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18.00
Description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지원 사업 선정 도서
역사의 진보를 믿으며 미래로 나아가는 시민을 위한 역사책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조선의 역사를 마치 오늘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 보여주는 ‘재치 있는 이야기꾼’ 박영서 작가의 네 번째 책이다. 조선의 부동산사(史)를 돌아보며 21세기 대한민국의 진정한 ‘부동산 개혁’을 위한 공동의 인식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쓰였다. 모든 국가가 멸망하게 된 기원을 살펴보면 언제나 부동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고려 역시 그러했다. 권력가들의 토지 겸병은 무수한 폐해를 낳았고, 결국 고려를 망국으로 이끌었다. 태조 이성계를 위시한 조선 건국 세력은 새 왕조의 문을 열며 토지 개혁도 단행했다. 이들은 고려의 폐해를 바로잡아, 모든 백성이 배불리 먹고 평안히 살며 국력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개혁은 실패했고, 조선의 역사는 탐관오리의 횡포와 고통받는 백성들의 눈물로 얼룩지고 만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조선이 토지 개혁 과정 중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고 만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조선의 역사를 따라가며 조선의 부동산 개혁이 좌절된 까닭을 추적해나간다. 그리고 조선왕조에서 발생한 문제와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무척 닮았다는 것을 발견한다. 대한민국 또한 수차례 부동산 개혁을 시도해왔으나, 대체로 개선보다는 부작용이 컸다. 특히 최근 속출하는 전세 사기 피해 사례는 더욱 위기감을 고조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현실의 배경 위에서 책은 질문한다.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그리고 과거 조선의 실패로부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여전히 늦지 않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조선의 경제사, 그중에서도 부동산사를 한 권으로 톺아볼 수 있다. 친근한 문체로 재미있게 쓰여 평소 경제사가 생소했던 사람이나 청소년도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역사는 우리의 사상과 인식을 형성하는 양분이라 믿으며 그로부터 오늘을 사는 지혜와 통찰을 얻기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박영서

1990년생.충주의작은사찰에서살며,딴지일보에한국사·문화재·불교에대한글을기고하고있습니다.서른살에대학에입학해불교학을배웠으나,정신을차리고보니조선시대일기들에푹빠지게되었습니다.머릿속에쓰고싶은글은참많은데,몸은거룩한게으름뱅이의모험을즐기는중입니다.들녘에서출간하고있는〈시시콜콜역사시리즈〉,천천히써나가겠습니다.앞으로쓸날이많으니까요!

인스타그램:@ddirori0_099

목차


서문
여는글

〈1부.조선의땅이야기〉

1장.조선의한판뒤집기:과전법
불로소득,이의있소!
유토피아는바로이땅위에서부터

2장.유토피아의꿈,삐걱대기시작하다
특권계급,토지사유화를시작하다
가진자들에게유리한조세정책:공법,그게뭐길래
재산증식욕망은바다를메우고

3장.조선,‘갓물주’의나라가되다
국유화와의뜨거운안녕
The장남Takesitall:상속제의변화
그많던땅은누가다먹었을까?
19세기,‘서울불패’신화가시작되다

4장.다시금떠오르는토지개혁의깃발
부동산왕국의민낯:평생몸부림만치는삶
개혁=‘토지국유화’라는초심찾기

한눈에보는조선땅의역사

〈2부.조선의집이야기〉

1장.조선전기:야,너두‘내집마련’할수있어!조선과함께라면
조선의약속,‘실거주자에게집터를’
아직‘내집마련’할수있어,규제와집값만돌파하면
‘내집마련’의약속,부도수표로드러나다

2장.조선후기:이넓은서울땅에내한몸누울자리가없네
소유권대결의심화:“아글쎄,여기는조상대대로내집이었다고”
주택부족이만들어낸조선의복덕방풍경
조선후기의집값,거래문서로훔쳐보기

3장.18~19세기,서울에서산다는것
집하나사기가이렇게나어렵다니
대출로만든‘내집마련’이라는착각
어느공무원의집없는서러움을아시나요?
양반도관료도피할수없다!조선의전세사기

한눈에보는조선집의역사

다시여는글
미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한권으로읽는조선의부동산사(史)
작은특권이어떻게거대한불평등을만드는가?
부동산개혁성공을위한선결조건은무엇일까?

