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격동기한가운데선카프카
이책은카프카개인의행보만을살피고있지않다.정치사회적권력을겨냥한카프카의모습을드러내기위해,카프카개인이위치한정치적이고역사적인배경을충실히기술하고있다.무엇보다체코프라하의유대인이면서독일어권작가라는복합적인정체성이,카프카의인생을역사적이고정치적인선상에서살펴한다고말해주고있다.실제로이데올로기의변화에따라카프카에대한시대적인평가도달라졌다.동유럽이스탈린치하에있던시절,카프카는그저‘퇴폐적인허무주의자’로알려졌지만,스탈린주의가쇠퇴하기시작하자사람들은카프카를‘자본주의가낳는소외에대한혁명적비판자’로불렸다.동유럽이공산주의로부터해방되고자본주의가들어서자,카프카는체코의관광상품으로이용되기시작했다.이처럼예술가나예술작품은이데올로기면밀하게연관맺는다.그렇다면카프카인생또한,역사적이고정치적인연관성상에서살펴야함이옳다.
카프카가살았던19세기말,그리고20세기초체코프라하에서는독일인과체코인,유태인들이여러형태의갈등양상을빚어냈다.당시오스트리아제국아래존재했던체코는군국주의적의무교육을실시했으며,오스트리아정부는제국주의적팽창을꿈꿨다.심지어체코에는극단적인민족주의적감정이지배하고있어,사회주의자/노동자들끼리도독일인과체코인으로분열되는형국을보였다.뿐만아니라유럽전반은반유태주의의열풍에휩싸여죄없는유태인들이종종희생당했다.카프카는시대의격동기속에서성장한것이다.카프카는수직적으로체계화된관료사회를경험했고,세계1차대전이라는제국주의적참상을목도하기도했다.이러한격동의시대속에서카프카가어떤고민을했는지,온갖권력이충돌하고시민들이억압당하는현실에어떻게분노했는지를이책에서탐색한다.
카프카는‘아나키스트’였다
카프카의작품은다양한관점으로해석되고비평된다.신학,정신분석학,실존주의,마르크스주의등여러분야로포진되어있는비평가들이카프카에대한자기들만의해석을내놓는다.카프카의짧은단편소설「법앞에서」를해석하는시선만해도천차만별이다.예컨대신학적해석은이소설에등장하는‘법’을낙원,‘문지기’를권력으로보고,작품의주제를‘신과인간의괴리’로파악한다.한편정신분석학적해석은법을성적대상으로서의어머니,문지기를어머니에대한접근을거부하는아버지로본다.그러나카프카가말하는법이란그저‘법’일뿐이다.우리는“그것에가까이갈수없다.”(『변신』554쪽).사람들은그소수의지배자가지정한법체계를인정하고,스스로를종용하게내버려둔다.따라서「법앞에서」는국가권력에대한신봉과정치적미숙에대한풍자이자,자신들의지배를합법화시킬수없는권력을공격하는글이다.
이책에서카프카는꾸준히정치적권력,세상을위계서열화하는권력시스템을공격하는사회적인소설가로바라본다.물론관점의차이에따라작품에대한해석은다양하게나뉠수있다.그러나그것을카프카자신이의도한것인지,비평가들이확장해서사유한것인지는구분해야한다.그래서카프카의삶을되돌아볼필요가있는것이다.실제로,카프카는젊은시절사회주의에지대한관심을보이기도했다.이후바쿠닌과프루동을비롯한아나키즘사상에지대한관심을쏟기도했다.그러나가장중요한건카프카가일생동안‘권력’에맞서려했다는것이다.이책에서사람들은몽상과절망에빠진카프카가아닌,권력에주체적으로대항하려했던카프카,권력을거부하는‘아나키스트’카프카의모습을새롭게보게될것이다.
카프카,‘변신’을꿈꾸다
카프카의‘변신’에서그레고르잠자는왜‘벌레’가되었을까?이에대해많은해석가들이‘흉측한벌레’로변하는모습으로인간의타고난고독을설명하려했다는식으로이야기한다.그러나이책에서는잠자가‘벌레’가되는이유를아예다른관점으로설명한다.그레고르잠자는타의에의해강제로벌레가된게아니다.그는자신이직접벌레로‘변신’하고싶었던것이다.이는앞선단편「시골의결혼」에서결혼식에가기싫은주인공이스스로벌레가되어일상에서숨고자하는묘사를통해단서를잡을수있다.그레고르잠자는자신을돈벌어오는대상으로만보는가족들에게서나,일하는기계로전락시킨직장에맞선다른존재가되고싶었던것이다.‘흉측한벌레’는구역질나는관습을벗어나새롭게살아가는길을제시하고자하는주체가된다.하지만그가다른존재로변신하든말든사람을기능적인존재로전락시키는사회적권력을그대로남아있다.결국‘변신’해야하는것은정치사회적현안이라고,카프카는말하고있는것이다.프란츠카프카는진정으로변화된사회가도래하길바라는사람,사회가‘변신’하길꿈꾸는사람을위한작가이다.
[책속으로추가]
무너져가는제국오스트리아에서등장한,릴케,슈니츨러,무질,브로흐,클림트,코코슈카,말러,쇤베르크,비트겐슈타인,프로이트등으로대표되는허무주의의세기말문학은제국의단말마적고뇌의표현에다름아니었다.그들은당시의썩어빠진정치를불신한격렬한회의주의자들이었다.
프라하의경우그런절망감은더욱컸다.특히독일계유대인예술가와지식인들은그들을둘러싼두개의거대세력(독일인과체코인)의권력투쟁으로부터고립된소수의무력한죄수였다.그투쟁이어떻게끝나던자신들과는무관했기에그들에게는아무런희망이없었다.
