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사고영역을종횡무진여행한비트겐슈타인,
그의철학적여정을스케치하다
20세기를대표하는철학자,하지만특유의글쓰기방식때문에매혹적이지만이해하기어려운철학자가비트겐슈타인이다.익숙한논증적글쓰기방식에서벗어나있는특유의스타일때문이다.마치잠언처럼,시처럼,비트겐슈타인은자신의철학을써내려갔다.매우간결하면서도엄밀한문장을구사함에도불구하고,읽는이가스스로철학을하고있지않다면비트겐슈타인의철학적맥락을이해하기는쉽지않다.이미10여년에전《비트겐슈타인선집》을번역하면서비트겐슈타인의철학적사유전반을돌아본이영철교수가지금까지연구해온그의사상적배경과핵심적개념,사유의흐름등을일괄하면서발견한이음매를짚어가면서이해하기힘든비트겐슈타인철학을설명한다.“철학의본질적인문제를최종적으로해결했다”며철학의종언을선언했던그의초기철학에서부터이를뒤집고다시케임브리지로돌아와‘언어의문법’과‘문법적기술’을점검했던후기까지,비트겐슈타인의선집에서다룬저서들을토대로이론적배경을설명하고이것들이어떻게심리철학과윤리학,종교철학으로확장되어가는지를다양한각도에서조망한다.
비트겐슈타인의철학적여정,
그를이해하는가장정교한스케치
극도로간결한문장과청빈하고고독한생애,어느누구에게서도찾아볼수없는독창적인사유,생전에출간한단한권의책으로현대철학의물길을바꾸어놓은철학자비트겐슈타인.영국의비평가테리이글턴은그를두고‘시인과작곡가,극작가,소설가의철학자’라말했다.마치입체파화가처럼,몽타주기법을사용하는영화감독처럼비트겐슈타인이자신의철학적소견을중첩적으로표현했기때문이다.그래서우리는비트겐슈타인의철학에서입체파화가의그림에서느껴지는낯섦과난해함을느끼는지도모른다.
2006년,홀로7권의《비트겐슈타인선집》을완역하여철학자로서의비트겐슈타인뿐만아니라삶과세계를관조하는사색가로서의비트겐슈타인을소개한바있는이영철교수가그의철학적사유여정을추적한다.마치(철학적)공해와안개가뒤섞여혼탁한도시로의여행과도같은것이다.여기에저자이영철이뛰어든다.그의모든저작을돌아보면서만나게되는중요한포인트에서서저자가바라본비트겐슈타인철학의풍경을스케치한다.철학의종언을선언하고새로운철학을모색했던비트겐슈타인의철학적여정을심리철학과윤리학,종교철학의측면에서찬찬히톺아보며여행의풍경속에들어가나름대로스케치하고의미를부여한다.저자는스스로이것이그의철학전체를온전히드러내는것은아니지만,안개와공해가낀전체의모습을고스란히보여주는작업이라고이야기한다.그것이가장난해한철학자의사유여정을만나는방법이라고본것이다.
철학을뒤덮고있는구름전체는
한방울의언어이론으로응축된다
비트겐슈타인의사상은크게두번에걸쳐열매를맺었다.전기와후기의사상을대표하는《논리-철학논고》와《철학적탐구》가그것이다.같은나무에서열렸으나두열매의맛은완전히다르다.비트겐슈타인의말을그대로옮기자면,마치가지치기나접붙이기를통해원래의나무가더욱튼튼해지고더욱풍성한열매를맺게된것과비슷하다.아마도첫번째열매는견고해보이는겉모습처럼누구나따서먹을수있는열매가아니었다.그러나나중에달린열매는같은뿌리의나무에서나왔지만탐스럽게속이꽉차누구에게나손닿을수있는곳에달려있는열매라고할수있다.그러나둘은같은뿌리를둔열매다.다시말해비트겐슈타인의후기사상은그의전기사상이익어손닿는곳으로왔다고보아야한다.당연히초기사상과함께살펴야만비트겐슈타인의철학을올바르게이해할수있다는뜻이다.
《논리-철학논고》는극도로절제되어군더더기가없다.비트겐슈타인은이책의머리말에서사고의표현(언어)에한계를그으려한다고선언한다.사유의한계를분명히하려한칸트의‘이성비판’과비슷하면서도구별되는,‘언어비판’이다.무엇이의미있는말이고무엇이의미있는말이아닌지를가려,언어의본질을명확하게보이려고했다.당시까지언어는존재하는무엇인가의표상이라는전통적인언어관에속해있었다.그러나비트겐슈타인은언어가‘세계의그림’이라고믿었다.이를《논리-철학논고》에서프레게와러셀의현대적논리분석의힘을빌려그오래된,그러나직관적으로머물러있던관점을독창적으로기초짓고체계화한다.이것이이른바‘그림이론’이다.
