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인간의 사회를 향한 생명의 경제운동)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인간의 사회를 향한 생명의 경제운동)

$20.09
Description
“사회적” 경제를 다시 읽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의 참여가 확산되고 이에 대한 중앙·지방정부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사회적 경제운동이 보여준 실천의 폭과 깊이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론할 만큼의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외부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조직의 생기도 급속히 소실되고 마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책은 작금의 사회적 경제운동이 힘있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가장 주된 이유로 역사적·이념적 이해부족과 착각, 그로 인한 방향성의 부재와 혼란을 꼽는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경제에서 “사회적”이 갖는 의미가 올바로 정립되지 못했음을 밝힌다. 고금의 풍부한 동서양 사례 분석을 통해 사회적 경제의 원형을 탐색하고, 종교사상·철학·문학의 담론들로부터 사회적 경제의 원리를 포착해낸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사회적 경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원칙으로서 “주체의 확대” “영역의 확장” “지역사회의 창출”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그 가능성에 대한 독창적이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전개한다.

사회적 경제에서 “사회적”이 갖는 의미
“이렇게 집요하고 교묘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박원순 시장이나 조희연 교육감이 생각하는 교육관을, 그런 이념을 주입하려는 박원순 조희연 두 분에 대해서 섬뜩함을 느낍니다.”
서울시 국감장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박원순 시장을 향해 ‘사회적 경제’와 ‘사회주의경제’를 동일시하며 비난한 일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우스개 해프닝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그의 착각과 달리, 러시아혁명이 끝난 직후 레닌과 크로포트킨 사이에 오간 대화는 사회주의자의 눈에 협동조합(사회적 경제)이 어떻게 비쳤는가를 잘 보여준다.
한편으로 사회적 경제의 ‘공익’적 측면에 주안을 두어, 사회적 경제가 마치 국가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것처럼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는 비록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본질은 결코 ‘공익’에 있지 않다. ‘나’를 위한 ‘모두’의 경제행위인 시장경제나 ‘모두’를 위한 ‘모두’의 경제행위인 국가경제와 달리, 사회적 경제는 기본적으로는 ‘나’를 위한 ‘우리’의 경제행위다. ‘결사(association)’야말로 다른 경제와 대비되는 사회적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인 이유다.
문제는 ‘우리의 결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머문 결사’에 있다. 우리를 범위로 결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결사의 행위마저도 우리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나’를 위하지도 또 ‘우리’를 유지할 수도 없게 한다. 사회적 경제가 ‘상호부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밖으로 열려 있는 정신’ 즉 ‘호혜’다. 이는 단순한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오늘날의 인류로 출발할 때부터 그 생존을 가능케 한 조건이었다.
저자

김기섭

일본고베대학농업경제학박사.협동조합과사회적경제연구활동가.
1963년강원도원주에서태어나민주화운동과생명운동을이끌던원주의품안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1982년대학에입학했지만주로교실보다는잔디밭에서보냈고,덕분에백양로를나뒹굴던최루탄속에서원주에서의기억을스멀스멀되살려냈다.1986년일본으로가새로운협동운동과유기농업운동을이끌던은사로부터사사했고,덕분에협동운동의참된방향과일본의다양한시민사회운동을접할수있었다.1993년생활협동조합중앙회에입사해전국생협의조직정비와사업안정에힘썼다.1997년수도권지역의생협들과함께두레생협연합회를설립했고,이후실무책임자로있으면서조합원주권,생산자와의협동,아시아민중과의연대,생명의협동조합이되게하기위한노력을했다.
2012년부터는보다자유로운입장에서협동조합및사회적경제와관련한연구와지원활동에힘쓰고있다.
저서로『깨어나라!협동조합ㅡ더좋은세상을만드는정직한노력』(들녘),
역서로『공동체탐구ㅡ유토피아에서협동조합사회로』(신용협동조합중앙회),『인간연대의자본론ㅡ오류와망상의‘자본론’해체노트』(들녘),
공저로『농산물의대안유통모델연구ㅡ사회관계론적접근』(명진씨앤피),『미래와의소통ㅡ과거와미래사이에서한국시민사회의길을묻다』(이매진),『한국사회적경제의역사』(한울)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옴소리’와‘라곰’/인간에서생명으로/사이에서너머로/구성/감사