이책은두개의부로이루어진다.1부에서는조선의토지제도를살핀다.조선의신진사대부는모든백성에게일정한생업을보장하고,힘있는자들이땅을독점하여불로소득을얻는것을막기위해모든토지를국유화하고자했다.그러나결국그들도현실과타협하지않을수없었다.개국공신에대한보상적특권으로서사유지를제공한것이다.1부에서는작은‘예외적허용’이시간이지날수록어떻게틈을벌리며불평등을유발하고조선을망국의구렁텅이에빠뜨렸는지추적한다.

2부에서는한양을중심으로조선의주택거래역사를살핀다.조선시대에는땅과집의개념이오늘날과달라,대체로집은땅을거래할때딸려오는부속물정도로치부되었다.하지만인구가밀집되었던행정·문화·경제중심지수도한양에서만큼은달랐다.한양에서는좁은땅뙈기에자리한작은집한채를두고도첨예하고도치열한신경전이벌어졌다.이점은‘서울공화국’이라불리는오늘날대한민국을연상시킨다.이시기한양사람들은신분과지위고하를막론하고주택난에시달렸다.연암박지원조차환갑이될때까지자기집을마련하지못해셋방살이를했다고한다.조선사람들도오늘날우리와마찬가지로전세금을돌려주지않으려는집주인과실랑이를벌여야했다.누군가는집을구하지못하는처지를자조하며한탄하는데,누군가는좁은한양땅안에도집을여러채가지고서이를담보로새로운부동산투자기회를만들었다.2부에서는조선조정이한양의주택난과집을둘러싼갈등들을어떻게바라보고대응했는지알아볼것이다.

말미의「다시여는글」에서는책을마무리함과동시에1부와2부의논의를종합하여오늘날우리가역사로부터어떤교훈을얻을수있을지사유하며새로운논의의장을연다.책의전반에걸쳐조선의왕과대소신료부터,평범한백성에이르는다양한사람들의목소리를생생하게담아내책한권안에조선의부동산사를생생하고재미있게펼쳐놓았다.

책속에서

성공적인부동산개혁은,‘부동산불평등은개혁되어야한다’는시민들의절대적인믿음과인식위에서출발합니다.우리가여전히‘내집의가격은올라야하지만,국가전체적으로는떨어졌으면좋겠다.’라는환상에젖어있는한,부동산불평등은다음세대,그다음세대에도해결되지않고오히려심화할것입니다.결국엔망국으로향하는에스컬레이터가되겠지요.수많은시민의고통을실어나르면서요.
---「서문」중에서

사실‘땅이없다’는말은참이상합니다.늘그자리에있어서부동산(不動産)인데,지진이나거나화산이터진것도아닌데땅이없다뇨?조선의관료들은수백년동안토지부족현상을지적하며입을모아땅이없다고외쳤지만,땅은늘있었습니다.다만그땅에이미주인이있었을뿐이죠.공신이라서,사대부라서,관료의아내라서,그후손이라서가지게된땅이처음설계한국가의재정체계를완전히무력화해버렸음에도,아무도조선의설계자들이세웠던대원칙을언급하지않았습니다.그것이‘완전해체를통한완전재분배’였음은다시말하면입이아플지경이고요.
---「특권계급,토지사유화를시작하다」중에서

오늘날국민연금이투자하는곳에큰손들이따라붙는것과같은이치입니다.진휼청이투자한사업이니만큼서울의큰손들도관심을가졌죠.이들은개발정보및등록관련지침을일찌감치파악한후,광범위한땅에대한개발권을따냅니다.그러고는개발권을빌미로타인에게땅을팔았습니다.심지어개간도하지않으면서,누군가그땅을개간하기를기다렸다가수확물의절반을‘삥뜯기’까지합니다.4대강이나행정수도이전사업때유력지역마다미리땅을샀다던‘서울땅부자’의모습이나‘떴다방’,핫한개발지역의부동산마다알을박아두는사람들,혹은허위로농지를취득한후쪼개어판매하는행위가떠오르죠?
---「그많던땅은누가다먹었을까?」중에서

땅값은참골치아픕니다.멀리서보면땅값이오르고내릴때의이익과손해가모두에게똑같이적용되는것같습니다.하지만자세히살펴보면,오르면그이익이주로부자에게가고,내리면그손해가주로서민에게갑니다.그래서조선은물가와땅값이요동칠때마다큰피해를받는사람들을폭넓게보장해주는사회보장제도,환곡을대규모로운영하죠.하지만환곡이복지제도의성격을잃어가면서,땅값이요동칠때백성을보호할수있는울타리도점점사라졌습니다.
---「그많던땅은누가다먹었을까?」중에서

