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반항을 노래하다

헤세, 반항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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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홍규의 호모 크리티쿠스
어떤 인물을 ‘속속들이 안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다. 한 인물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가 살았던 시대는 물론 삶과 행적, 사상까지 꿰뚫어보아야 하고, 균형 잡힌 시각과 비판의식 또한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세기의 인물을 대할 때든, 새로운 사상을 접할 때든 남의 시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극단적인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정보를 선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일상에 녹이는 것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박홍규의 호모 크리티쿠스>는 그럴듯한 정보와 일방적인 주장 속에서 방황하는 독자들에게 정신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역사의 그물이라는 큰 틀 안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그 올바른 길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시리즈는 진보적 법학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르네상스맨 박홍규 교수의 총서로서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위대한 사상가, 작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저자

박홍규

저자박홍규는세계에대한폭넓은이해를바탕으로글을쓰는저술가이자노동법을전공한진보적인법학자이다.인문·예술의부활을꿈꾸는르네상스맨으로현재영남대학교교양학부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자전거타기와걷기를사랑하며,자유·자연·자치의삶을실천하고자늘노력한다.그동안쓴책으로『니체는틀렸다』,『자유란무엇인가』,『함석헌과간디』,『내친구톨스토이』,『가거라아들아용감하게;루쉰의외침을듣다』,『태초에행동이있었다;라만차의돈키호테』,『독학자반고흐가사랑한책』,『독서독인』,『까보고뒤집어보는종교』,『이반일리히』,『윌리엄모리스의생애와사상』,『메트로폴리탄게릴라』,『야만의시대를그린화가고야』,『아나키즘이야기』,『플라톤다시보기』,『인디언아나키민주주의』등이있다.함께쓴책으로는『거꾸로생각해봐!세상도나도바뀔수있어』,『세상을바꾼창조자들』,『청년인생공부』등이있다.『법은무죄인가』로백상출판문화상을받았다.

목차

저자의말_모든것에저항하라!

1.헤세와우리
헤세는왜한국에서베스트-스테디셀러작가가되었을까?|내가읽은헤세는사회적인작가다|반(反)자본주의적삶을위해투쟁한헤세|헤세와조국|헤세는아나키스트다|한국인은헤세를오해했다|헤세와동양의지혜|헤세르네상스의문제점|1960년대말히피들이헤세의작품을성경처럼여긴이유|헤세와정치|헤세생애의간단한스케치|헤세문학의간단한스케치

2.죽음으로반항하라
비스마르크시대|칼프와바젤에서어린시절을보내다|반항의싹이튼유년시절|신학교에서‘다른세계’에대한동경을키우다|서적상견습생이되다|『자정이지난뒤의한시간』|환상에서깨어나다|첫결혼과첫성공|『페터카멘친트』|『페터카멘친트』는에콜로지의교과서다|『수레바퀴아래서』|『수레바퀴아래서』는반(反)학교의교과서다|20세기초엽의독일문학과헤세

3.방랑으로반항하라
정원일의즐거움을누린가이엔호펜시절|제1차세계대전이전의유럽|어지러운시대의시|방랑자를만나다|구스토그레저는어떤사람일까?|헤세의베른시절|『게르트루트』와『도상에서』|헤세는인도를어떤관점으로이해했을까?|『로스할데』|『크눌프』|동화를사랑한헤세

4.양심으로반항하라
시대의광기를비판하다|전쟁과그레저|도덕과이성을넘어|『데미안』|새로운내면세계와만나다|세계라는알을깨트려라|『데미안』은인격완성소설인가?|『어린아이의영혼』|『방랑』|아내마리아,우울증으로요양소에입원하다|제1차세계대전후의독일|『차라투스트라의귀환』|도스토옙스키에대한성찰

5.사랑으로반항하라
헤세가사십사년동안살았던몬타뇰라|「클라인과바그너」|『클링조어의마지막여름』|1920년대초반의헤세와그레저|『싯다르타』제1부|『싯다르타』제2부|『싯다르타』이후,그리고『요양객』|『뉘른베르크여행』|『황야의이리』|‘하리할러의수기’|전쟁|음악|가장무도회|마술극장의자동차|1927년부터1929년사이|『나르치스와골드문트』|수도원이야기|방랑과창조의이야기|재회와죽음의이야기