제1장‘사회적’이란무엇인가
1.‘사회적’에대한잘못된이해
사회주의냐공익이냐/레닌과크로포트킨의대화/사회적≠사회주의/성장이냐분배냐,자유냐평등이냐/공익은누구의몫인가/사회적경제의목적/사회적경제의재등장/‘연대의경제’와의동맹/사회적경제의고유영역

2.‘사회적’의두가지의미
어원/첫번째의미:결사/‘사회적’의무성화와그대응/두번째의미:상호부조와환대/상호부조와환대의관계/프랑스혁명의성공요인/새로운흐름

3.‘사회적’인간
왜환대하는가/인간에대한두가지이해/사회적경제의인간이해/복합사회와인간/관계의양방향/관계의세가지이유/네번째증여/‘신성’과‘영성’/일체화한개인/일체성의생략과일체성만의강조/영적인사유,회상의세상

제2장교역의역사
1.교역의구조
왜교역인가/교역의층위/내포도돌출도아닌/소외의진화적이해/교역의유형/교역의가치/교역의대상/무엇을지킬것인가

2.교역의태동과공양
교역의시작/침묵교역과박달나무/샤크럼의비극/방문교역과신시/호혜의등장/공양적살해/공양의두측면/계약으로서의공양/공양을위한기도/비경쟁적교역

3.재분배의등장과변화
계약으로서의세금/재분배의기원과기능/성역의구축/재분배의세속화/세금과전매/주조화폐/유가의비판

4.시장의역사와시장시스템의융합
시전과장시의등장
장시에대한주역의설명/시장의연결/시장시스템의재융합/폴리스?아고라?피레우스/민주주의를다시생각한다

제3장자본과그소진
1.소득과소비,소비와행복
빗나간예측/낙수효과와분수효과/소득과소비의비연관성/부의권력화/대안으로서의사회적경제

2.자본이란무엇인가
자본주의의태동/자본주의의위기/대중소비사회의도래/소비자운동의등장/자본이문제다?/성령의긍정과부정/자본의기원/자본의정의와목적/두자본의차이/교역의부등가성/신용과공황

3.소비에서소진으로
대중소비사회의소비/희소냐과잉이냐/두가지소비/과잉의소진과그점유/소진의역사/순수증여와의차이/소비와의차이/소진사회

4.사회적경제의사례
두레와신협/생협과한살림/지역통화/채무의추첨식소각/프랑스와일본의사례/특징/통합적네트워크

5.『모모』이야기
줄거리/폐허가된자연/‘모모’는누구인가/시간은생명이다/비축된시간은자본이다/사회의위기와자본의소진/소진의주체

제4장사회의구조와소도
1.스웨덴의사례
‘민중의집’과‘국민의집’/사람의공간과관계/사람의확대와돌봄/마한과소도에대한상상

2.마한이야기
『삼국지』인용/귀신의의미/천신의의미/제사와축제의의미/제사의공리적기능/나를향한환대/노동에대한평가/생명의관점

3.소도이야기
소도는어떤곳인가/신내림과듣기/도망자의도적질?/망도에의대응/구빈?방빈?활빈/동학의유무상자/소도의존재의미/소도의쇠퇴/시간으로의전환

4.이원화사회와소도
인류역사의변화과정/내적통일상태와통일화과정/천군과주수의행동양식/관계방식/사회적경제의이원화/이원화된것들의중층적결합/왜소도가필요한가

제5장지역사회를향한사회적경제의진화
1.자본주의의미래
저성장의위기/공간의확장/공간의포화/공간의분할/성장의임계점

2.왜지역사회인가
사회적경제에거는기대/자본주의세계와의차이/지역사회의정의와변화/가족과직장의붕괴/사회적안전망/송파세모녀

3.관계의진화
초기사회적경제와지금의차이/사회적경제의목표와목적/엮음의시작:멤버십/엮음의성공:파트너십/엮음의전환:릴레이션십/엮음의강화?/엮음의민주주의

4.구조의진화
사회적경제의세가지구조/준비?태동?성장단계/성장에따른문제/상사와상동/사회적경제의진화/공동체의태동

5.지역사회의창출
‘중층사회’와‘관계의이중성’/‘상호부조’와‘이천식천’/지역사회에서의삶/생명의호응공간/평화를향해

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자본주의의위기,4차산업혁명이그해결책이다?

