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은 역사 (한국 시각장애인들의 저항과 연대)

보이지 않은 역사 (한국 시각장애인들의 저항과 연대)

$15.07
Description
시각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역사는 질곡의 한국사에서
어떻게 전승되고 기록되었으며 마침내 자리매김 되었는가?
소수자의 역사는 차별과 배제의 역사인 동시에 사람다움을 지켜주는 인권의 역사이자
각기 다른 삶을 포용하는 다양성의 역사다!!
이 책은 “소수자의 권리는 어떻게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기획되고 시작된 연구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은 이’(약자)로서 시각장애인을 주목하고, 그들이 어떻게 질곡의 한국사에서 역사의 한 몫을 감당해왔는지 살핀다. 그리고 “이런 특정 장애의 역사가 전체 역사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하고 묻는다. 기존의 역사 서술은 주류적 권력집단 혹은 민족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회적 약자 집단이나 소수자의 작은 역사는 잘 보이지도,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작은 주체들의 역사는 ‘어떻게’ ‘어떤 자료’에 기반을 두어 기록되었고 가시화되었을까? 이 같은 질문의 답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소수자의 역사는 한편으로 차별과 배제의 역사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권리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전통사회에서 비교적 독자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점복업이나 독경 등에 종사하면서 그 존재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들은 식민지적 근대의 과정에서 자선자혜의 대상으로, 그리고 계몽의 타자로 전환되면서 무능(disable)한 대상으로 간주되기 시작한다. ‘자선(慈善)’은 조선 말 선교사들의 포교활동과 연결되고, ‘자혜(慈惠)’는 일제 강점기의 식민화와 연결된다. 이러한 자선과 자혜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해온 과정과 배경을 톺아보면서 저자는 그 과정에서 한국인을 위한 점자를 개발한 박두성의 노력, 근대화 과정에서 미신이자 전통으로 인식되었던 시각장애인 점복업 조합의 호혜성, 개발독재 상황에서 안마업 권리를 위해 싸운 시각장애인의 역사를 살피고,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사회에서의 시각장애인 역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식민화, 탈식민화,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맹인·시각장애인이란 사회적 약자 집단이 어떻게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회의 변화 과정에 적응해왔는지, ‘보이지 않은 역사’를 탐색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글로 쓰인 사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저자가 직접 관련자들을 찾아다니며 구술자료를 취합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데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자체적으로 녹음기가 대중화된 1980년대 이후부터 시각장애인계의 원로들의 육성을 녹음하고 이를 녹취하기도 했다. 이후 컴퓨터가 확산되면서, 이런 녹취록들을 텍스트 파일로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고 있다. 덕분에 문헌 중심의 제도사로는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적 관계의 양상이 구술 조사를 통해 생생히 포착될 수 있었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저자는 구술 조사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주류적인 직종인 점복업, 안마업뿐만 아니라 구걸 맹인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소수자 집단에 대한 구술 자료 수집은 법제도, 사회복지, 사회사업사, 인권의 역사와 관련하여 공식 문헌 중심의 역사가 아닌 생활 세계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소중한 자료이다. 기록되지 않고 비가시화되었던 사람들의 역사를 ‘구술’에 천착하여 발굴해낸 이 연구는 그 방법론에서 역시 빛나는 저작이라 하겠다.
저자

주윤정

장애,생명사회학,인간-동물관계,사회운동등을연구하는사회학자이다.서울대학교사회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고,현재는서울대학교사회발전연구소선임연구원으로재직하고있다.대표적인연구로는시각장애인에대한연구,「탈시설운동과사람중심노동:이탈리아의바자리아법과장애인협동조합운동」(2019),「법앞에서: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들의해방과기다림의정치」(2018)연구등이있다.생명의취약성에관심을가지고연구를진행하고있으며,장애인들에대한사회적차별과배제의역사뿐아니라사회적포용의가능성에대한실천적인연구를진행하고있다.

목차

저자의말
서문
‘낯설게하기’의역사/배제의역사/타자의역사/한국의장애역사/장애/장애인의개념/시각장애인의역사기록과구술자료/책의구성
1장계몽과자선,시각장애인의타자화
암흑속의시각장애인/문명의타자/무능력과준금치산자/자선과자혜
2장‘맹인’점복업조합의호혜적경제활동
맹인점복업조합의오래된미래/맹인조합과맹인직업의변화/해방이후맹인점복업자들의단체활동과사단법인설립/문생중심의조합운영과경제활동/작은이들의연대와호혜
3장맹인과함께만든한글점자,훈맹정음
식민지기의맹인교육과전통적교육/박두성의교육활동과훈맹정음(訓盲正音)/시각장애인과함께만든점자/구술문화에서문자문화로
4장‘사람취급’받을권리
소수자의권리의역사/식민과탈식민화과정에서안마업의변동/시각장애인의권리주장/작은이들의저항
5장시각장애인의구술전통과이야기의힘
이야기전통과구술문화/시각장애인의구술문화의형식적특성/되풀이되는서사와집합기억
6장동아시아시각장애인생존권의상이한경로
동아시아의시각장애인들/동아시아시각장애인의안마업의역사/식민/탈식민과정에서시각장애인의직업변화/동아시아시각장애인의다른경로와저항
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시각장애인의권리는투쟁의결과다
역사적으로시각장애인들은고려시대이래점복업직역에종사했고,고유한집합적정체성과문화그리고사회적집단을형성했으며국가제사에참여했다.시각장애인의구술문화를통해직역집단의역사는전승되어왔으며,시각장애인의일을국가가보호해야한다는권리의식을기반으로자신들의권리를지켜갔다.이처럼전통사회에서비교적독자적이고고유한문화를통해생활하던맹인들은서구선교사와일제에의해하루아침에보호받아야하고,불쌍(자선과자혜)하고,어두움에갇힌무능한사회적주체(준금치산자)로강등되고,식민권력의‘문명화사명’을통해‘계몽의빛’의시혜적대상,즉일종의들러리가된다.한편으로시각장애인들은일제강점기하‘안마’라는근대적의료교육을받기시작하는데식민자를통한이같은근대적특수교육,사회사업,법제도의이식은종래이들이유지해오던전통적인삶의방식및조직과지속적으로충돌하게된다.시각장애인들은이때부터더욱구체적으로자신들의지위와권리,사회적인정을보호하기위해투쟁을이어갔다.

