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글 (우리의 글쓰기가 가야 할 길)

불과 글 (우리의 글쓰기가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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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이 잃어버린 ‘불꽃’, 그 복원에 관한 조르조 아감벤의 사유!
우리 시대 가장 도전적이며 영향력 있는 사상가 조르조 아감벤. 문학·철학·신학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첨예한 언어로 독창적인 사유를 펼쳐온 조르조 아감벤은 전 세계에 번역되고 있으며 꾸준히 문제작을 발표하고 있다. 『불과 글』은 아감벤의 최신작으로, 자신의 지적 여정에서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한 미학적 고찰’, 즉 읽고 쓰기에 관한 무르익은 사유를 담고 있다.

책은 표제작 <불과 글>을 비롯하여, <관료주의적 신비> <비유와 왕국> <창조 행위란 무엇인가?> <소용돌이> <무언가의 이름으로?> <이집트에서의 유월절> <글 읽기의 어려움에 관하여> <책에서 화면으로, 책의 이전과 이후> <창작 활동으로서의 연금술> 등, 읽고 쓰기에 관한 철학적 단상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모든 글쓰기, 모든 언어적 행위가 가지고 있는 비평과 창조, 관찰과 행위의 은밀한 이원론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우리의 의식을 날카롭게 일깨운다는 점에서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오늘날 문학이 잃어버린 ‘불꽃’은 과연 무엇인기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문학, 우리의 글쓰기가 지향해야 할 미래를 넌지시 암시한다.
문학과 철학,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의 지적 세계에 새로운 얼굴을 부여해온 조르조 아감벤. 이 독특한 철학자는 이를테면 시는 철학을, 철학은 시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그런 신념이 잘 반영돼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독자들은 문학에 가까운 글쓰기를 보여주는 열 편의 에세이를 통해 창조 행위의 원천, 그 불꽃에 관해 새로운 통찰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저자

조르조아감벤

저자조르조아감벤GiorgioAgamben은이탈리아의철학자이자미학자,비평가.1942년로마에서태어나파리의국제철학원,이탈리아베로나대학등을거쳐베네치아건축대학교교수를역임했다.1995년,푸코의생철학과슈미트의비상사태를토대로로마시대의‘호모사케르homosacer’를현대정치에비추어쓴≪호모사케르≫를발표하면서이시대가장중요한사상가반열에올랐다.벤야민과하이데거에게깊은영향을받았으며,비트겐슈타인,데리다,블랑쇼,들뢰즈,바디우등의현대사상가들과플라톤,스피노자,유대-기독교경전의이론가와학자들을아우르는사유탐험을지속해왔다.그의저서는전세계에번역되고있으며,국내에도≪빌라도와예수≫,≪왕국과영광≫,≪세속화예찬≫,≪예외상태≫,≪행간≫등다수의도서가번역소개되었다.

목차

불과글007
관료주의적신비025
비유와왕국037
창조행위란무엇인가?059
소용돌이093
무엇의이름으로?103
이집트에서의유월절117
글읽기의어려움에관하여127
책에서화면으로,책의이전과이후137
창작활동으로서의연금술175

옮긴이의말-불과침묵220

출판사 서평

우리시대의‘글’은어떻게쓰여야하는가?
우리시대의‘불’은어떻게존재해야하는가?

문학,철학,신학을가로지르는독창적인사유와첨예한언어로
우리의‘의식’을일깨우는이탈리아철학자조르조아감벤,
읽고쓰기에관한거장의무르익은사유를열편의보석같은에세이로만난다!


우리시대가장도전적이며영향력있는사상가조르조아감벤의최신작≪불과글Ilfuocoeilracconto≫이책세상에서출간되었다.문학,철학,신학등다양한분야를가로지르며첨예한언어로독창적인사유를펼쳐온조르조아감벤은전세계에번역되고있으며지금까지꾸준히문제작을발표하고있다.특히1995년이후,이시대의폭력,정치,삶에대한전복적인사유를담은≪호모사케르Homosacer≫연작을발표하면서세계적인사상가반열에오른그는,만년에이르러서는한층더풍부해진사유와필력을보여준다.자신의지적여정에서본령이라할수있는‘언어에대한미학적고찰’로다시돌아와,읽고쓰기에관한무르익은사유를담아낸≪불과글≫이바로그러하다.

