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난화 (난화에 심어놓은 조선 정치가의 메시지)

추사난화 (난화에 심어놓은 조선 정치가의 메시지)

$35.00
Description
추사 선생과 추사 난화에 대한
미술사가들의 외눈박이 해설을 거부한다.

추사 선생의 작품에 대한 미술사가들의 치사致辭가 화려함의 도를 더해갈수록 추사 선생은 오히려 초라해져만 간다. 선생의 본뜻을 간취하지 못한 채 모호한 미사여구로 꿰어 맞추고 심지어 글귀까지 바꿔가며 제멋대로 해석하더니, 급기야 예술가의 개성이란 괴팍한 것이니 너그럽게 봐주잔다. 어이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엉뚱한 해석이 나오게 된 것이야말로 추사 선생이 의도한 바였다. 조선 말기의 세도정치 하에서 정적의 서슬 퍼런 감시를 따돌리고 눈 밝은 개혁동지를 가름하고 규합하여 시대의 모순을 혁파하고자 한 추사 선생은 난화蘭畵 속에 난화蘭話를 심어두어 뜻을 전달하려 하였다. 교묘한 유도로誘導路를 설계하여 세도가와 고루한 주자성리학 쟁이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선생의 의중을 알아챈 선비들로 하여금 나라 바로 세우는 일에 나서도록 심혈을 기울여 난을 쳐냈다.
추사 선생의 난향蘭香을 온전히 음미하기 위해서는 난蘭의 향香이란 본래 어떠한 것이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화지畵紙에 쓰인 글귀만을 쫓다가 막혀 억지 향기를 쥐어짜내지 말고, 추사 선생이 추구했던 정치사상의 핵심이 어디서부터 발원하는지 더듬어내야 한다.
이 책은 추사 선쟁의 [불이선란佛二禪蘭]을 중심에 놓고 그 밖의 난화와 선비문예 작품들을 하나하나 들춰가며 조선의 개혁정치가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어낸다. 이를 통해 추사 선생과 그의 작품에 대한 현대 주류(?) 미술사가들의 해설이, 마치 조선후기 추사의 정적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ㆍ축소되어 있음을 밝혀낸다. 그간의 외눈박이 해설들을 내려놓고, 호기심과 의문을 붙들며 추사 선생의 붓끝을 세밀히 따라가다 보면 [시경詩經]의 은유가 보이고, [대학大學]의 도道가 드러나며, 곳곳에서 번득이는 [초사楚辭ㆍ이소離騷]의 정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

이성현

저자이성현은홍익대학교미술대학에서미술학박사학위를취득한저자는21회의국내외개인전과동아미술상수상작가전을비롯한150여회의단체전그리고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대상을수상한현역화가이다.
30여년간작가이자교육자로활동하면서,지나치게문헌연구중심으로경도된미술이론들을접하며많은문제점과병폐를절감하였다.이에화석화된미술사연구에생기를불어넣을수있는작품중심의연구풍토를환기시키고자,정설로자리매김된기존한국미술사에화두를던지고자한다.
바른미술사는어떻게정립되는가?
이질문에답하기위해화가의눈으로확인한추사의모습을기록하는작업에매진하고있다.
저서로[추사코드](2017년세종우수교양도서)가있다.

목차

글을시작하며

1부난화蘭畵와난화蘭話
인천안목人天眼目
군자독전君子獨全

2부소나무가뽑힌자리에깃든난향
세한삼우歲寒三友
국菊
난蘭

3부불이선란不二禪蘭
인연因緣
부작난화不作蘭畵
부정명난화不正名蘭畵
부정난화이십년不正蘭畵二十年
이초예기자지법以艸隷奇字之法
시위달준始爲達俊
시위달준방필始爲達?放筆
비위달준방필妃爲達?放筆
오소산견호탈吳小山見豪奪

4부난향蘭香의시원始源을찾아서
[시경詩經]에서찾은난향蘭香
[주역周易ㆍ계사전繫辭傳]이전하는난향蘭香
굴원屈原의난밭[초사楚史ㆍ이소離騷]

5부화의畵意를감춘문인화가文人畵家
사의성寫意性이라는코드
정판교鄭板橋가난화蘭畵에감춰둔사의寫意

6부추사秋史의난화蘭畵와난화蘭話
불기심란不欺心蘭
번상촌란樊上村蘭
별법위란지?法爲蘭之
별법위란?法爲蘭
인정향투란人靜香透蘭

7부추사秋史[난맹첩蘭盟帖]
추사秋史[난맹첩蘭盟帖]제10난화蘭畵
유명훈劉命勳객중客中
추사秋史[난맹첩蘭盟帖]의제화시題畵詩와정섭鄭燮의제화시題畵詩
필근유의상必根有蟻傷

글을마치며

출판사 서평

‘세한삼우歲寒三友’(매,난,송)에서‘사군자四君子’(매,난,국,죽)로……난향蘭香은본래어떤향기였을까?

