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고려거란전쟁

$18.00
Description
고려와 거란의 오랜 전쟁에 대한 진실과 사실, 그리고 숨겨진 이야기를 밝힌다!!
드라마를 보는 듯 현장감을 즐기게 해주는 풍부한 삽화와 당대의 지리적 요소 및 전투 상황의 이해도를 높여주는 지도 배치로 역사서를 소설처럼 읽히게 해주는 독특한 책!
거란의 1차 침공(993년) 때 활약한 고려의 서희는 담판의 대가로, “거란의 소손녕이 고려를 침공하자, 서희가 담판을 벌여 소손녕을 설득해서 물러가게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말로만 얻을 수 있는 평화가 과연 가능할까?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이 장면을 다시 보자. 당시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면, 서희가 적절히 군대를 움직여 거란군의 진격을 막아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담판이 없었더라도 거란군은 물러갔을 것이다. 서희와 소손녕의 ‘담판’은 전쟁 후 평화 조건을 정하는 것이었지, 그 담판 때문에 소손녕이 물러간 것은 아니었다.
이후 거란의 성종은 ‘강조의 정변’을 빌미로 40만 대군을 앞세워 고려를 침공하고, 고려는 수도 개경을 함락당한다. 이것이 거란의 2차 침공(1010년)이다. 이때 고려에서 활약한 주요 인물이 바로 양규와 김숙흥이다. 그들이 2천여 명의 병력으로 40만 거란군을 상대했던 장면은 지금 보아도 눈부시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당시 현종은 어떻게 해서 많은 신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감찬의 항전 건의를 받아들였을까. 어떤 전략이 있었던 것일까. 반면, 말과 낙타, 무기 등 거의 모두를 잃고 사실상 패전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인 거란이 그럼에도 다시 고려를 침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거란은 그 뒤로도 총 일곱 번에 걸쳐 고려를 침입한다). 고려를 둘러싼 당대의 국제정세가 어떠했기에 거란은 이토록 긴 시간 동안 한 나라를 계속 침공했던 것일까. 구주대첩(1018-1019)에서 고려의 승리를 이끈 사람은 강감찬 한 명이었을까……. 고려와 거란 사이에 벌어진 지난한 전쟁에 대해 품어볼 만한 의문은 이렇듯 한두 개가 아니다. 이 책은 바로 이 의문에 주목하여 ‘고려거란전쟁’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 그리고 진실한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쓰였다.
고려와 거란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대해서는 그간 ‘사료(史料) 부족’을 이유로 깊이 다루어지지 못했다. 물론 이 점은 고려사 전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한계로, 조선사에 얽힌 온갖 장르의 결과물은 많아도 고려사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고려사(高麗史)》, 《요사(遼史)》, 《송사(宋史)》 등을 꾸준히 공부하여 당대의 상황을 파악하였고, 흔히 역사책을 “읽기 어렵다”고 하는 독자들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되 내용에 좀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몇몇 장치를 마련했다. 첫째, 주요한 장면의 이해도를 높이고 독자의 친근감을 배가해주는 요소로 ‘대사’를 활용했다. 둘째, 드라마틱한 내용을 삽화로 구성하여 마치 영상을 감상하는 듯한 재미를 주었다. 셋째, 당대 상황과 정치지형 및 전투루트 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꼼꼼히 재현한 지도를 그려넣었다. 역사적 팩트에 충실하되 흥미를 잃지 않는 역사서를 구성하기 위해 무려 14년이란 시간을 바친 역작, 아주 특별하고 흥미로운 장르의 역사교양서 《고려거란전쟁》을 여러분에게 자신 있게 소개한다.
저자

길승수

강원도춘천에서태어났다.역사콘텐츠를좋아해서역사학과와관련학과를다녔다.어느날역사소설을쓰기로결정하고‘고려와거란의2차전쟁’을다룬소설《고려거란전기,겨울에내리는단비》를썼고후속작품인《고려거란전기,구주대첩》을집필중이다.방송활동으로는역시고려거란전쟁을다룬〈JTBC평화전쟁1019〉에작가와자문으로참여했으며,2023년11월에방영예정인KBS대하사극〈KBS고려거란전쟁(가제)〉에원작자와자문으로참여하고있다.

