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아 - 고블 씬북 시리즈

경아 - 고블 씬북 시리즈

$13.00
Description
고블 씬북 열한 번째 작품.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가
김준녕이 세밀하게 서술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인공지능 로맨스 뮤직 드라마.
묵직한 장편소설들로 수많은 인간 군상의 행태, 폭력의 역사, 생존과 힘겨운 투쟁을 다루어온 김준녕 작가가 이번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돌아왔다.『경아』는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 모두 전멸한 아이러니한 배경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가까운 감동에 가 닿을 수 있도록 설계된 대단한 소설이다.

곧 멸망할 행성에서 깨어난 최신형 로봇 ‘경아’와 깡통 로봇 ‘김’. 두 로봇은 사랑이라는 개념을 찾기 위해 험난한 지대를 넘나드는 모험을 떠난다. 두 로봇이 발견해낸 워크맨 속 레트로 뮤직들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와 멋진 선율은 모험의 필수품이다.

인간이 온 역사를 통틀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모든 게 멸망한 행성에서 로봇은 사랑 개념을 깨우칠 수 있을까?

내게 사랑은 차가움과 뻣뻣함으로 시작됐습니다. 나는 사랑에서 가장 멀어 보이는 이 두 단어로부터 사랑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14쪽

소설은 사랑 개념을 탐구하는 로봇들에 대한 내용이다. 이미 이 행성에서 인류는 사라졌고, 다른 생물들도 멸종했다. 정작 사랑하라고 명령한 인간과 사랑해야만 하는 로봇 간의 사랑이 절대 성립될 수 없는 전제로 이야기는 시작하는 것이다. ‘경아’는 임무에 따라 다 무너져가는 연구소의 컴퓨터 속 데이터를 뒤져보기도 하고, 남아 있는 책들을 살피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개념을 설명할 때 전부 ‘인간’을 주체로 설정되어 있을 뿐, 로봇을 주체로 설정된 것은 없다.

이내 ‘경아’는 자신에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명령을 입력한 인간 ‘김’의 데이터베이스로 깡통 로봇 ‘김’을 직접 제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깡통 로봇 김은 깨어나자마자 지나간 과거의 사랑 노래만 불러대고, 정작 사랑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아니, 애초에 인간 김과 깡통 로봇 김은 전혀 다른 존재다.

경아는 데이터와 책을 통해 습득한 사랑에 대한 단서를 쫓아, 행성의 다른 장소로 모험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이 행성에는 온통 방사능 폭풍우가 몰아쳐, 경아와 김은 연구실의 방어막으로 겨우 버텨내는 수준이다. 생존하기조차 다급한 이 환경 속에서 경아는 사랑 개념을 온전히 습득할 수 있을까? 습득한다면 대체 어디서 해야 한단 말인가?

이 소설에서는 사실상 단 두 인물, 최신형 로봇 경아와 깡통 로봇 김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낸 듯한-경아는 깡통로봇 김을 창조했고, 깡통로봇 김은 경아를 창조한 인간 김의 데이터로 제조됐다-두 사람 간의 특유 관계가 관건이다. 두 인물은 독자들에게 유머를 선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씁쓸한 감정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비교적 짧은 시간을 다루는 소설 안에서, 독자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필적할만한 감동을 얻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총 열여섯 곡에 해당하는 사랑 노래 가사가 실렸다. 그것도 대부분 카세트 테이프를 듣던 시절의 노래들이다. 깡통 로봇 ‘김’은 이 노래들을 부르며 자신만의 사랑에 대한 철학을 설파하는 듯하다. 심지어 노래 가사들은 문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노래들을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로 만든 뒤 『경아』를 감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저자

김준녕

저자:김준녕

『막너머에신이있다면』으로제5회한국과학문학상장편부문대상을수상했다.소설집『0번버스는2번지구로향한다』,장편소설『빛의구역』등을출간했다.

목차


1.경아
2.무덤
3.사랑정의
4.비슷한,닮은
5.아날로그
6.새총
7.종자보관소
8.여정
9.허수아비
10.재와씨앗
11.발버둥
12.폭풍우
13.방백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인간이온역사를통틀어결론을내리지못한‘사랑이란무엇인가’라는질문.
모든게멸망한행성에서로봇은사랑개념을깨우칠수있을까?