결코작지않은‘작은이’들의역사
시각장애인의역사는한작은집단의역사이다.그렇다면이런특정장애의역사는전체역사와사회적맥락속에서어떤의미를갖고있을까?대체로세가지측면에서생각해볼수있다.첫째는기존의주류적역사를낯설게하는역사이며,두번째로는사회에서구체적으로차별과배제가어떻게작동했는지를알려준다.세번째로는타자의주체성이역사속에서어떻게작동했는지를이해하게해준다.시각장애인의역사를따라가다보면모순적이고구불구불하며다채로운근대로의길들을만나게된다.그것은때로저항이었으며때로는복종이었고또한다름의가능성을보여주는것이기도했다.하지만확실한점은사회에서배제되고혹은잔여적이며낙후되었다고생각되는사회의주변적집단역시자신들만의고유한주체성과저항그리고연대의방식을갖고있다는사실이다.시각장애인의역사는이같은작은이,작은타자의역사를가장잘보여주는사례이다.

서벌턴서술로시각장애인의저항과연대를만나다
『보이지않은역사;한국시각장애인들의저항과연대』는사회적약자집단이사회속에서오랜기간동안자신의고유한정체성을유지하며살아온투쟁의과정에서사회가어떤식으로소수자집단을보호했는지,일반구성원들이그들과어떻게관계를맺고수용했는지그방식을이해하게해주며,소수자들의시민권이한국사회속에서어떻게형성되고작동했는지를구체적으로보여주는저작이다.소수자들은사실차별받는피해자‘만’이아니라스스로‘사람취급’을받기위해적극적으로싸워온역사의주체들이었다.따라서시각장애인의역사를탐색한다는것은곧한국사회의오랜역사적전통과관습,문화속에서소수자집단의권리형성이가능했다는것을확인하는작업이기도하다.따라서이작업은한국사회의인권과민주주의의기원을서구에서이식된것으로무작정받아들이지않고한국사회의역사적경험속에서찾는탈식민적,탈서구중심적역사서술이자서벌턴역사서술의획기적인시도라는큰의미를갖는다.

[이책의구성]
1장에서는근대사회에서장애인이타자화된과정을살펴본다.시각장애인들은근대가시작되면서문명의타자,무능력한존재,그리고자선/자혜등시혜의대상으로규정되며배제와포섭의과정을경험했다.이는기독교선교사와식민주의에의해경쟁적으로이루어진과정으로,시각장애인들은근대적통치권력의‘문명화사명’을선전할수있는대표적인영역이었다.
2장에서는시각장애인들이전통사회이래전통적인삶의방식인점복업을하면서어떻게연대와호혜를행했는지를살펴본다.시각장애인들의점복업조합은일종의길드로,즉사회적경제의형태로시각장애인들내부에서일종의자생적경제체제를만들어교육과직업,그리고연대의관계를형성했음을보여준다.
3장에서는시각장애인들이근대사회체계에포섭될수있게하는점자의역사를살펴본다.제생원의교사였던박두성은시각장애인들이일본식점자와미국식점자를익히기어려워하는것을보고,자신의제자들과함께한글점자를만들고‘훈맹정음’이라칭했다.이는식민통치하에서조선어를통해교육을받고지식을쌓을수있게하여,시각장애인들이문자문화의세계로편입될수있게하려는뜻이었다.
4장은시각장애인의안마업권에대한저항의역사를기록한다.한국사회의가장강력한전문가체계중의하나는의료체계이다.의사중심의의료체계내에다른의료를행하는사람들이전문성을획득하기란쉽지않다.그래서한국에서는카이로프락틱등유사의료영역이법제화되지않고있는데예외중의하나가시각장애인의안마업이다.시각장애인들은의료법에서유사의료업자로인정받고있는데,이것은해방이후시각장애인들이‘사람취급’받기위한지난한투쟁속에서가능했다.이런저항이가능하기위해서는집단의고유한문화가존재해야했다.
5장은이같은고유한문화가일종의구술문화를통해시각장애인들에게어떻게전승되었는지살펴본다.시각장애인들은조선시대이래나라에서맹인들을보호해주었다는관습적권리의식을바탕으로저항과연대를했다.이런관습에대한주장은헌법재판소의판결에서도수용되는등,시각장애인권리의핵심적기반이었다.
6장에서는동아시아의차이를살펴본다.안마업은전통적인직업이근대화과정에서변화한것으로생각되지만,사실은일본의전통이동아시아에이식되며변화한것이다.그래서안마업의법적지위는일본,대만,한국모두다르게나타나는데이것은각사회의사회적관계의차이에따라다른경로를형성했다.그래서소수자의생존권은사회맥락과역사속에서이해되어야함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