목차

저자의말/프롤로그:밀어붙여,우린할수있어!

제1장왕좌를향하여
흔들리는신라와발해/거란의태조야율아보기/북진하라!왕건의북진정책/발해의멸망(926년)과발해인들의귀순/거란을공격하라!/만부교사건/뜬구름같은인생/왕건의훈요10조/거란이고려에눈을돌리다/정종과광종의북방개척/거란의이원적통치체제와거란황제들의비극/후주(後周)의2대황제시영(柴榮)의북벌/송나라의건국(960년)/송나라가북벌에나서다/거란의여걸,승천황태후/고량하전투(979년)/이시기고려와거란,송나라의관계/고려인강전,거란의심장부를타격하다
/고려성종의즉위/한국의선비1호,유교문화의기틀을만들다/모자의나라를만든성종/송나라태종의2차북벌과원군요청/거란,폭발적으로팽창하다

제2장1차고려거란전쟁
불어오는바람/짐이직접군대를이끌것이다/서희,봉산군을구하러출전하다/소손녕의위협과서희의판단/항복론과할지론/승부는적의빈틈을보아기동하는데있습니다/소손녕/안융진/신이불민하나,감히명령을받들겠나이다/요나라동경은원래우리땅이다/두루뭉술하게회담을마무리하다/거란에보복하라!/고려와거란의축성/서희의전략‘방패와창’/고려성종,거란공주와결혼하다/성종과서희의사망/뛰어난신하와훌륭한왕/소손녕의죽음/전연의맹

제3장영웅들이나타나다
왕순(王詢),사생아의탄생/아빠,아빠!/내시신을엎어묻어라/출가/생명의위협/급박한정세/강조(康兆)의정변/현종의즉위와목종의운명/강조의권력집중과현종의혼인/거란조정/송나라조정/거란,40만대군으로고려를침공하다(1010년11월)/무성(武成)양규(楊規),흥화진에주둔하다/너희처자식들까지모조리죽일것이다/무적의검차진/거란군은입안에들어온음식과같으니/완항령(緩項嶺)/나는고려인이다!/강조의명을거부한양규/파죽지세거란에맞선고려의마지막작전/지채문,연이어승전을거두다!/마탄전투,그리고탁사정의배신/위기에빠진고려에두명장이등장하다/흥화진대장대/큰유성(流星)이곽주에떨어지다/불가능한작전/서경서쪽절야율융서의진영/조원과강민첨의걱정/고려조정/서서히이길방법/현종의결단/고난의시작/하공진과유종/눈물의피난/불타는개경,그리고거란군의회군/기러기/공주절도사김은부/너희들이어찌이처럼할수있느냐/드디어나주에이르다/반격의시작/구주협곡전투와무로대기습/백성들을구하라!/현종의개경으로가는길/하루에세번싸워세번모두이기다/압록강이거란군을삼키다/삼한후벽상공신(三韓後壁上功臣)

제4장계속되는위기
강은천이장원급제하다/만년부장강감찬/강감찬과관련된설화들/한림학사승지/현종,다시찾은개경에서전후수습에매진하다/전쟁에대비하는고려/영일만/굳세고과감한의기(志氣)의소유자/하공진의절개/강동6주를반환하라!/1012년5월2일영일만/동북면병마사강감찬/거란의전쟁준비/부교/송나라와의외교/발뒤꿈치를잘라서신발에맞게한다면/서경장락궁/야율자충/거란의명장야율세량/야율세량의침공/송나라의도움을요청하다/두번째대회전/현종,강경책을쓰다/다시전쟁을대비하다/거란의어려움/소합탁이거란의쇠퇴기를열다/소합탁의고려침공