≪불과글≫은문학에가까운글쓰기를보여주는열편의철학적단상을묶은것으로,〈불과글〉〈관료주의적신비〉〈비유와왕국〉〈창조행위란무엇인가?〉〈소용돌이〉〈무언가의이름으로?〉〈이집트에서의유월절〉〈글읽기의어려움에관하여〉〈책에서화면으로,책의이전과이후〉〈창작활동으로서의연금술〉등,읽고쓰기에관한다양한주제를다루고있다.그럼에도모든글쓰기,모든언어적행위가가지고있는비평과창조,관찰과행위의은밀한이원론적측면을부각시키며우리의의식을날카롭게일깨운다는점에서는일관된태도를보여준다.오늘날문학이잃어버린‘불꽃’은과연무엇인가라는근본적질문을던지면서‘저항’‘무위’‘잠재력’을토대로하는창조행위의숨겨진의미를재발견하도록이끌고,나아가우리의문학,우리의글쓰기가지향해야할미래를넌지시암시한다.따라서이책을읽는이들은문학과철학,미학과신학의기묘한동거또는놀라운교유를확인하면서,창조행위의원천,그불꽃에관해새로운통찰에이르게될것이다.

우리시대의글쓰기에빠져있는‘불’,
그신비의복원에관한매혹적인이야기


문학과철학,예술의경계를허물며우리의지적세계에새로운얼굴을부여해온아감벤은정치철학을논할때조차함축적이고문학적인글쓰기를통해우리의의식을새롭게일깨운다.양립불가능한것들의양립가능성을응시하는이독특한철학자는이를테면시는철학을,철학은시를추구해야한다는생각을오랫동안펼쳐왔다.그런신념이잘반영돼있는책이바로≪불과글≫이다.

그에의하면불과글,신비와서사는문학이결코포기할수없는요소다.그러나한요소가실체로드러나면한요소는비실체로가려진다.글이있는곳에불은꺼져있고신비가있는곳에서사는존재하지않는다.이것이신비와서사라는양립불가능한것들이존재하는방식이다.그런데놀랍게도신비는서사를,서사는신비를필연적으로상기시킨다.이‘동시가능성’에주목하는아감벤은소설(서사)이란신비의상실인동시에그것의기념이며,불의공식과공간의소실이자기억으로존재하는장르라고설파한다.

바로여기서‘회상’의중요성이대두된다.아감벤은문학이란잃어버린신비를회상하는장르라고설명한다.물론아무것도회상하지않는철학과문학이존재한다.현실만을전제로고립된현상의분석에집착하는철학과유희에집착하는문학이존재하지만아감벤은모든정통한철학과문학은본질적으로‘회상’이라고강조한다.인간의삶은사라짐(소멸)과회상의메커니즘을벗어날수없고,그러한인간의삶을벗어난철학과문학은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회상의순간이야말로삶을하나의신비로기억할수있는기회다.아울러삶을신비로기억할수있을때만진정한의미의회상,즉철학과문학이가능해진다.

“고대엘레우시스의신비주의입문자처럼,작가는암흑과그늘속에서지옥의신과천상의신,망각과기억사이에가로놓인오솔길을따라움직인다.이길에는신비의위치를가리키는일종의이정표가배치되어있어서그에게매번불과의거리를가늠할수있도록허락해준다.이이정표는다름아닌언어다.‘글’과‘불’을분리하는틈새와단절이위로받을수없는상처로드러나는것이바로이언어를통해서다.신비의망각이언어를할퀴면서만들어내는이상처를우리는문학장르라고부른다.비극,애가,송가,희극등은언어가‘불’과더이상소통할수없음을한탄하며눈물을흘리는방식에지나지않는다.”―〈불과글〉에서