6.봉사로반항하라
『정원에서보낸시간』|나치의시대|『동방순례』|나치와헤세|『유리알유희』|유리알유희란무엇인가?|타락한잡문시대|카스탈리엔은어떤곳인가?|크네히트|유희명인|이탈|유작시|세편의이력서|『유리알유희』에대한평가와전후의헤세|제2차세계대전이후|냉전과만년

맺음말_헤세의삶과문학은개인의독립선언이다

출판사 서평

헤세는힐링의묘수를전파했던천재소설가가아니다.
개인을억압하고개성을말살하는체제악에맞섰던반항아였다!
『수레바퀴아래서』,『데미안』,『유리알유희』의작가,우리가사랑한헤르만헤세의삶과문학을새롭게읽는다!
헤르만헤세만큼전국민적인명성을쌓고두터운팬층을확보한서양작가는드물것이다.『수레바퀴아래서』와『데미안』은샐린저의『호밀밭의파수꾼』과함께사춘기무렵통과의례처럼접하는필독서가된지오래고,소박한농부의모습으로포도밭을일구는헤세의모습은『정원일의즐거움』과같은저작을통해우리에게자연주의작가로각인되었다.특히청춘들은“새는알을깨고나온다”는명문과함께헤세를내면의성장에천착한작가로간주하여『데미안』에열광했는데,이는괴테가말한“인간은노력하는한방황하게마련이다”와함께세기를넘어젊은영혼들에게각성과도전,열정을불러일으킨유의미한자극제가되어주었다.또한우리나라의헤세는언제부터인가‘힐링의작가’로서도입지를굳혔다.출판관계자들은물론독자들마저“그의책을읽으면아픔,슬픔,고통이사라진다”라고홍보하거나“헤세의글은심리치료에탁월한효용성을발휘한다”고말해온탓이다.그러나이는헤세가강조한‘자아찾기’를오독한결과다.헤세가말하는자아찾기란대중이라는기계의일부로타락하지말고그기계의현실에저항하라는것이다.사실세상의어떤작가도개인의내면에만집착하지않는법이다.그런데우리나라에나온헤세관련책들은하나같이그렇게말한다.헤세는사회와개인의관계를다룬,특히사회라는체제가개인을억압한우리상황을가장절실하게보여준작가로서개인의자살과같은비극을내면심리의갈등이아니라사회의부조리때문에생겨난비극으로보았다.그런비극을해결하기위해서는인간자신만이아니라사회를혁명해야한다고주장했다.우리나라에는헤세의작품이수없이번역출판되었고,그의삶이나작품에대한해설서도매우많이소개되었다.그러나한국인이쓴헤세평전이나체계적인연구서는없다.이책은그러한지적공백을메우고자쓰는한국인최초의헤세평전이자전(全)작품읽기의시도로서우리가사랑해온만큼오독또한횡행했던헤세와그의소설이간직한진면목을탐색하는신선한작업이될것이다.


청춘이사랑하는헤세,대한민국이사랑하는헤세
헤세는인기작가다.불안하고고독한청춘을노래한작가,내면세계에천착한작가,자아찾기로대표되는치열한내적투쟁을전개한작가,동양적인신비를노래한작가,정원을일구며소박한자연으로회귀한작가…등등과같은이미지로우리에게각인되어있다.헤세는또한독자들이사춘기시절에뜨겁게만나는대표적인작가이기도하다.아무리책을읽지않는다고해도『수레바퀴아래서』나『데미안』을모르는사람은별로없을것이다.그의소설에나오는수많은명문장역시대중매체를통해회자되기일쑤다.그뿐일까?우리나라의소위‘훌륭한’분들역시공통적으로“헤세에게큰감명을받았다”고고백한다.심지어“『데미안』을읽기전에는부모와조국에대한사랑을제대로모르고공부도게을리했는데그책에서‘새는알을깨고나온다’는구절을읽고별안간대오각성하여열심히공부해육군사관학교에가서가장빠른나이에장군까지진급한뒤박정희대통령을받드는정치인이되었다”라고말한정치인도있다.그래서일까?중고교시절이나대학시절교양필독서목록에는헤세의책이빠지는법이없다.지극히관념적인자아찾기,작가의평생을지배했던고독함,개성에대한탐색은어느덧헤세를상징하는아이콘이되어버렸다.헤세는정말그런작가일까?