제5장구주대첩
현종과강감찬/거란황제야율융서와소배압/강감찬,상원수로임명되다/1018년고려의방어선/방어선을끌어올리다/파격적인전술/달리는소배압/고려군도달린다/마탄,마탄,마탄이다!/거란군의전략/강감찬진영/승부사소배압/청야전술/소배압,선봉대를개경으로보내다/금교역/소배압의결정/구주로집결하라/거란군의작전회의/고려군진영과거란군진영/구주대첩의시작/바람을몰고온남자/총공격/흥의역/구주대첩후고려와거란/1030년11월팔관회/고려현종,관용의정신과용기를갖춘위대한왕

에필로그:현종이후/주/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이시기거란과후진은점차분열의조짐을보이고있었다.942년6월석경당이사망하고석경당의조카석중귀(石重貴)가제위를잇는다.석중귀는거란에대해서독립을선언했다.그러자거란태종은후진을공격할생각을한다.후진을정벌할계획을세운거란태종은후방의안정을위해고려와우호관계를맺고자했다.왕건은이상황에서관망하지않고참전을택했다.다음과같이말하며거란에대해서선전포고와다름없는조치를한다.“거란이일찍이발해와화목하게지내오다가갑자기의심을일으켜맹약을어기고멸망시켜버렸으니,이는매우무도한나라로서화친을맺어이웃으로삼을수없다.”왕건은이렇게선언한후,거란사신30명을섬으로유배보냈으며낙타는만부교아래에매어두어굶어죽게했다.거란을적대하겠다는뜻을만방에선포한것이다.왕건의의도는명백했다.거란과전쟁을통해서라도옛고구려영토를되찾겠다고천명한것이다.
---「만부교사건」중에서중에서

서로간의대치가이어지고있는가운데소손녕이먼저서희에게말을전한다.“우리나라가이미고구려의옛땅을모두차지하였는데,이제너희나라가우리의국경을침범했기에내가와서토벌한다.그저위협에지나지않는말이라서희는따로답장을보내지않았다.서희가반응이없자,소손녕은다시편지를보냈다.“우리나라가천하를통일하였는데도너희가아직귀순하지아니하니소탕하기로결정하였다.지체하지말고빨리항복하라!”서희는소손녕의말을접하고이상함을느꼈다.더는남하하지않으면서말로만구구절절위협하고있는것이었다.서희는전반적인정세에대해서생각했다.거란과송나라는대치중이었고,거란이아직요동을모두평정한것은아니었다.그런데도압록강을넘어고려땅까지온것이다.서희는드디어판단을내렸다.“거란군은남하하는것에부담을느끼고있다.그렇다면···.”서희는다시안북부로돌아와서서경에있던성종에게즉시편지를보내보고했다.“화친이가능한상황입니다.”
---「소손녕의위협과서희의판단」중에서중에서

따라서김치양과사이에아이가태어나자,천추태후는과감한생각을한다.자신과김치양사이에서태어난아이를목종의후계자로삼아서다음왕으로만드는것이었다.역성혁명이라고할수있는엄청난생각이었으나반드시불가능한것만은아니었다.천추태후는섭정을하고있으니사실상왕이었고김치양은가장강력한권력자이다.둘이하려고한다면못할일은없었다.사실상의역성혁명은강력한반발에부딪힐것이다.그런데반발을현저하게줄이는길이있다.왕위에오를왕씨가없다면반발은확연히줄것이다.당시태조왕건의피를이어받은왕씨남자는몇명되지않았다.기록에의하면왕순외에왕림(王琳)과왕정(王禎)이라는태조왕건의손자들이있었다.그런데왕림과왕정의아버지동양군(東陽君)은광종때반역죄로처형된다.따라서이들은역적의자식이란굴레를쓰고민간에숨어살았다.그렇다면목종이후에왕위에오를수있는왕씨는단한명,왕순뿐이었다.천추태후는이런이유로왕순을꺼리기시작한다.
---「출가」중에서중에서