군자의풍모를의인화한사군자가착근하기이전시대의군자의표상은세한삼우로통칭되던송松,죽竹,매梅였다.인한忍寒을최고의덕성이라여기며살아내야했던사람들의가치관이세한삼우로뭉쳐진결과다.그런데어느순간소나무를뽑아내고난蘭과국菊을옮겨심는일이벌어졌다.
세한삼우가사군자로대체된일은단순한취향변화와는차원이다른사건이다.인간이추구하는가치관이반영된상징물이교체되었다는것은세상을보는관점이달라졌다는반증이기때문이다.소나무의퇴장은소나무의상징성보다더중요한새로운상징성을난과국에서취하게되었다는것이며,인한보다중요한새로운가치관이요구되는시대에접어들었다는것을의미한다.대체어떤일이벌어졌던것일까?
중국역사에서요ㆍ순시대이래천자의지위는명목상으로라도선위禪位형식을취해계승되었다.그러나이러한전통은중국대륙에이민족의제국원이등장하며맥이끊겨버린다.천자의몰락은봉건제후의몰락으로이어지고,결국천자중심봉건제는뿌리째뽑혔으며,이는한족의전통적우주관에서부터가치관까지모든영역에걸쳐연쇄적변화를촉발시키는주된원인이되었다.소나무는[시경]에서부터공公,후侯의상징으로불려왔다.그런공·후가원의건국과함께모두몰락하였으니,공ㆍ후의상징이던송의덕성또한사라지게된것이다.나라잃은한족을하나로모아줄새로운구심점이필요하였던시대적상황은필연적으로새로운지도자의출현으로이어졌으며,이때새롭게등장한지도자의상징이난과국이었던셈이다.
저자는[시경][초사ㆍ이소]그리고역대난화蘭畵의화제畵題글분석을통해,난이선비의고아한풍격風格을상징한다는세간의상식과정반대로변방의험난한생존현장에서삶을영위하던백성을상징한다는것,그리고난향이란바로이러한백성의요구를전하는소식임을밝혀낸다.(2부와4부참조)


[불이선란佛二禪蘭]을둘러싼미술사가들의어이없는해설소동

이러했던난이본래의특성을잃고충절의상징으로보이게된것은남송말南宋末ㆍ원대초元代初의인물사초思肖정소남鄭所南의노근란露根蘭에서비롯된것이다.특히나주자성리학이절대적이데올로기로군림하던조선에서는이미망국이되어버린명明을떠받들고청淸을도외시하는분위기하에서충절을의미하는난화가선비문예의중심으로자리하게되었다.말하자면그러한난화가정난화正蘭畵(국가공인난화)였던셈인데,이로인해오늘날추사선생의[불이선란]을둘러싼엉터리해설소동이벌어지게된다.그대표적예를두가지들어보자.
먼저많은미술사가들이‘부작난화이십년不作蘭畵二十年’이라읽으며‘난그림을안그린지20년만에’라해석한[불이선란]의첫화제부분이다.저자는실제그림의제시를통해그것이‘부정난화이십년不正蘭畵二十年’이며그뜻은‘(법도에맞지않는)엉터리난그림[부정난화]과함께한지20년만에’로읽어야한다고말한다.이첫부분부터어긋나게바라보니[불이선란]을놓고근거없는설들이난무하게된것이다.
두번째로미술사가들이‘시위달준방필始爲達俊放筆’이라읽은후‘처음에달준이를위해그렸으니’라고해석한부분이다.이로인해존재하지도않는‘달준이’란인물을찾아냈노라는웃지못할코미디도벌어진다.저자는이것이‘비위달준방필妃爲達?放筆’이며그뜻은‘왕비가거만한결단을내리도록하기위하여붓을놀리니’라고지적한다.(3부참조)
이책제3부의글을통해독자들은마치양파껍질이하나하나벗겨지듯[불이선란]에대한놀라운사실을알게되며,기존미술사가들의해설과달리추사의난화가갖는엄중한의미를체험하게될것이다.


[난맹첩蘭盟帖]이선비들이고상한풍류를즐기며교유하기위한방편으로엮은것이라고?

7부에서거론하고있는[난맹첩]에대한해설도기막히기는마찬가지다.[난맹첩]에대해최완수선생은“마음을터놓고사귐을금란지교金蘭之交라하고,뜻을같이하는모임을난맹蘭盟이라하게되었기때문이다.난을사랑하고난그림을그리며이를즐길만한사람이라면정녕난맹의자리에끼일만한자격이있을것이다.추사는이런여러가지아름다운의미를생각하고[난맹첩]이라명명한모양인데첫권첫머리부터여류로난을잘치던이들을소개하고있는것으로보면아무래도여자와함께묵란첩을꾸며보고싶었던것이아닌가하는생각이든다”(383-384쪽)고하였는데……추사선생을바람기많은노인네로추락시키고있는장면이다.‘맹서할맹盟’자의의미가그리가벼울리도없거니와,그첫권첫머리에대한저자의해석을보면위의최완수선생과같은해석이얼마나보잘것없는것인지혀를차게된다.(7부407-412쪽)


평양기생의시詩하나의뜻도그리가볍지않은데

저자는‘글을마치며’에서추사가연시戀詩를보냈고그것을[완당전집]에까지수록했다고하는평양기생죽향에대한내용을실었다.기존미술사가의해석대로라면죽향의시는매우낭만적인여인의한탄일뿐이지만,저자의해석대로라면하품인생을살아가야하는여성의가시돋힌항변이다.선비가아닌기생의시하나에도오늘날사가들의해석보다훨씬깊은뜻과마음이담겨있음을전하면서,저자는다음과같은말로책을마무리한다.
“천한기생도육예六藝를익혀선비문예에감춰진사의성寫意性을읽어낼수있어야명기名妓소리듣던사회가조선이었건만,기생의문예작품에담긴의미도알아듣지못하면서추사선생을뵙겠다며아무런준비도없이나서야되겠는가?깊이있는대화는상대가어떤사람인지아는것에서시작되고,준비없이상대를만나는것이무례임도알아야무시당하지않는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