헤세는개인의내면에만천착했던작가일까?
헤세는부르주아적삶을경멸했으면서도그언저리를맴돌았고,전쟁을반대하면서도군대에자원했고,집단을경멸하면서도항상그주변을서성거렸던,한마디로매우약한사람이었다.어려서부터정신병원을들락거리다가50세가되어서는자살을시도했던배경이다.그런데도우리나라에서는그를출세와대오각성을위한전기가되어준작가라거나범접하지못할힐링의묘수를선사해주는작가로인식한다.하지만헤세는그런사람이아니다.헤세가말한자아찾기란대중이라는기계의일부로타락하지말고그기계의현실에저항하라는것이었다.사실세상의어떤작가도개인의내면에만집착하지않는법이다.어떤개인도사회와무관하지않기때문이다.헤세는사회라는체제가개인을억압한우리상황을가장절실하게보여준작가이다.그체제의결과로불거진개인의자살과같은비극을내면심리의갈등이아니라사회의부조리때문에생겨난비극으로보고,그런비극의해결을위해서는인간자신만이아니라사회를혁명해야한다고주장했다.물질만능,지식만능,권력만능의현실을비판하면서그의어린주인공한스기벤라트를자살하게만드는수레바퀴를부수어야한다고주장했다.헤세에대한사랑으로흘러넘치는천편일률적인힐링용책들이홍수를이루는가운데이책이유독사회변혁을강력하게주장했던헤세의참모습에방점을찍는이유이다.

반항하라,우리는반항하기에인간이다
저자는화려한연미복을입고힐링의묘수를전파하는천재소설가헤세가아니라,노동자나농부처럼허름한작업복을입고산속포도밭에서힘들게일하며소박한수채화를그리는그의참모습을소개한다.헤세는출세가아니라출가를권했다.헤세는군대를비롯한인공의조직이아니라순수한자연으로돌아가라고했다.힐링이나안주가아니라방랑을,안정이아니라끝없이고뇌하라고말했다.그는복종이아니라반항을,집단이아니라개인을,집단성이아니라개성을믿었다.나아가헤세는개성과개인을억압하는모든권력과권위에저항하라고했다.따라서저자는이책을읽는사람들에게헤세의말을빌어“자신의개성을지키고자신의존재를믿으라”고말한다.특히청춘에게“반항하라!기존의모든것에저항하라!우리는반항하기에인간이다”라고힘주어강조한다.자본주의에철저히저항하며평화와자연을사랑한헤세의모습은흡사체게바라를닮았다.긴방랑속에서스스로진실을인식하고책임을자각하며독립한개인으로굳게서는모습이바로헤세삶과작품의본질이기때문이다.집단적광기가난무하는황무지같은한국의현실에서우리가당당한개인으로서기위해헤세를다시한번정독해야하는이유다.

[책속으로]
헤세의작품에나오는모든주인공들은고뇌를극복한다기보다그고뇌때문에죽는다.대부분교양적시민이아니라비교양적인본능에충실한반(反)시민적인간상을지향한다.그리고고뇌도어린시절에가정과학교에서배운도덕을비롯한시민적가치관때문에생기는것이어서헤세작품을제대로읽는다면반시민적,반가정적,반교육적,반교양적인간이되라고하는것같다.그의작품이1960년대말서양에서생긴히피의성경처럼여겨진것도바로그때문이다.따라서헤세작품은모범적인기성인이보기에대단히위험하다.헤세는스스로히피처럼살기도했다.반면한국에서는내면세계의형성과자아실현이헤세문학의본질이라고들말한다.가령전혜린은“헤세작품에통틀어나타나는주제는자아로부터의해방이었고참된자아로가는길이었으며이모토에그는끝까지충실했다”고한다.도대체“자아로부터해방”되는자아는무엇이고,다시“참된자아”란무엇인가?나는그런난해한자아론보다독일의현실에저항하는개인의자아,즉개성이라는것이강조될수밖에없는억압적인현실이해가훨씬더중요하다고본다.사실성장소설이라고하는독일문학의전통도개성의성장에방해가되는억압적현실을극복하고개인의개성을확립하고자하는노력이었지않은가?뒤에서보듯이이는루터이후독일의지적전통이었고,그러한지적전통은언제나현실의억압을극복하는데모아졌다.그러나현실의극복이실제로는불가능하기에무제한적인자아도취적경향이생겼을테고,그것이방해되는곳에서당연히비판이제기되고,신비주의적인경향으로나타나거나아니면최후로극단적인폭발로서의낭만적혁명이나타난것아닐까?_[1960년대말히피들이헤세의작품을성경처럼여긴이유]중에서

