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쉬어도죄가되는억울한이세상!
유머스럽고도살벌한인간군상의실태.
‘세상이나를억까한다.’는말이유행처럼떠돌았던시기가있었다.그만큼지금의한국사회는‘억울함’이라는정념으로가득차있다.하지만그억울함은단순히개인적인정서로머무는것이아니라보편적인정서로확대되었다.이울혈의감정은생계를유지하기조차각박해진사회에서부터비롯되었다고볼수있다.우주적사고에우연히휘말리는바람에마치시시포스와같은형벌에처해지는주인공을통해이사회의자본과노동에대해풀이하는SF적우화(「턴스핀도그」),갑자기줄어든R&D예산으로벼랑에내몰린연구자들의실태(「코리아닉테이션」),AI가모든창작을대체한시대에문체부가만든비좁은방에서감시받으면서쓴소설만이'진짜'로인정받는세상(「적정한신뢰」)등소설들은부조리함을뼈저리게반영한촌철살인풍자를자아낸다.
하지만이‘억울함’은종종잘못된대상을향한분노로수렴되기도한다.김준녕작가는소설속억울한상황에처하게된인물들의서사를입체적으로재현하여어떻게그억울함이잘못된대상에게전가되는지까지보여준다.「악마와함께춤을」에서는지역공장의허점을찾아구조조정을하라는압박에시달리는주인공이말하는돌연변이문어‘옥토’를만나는탓에자꾸만일이엇나간다.그는결국자신에게부당행위를하라고명령하고실적을압박하는본사가아닌‘옥토’에게상황의책임을돌린다.
한편으로풍자는아이러니한상황에대한미학을극대화할때배가된다.과거에는안전이검증되지않은차를팔아고객을죽음으로몰아갔던자동차딜러는,바이러스전염병이퍼진세계에서전염에노출되었다는이유만으로불구덩이에던져지는상황에처해지며(「프레임」),과거에는식민지행성의외계인들의편을들며착취에반대했던사람이시스템의힘에의해외계인착취에앞장서는과정(「궁극의답」)이묘사된다.
스파게티,문어,맥주…
작가가엄선한색다른맛의코스요리!
『피클보다스파게티가맛있는천국』에는SF블랙코미디소설들이대다수실려있다.그러나서로다른맛을자아낸다.등장인물들이처해있는상황이저마다다르며,각소설이사고실험을통해그려내는세계또한다양하다.무엇보다단편소설이가지는태생적한계중하나는,짧은이야기속에다양한사람들의이야기를포함시키기어렵다는것이다.하지만김준녕작가는능숙한함축의힘을발휘하여,다른위치에놓인인물저마다의서사를전개하며각단편의세계관을입체적으로확장한다.
이러한작가의특기는표제작인「피클보다스파게티가맛있는천국」에서감동적으로발휘된다.소설속주인공으로등장하는남자와여자는서로다른목적을가지고한공간에서만난다.두사람은다른이유로보편적인주류사회에서밀려나고,일반적인이해의범위에서벗어난이들인동시에,서로완전히다른생각으로갖고행동하는사람들이기도하다.외계행성보다도머나먼거리감을갖고있는두사람을서로를향해가는결말은그야말로깊은여운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