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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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설화에서부터 현대 미디어 창작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공주 캐릭터는 변화하고 확장되어왔다. 지금도 각종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공주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변용되고 있으며, 시대적인 흐름을 적극 수용하면서 복합적인 주제들까지 녹이고 있다.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어떤 공주 이야기』 또한 그동안 친숙했던 공주 이야기를, 한국 여성 작가들의 시선에서 재창작하는 장을 마련해보고자 기획된 앤솔로지다.

라푼젤, 엄지공주, 신데렐라, 백설공주, 디즈니 영화〈알라딘〉에 등장하는 자스민의 모티프가 된 바드돌바우어공주 등 우리가 친숙히 알고 있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공주 이야기를 SF, 호러, 코미디, 판타지로 재해석했다. 바쁜 직장인들의 사무실에서 옛날 옛적 설화의 세계까지, 작은 방에서부터 머나먼 미래의 우주까지 이야기를 뻗어나간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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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연여름,배명은,모래,문녹주,이지연,류조이

2021년「리시안셔스」로SF어워드우수상,「복도에서기다릴테니까」로제8회한낙원과학소설상가작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소설집『리시안셔스』,장편『스피드,롤,액션!』『달빛수사』,중편소설『2학기한정도서부』등이있다.

목차

스왈로우탐정사무소사건보고서
측백나무성의라푼젤
변신
미혼모백설의기고
산맥공주
고들빼기공주와전설의김칫독

출판사 서평

신데렐라,엄지공주,라푼젤,백설공주,바드돌바우어…
바쁜직장인들의사무실에서옛날옛적설화의세계까지,
작은방에서부터머나먼미래의우주까지뻗어나가는현대의공주들.

이책에참여한작가들은동화속세계에서머물렀던공주이야기를현실로끌어오거나독창적인SF세계관속으로재구축해놓는다.이를테면연여름작가는동화‘엄지공주’에묘사된작은동물들의세계를「스왈로우탐정사무소사건보고서」에서독창적인스페이스오페라세계관으로바꿔놓았다.먼미래의어느소행성대,사람들은인디콜,헤소,파이로프등으로불리는각종소행성에거주하고있다.새의유전자를가진탐정인‘나’는‘마야’라는실종된클론의행적을밟아가며다양한모험을겪는다.「스왈로우탐정사무소사건보고서」는엄지공주의험난한모험을,클론과변종인류가공존하는소행성대에서의여정으로재해석하는동시에,현대사회의불합리한요소들을날카롭게비판한다.

신데렐라를외계존재로재해석한소설도있다.모래작가의「변신」에서신데렐라는‘신디’라는이름의재투성이행성출신외계인으로등장한다.신디는우주적인배경의왕위계승전에휘말렸다가어느왕자한테중성자기관총을얻어맞은뒤,환생인큐베이터를통해인간여성의몸으로되살아나지구로오게됐다.그런데이인간여성의몸에서는스스로도알수없는변화가일어나기시작하는데?과연신디는지구살이에적응할수있을까?말만들어도어질어질해지는아득한배경을가진「변신」은,마치더글라스애덤스가『은하수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에서관료사회를우주적상상력과농담으로확장시켰듯,익숙한동화들을농담가득한우주적스케일로확장한다.

공주이야기를모티프로새로운설화를써내려간소설도있다.이지연작가의「산맥공주」는설화상의몽골을배경으로전개된다.이소설은엄지공주를비롯한대부분의공주이야기의안티테제로설정된공주설화이자영웅설화이기도하다.옛이야기를들려주는듯한문체와몽골문화와관련된디테일한사물과계급에대한묘사는마치정말로어디선가존재하는신화속이야기에빨려들어가는경험을안겨준다.

류조이작가의「고들빼기공주와전설의김칫독」은직장인들이라면친숙할사무실을무대로한코미디다.이소설은디즈니영화〈알라딘〉속자스민공주의모티프인바드돌바우어공주를전면에내세워‘장수민’이라는캐릭터로재탄생시키고알라딘속요술램프대신‘전설의김칫독’을그자리에놓는다.김치회사에서벌어지는직장상사와의다툼,사무실동료와의공모,그끝에존재하는‘전설의김칫독’을둘러싼쟁탈전을보며독자들은때로는공감하기도,때로는박장대소하기도할것이다.

동화속비극을현대의비극으로재해석하다.
새로운의제와마주한공주들

문녹주의「백설의기고」는어머니와딸이가진관계성에더해,혼혈정체성을지닌이들이맞부딪치는한국사회의현안적이슈에대한이야기다.동화속백설공주에서친모는백설에게마치헌신적인것처럼묘사되고계모는나쁘게그려진다.「백설의기고」속어머니인‘백선희’는자신의딸에게평생제대로된‘어머니노릇’을하지못한다.또한백선희의이야기를통해우리는어머니가어머니라는고정된정체성으로만호명될수없음을알수있다.그리고이민자문제라는한국사회의현안과자식에대한비틀린태도가만나면서벌어지는비극을그린소설이기도하다.

배명은작가의「측백나무성의라푼젤」은독일설화인라푼젤을한국적기담형태로완전히재배치하여토속적인공포감으로독자들의심리를장악한다.거기에한국사회에깊이고여있는현안을뒤섞어짙은여운을남긴다.