강조는왕순을맞아오게한다음,목종에게편지를보냈다.“성상께서병환이위독하신데후계자를정하지못하였으니,간악한무리가왕위를엿보고있습니다.그래서대량원군을대궐로맞아들여명분을세우려고합니다.성상께서는일단궁궐밖에나가계십시오.곧간악한무리를소탕한뒤에성상을다시모시겠습니다.”(…)강조가목종에게편지를보내고그다음날에,이현운이이끄는선발대가드디어개경시내에진입했다.강조의군사들이궁궐까지진입하자,목종은이제는모든것이끝났다는것을깨달았다.이때목종과천추태후는같이있었다.둘은화를면하지못할줄알고하늘을우러러보고목놓아울었다고한다.목종은궁궐을나가서법왕사(法王寺)에거처했다.곧이어대량원군왕순이궁궐에도착하였고,왕순은드디어연총전에서즉위를한다.대량원군왕순이곧현종(顯宗)이다.강조는목종을폐하고군사들을시켜목종과천추태후의측근들을잡아들였다.그리고유행간과김치양등일곱명을처형했다.
---「현종의즉위와목종의운명」중에서중에서

고려의방패인서북면을책임지는사람은서북면도순검사(都巡檢使)양규였다.양규는안악군(황해도안악군)사람으로자세한인적사항은전해지지않는다.고려조정에서거란의대규모침공에맞서양규를서북면도순검사로임명했다는것은곧그의군사적재능을높이평가하고있었다는뜻이다.(…)남아있는기록이없기에양규가거느린병력의규모를자세히알수는없다.다만『고려사』를보고추정해보면,흥화진에상시주둔해있는병력은행군이2,000명정도,백정이1,000명정도였을것으로보인다.거기에흥화진이최전선이었으므로약간의추가적인병력증원이있었을것이다.양규가흥화진에서거느린병력을4천~5천명정도로추정하는배경이다.고려에서는이번거란군의침공에대비해서세가지작전을준비해놓고있었다.거란군이11월초압록강을건너,11월16일흥화진을포위한다.그러자고려군은첫번째작전을실행했다.바로구주내륙으로우회하여압록강을도강하는거란군의측면을치는것이었다.이작전은통군사최사위가이끌었다.11월17일,통군사최사위는군사를나누어구주북쪽의세길로나가서압록강을도강하는거란군을공격했다.때를노린기습이었고이작전이성공했다면전쟁은그대로끝났을것이다.
---「무성(武成)양규(楊規),흥화진에주둔하다」중에서중에서

체구가왜소한늙은관료가항복을주장하는관료들사이에서현종을뚫어지게보고있었다.현종을보고무엇을생각하는듯했다.이윽고결심한듯이앞으로나섰다.“신강감찬,한말씀올리겠습니다!”63세예부시랑강감찬.강감찬은성종2년(983년)에장원급제를해서27년동안관직을이어오고있었다.강감찬은‘기묘한꾀와수단’으로민간에수많은전설을남긴사람이었고타고난전략가로알려졌지만,그때까지만해도특출나게눈에띄는사람은아니었다.그저그런평범한관료에불과했다.그러나국가적위기상황이찾아오자,그의강인함과비범함이빛을발하기시작했다.강감찬우렁찬목소리로말했다.“지금의일은근심할필요가없습니다.단지우리의군세가적어적들을상대할수없으니일단예봉을피해시간을벌어야합니다.”현종이말했다.“시간을번다고거란군을물리칠수있겠소?”강감찬이힘주어말했다.“시간을번뒤에,서서히이길방법을찾아야합니다.”현종이강감찬을주의깊게보았다.현종의눈빛이또렷이빛나고있었다.그눈빛을받은강감찬이다시말했다.“남쪽으로몽진을떠나소서.”
---「서서히이길방법」중에서중에서