한스가죽은이유를『수레바퀴아래서』의번역자는그의어머니가일찍세상을떠난탓인지도모른다고하지만(267)의문이다.한스와달리헤세에게는어머니가있었고,또헤세는고뇌와시련을글로승화시킨반면한스는그런출구를발견하지못해죽었다고한다.그러나어머니의존재여하는한스의죽음은물론그의고뇌와시련에무관하다.소설마지막장례식장면에서헤세는플라이크로하여금거기참석한교사들이나마을사람들모두가한스를죽였다고하는데왜번역자는어머니의부재를그렇게도강조하는것일까?(…)『헤세문학과이상정치』에서홍순길은『수레바퀴아래서』의한스가“참고견디어끝내는내면의성숙을가져왔다”고하는데(170)과연죽음이그런성숙인가?또홍순길은『수레바퀴아래서』를“어린시절의고향과양친의품속같은행복한시절의산물”이고헤세는“추억의실타래만계속잡아다녀도,내면의고백만을읊조리고향수와우울섞인심정만을토로해도성공적인작품을쓸수있었”고“그런식으로출세한작가”라고한다.(185)과연그런가?『수레바퀴아래서』는단순한청춘의애가가아니다.체제비판소설이다.가정과학교와직장이라는체제의수레바퀴에깔려죽은어느10대의이야기다.여기에정치와경제는구체적인체제로등장하지않지만10대의생활을지배하는권위주의적인가정,학교,직장은이미권위주의적인국가를전제한다.앞의제2장에서인용한교장의말이이를단적으로보여주지않는가?19세기말독일의권위주의적사회를말이다.『페터카멘친트』가에콜로지의교과서라면『수레바퀴아래서』는반학교의교과서다._[『수레바퀴아래서』는반(反)학교의교과서다]중에서

그러나이소설은1947년『데미안』미국판서문에서토마스만이말한대로“당시시대의핵심을이야기할수없을정도로정확하게적중시”킨작품으로봄(황진,225)이옳다.전쟁의책임을다른사람이아니라자신에게돌리며죽어가는태도를봐도그렇다.여기서헤세는결코인간을우리학자들이동양적인것이라고말하듯이“조화롭게완성된단일성”으로보지않는다.조화는커녕혼돈과무질서를초래한파괴적전쟁의원인을인간의이원성,즉정신과감각,선과악의대립으로본다.이같은대립의극복을통해다시“조화롭게완성된단일성”을추구하는것이다._[『데미안』은인격완성소설인가?]중에서

1930년에출판된『나르치스와골드문트』는우리나라에서『지와사랑』이라는제목으로소개되었고,『데미안』과함께가장많은독자의사랑을받았다고하지만나로서는이해하기어렵다.흔히그소설의주제라고말하는창백한지성과분방한사랑이라는대립구도가너무나도관념적이라고느껴지는탓이다.특히니체류의아폴론적인간상과디오니소스적인간상의대비를소설로쓴듯한느낌이강하다.그러나니체의모작이라면헤세의가치가훼손될수도있다.나에게이소설은그런관념적대립보다는정신과자연의불일치가초래한체제와시대의문제를풍자하는작품으로여겨진다.(…)그러나『나르치스와골드문트』의주인공들은이제『수레바퀴아래서』의소년들이아니라는점이가장큰차이다.나르치스는평생수도원에은둔하는수도사이고,골드문트는평생수도원밖을떠도는방랑자다.또한성격도다르다.나르치스는이지적이고차분하지만골드문트는낭만적이고열정적이다.지성형과감성형이라는구분이가능하다.그러나두사람모두신을찾는점에서같다.두사람중에단한사람의주인공을꼽는다면골드문트이다.따라서주인공의비중에서보면그제목은『골드문트와나르치스』로하는것이옳았을지도모른다._[『나르치스와골드문트』]중에서

『유리알유희』가나치의대두이후황폐해진현실에반항하는유토피아의추구로쓰였음은분명하다.헤세는파시즘이나공산주의가별로다르지않다고여겼다.폭력과테러로이상사회를건설하려고하는점에서같다고여긴것이다.헤세는어떤목적도추구하지않고,심지어그런것자체를의식하지도않고,인간의기본욕구이자생명의표출인순수한유희에불과한입장을대변해야겠다는믿음아래그소설을썼다.처음에헤세는유토피아소설을쓸생각이었다.그러나1938년부터사회참여적인태도로바뀜에따라정신과삶의변증법적인종합을추구하는소설에집중했다.(…)『유리알유희』의전기형식은그소설이‘성장소설’(Entwicklungsroman)임을보여준다.그러나헤세가그전에보여준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