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햇빛,바람,눈,안개,뇌우…
날씨를느끼는사람들의감수성은어떻게변화해왔나
기쁨,슬픔,즐거움,혐오,우울,공포,불안,권태…
날씨와관련된감각과감정의변천사를읽는다
스탕달은사적인글에서“영원히내릴것처럼계속되는질척하고고약하고밉살스러운비”때문에되는일이없다고투덜댔다.헨리데이비드소로는《월든》에서“비가식물에좋다면나에게도좋은것”이라며자연과의일체감을주는비를예찬했다.이처럼상반된감정을,주관적이고개인적인감상을불러일으키는날씨는문학작품에서중요한역할을하곤했다.예컨대알베르카뮈의《이방인》에서는눈부시도록번뜩이는‘햇빛’이주인공뫼르소가살인을저지르는결정적인동기로작용하여운명을일변시킨다.손창섭의〈비오는날〉,현진건의〈운수좋은날〉,황순원의〈소나기〉같은한국소설에서도우울하고불길하고때로는사랑의두근거림을촉발하는‘비’가작품분위기를지배한다.
그간날씨연구가주로자연과학의측면에서이루어져날씨의생성과정을추적하고그여파를분석하는기상학의발전을이끌었다면,이책은날씨를느끼는우리의감각과감수성에초점을맞춘다.시대의흐름에따라사람들은날씨를어떻게지각해왔는가?비와눈을맞으며,안개와뇌우를목도하며개개인은어떤감정을느껴왔는가?이의문에답하고자‘감각과감수성역사연구의선구자’로알려진프랑스의역사학자알랭코르뱅을필두로지리학·기상학·사회학·문학등의전문가열명이비,햇빛,바람,눈,안개,뇌우가불러일으키는감정의발자취를탐색했다.문학작품에등장하는날씨관련묘사를분석하고,예술사와사회사의기록을바탕으로안개,바람등을느끼는감각의변화를짚어내는이책은그동안제대로조명받지못했던우리감수성의흥미진진한역사를발견케한다.인간이오감五感으로느끼는자연현상으로,우울함,충만함,기쁨,공포,불안등을일으키는날씨와관련된감각과감정의변천사라할수있다.
날씨는하늘의소관이고신의뜻이라여기던옛날부터과학의발전으로날씨를어느정도예측하고대비할수있게된지금까지,날씨에대한인식이얼마나극적으로변화했는지를보여주는이책은“날씨만큼이데올로기적인것은없다”는롤랑바르트의말을전방위에걸친연구를통해입증한다.
날씨를느끼는감각과감정은시간과공간에따라달라지는것
도시에비가내리듯
내마음에도비가내리네
가슴을파고드는
이울적함은무엇일까?
_폴베를렌,〈도시에비가내리듯〉중에서
나는예컨대소나기가내릴때,이끼가내려앉은오래된담장위로물이똑똑떨어지는것을볼때,바람이비의미세한떨림과뒤섞여윙윙대는소리를들을때기쁨을맛본다.밤에들리는이쓸쓸한소리들은나를달콤하고깊은잠에빠져들게한다.
_베르나르댕드생피에르,《자연에관한연구》중에서
위글에서보듯,비내리는날씨때문에울적해하는이가있는가하면빗소리가빚어내는감미로움에기쁨을느끼는이도있다.17세기의서간문작가드세비녜부인은비를맞으며달리면서당대여성에게요구되던정숙함에서벗어나는일탈의즐거움을맛보았다.비는정치사에서도중요한역할을담당했다.‘시민왕’을자처한루이필리프1세는1831년메츠를방문했을때,도열한병사들이비를맞고있자망토쓰는것을거절하고함께비를맞겠다는의사를표명했다.이로써“모든프랑스국민이비앞에,즉자연의법칙앞에평등”하다는인식을심어주고비를인기전략으로이용한것이다.이처럼이책의1장에서는비내리는날씨에대한반응은사람마다제각각이라는점을,비가상황에따라각기다른상징적의미를띠게된다는점을보여준다.
2장에서는햇빛에대한평가가1750년에서1960년까지약200년동안완전히전복되어경계의대상에서찬양의대상으로바뀌기까지의과정을되짚어본다.18세기까지만해도햇볕을지나치게쬐면몸에해롭다는인식이지배적이었고무더위와가뭄으로인한재난은태양에대한증오와두려움을더욱부채질했다.그러나19세기에이르러병을치유하기위해햇볕을쬐는것이권고되는등햇빛의살균효과같은긍정적인측면이강조되기시작했다.위생에대한인식이높아지면서정화력과치유력을지닌햇빛은아이의건강한성장에도필수적인것으로여겨져일광욕과산책열풍을대대적으로일으켰다.2차세계대전이후로햇빛은생명력,욕망,건강,웰빙의상징으로당당히자리잡아세탁기,세제등의광고이미지에등장하게된다.
