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의 파수꾼 - 고블 씬북 시리즈

수호의 파수꾼 - 고블 씬북 시리즈

$13.00
Description
고블 씬북 열 번째 작품.

문윤상 SF 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최의택이 심도 깊게 그려낸 우주 콜로니에서의 성장기.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드넓은 상상력 속에서 재현해온 최의택 작가의 경장편 소설. 『수호의 파수꾼』은 ‘언어’를 매개로 가해지는 차별과 멸시를 다룬 이야기로, 동시에 권력의 편차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멸망한 지구에 대한 꿈을 꾸는 자는 ‘지랄병’으로 분류되는 우주 콜로니, ‘수호’. 수호는 지구의 궤도를 돌며 지구에 남은 인간들에게 길을 인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와중 ‘월’은 수호의 ‘중심’과 다른 언어를 쓰는 외곽의 아이들이 벌이는 금지된 행위에 참여하고 마는데….

이제 월은 수호에 얽힌 폭력의 역사와 마주해야 한다.

차별은 단지 하나의 이유로만 탄생하지 않는다.

“어쩌면 수호의 모두가 그래왔어. 이 감옥 같은 우주선 안에 갇혀 지구의 주변을 배회하며 우리 모두 고립돼왔어.”
-149쪽.

지구에 대한 향수를 ‘지랄병’이라는 이름으로 낙인찍는 수호. 그리고 ‘지랄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격리된 엄마를 시뮬레이션 속 영상으로만 바라봐왔던 ‘월’. 그런 엄마를 격리시킨 당사자이자 수호를 이끌어가는 권력자인 월의 할머니 ‘난정’. 중심에서 자란 ‘월’을 배척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외곽의 아이들…. 이 소설은 설정에서부터 차별을 복잡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초반에 ‘지랄병’을 ‘지구앓이’라는 이름으로 재전유하고자 하는 정체성 투쟁을 중심에 두고 전개되던 소설은, 어느새 월이 수호의 지난 역사와 관련된 과거 시뮬레이션 속으로 빠져들면서 차별을 다루는 양상이 폭넓어진다. 수호라는 우주 콜로니는 대체 어디서 왔는가, 지구에 있는 인류의 문명은 어쩌다 멸명에 가까이하게 되었는가, 수호에서 벌어진 권력 쟁투는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것이 어떤 형태의 구조를 정착시켰는가.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던 집단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차별과 윤리에 접근할 때 흔히 하나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가르며, 그 이분법을 뒤집기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차별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그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구조적 한계에 의해, 사람의 한계에 의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등등 다중의 요인들이 연결되고 축적되어 자리한 것이다. 물론 이것들이 어떤 차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차별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축적된 차별적 요인들을 톺아보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수호의 파수꾼』에서 주인공 월이 수호의 지난 역사와 마주하는 과정, 자신이 그 역사 속 한 명의 등장인물이 되어 시대와 맞부딪치는 과정은 바로 차별이 어떠한 형태로 단단하게 뿌리 박았는지를 탐구하는 한 방식인 것이다.

저자

최의택

저자:최의택

스티븐킹과정유정의영향아래스릴러를쓰며글쓰기를연마했고,2019년에정보라를접하고본격적으로SF를쓰기시작했다.2019년제21회민들레문학상대상과2019년도하반기예술세계소설부문신인상을수상했고,이후쓴장편소설『슈뢰딩거의아이들』이2021년제1회문윤성SF문학상대상과2022년한국SF어워드장편소설부문대상을수상했다.소설집『비인간』,장편소설『0과1의계절』,에세이『어쩌면가장보통의존재』,그밖에『논터널링』등을출간했다.

목차


수호의파수꾼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차별은단지하나의이유로만탄생하지않는다.

“어쩌면수호의모두가그래왔어.이감옥같은우주선안에갇혀지구의주변을배회하며우리모두고립돼왔어.”
-149쪽.

지구에대한향수를‘지랄병’이라는이름으로낙인찍는수호.그리고‘지랄병’에걸렸다는이유로격리된엄마를시뮬레이션속영상으로만바라봐왔던‘월’.그런엄마를격리시킨당사자이자수호를이끌어가는권력자인월의할머니‘난정’.중심에서자란‘월’을배척하면서도동시에두려운시선으로바라보는외곽의아이들….이소설은설정에서부터차별을복잡한형태로표현하고있다.

초반에‘지랄병’을‘지구앓이’라는이름으로재전유하고자하는정체성투쟁을중심에두고전개되던소설은,어느새월이수호의지난역사와관련된과거시뮬레이션속으로빠져들면서차별을다루는양상이폭넓어진다.수호라는우주콜로니는대체어디서왔는가,지구에있는인류의문명은어쩌다멸명에가까이하게되었는가,수호에서벌어진권력쟁투는어떻게이루어졌고그것이어떤형태의구조를정착시켰는가.이모든과정속에서사회적약자로분류되던집단은언제나존재해왔다.

차별과윤리에접근할때흔히하나의이분법으로세상을가르며,그이분법을뒤집기만하면모든것이해결될것처럼말하는자들이있다.그러나차별이관행으로자리잡은그역사를살펴보면모든게그렇게단순하지만은않다.구조적한계에의해,사람의한계에의해,갈등을봉합하기위해등등다중의요인들이연결되고축적되어자리한것이다.물론이것들이어떤차별을정당화할수는없다.하지만차별을걷어내기위해서는축적된차별적요인들을톺아보는것이먼저이지않을까?

『수호의파수꾼』에서주인공월이수호의지난역사와마주하는과정,자신이그역사속한명의등장인물이되어시대와맞부딪치는과정은바로차별이어떠한형태로단단하게뿌리박았는지를탐구하는한방식인것이다.

책속에서

“지기,지랄병이…뭐야?”
(…)
수호지기가물었다.
“월,지랄병의정의를알지못합니까?”
알고있었다.물이무엇인지,지구가무엇인지,그리고수호가무엇인지를알듯나는지랄병이무엇인지를알고있었다.하지만얼마전,마음챙김터에서만난내또래아이한테들은이야기로써내가알고있던지랄병의의미가산산이부서져버렸다.그래서묻지않을수없었다.내가알고있던지랄병이정말그런의미가맞는지.

수호지기는말했다.
“월도알고있듯이,지랄병은정신적으로건강하지못한상태를말합니다.특정대상에집착과환상을가지는것이특징인지랄병은현재까지치료방법을알지못하는불치병입니다.14년전처음인지되어파수꾼의명령에의해집중관리되고있으며예방만이유일한방법입니다.”
물론나도배워서알고있는내용이었다.
“월,갑자기그것이왜궁금했습니까?”
나는가즈에라는이름의외곽아이가비밀을털어놓듯했던말과그때느낀충격을떠올리곤덜컥겁부터집어먹었다.그애와의일을말하면곤란한상황이벌어질수있다는걸대체어떻게알았는지모를일이다.나는적당히얼버무리고문제에집중하는척했지만오히려그때문에수호지기는그일에대해할머니한테보고하고말았다.
---pp.12-13

“모른다는말씀이에요?”
“그게,좀복잡해.아무튼,내가아는누군가한테배운거야.아주잠깐이지만.”
그누군가가엄마일까?나는애써아무렇지않은척또물었다.목이잠긴것같았지만어차피고래고래소리를지르며노래를부른뒤니상관없겠지싶었다.
“그럼왜…잘알지도못하는말로가사를써요?”
“기억하기위해서지.”
---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