흔히마르크스의경제학에서가장어렵게대면하게되는개념은자본과화폐에대한것이다.제2장에서다루는자본이란본래마르크스의그것,유물론적사관에따른자본주의적자본의그것이아니다.자본의생성자체부터그기원이다르다고본다.
마르크스가자신이세운세계관에입각하여자본의몰락을도출해내고이에따른이상적공산제사회의모습으로원시공산제사회를상정했지만이는실현될수없는것으로증명되었는데,사실그전제부터가오류였다.
마르크스의예측과달린자본주의는자체의모순해결을다른경로를통해해결해왔고(비록일시적일지라도),이에더하여기존사회주의체제의몰락은지금의자본주의를선택지가없는불변의성처럼여기게만들었다.그러나지나온모든유형의자본주의를들여다보면,그것들이공간의분할과주변으로부터의이익수집을통해중심의성장을이루어왔다는점이확인된다.초기단계에서자본주의는한국가안에주변을만들어자신의이익을추구해오다가그주변이균질화되자이번에는국외에눈을돌려세계곳곳에주변을만들었다.
자본주의의세계화는결국세계를선진국과후진국으로나누어후진국인주변으로부터선진국인중심으로부를수집해온과정이었다.하지만온세계가자본주의로균질화되면서,즉자본주의의세계화가확대되면서주변은더이상존재하지않게되었다.
후진국을두고벌어지는선진국의각축전은오히려후진국을향한선진국의분할과수집을점점어렵게만들었다.그리고이런상황에서자본주의가선택한길은‘다시’국내였다.국내로다시눈을돌려이제까지의국내적균질성을소멸시키면서한국가안에새로운주변을만들기시작했다.
노동시장의유연화를통한비정규직의양산은자국안에새로운주변을만들기위함이었다.미국발금융위기의단초가된서브프라임모기지론은이런자국내주변으로부터이익을수집하는과정에서파생한것이었다.
지금세계각국이공통으로직면한양극화문제는세계적차원의자본주의가균질화되면서후진국을대신해자국내에주변을만들어온결과다.
하지만문제는이런자국내주변에서도이제더는부의수집이불가능하게되어간다는데있다.양극화에따른빈곤이오히려먹잇감으로서의기능을상실시키고있고,대부분의선진국에서는지금저출산과고령화로소비자체가정체하거나감소하고있다.
저출산에따른인구감소는소비개체수자체의절대적감소를의미하고,인구의고령화는개인이연명할최소한의감가상각내에서만소비가이루어짐을의미한다.경제성장이감가상각의범위를넘어서는소비의확대를통해이루어진다는점을고려할때,이런세계적차원에서의인구감소와고령화는더이상의경제성장을불가능하게만드는가장큰요인이된다.이런상황에서4차산업혁명이마치구세주인양떠드는것은말이안된다.4차산업혁명의기술적실현가능성을인정하더라도이는자본주의공간을생명과우주로확장할뿐,이렇게확장된공간을중심과주변으로분할하지는못한다.
4차산업혁명으로아무리값싼재화가생산되더라도소득이따라주지않는데소비할리없고,소비할사람이없는데소비가늘어날리없다.
산업혁명은한사회의기술적토대이지그것이한사회의문제를해결하거나새로운사회를낳는것이아니다.신석기시대에간석기가있었고농경시대에보습이있었던것처럼,산업자본주의시대에는증기기관에의한기계화(1차산업혁명)와전기에의한대량생산(2차산업혁명)이있었고,금융자본주의시대에는컴퓨터에의한자동화(3차산업혁명)가있었을뿐이지이런산업혁명이한사회나시대를낳은것이아니다.이를두고마치산업혁명이새로운사회나시대를낳는다고보는것은결과로원인을설명하는잘못된해석이다.