“시는철학을,철학은시를추구해야한다는저자의오래된생각이맺은결실이≪불과글≫이다.모든글쓰기,모든언어적행위가가지고있는비평과창조,관찰과행위의은밀한이원론적측면을부각시키는것이저자의글쓰기라면,그래서그가〈창조란무엇인가?〉에서이야기하는것처럼잠재력의형태로그의메시지가전해질수있다면,≪불과글≫은분명히하나의결실로평가될수있을것이다.하지만이를결실로보기위해서는저자가생각하는독서행위에전적으로동의하고참여할필요가있다.본질적인차원에서독서행위란누군가가이미말하고생각한것을자기화하면서그것을아직누구도언급한적이없고생각한적도없는것의문턱너머로가져가는일이다.”―〈옮긴이의말〉에서

≪불과글≫을통해처음발표하는〈창조행위란무엇인가?〉를통해
한병철의≪피로사회≫에대한철학적비판을감행하다


‘글(문학)이불(신비)에대한회상의장르’라는아감벤의인식은창조행위에대한우리의고정적인시각을전복시킨다.불에서글로움직이는‘과정’이문학적창조과정의본질적인측면이라면문학적창조의‘잠재력’또한불처럼신비로운면을가지고있다.하지만이는문학적창조고유의‘무위’속에머물때만,즉문학적창조가동반할수밖에없는획일적논리를거부하고이에‘저항’할수있을때만가능한일이라고아감벤은강조하면서,모든정통한철학과문학이회상이라는점과창조행위의본질이무위와저항에있다는점이결코무관하지않음을일깨워준다.

≪불과글≫에실린열편의단상중〈창조행위란무엇인가?〉를눈여겨봐야하는이유는이때문이다.아감벤은이글에서창조행위란죽음에저항하는행위라고말하면서예술가의무위또한창조행위의일부라고해석한다.이를증명하기위해아리스토텔레스를인용하고카프카를비롯한여러작가들의입장을예로들어설명한다.아감벤에게창조란무엇보다도창조하지않을수있는힘을가리킨다.집을짓고있지않는건축가는건축가가아니냐는질문까지던지면서아감벤이강조하는것은‘창조적행위속에내재하는무위’다.

무위에대한이러한전복적인해석은한병철교수가≪피로사회≫의〈바틀비의경우〉라는장에서아감벤을두고지적했던부분에대한답변이자≪피로사회≫의철학적입장에대한비판으로읽을수있다.물론아감벤이한병철교수의이름이나≪피로사회≫를구체적으로언급한것은아니다.그러나허먼멜빌의소설〈필경사바틀비〉에대한한병철과아감벤의분석이첨예하게나뉘는것만큼은사실이다.간단히말해,아감벤은바틀비가창조행위를계속해서거부하는인물로등장하지만창조의또다른형태로서탈창조를선포하는인물이며그의거부는메시아적희망을향해열려있다고본다.그러나한병철은바틀비가죽음을향해가는부정적이고병적인존재라고판단한다.한병철은모든것이죽음과거부와부정적인견해로점철되어있는소설에서희망과창조의원리를보려고하는아감벤의입장이전적으로틀렸다고주장하는것이다.

한병철의이같은주장에대한반박성글로읽을수있는것이바로≪불과글≫을통해처음발표되는〈창조행위란무엇인가?〉이다.자신의글이누군가의의견에대한반박이자비판이라는말을단한줄도언급하지않음으로써오히려오롯이반박하고비판하는글쓰기,이놀라운작업이≪불과글≫에서펼쳐진다.저항,무위,잠재력이창조행위에대한길항으로작용하며내재할때,가장적극적인창조행위가이뤄진다는아감벤의역설적해석은오늘우리가행하는글쓰기의본질을숙고하게한다.즉아트로승화되기보다기술로만치닫는기계적인창조행위를성찰하게한다.이는놀랍게도창작행위의질료로서존재하는삶의현장,삶의신비를다시금들여다보게한다.이것이아감벤의철학이가장실천적으로느껴지는지점이기도하다.