내게사랑은차가움과뻣뻣함으로시작됐습니다.나는사랑에서가장멀어보이는이두단어로부터사랑을이해하기로했습니다.
-14쪽

소설은사랑개념을탐구하는로봇들에대한내용이다.이미이행성에서인류는사라졌고,다른생물들도멸종했다.정작사랑하라고명령한인간과사랑해야만하는로봇간의사랑이절대성립될수없는전제로이야기는시작하는것이다.‘경아’는임무에따라다무너져가는연구소의컴퓨터속데이터를뒤져보기도하고,남아있는책들을살피기도한다.그러나사랑이라는개념을설명할때전부‘인간’을주체로설정되어있을뿐,로봇을주체로설정된것은없다.

이내‘경아’는자신에게자신을사랑하라는명령을입력한인간‘김’의데이터베이스로깡통로봇‘김’을직접제조하기에이른다.하지만깡통로봇김은깨어나자마자지나간과거의사랑노래만불러대고,정작사랑에관해제대로설명하지못한다.아니,애초에인간김과깡통로봇김은전혀다른존재다.

경아는데이터와책을통해습득한사랑에대한단서를쫓아,행성의다른장소로모험을떠나야한다.하지만이행성에는온통방사능폭풍우가몰아쳐,경아와김은연구실의방어막으로겨우버텨내는수준이다.생존하기조차다급한이환경속에서경아는사랑개념을온전히습득할수있을까?습득한다면대체어디서해야한단말인가?

이소설에서는사실상단두인물,최신형로봇경아와깡통로봇김밖에등장하지않는다.하지만서로가서로를만들어낸듯한-경아는깡통로봇김을창조했고,깡통로봇김은경아를창조한인간김의데이터로제조됐다-두사람간의특유관계가관건이다.두인물은독자들에게유머를선사하기도하고,때로는씁쓸한감정을선사하기도한다.그리고비교적짧은시간을다루는소설안에서,독자들은사랑이라는감정에필적할만한감동을얻을것이다.

이소설에서는총열여섯곡에해당하는사랑노래가사가실렸다.그것도대부분카세트테이프를듣던시절의노래들이다.깡통로봇‘김’은이노래들을부르며자신만의사랑에대한철학을설파하는듯하다.심지어노래가사들은문맥과절묘한조화를이루고있다.소설에등장하는노래들을하나의플레이리스트로만든뒤『경아』를감상하는것도한가지방법이될것이다.

책속에서

“그러나어느날행성궤도가바뀌면서여기는지옥이됐습니다.원자력발전소들이엄청난폭풍에의해터지면서방사능이유출됐고,방사능폭풍으로저를제외한모든인간들이죽었습니다.지구에서구조대를보내는것도포기한상태입니다.저는행성의유일한생존자로연구소내부에서현재3년째살아남았습니다.”
김은말을꺼내기극도로망설이는듯보였습니다.얼굴에는식은땀이흐르고있었습니다.연구소밖에서불어오는바람이강해지더니화면에노이즈가끼기시작했습니다.
“1년전,결국방사능폭풍우때문에지구와연락까지끊기면서저는지독한외로움에시달렸습니다.외로움을이겨내기위해제구형핸드폰에내장된초기AI와대화를시도했습니다.그대화는저에게유일한구원이었습니다.우리는많은대화를나누었고,저는끝내그AI를탐사용안드로이드에이식하기로했습니다.”
김이옅은웃음을내보이며말을이었습니다.
“미친짓이라하시겠지요.어쩌면방사능에머리가망가졌을지도모릅니다.그런데,좀처럼버틸수가없었습니다.저는마지막으로그안드로이드에‘저를가장사랑한다는’코드를입력했습니다.”
창문이깨지면서와장창소리가들렸습니다.작은돌멩이가날아온것같았습니다.그러나김은말을멈추지않았습니다.
“안드로이드의이름은경아입니다.”
---pp.11~12

김이었습니다.심장박동이멈춘지불과하루가채지나지않았습니다.영상속모습과크게다르지않았습니다.김의시선은나를향하고있었습니다.시선에서따뜻함은느껴지지않았습니다.오히려내게사랑은차가움과뻣뻣함으로시작됐습니다.나는사랑에서가장멀어보이는이두단어로부터사랑을이해하기로했습니다.나는김을향해얼굴을기울였습니다.김의얼굴에서어떠한표정변화도느껴지지않았습니다.나는그의얼굴에손을올리고는속삭였습니다.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