당시프라하문학을지배한독일계유대인작가들은하나같이보수적인독일을숭배한사람들이었다.이에반해젊은문학인들은랭보,베를렌느,보들레르,그리고E.A.포에심취했다.그최초의반항자는릴케였다.카프카보다8년앞서1875년프라하에서태어난그는1890년프라하를떠났으므로사실프라하의작가가아니었으나,프라하의청년작가들에게많은영향을끼쳤다.
그러나젊은문인들은대부분카프카가그랬듯이하급관리로살면서글을써야했기때문에상관에대한불만과자신들의불행으로인해심지어정신병자가되는경우도드물지않았고,그들의작품도천차만별이었다.여기서우리는카프카가당대에예외적인존재가아니었음을본다.
예컨대파울레핀PaulLeppin(1878-1945)은매독에걸린우체국직원으로서뛰어난시와함께저질의포르노를함께썼다.그뿐만아니라당시문인들은모두E.A.포의괴기를모방하고과잉의수식어로글을썼다.화려한수식,전율적인이상성욕,센티멘탈리즘,키치등으로뒤범벅된문체파괴는언어만이아니라작가들의의식마저오염시켰다.브로트나베르펠도예외가아니었다.
그유일한예외는카프카였다.카프카의문학은그들문학과달랐다.그는그들의문장과는전혀다른간결하고냉정한문장을썼다.그것은카프카가천재여서가아니었다.그가고립되었기때문이다.즉주류문단문단으로부터의고립되어냉정한문장을쓸수있었던것이다.그는앞에서본것처럼대단히행복했다고보이는대학생활에서도독행자였고,문학서클에몸을담기도했으나사실은그집단에서홀로였다.
-p206~207
‘소수적인문학’이란들뢰즈와가타리가카프카문학에붙인것이나,더광범하게는프라하에서의유대인문학을말한다(들뢰즈43쪽).그특징은첫째,‘높은탈영토화에의한언어의변용’이라고한다.탈영토화란기왕의어떤영토를떠나는것으로서,프라하의유대인들은프라하의다수사회로부터떠난상태에서역시자신들의언어가아닌독일어를사용한다는점을뜻한다(들뢰즈44쪽).
이어둘째특징은모든것이정치적이라는점이다.즉카프카의작품에나타나는가족삼각형(부-모-자)이그의미를규정하는상업적,경제적,관료적,법적,민족적(독일인-체코인-유대인)등등의다른삼각형과결부되어정치성을갖는다는것이다(들뢰즈45쪽).
마지막세번째특징은모든것이집합적또는혁명적인가치나의미를지닌다는점이다.카프카자신은“문학이란문학사의문제라기보다도민중의문제이다”라고말했다(1911년12월25일일기,들뢰즈46쪽재인용).그래서카프카작품에는언제나개별주체가아닌,집단이등장한다고본다(들뢰즈47쪽).
이런상황에서쓰이는‘소수적문학’은마이링크나브로트처럼독일어를인위적으로더욱풍부하게해주는방법인상징주의,몽환주의,신비주의등을택하기도하나,이는“민중과의절연을더욱강화했고,오직‘시온의꿈’으로서시오니즘안에서만그정치적출구를발견할수있을뿐이었다”고들뢰즈는설명한다.
반면카프카는“독일어를있는그대로,심지어그빈곤한그대로선택”한다고한다.“간결함을통해서탈영토화를향해언제나더욱더멀리나아가는것”이다(들뢰즈49쪽).이점에서들뢰즈는앞의바겐바하와달리카프카의특수성을충분히이해하고있다고볼수있다.들뢰즈와가타리는이러한탈영토화가카프카의동시대인,예컨대아인슈타인의우주에대한표상의탈영토화,쇤베르크,베베른,베르크등빈악파의12음주의,표현주의영화,정신분석학,프라하언어학등에도나타난다고지적한다(들뢰즈63쪽).
이어들뢰즈와가타리는“소수적이지않은위대한문학이나혁명적문학은없다”고하며(들뢰즈67쪽),민중문학,프롤레타리아문학의모범으로카프카를제시한다.앞에서도말했듯이최근모레티는카프카가표준독일어를사용했다는이유등으로카프카가결코‘소수적이지’않았다고말하나,이는카프카를충분히이해하지못한탓이리라.
p208~209
『성』은권력에대한소설이다.성의주인은권력자들이다.그들은국가의기능과개인의운명에대한기능을동시에수행한다.그한계를설정하고금지하며규정하고굴욕을주고통제하며속이고꾸물거린다.무법체계의정상적인기능을보장하고동시에그들의활동을통해억압받는자들에대한시간구조를형성한다.민중은그냥권력에호소하고간청하며희망하고기다릴뿐이다.그러나그들은언제나거절당하고허위의약속만을다짐받는다.
시간이흐르듯삶도흐른다.결국희망과지연의미로속에서그들이얻는것이라고는아무것도없다.세련되고교묘하게움직이는권력의끝없는활동조직은완전히무용하게돌아간다.그전제적인권력은저속하고제멋대로이며잔인하고거만하며변덕스럽고추악하다.그들은악과무분별한세계질서의필요도구이다.
그완전한어둠속에서인간은더듬거리며길을찾으려고애를쓰며움직인다.유혹적인작은불빛이가끔은빛나기도하나그것은기만과환상에불과하다.모든것은허사고슬프며사악할뿐이다.왜인간은인간을억압하고괴롭히는가?아무이유도없다.그러나인간은‘나는포기한다’라고말하지는않는다.그는악의지배를확신하나악과타협하지는않는다.
그리고K는지금까지의카프카작품에등장한주인공들과는달리강요에의해서가아니라,자신의결정을통해스스로운명을바꾸고자투쟁에뛰어든다는점을주목해야한다.
p373~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