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너희 세상에도

부디 너희 세상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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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줄거리]
반짝이는 것
‘좀비 바이러스’라 불린 ACAS 바이러스. 사실 좀비 바이러스가 아니라 겉모습을 흉하게 만들고 언어 기능을 쇠퇴시키는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창궐한지 수년 후. 노인 ‘일규’는 해당 바이러스에 걸려 며느리와 아들, 손녀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가는데…. 어느날 눈을 떠보니 감염자들이 가장 많이 버려진다던 한강 다리 근교다. 가족들에게 버려진 것이다. 일규는 감염자를 대상으로 무료 안락사를 시켜준다던 ‘다이웰 주식회사’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에이의 숟가락
평생 ‘자신만의 것’을 가지고 싶었던 에이. 어느 날 그녀만의 숟가락을 발견하고, 숟가락을 날카롭게 갈아 보관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아끼던 강아지를 죽인 오빠를 숟가락으로 찔러 살해한다. 그로부터 시작되는 에이와 숟가락의 연쇄살인 일대기.

뇌의 나무
거대한 뇌가 달린 2미터 높이의 나무. 사람들은 이 나무와 소통하며 지혜를 얻는다. 어느 날 한 독재자가 이 나무를 독차지하고자 결심하며 비극이 시작된다.

화면 공포증
화면을 보면 불쾌감이 든다는 ‘화면 공포증’. 이 화면 공포증이 전염병처럼 퍼지기 시작한다. 이 증상에 걸린 사람은 종국에 화면 너머로 가기 위해 스크린에 머리를 부딪다 죽게 된다는데. 괴담인지 진짜일지 모를 이 공포증에 의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나’의 주변에서 실제로 이 같은 현상을 벌어지고, ‘나’조차도 이 증상에 걸린 거 같다.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
어느 날부터 느껴지기 시작한 기시감. 남자는 이것이 미래로부터 온 메시지라고 단정 짓고, 기시감에 따라 선택을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남자의 판단은 점차 이상한 데로 흐르고 마는데.

이름 먹는 괴물
우리 학교 교탁에 나타난 벌레. 누군가 그 벌레를 만지지마자 거대하고 끈끈한 막이 되어 잡아먹힌다. 바깥은 나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어둠으로 잠식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는다. 저 괴물이 우리의 ‘이름’을 노리고 있다는 걸.

목소리
타인을 죽이라고 명령하는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들리기 시작한다. 명령을 듣지 않은 자는 수십 시간 내로 죽게 된다. 여느 때처럼 나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엄마와 저녁 식사를 한다. 그런데 엄마가 이제 갓난아기에 불과한 내 딸을 자꾸만 쳐다본다.

부디 너희 세상에도
소설가인 ‘나’는 주변인을 관찰하며 소재를 얻고자 한다. 습관처럼 목욕탕에 간 ‘나’는 따뜻한 욕실에서 소설을 구상하려 한다. 그때 누군가 구토를 하며 들어오는데. 구토하던 환자가 목욕탕의 사람들을 공격한다! 목욕탕에서 일어난 좀비 사태가 한창일 때, ‘나’는 현실 세계와 유리된 누군가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는 걸 깨닫는다.

저자

남유하

소설가.일어나지않은일,어쩌면일어날수도있는일에대해상상하기를좋아한다.꿈과현실을넘나드는상상력과예리한시선으로다양한빛깔의작품을선보이며,한국장르문학의주목할만한작가로떠올랐다.2018년안전가옥에서작가살롱‘로맨스쓰는호러작가’를열었으며,호러소설창작그룹‘괴이학회’의창립멤버이다.

「미래의여자」로제5회과학소재장르문학단편소설공모우수상을,「푸른...

목차

반짝이는것
에이의숟가락
뇌의나무
화면공포증
미래를기억하는남자
이름먹는괴물
목소리
부디너희세상에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의문의재앙이가져다준
현대사회의민낯

우리는우리가어찌할줄모르는재앙이다가올때,어떻게행동할수있을까?재앙이닥쳐도우리가기본적으로‘믿는것’을유지할수있을까?

이소설집은본능적이고자연적이라고믿었던질서를해체하여.실은문명이만들어낸질서아래감춰진민낯을드러낸다.불치병환자의안락사가합법적으로허가된사회에서,심지어안락사를시켜줄돈이없다는이유로가족에게버려지는노인이등장(「반짝이는것」)한다.문명의규범이물적이익으로대체되자,가족간의도리역시대체되는것이다.그렇다고노인부양을비롯한돌봄문제를무조건가족의사랑으로해결할수있다는식의단순한결론으로이어지진않는다.남을살해하지않으면내가죽을수도있다는공포속,엄마와남편을향해두려움을느끼다파국에이르는한가정(「목소리」)의모습이그렇다.가족간의유대는자연발생적인게아니며,가족중심주의라는약속이얼마나무너지기쉽고얄팍한규범인지를드러내는것이다.

어쩌면남유하작가는자신만의“무지의베일”을씌우는서사적실험을하고있는걸지도모른다.모든인위적약속이제거됐을때,‘진정한신뢰’란무엇인가를고민하도록만드는것이다.이소설집은데스게임의현장이된교실이야기(「이름먹는괴물」)로서로를향한의심과믿음을시험해보기도하고,현대인이의존하는도구가하루아침에불안의대상이된(「화면공포증」)풍경을그리기도한다.

합리적인인간들의비합리적모순들
문명의체계아래숨겨진꿈틀거리는욕망

현대사회의질서는‘합리성’에기반을두고있다.하지만이소설집은그기반위에살고있는모든사람이단순히합리성으로만포장될수없다고이야기하는듯하다.‘답이있는삶’을찾아헤매던에이가자신만이소유할수있는존재를찾기위해연쇄살인마로변해가는과정(「에이의숟가락」)이대표적으로그렇다.피묻은에이의숟가락은마치사회적규율이억지로내리누르고있는,끓어오르는욕망을대변해주는듯하다.어쩌면에이라는신종인간의출현은,반대로답이있는합리적완결성만추구하는우리사회의질서가만들어낸존재일지도모른다.

이러한지향점은다른소설에서더드러나는데,본인이가질수없다는이유로세상에서가장지혜롭다는나무를파괴해버리는독재자(「뇌의나무」)의모습은소유욕이가져다주는비틀린결과가무얼초래하는지알려주기도한다.잘못된선택을거듭하다가스스로를재앙적상황에몰아넣고마는남자의이야기(「미래를기억하는남자」)는남성적욕망의모순점을확고히겨냥하고있다.남자가겪고마는지옥은,처음부터선택을잘못한것이아니라,우리시대에널리퍼진가부장적이데올로기에서비롯된사고의근간부터잘못된것임을지적한다.

호러문학의새로운면모들

이단편집은내러티브와장르형식상으로도유의미한지점을보유하고있다.메타픽션적실험,좀비바이러스에대한재해석과응용,헐리우드식스릴러의클리셰에서벗어난연쇄살인마이야기,현대문명의기기를코스믹호러속미지의존재로바꿔놓는방식,한국적디스토피아의풍경등이바로그것이다.이미모든SF와호러콘텐츠를봤다고자부독자,호러와SF에익숙하지않은독자전부만족할독서가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