물론규제가항상나쁜것만은아닙니다.규제가나타난배경에는반드시그럴수밖에없었던사회문화적맥락이있기마련이니까요.다시말해,하나의규제는변증법적인역사의필연적결과물입니다.언론의십자포화는규제자체에집중되고그규제가만들어진배경,즉사회적문제와그해법에대해서는고민하지않거나외면해버리는경향이있습니다.따라서규제를단순히악마화하는비판은결코정당하지않습니다.
그런데부동산규제만으로는주거난이라는큰문제를바로잡기에부족합니다.규제에는반드시의도와다른효과가나타납니다.정책입안자들은이를‘풍선효과’로설명하며변명하죠.하지만합리적인입안자라면,정책을시행함에따라필연적으로나타날부작용들을함께고려할것입니다.그러지않고무작정규제한다면결국‘선의로포장한면피’가될가능성이커집니다.
---「주택부족이만들어낸조선의복덕방풍경」중에서

당시상황은이렇습니다.역대급흉작으로인한물가상승과화폐가치하락,출몰하는이양선과세도정권이주도하는답없는정치상황,뒤숭숭한민심과국가재정고갈등수많은문제가나타나고있었습니다.이위기의순간,사람들은일제히부동산에투자합니다.토지와주택의가치가주목받은거죠.‘집값은언젠가는오른다’는믿음이그들에게도있었을까요?알수없습니다만,적어도‘안전자산’으로서의기대가충분했다는것만은분명합니다.
---「조선후기의집값,거래문서로훔쳐보기」중에서

무엇이잘못된걸까요?어쩌면토지국유화라는이상자체가잘못된것이었을까요?만약그렇다면현대를살아가는우리에게는치명적입니다.우리시대부동산문제의해법으로고안된것들중상당수가토지공개념에근거하고있기때문입니다.토지공개념은토지의공공성과합리적사용을위해토지에대해소유권을제한하거나의무를부과할수있다는이론적토대입니다.조선시대왕토사상에의한토지국유화와는개념이다소다르지만,사유재산에대한공적제재를통해공공의이익을추구하겠다는목표는같습니다.
그런데조선의이상그자체가잘못되었다고말하기는다소어려울것같습니다.각고의노력에도불구하고조선은단한번도토지국유화에성공한적이없기때문입니다.조정이토지국유화라는이념에입각해시장을견제하려할때마다,놀라울만큼자연스럽고정교한이해관계자의반대를맞닥뜨렸거든요.

조정은주택문제에안일한대처로일관했습니다.여러규제정책으로사람들을압박했으나,시장이형성되고커지는흐름을세세하게살피지는못했죠.특히대규모공급정책이절실했음에도수도한양은한치도늘어날수없다는입장을고수하며,이따금행정구역을개편하거나빈터를공공임대하는정도의정책만펼쳤습니다.단한번,화성신도시를건설하고행정수도를이전하여그흐름을뒤바꾸려는시도가있었으나,그기회는봄날의꿈처럼흩어지고말았습니다.
왜그랬을까요?아마도조정은한양의주거난에큰관심이없었던것이아닌가싶습니다.예를들어볼까요?조선전기이어진불법건축물문제는왕실의권위와치안문제로부터촉발되었습니다.군인들을대상으로한공공임대정책은국방력강화정책의일환이었죠.고위공직자에대한다주택금지는부패문제와관련된윤리적쟁점이었습니다.즉주택정책이라부를수있는모든정책의궁극적목표가‘주거난해소’에있지않았다는것입니다.

지금우리가목격하고있는기술혁신은꿈만같았던‘탈노동사회[post-worksociety]’를만들어낼지도모릅니다.‘노동한만큼소유하고,소유한만큼세금을낸다’는보편적가치,즉노동으로자신의삶을결정할수있는세상으로되돌아가기에는이미늦어버렸을지도모르죠.하지만기술혁신의질주에서탈락하는사람들역시시민이자우리공동체의일원입니다.그들이없으면나의성취도공허한것이될수있음을우리는명심해야할것입니다.
조선의지주들은몰랐습니다.훗날자신또한취약계층이되어누군가에게착취당할수있다는것을요.우리또한종종잊곤합니다.우리가성취에취하여공동체의불평등을외면하는순간,그로인해만들어진절망의구렁텅이에우리가빠질수도있음을요.어쩌면우리가그토록바라마지않는부동산개혁은평등에대한간절함이아니라,공정이우리에게손해가될수도있다는사실을받아들이는데서시작할것입니다.
---「다시여는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