마한의소도와지역사회의창출

이와같은자본주의의위기상황에서,이책의제3장에서거론하는마한의소도에대한평가는사회적경제가추구해야할생명가치에대해중요한시사점을던져준다.
중국의사서『삼국지』에서는마한의소도에대한기술에서,소도에들어온이들은죄짓고“도망온사람들”이며,소도가이들을“누구하나돌려보내려하지않고”맞이했으니나중에는“도적질을좋아하게되었다”고했다.그러나‘도망온’으로해석되는‘망도(亡逃)’는실은‘도망(逃亡)온’이아니다.
‘망도’는말그대로“망(亡)해피해온다(逃)”는의미지“죄짓고도망친다”는의미가아니다.인간은누구나어쩔수없이도피해야만하는상황을수없이맞는다.가난에짓눌려도저히회복할수없게되었을때,장애나질병을얻었는데누구로부터도도움을받지못할때,극심한억압과차별속에서누구도내편이되어주지않을때,인간은그상황에서벗어나기위해어쩔수없이피하게된다.
이를놓고볼때,“송파세모녀사건”이우리사회에던진파문은뼈아프지않을수없다.모언론은이들모녀가사회복지제도를이용할줄몰랐던탓으로돌리기도했지만(이는사실이아니다!),그전에더심각하게살펴야할것은망(網,network)의부재였다.
세모녀를죽음으로내몬것은이나라의복지제도였고,이를국가의일이라고만생각해온우리자신이었다.이나라에는국가만있지사회는존재하지않으며,그사회에는또제도만있지사람이존재하지않았다.그리고이런국가와사회를만든장본인은바로우리자신이다.
만약에세모녀곁에누군가가있었다면,더구나그누군가가선의를가진한두명의개인이아니라,어떻게든해결책을찾고끝까지함께해줄다수의관계망이었다면어땠을까?이시대에새로운소도가필요한이유고,사회적경제가어떻게존재해야하는지를보여주는대목이다.
지금세계여러나라에서사회적경제에거는기대는다음세가지로압축할수있다.
먼저‘주체의확대’다.사회적경제는이제까지어떤시대나상황에서도항상주변인이들에게관심을기울여왔고,그들의인간다운삶을위해노력해왔다.하지만이런노력에도불구하고주변의상황은지금더욱심각하다.
사회적경제를지탱시켜줬던중산층가정마저주변으로내몰릴위험에빠져있다.사회적경제가중심과주변의중간에머물지않고주변에더욱관심을가져야하는것은이런상황을반영한때문이다.상호부조를통한환대를강조하는것은이런이유때문이다.
다음으로‘영역의확장’이다.물론여기서말하는영역의확장은단지사업의다각화만을의미하지않는다.‘주체의확대’를통해대두된주변과그들의필요에관심을가져야하는것은물론이고,이런필요에대응하는방식이재화의공급에서재분배로까지향해야한다는것을의미한다.
제2장에서“사회적경제는호혜?상품교환?재분배의융합이다”라고강조한것도이런이유에서다.마지막으로사회적경제에거는가장큰기대로‘지역사회의창출’이있다.
이는한마디로시민과그들의결사를토대로때로는지자체와도협력하면서시민은물론그바깥의모두를향해‘시민적공공성’을구축하자는것이다.

[책속으로이어서]
초창기교역은필요한것을얻기위해가진것을내놓는경제적목적보다는오히려모르는이들간에혹시있을지도모를갈등과싸움을방지하기위한안전상의목적이컸습니다.따라서그형식은평상시에는별로대면할일이없는,아니대면한다는것자체가침략으로오해받을수있는두공동체사이에서대면없이이루어지는‘침묵교역(silenttrade)’의형태를띠었습니다.물론이때의교역이‘침묵’인이유는서로말이통하지않아서가아니라지리적접근즉관계를기피했기때문입니다.양도하고싶지않은것을양도해야만하는아픔에도불구하고양도를통해동맹을성사시키려는무언의계약이말없는교역을성립시킨것입니다.
폴라니는이런침묵교역을약탈에의한획득과무역항에의한평화적교역의중간에위치한제도라고보았습니다.교역을사회적관계의제도화과정으로이해하고,이런제도화과정의역사속에서침묵교역의위치를밝혔다는점에서일면타당한주장입니다.하지만사회적관계의제도화과정에서우리가정말로유념해야할것은이런제도화를만들어낸인간의의식,신화속에침잠돼있고따라서무의식이라고도불리는인간의심층의식입니다.
침묵교역은보통공동체와공동체의경계부근에서행해졌습니다.미리일정한장소를정해놓고그곳에한공동체가자신의생산물을가져다놓으면다른날상대공동체가그답례로자신의생산물을가져다놓는방식이었습니다.그리고이런교역의장소로서보통은공동체의경계,즉한공동체와다른공동체가만나는접점에위치한큰나무가이용되었습니다.
동북아시아에서는이런큰나무가대부분박달나무(檀木)였습니다.박달나무아래에한공동체가자신의선의를드러내기위해그수확물을가져다놓으면,다른날상대공동체가답례로서자신의수확물을가져다놓았습니다.박달나무아래는이렇게공동체간의관계를평화와안녕으로유지하기위한매우중요한장소고,때문에당시사람들은이를성스럽게여겨‘???다’즉‘밝다’의의미를지닌박달나무로이름붙습니다.우리나라건국신화에나오는‘단군(檀君)’이바로‘박달나무아이’를뜻하고,그의소임은공동체와공동체사이의관계를평화와안녕으로주재하는것이었습니다.(141-142쪽)