책속에서

소행성대에서제일평화롭고안정적이라는인디콜에도여러유형의범죄가존재합니다.특히납치는은하공용어를모르는성민,또는일상적응초기클론을표적으로삼는경우가많습니다.
경찰당국이언급한탈출하는“클론부류”는,일상에완벽히적응하다못해더많은권리를원하게된클론에게해당하는경우이니마야에게대입하기에무리가있는추측이지요.냉정히판단했을때,암암리에끊이지않는클론불법매매일확률이더높았습니다.
조사를위해가장먼저향한곳은암시장이었습니다.초기인간족이인디콜의대륙대부분을차지해버린것에비하면,암시장의크기는점하나정도에불과합니다.하지만시장과그주변에형성된마을에는저와같은존재들이많습니다.자신의약점을제거하거나감추고서살아가는혼종인간족들이요.그림자로지내며낮과밤의온갖비밀을기척도없이듣는데는도가텄다고할수있겠지요.
_p.17

동해는이를악물고돌담을붙들었다.집뒤쪽측백나무에는축대가있어가시철조망을하지않은듯했다.다행인가,아닌가.겨우위로올라선동해는밭은숨을내쉬며집가까이로다가섰다.숨을크게들이키며위를보는순간,2층창에서한여자가나타났다.너무나깡마르고창백한얼굴엔표정조차없었다.(...)
“저여자뭐야?”
두려움에질려작게읊조렸는데도집안으로들어가려고문이란문은다열어보던도희가동해를돌아봤다.동해의시선을따라2층창을보지만조금열린창문너머엔아무것도없었다.다급히물었다.
“어디요?”
“2층,저기.”
_p.86

“하지만….아시죠?그뇌옮길때마다정체성문제생기는거요.지금뇌를바꾸면적응시간이또한참걸리고,반만뜬백조날개타자성지수가너무올라서힘드실텐데.”
“반만뜬백조날개뭐요?”
“타자성이요.이것도콩나무잭박사의이론이에요.콩나무잭박사가유년기에콩나무를타고콩나7우주로올라갔을때경험했던트라우마를극복하면서만들어낸이론이죠.나는나고남은남이어야하는데,뇌가바뀌면내가누구인지정체성재정립기간이필요하거든요.그때반만뜬백조날개타자성지수가올라가면서남과내가잘구분되지않아요.남의고통과기쁨을자기걸로착각하는데특히고통에예민해요.지구에서반만뜬백조날개타자성문제를겪으면예후가좋지않아요.지구인들은고통을좋아하잖아요.
_p.107

이게선희가한국사회에제공해온서비스였다.나쁘진않았다.유행에약한한국인답게흉은흉대로보면서외국인예능을즐기는건꽤재미있기도했다.게다가선희는한식을그누구보다사랑했다.얼굴에고생한티안나는사람들이선희가잘아는음식에대해이래저래말을보태는모습을보는건확실히재미있었다.너도알고나도아는얘기를낯설게보이는사람이굳이새롭게하는것.그것도백선희라는필자가취급하는품목이었다.
하지만사람은한가지정체성으로살지않는다.가끔은에미노릇도해야하는법이었다.
선희가가진정체성중에요즘제일골치를썩이는것은역시어머니역할이었다.선희는딸과썩가깝지않았다.
_p.135

출룬체첵이여자일만잘하는건아니었습니다.보르후가남의집가축을치는동안에이제는출룬체첵이얼마안되는자기집가축들을너끈히건사하고다녔습니다.
힘이워낙세서고집센짐승들도고집을피우지못했고,가축을지키는게아이혼자라면당연히꼬일법한심보검은개놈들도그아이가소를구렁에서잡아끌어내고바윗돌을밀쳐치워버리는걸보게될땐주춤했습니다.이웃아저씨,할아버지가출룬체첵에게돌팔매와활쏘는법을가르쳐주어서출룬체첵은가축을돌보면서눈에띄는대로사냥도해왔습니다.활솜씨는그다지좋지못해도돌팔매는아주적성에맞아,그녀가던지는돌은일직선으로화살보다도더빠르게날아가표적을묵사발로만들었습니다.
_p.193

“한국전쟁피난때,밥도둑컴퍼니초대사장님이옆구리에끼고부산까지피난갔다던그김칫독이요.막내아들은못챙겼는데그김칫독은챙겼다잖아요.저60주년기념김칫독도전설의김칫독을미니어처버전으로만든거고요.정말모르세요?”
안하민은생전처음듣는다는듯두눈을끔벅였다.장수민은옅은한숨을내쉬고는설명을이었다.분량은적지만『밥도둑컴퍼니의역사』에서가장흥미로운부분이었기때문이다.
“그김칫독은500년전에만들어졌어요.떨어뜨려도절대깨지지않고신기하게도굉장히가볍다고해요.무엇보다그김칫독에김치를담구면헛것이보이고숨을쉬지못할만큼김치맛이끝내주게익어요.비늘김치,배깍두기,덤불김치,부추김치,파김치…뭐든요.그래서환상적인김치찌개,김치찜,김치볶음밥,김치찌개,김치전을만들수있게한다고요.”
“그,그,그런김칫독이있다고요?”
_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