구어가아닌활자,페이지가아닌스크린에익숙해진독서대중에게
진정한읽기,근본적인독서의힘에관해말하다


문학적창조행위에있어서‘글쓰기’못지않게아감벤이중요하게여기는행위는바로‘읽기’다.2012년12월로마의중소출판사도서박람회기간에“독서의위험”이라는주제로펼쳐진토론회에서발표한내용을담은〈글읽기의어려움〉은‘독서의불가능성’을이야기하면서오히려독서의중요성을일깨운다.아감벤은독서와글쓰기가서로분리할수없을정도로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고보는우리의일반적인생각자체를뒤흔드는독특한독서와글쓰기의경험이필요하다고강조하면서,구전문학의존재를일깨운다.한번도활자화된적이없는언어,모성적언어인문맹의언어,다시말해구어로만존재하는언어를읽기위한시도가지금우리에게필요하다는것이다.

모성적언어를문어로탈바꿈시키는일이란단순히그것을옮겨적는일에그치지않는다.이는시적언어를창조하는일이며,세상어디에도존재하지않는훌륭한구어를창조해내는일이다.책을읽는독자가이쪽페이지에서저쪽페이지로눈을옮기는동안그양페이지사이의텅빈공간에진정한의미에서의시가위치할수있다는이야기다.글로쓰인언어의기원이자동시에여정의목표가되는‘읽기가불가능한지점’에대한이독특한고찰은출판업에종사하는이들에게다음과같은일침을주기도한다.

편집자들과책을만드는일에종사하는분들에게는진심어린충고를한마디남기고싶다.여러분은수치스러운언사에몰두하는일을그만두어야한다.가장많이팔린책,결과적으로가장많이읽힌책들의순위라는수치스러운표현에신경을끄고대신에읽히기를요구하는책들의순위를머릿속에그려보기바란다.이러한요구를토대로하는출판사만이오늘날의독서문화가겪고있는위기로부터책을구해낼수있을것이다.-〈글읽기의어려움에관하여〉에서

책의미래에대한아감벤의생각은2010년베네치아의치니재단에서열린강연내용을보완한〈책에서화면으로,책의이전과이후〉에보다자세히담겨있다.종이책이전달해주는것은무엇보다도글이전에백지라고하는상상적인공간이라는점을책의역사적발전과정과함께설득력있게설명한뒤,오늘날보편화된디지털기기의화면(스크린)은이러한공간을가지고있지않고(보이지않도록만든다는의미에서)독자로하여금그것을억지로상상하게만든다는점에서진정한읽기를방해한다고지적한다.즉페이지가아니라화면을읽는행위는아리스토텔레스가사유의순수한힘에비유하던,아직아무것도쓰이지않은서자판의경험을포기하는것이나같다는것이다.아감벤의이러한주장은책의미래가단지창작자와출판종사자에게만달린문제가아니라현대의독서대중모두에게불안한위기로다가와있음을인식시키면서,읽고쓰기에관한근본적인고찰이필요함을일깨운다.

차례설명
불과글
불과글,신비와서사는문학이포기할수없는요소들이다.하지만어떻게한요소의실체가다른요소의상실을반박할수없는방식으로증명하고부재를증언하면서그것의그림자와추억을필연적으로상기시키는가?글이있는곳에불은꺼져있고신비가있는곳에서사는존재하지않는다.

관료주의적신비
죄와벌의신비는언어의신비와일치한다.인간이감수하는벌뿐만아니라4만년전부터(즉인간이말을하기시작한이후로)인간을상대로끊임없이진행되어온재판은사실말자체에지나지않는다.언어가곧형벌이다.언어속으로모든것들이돌아가야하고그안에서모든것이죄의분량에따라쇠해야한다.

비유와왕국
우리가언어속에서살아간다는것을이해하는일은말들의의미,말들의모든모호함과미묘함을파악하는것과는거리가멀다.그보다중요한것은오히려세상과왕국의근접성과유사성을깨닫는일이며,하늘나라가우리의눈으로는알아보기힘들정도로세상과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