『삼국지』에서는이런방울을흔들고북을두드린이들을죄짓고“도망온사람들”로묘사했습니다.소도는이들을“누구하나돌려보내려하지않고”맞이했으니나중에는“도적질을좋아하게되었다”고도했습니다.요즘도법률위반으로수배중인사람이명동성당이나조계사에피신했을때이곳을소도라부르는것도이런맥락에서입니다.
하지만정말로소도는죄짓고도망온이들의공간이었을까요?소도의역할은단지이들을피신시키는데그쳤을까요?그래서결국이들은소도안에서도적질밖에는할수없었을까요?
보통‘도망온’으로해석되는‘망도(亡逃)’는실은‘도망(逃亡)온’이아닙니다.‘망도’는말그대로“망(亡)해피해온다(逃)”는의미지“죄짓고도망친다”는의미가아닙니다.『삼국지』의다른대목에서도‘망도’는군대에끌려가죽게되었을때피할수밖에없는처지로쓰고,이보다앞선『사기(史記)』에서도원정을가게되어죽을지도모르는상황에서도피하거나자살하는일로묘사되었습니다.국가의입장에서야이것이죄에해당하겠지만,당사자로서는사느냐죽느냐의절박한문제습니다.
나아가‘망도’는단지국가의폭력에대한어쩔수없는도피만을의미하지않습니다.인간은누구나어쩔수없이도피해야만하는상황을수없이맞습니다.가난에짓눌려도저히회복할수없게되었을때,장애나질병을얻었는데누구로부터도도움을받지못할때,극심한억압과차별속에서누구도내편이되어주지않을때,인간은그상황에서벗어나기위해어쩔수없이피하게됩니다.
특히현대사회에서이런‘망도’는이제특정인만의문제가아닙니다.더이상의고도경제성장이불가능해진상황에서가난은이제모두의현실이고,고령사회를넘어초고령사회로향해가는속에서질병과장애는이제모두의미래입니다.더욱이이런암울한현재와미래를우리는무연고와1인가구로혼자헤쳐나가야합니다.우리나라가수년째OECD최고의자살률을기록하는것은이렇게망했는데피할곳이없기때문입니다.
소도에서의‘망도’는‘도망’이아닙니다.마찬가지로소도안에든이들이즐겼다는‘작적(作賊)’또한‘도적질’이아닙니다.‘작적’은오히려‘반역질’에가까운의미입니다.실제로『삼국지』의다른대목에서도‘작적’은후한(後漢)을멸망으로이끈황건적의행위를지칭했고,남송말에왕응린이지은『곤학기문(困學紀聞)』에서도반역을일으킨소준(蘇峻)의행위로묘사되었습니다.국가의권위를부정하고그재산을강탈했기에국가의입장에서는도적질로보겠지만,실제로는‘조반(造反)’과같은의미의반역질이었습니다.그러면왜망해피해온이들의행위를중국의역사가는반역질에비유했을까요?나아가어떤이유로한번소도에든이들은다시돌아가지않았을까요?
만약에소도가망해피해온이들을치유해서사회로복귀시켰다면,이런행위는반역질로묘사되는것이아니라오히려칭송받았을것입니다.하지만소도는그렇게하지않았습니다.망해피해온이들을치유하고교화시켜복귀시킬대상으로본것이아니라새로운사회의주체로보았습니다.소도안에서자신들을망하게만든바깥세상과는다른세상을만들도록도왔습니다.덕분에소도에서의행위는기존체제를뒤흔드는반역질처럼보고,최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