3장에서는프랑스각지역의지형과기후에따라그종류가다양하고지칭하는용어와표현도가지각색인바람을다룬다.프랑스의지방설화에등장하는바람묘사를인용하면서파괴적인면과유익한면을동시에지닌바람이어떤맥락에서등장하고어떤역할을담당하는지,어떤상징적의미를지니는지분석한다.
날씨,미학적영감과기발한은유의원천이되다
4장에서는맛보고,밟고,만지고,보고,그속에파묻히는등,우리의오감을통해정의내릴수밖에없는기상현상인눈에대한감각의변천사를살펴본다.눈은고대로마시대에포도주나우유같은음료를차게식히는데활용되었고,이전통은계속되어눈의집하와운반이활발히이루어져관련기록과유적이유럽곳곳에남아있다.한편,케플러등의과학자들은눈송이의구조와성질에관심을기울였고,브뤼헐을비롯한화가들은눈이등장하는풍경을화폭에담았다.직접밟고접촉하는눈은즐거움의원천이기도해서19세기말부터스키를위시한동계스포츠가인기를모으기시작했고산악지대에스키장이건설되어수많은관광객을불러들였다.
5장에서는신비롭고예측할수없으므로위험하고불안과공포를불러일으키지만우리의상상을자극하여창의력의근원이되기도하는안개를다룬다.때로는불길하고해로운것으로,때로는마녀나유령과결부된것으로인식되는등수많은속설을지닌안개는그환상적이고신비로운효과로말미암아환상동화,추리소설,공상과학소설작가들은물론이고화가,사진가,조각가,설치미술가등의예술가들에게영감을불어넣어작품을창조하는데원동력이되어주었다.
6장에서는천둥과번개를동반하여우리를크게놀라게하는뇌우와폭풍우,태풍에대해살펴본다.뇌우는‘신의분노’표출로여겨져오랫동안두려움의대상이었으나계몽주의시대에얼마간과학적이고합리적인설명이시도되었다.독일낭만주의의‘질풍노도SturmundDrang’(Sturm은‘폭풍우’를뜻한다)운동이란명칭에서도보듯뇌우와폭풍우는낭만주의시대에이르러미학의대상이되었고,프랑스대혁명과같은사회적·정치적격변의은유로즐겨쓰이기도했다.
7장에서는오늘날의기상인식,사람들이일기예보에보내는열광과근심을살펴본다.날씨에대한감수성의역사를크게세단계로,즉계절의시대,일기예보의시대,기후의시대로나누고,현재는일기예보의시대에해당한다고본다.기상학의발전으로날씨가우리생활에주는영향력은줄어들었지만역설적으로날씨와일기예보의중요성은더욱커졌다는것이다.
여가와휴가가늘어나면서기상정보에대한관심이지대해진현재의세태,일조량부족으로인한겨울철계절성우울증,장거리여행으로인한시차증후군jetlag등의질환이유행처럼미디어에오르내림에따라생겨난치료법들을논하는등기상문화에대한현대의사회학적·심리학적연구자료를검토한다.
날씨를바라보는다양한시각,풍부한입증자료
비,햇빛,바람,눈,안개,뇌우,그리고기상자체와일기예보를다룬일곱개의장을각각의기상현상에일가견이있는전문가들이집필한만큼풍부한전문지식을담은이책은날씨를바라보는서로다른관점과다채로운개성이두드러져읽는재미를더해준다.‘바람’을다룬3장은프랑스각지역에전해내려오는설화를중심으로바람이묘사되는다양한양상을분석했고,‘안개’를다룬5장과‘일기예보’를다룬7장은각계각층의사람들을대상으로행한인터뷰를활용했다.‘눈’과‘뇌우’를다룬4장과6장에서는눈이내리거나쌓인풍경,뇌우가내리치는광경이등장하는미술작품을다수소개하여날씨를표현하는기법이어떻게변화했고이에영향을미친요소는무엇인지를잘보여준다.
이책은시,소설,수필등문학작품에등장하는날씨관련묘사를찾아내어분석하는한편,사상가및학자의저작에나오는날씨이야기도언급하며논지를전개해나간다.18∼20세기프랑스의사례를중심으로하지만고대그리스에서현대에이르기까지영국,미국,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의사례도두루다룬다.헤시오도스,베르길리우스,괴테,모파상,졸라,위고,스탕달,베를렌,보들레르,소로,휘트먼등의문학가,아리스토텔레스,루소,버크,칸트,바르트,바슐라르,뒤랑,에코등의사상가및학자의저작에나오는날씨이야기가언급되고,루이필리프1세를비롯한역사적인물들의일화도예시된다.날씨관련데이터,신문과잡지기사도인용하는등근거로삼는자료들의범위가폭넓다.
또한브뤼헐,카유보트,터너,모네등유명화가의그림,안개가끼거나번개가치고눈이쌓인프랑스각지역을기록한사진,해수욕장개장을알리거나햇빛을막는의복을선전한백화점의광고포스터,기상관련사항을표시한지도등등,시각자료도다채롭게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