구주성안에구주군이도열해있었다.그들의지휘자인구주별장김숙흥이군사들에게명했다.“적이곧이곳에당도할것이다.우리가그들을섬멸한다!”사람들의긴행렬이산길을꾸물꾸물움직이고있었다.회군을시작한거란군의선봉부대였다.그런데이들은고려의성곽을피해북쪽의산길을이용해도망치듯빠져나가고있었다.좁은도로에는눈이덮여있어행군하는거란군사들의발목을잡았다.한반도서북부지역의겨울기온은보통영하10도에서영하20도의분포를보이며체감온도는영하50도까지내려간다.추위와더불어굽이굽이펼쳐진산길은거란군에게또다른전투였다.1월17일,구주북쪽에거란군선봉대가도착했다.쉬지않고달려온이들의입에서는하얀입김이쉴새없이뿜어져나오고있었다.구주북쪽길은경사가매우급하고폭이좁아서내륙지역중에서도가장험한지형으로꼽힌다.거란군은좁은길을따라일렬종대로갈수밖에없었다.제한된단일기동로를이용함으로써행군대형이길어지고방향전환도쉽지않았다.기습당하기가장좋은상황인것이다.그때화살과돌이거란군의머리위로덮쳤다.“적들을도륙하라!한놈도살려보내지마라!”이들은구주별장김숙흥과중랑장보량이이끄는구주군이었다.
---「구주협곡전투와무로대기습」중에서

야율세량과의전쟁에서수만명의고려군이목숨을잃었다.병력의충원이절실했다.현종은죄수들을석방하여결원을보충하고자했다.“전국의모든죄수가운데도형(徒刑)과유배형이하의범죄자는보증을받고석방시킬것이며,재판절차를신속히시행하도록하라.”이때강감찬은이부상서에임명되어있었다.이부는상서6부중에으뜸인기관으로관리들의인사에관한사무를맡아보던관서였다.강감찬이현종에게말했다.“신의토지12결을군사들에게주기를원하나이다.”강감찬은솔선수범하여자신의재산을군사들에게주어사기를높이려고했다.그리고서북면에철주성(鐵州城)을쌓는다.철주성은지금의서림성
으로추정되며그위치가다른성곽과는조금달랐다.흥화진,구주,통주,곽주등의성곽들은모두산성이라고볼수있다.그런데철주성은일반적인산성이아니었다.주도로에위에쌓아완전히길을막아버린것이었다.
---「다시전쟁을대비하다」중에서

전투는잠시소강상태가되었다.고려군과거란군모두가뿐호흡을내쉬고있었다.전투는사람의체력을극한까지소모시키는행위였다.그야말로백중세,팽팽한접전이었으나바람의방향에서유리한거란군이공세적인입장이었고고려군이수세적인상황이었다.그러나고려군대부분은가족이나친구들을거란군에잃은사람들이었다.이들은쉽게무너질수없었고무너지지도않았다.지금까지두번의회전과는다르게거란군과호각지세를이루고있었다.그때였다.깃발들이순간북쪽으로나부끼기시작했다.바람의방향이바뀌어갑자기남풍이불기시작한것이다.그와더불어비구름이남쪽에서몰려오고있었다.그런데그구름아래,하나의깃발이있었다.구름은마치그깃발끝에걸려서오고있는듯보였다.깃발을필두로점점모습을드러내는군사들.개경을호위하러갔던김종현과1만정예군이도착한것이다.그들은비바람과더불어구주전장에진입하고있었다.이때강감찬과고려군사들의눈에는,마치김종현과그의군대가비바람을몰고오는것처럼보였을것이다.
---「바람을몰고온남자」중에서

팽팽했던승부의추는이제고려쪽으로서서히기울고있었다.드디어거란군진영이무너졌고거란군사들이무질서한패주를하기시작했다.소배압은명령을내려상황을수습해보려고했지만,이미패신의광풍이거란군을휩쓸고있었다.소배압이할수있는일은아무것도없었다.소배압은갑옷과병장기를모두버렸다.갑옷은패주하는데아무런쓸모가없는물건이었다.거란군총사령관소배압은전장을떠났다.거란군들은무작정북쪽으로내달렸다.고려군들은그런거란군을추격하며주살했다.거란이패주하면서버리고간무기와갑옷들로다니는길이막힐지경이었으나고려군들은악착같이거란군을뒤쫓았다.거란군10만은이전투에서대개죽거나사로잡혔다.거란으로무사히돌아간인원은수천명에불과했다.거란군이이토록참혹하게패배한것은거란역사상처음있는일이었다.고려입장에서는이때까지의패배를모두설욕하고도남는대승리였다.
---「총공격」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