회는죽음을철저히유폐하기때문이다.생명에위협이되는일을겪지않는이상,정신없이흘러가는삶속에죽음은없다.급브레이크를밟듯몸의이상징후를감지하는순간이나사랑하는누군가의갑작스런비보는그렇게개인을무너뜨린다.
저자는“죽음이전문화,의료화된것도문제”라고지적한다.“의학은아프기이전의삶을회복하고생명을연장하기위한학문이지,어떻게죽음을맞이해야할것인가에대해서는연구하지않는”탓에저자는의사가되면서임종을앞둔환자에게정작어떻게말하고행동해야할지는교육받지못했다고고백하면서의학또는의사야말로“여전히삶에만집착하고있지않은지”되돌아봐야한다고말한다.

관계안에서피어나는생,
‘끝’이있기에모든게애틋하다.

삶의끝자락에서도웃음을잃지않는사람들이있다.바짝뒤따라붙은죽음앞에“가야돼.흙요만치밖에안되는데그거라도땅에보태야제.”하며웃어보이는할머니,몇십년째말없이꼼짝않고누워있는“답답박서방”을변함없이사랑스럽게부르는아내,몸이뻣뻣하게굳어누군가의도움없이는아무것도할수없지만일그러진얼굴로연신선한미소를지어보이며가족들의마음을녹이는환자.때로는그들도예정된결말에눈물짓고세상을향해“격정적인목소리로항의”하기도하지만그들은지금곁에있는사람들과오늘나눠야할이야기를나누고사랑하며행복해한다.저자는그들을보며“언젠간반드시들이닥칠죽음이라는단절이주는불안,두려움,허무,공포는현재의삶을잠식하고주위사람들과나누는사랑,애틋함같은소중한가치들을폐기”한다는걸깨달으면서사람들의관계속에서피어나는‘생의의지’에주목한다.
우리는영원하지않다.영원하지않기에찰나가더소중한지도모른다.서로에대한애틋함은무한을펼칠수있는유한한삶에서비롯되는게아닐까.끝이있는삶속에서서로가만난게결코우연은아닐것이다.저자는환자들과함께하는병원에서의삶을기록하며각자가세상에내린뿌리,관계로묶인매듭들을돌아보며죽음을자연스럽게삶안에장착하는일에대해생각한다.그의글은순간의작은웃음과곁에자리잡은사람들과의일상같은평범한일들을선물처럼바꿔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