《논리-철학논고》의언어비판은사유비판이며,세계와삶의한계에대한비판적고찰이다.즉삶의뜻과삶의가치를고찰한다는의미,윤리적고찰이기도하다.그런데이윤리적인것은말해질수없는것이다.진정으로말해질수있는것은오직그림그려질수있는것인데,윤리적인것은그럴수없기때문이다.말할수없지만중요한어떤것이있다는것,그것은‘말해질수없는것’을말하려는형이상학적시도이다.비트겐슈타인은올바른철학이라면이러한시도가헛되다는것을깨우쳐줘야한다고생각했다.이와같은생각을“무릇말해질수있는것은명료하게말해질수있다;그리고이야기될수없는것에관해서는우리는침묵해야한다”고정리한다.
후기비트겐슈타인도언어에대한고찰이근본적으로삶의의미에대한고찰이라는점은달라지지않는다.그러나언어와삶에대한비트겐슈타인의생각이크게변화한다.초기에는원자주의적이고유아주의적이었다면,후기에는총체주의적이고맥락주의적인관점으로바뀐다.글의스타일도《논리-철학논고》의일방적이고절대적선언과같은형태로부터내적인대화의형태로변모한다.후기비트겐슈타인의탐구는‘언어놀이’개념을중심으로이루어진다.‘언어놀이’는어린아이들이모국어를배우는놀이나어떤하나의원초적언어,또는언어와그언어가뒤얽혀있는활동을말하는데,언어를말한다는것이어떤활동의일부,또는삶의형태의일부임을부각하고자한것이다.즉후기에접어든비트겐슈타인이관심을둔것은우리의자연사적삶과실천이다.
철학의종언을선언하다
그리고새로운철학을모색하다
1차대전에참전한비트겐슈타인은전장에서《논리-철학논고》를완성한다.그리고호기롭게철학의종언을선언한다.비트겐슈타인은철학의문제가대부분언어의논리나문법에대한오해로부터발생한다고보았기때문에논리-문법적문제를해결하면오랜철학적문제들을해결할수있다고보았다.그래서전통적인인식의문제나진리를추구하는방식이아니라뜻의해명으로눈을돌렸다.이러한전환은‘진리에대한물음으로부터,뜻에대한물음으로의이행’으로철학의물길을돌려놓았다.이를두고비트겐슈타인은《철학적탐구》에서“우리의오성에걸린마법에대한하나의투쟁”이라고이야기한다.비트겐슈타인이문법적고찰을통해철학을바라보려한이유는,철학을일상언어로되돌려보내종국에는더이상철학이따로필요없기를바랐기때문이다.다시말해비트겐슈타인이추구했던철학은우리의일상적삶이곧철학적삶이되고,철학적삶이곧일상적인삶이되는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논리-문법적탐구로서의철학은어디까지나명료화를추구하는실천적활동이다.그러나무엇을위한명료화작업인가?비트겐슈타인이궁극적으로추구한것은과연무엇이었는가?그가성취하거나추구한것들은우리의삶에서어떤의미가있는가?언어비판과해명은물론그자체로중요하다.그러나그것의목적과의의는더넓은맥락에서찾아볼수있다.비트겐슈타인은자신의철학적목적이‘가치의전도’에있다고보았다.철학적명료화작업이결국가치의문제와도연관되어있다.그런데이는단순히가치의영역을그나머지로부터명확히경계지음으로써끝나는문제가아니라,우리의삶(=세계)을가치있게만드는문제를포함하는것이다.즉우리의삶자체를근본적으로바꾸는것이중요하다.이것이바로그가추구했던철학의종언이며새로운철학의모색이었던것이다.
-책속으로추가-
265쪽
비트겐슈타인에의하면,마음의본성에관한철학적문제들은,다른철학적문제들과마찬가지로,언어적표현들ㅡ이경우는심리학적표현들ㅡ에대한문법적착각내지오용에서비롯된다.즉그문제들은마음의숨겨져있는어떤본성때문에발생한다기보다는,관련표현들의올바른사용을일목요연하게보지못하는데서발생한다.그에따르면,마음이우리에게어떤식으로깊이숨겨져있어서그것에대한발견이나확인,이론적설명따위가필요하다는생각자체가근본적으로잘못된생각이다.문제는오히려,마음과관련해우리를철학적곤경,철학적파리통에갇히게한철학자들의언어사용(오용)이다.그리고필요한것은,그러한언어사용(오용)으로부터본래의사용으로돌아갈길에대한통찰이다.즉우리가어떤길을거쳐문제의철학적파리통으로빠져든파리신세가되었는지를상기해냄으로써,그로부터벗어날길을훤히알수있게해주는일종의지도가필요하다는것이다.그지도는심리학적개념들의연관관계를보여주는문법적내용을포함해야한다.
342쪽
그의작품은윤리적인모든것에대해서는침묵하고있지만,그렇게함으로써,그리고오직그렇게함으로써,그것들의한계를명확히확정할수있었다는것이고,이점에서윤리(학)적인뜻을지니고있다는것이다.그가스스로중요하다고한윤리적인것들에대해침묵한것은,그가쓸수도있었던것을어떤이유에선가쓰지않은것이아니다.그것은오히려,만일그가침묵하지않고뭔가를썼다면,그것은‘글’이나‘말’이아니라단지‘허투루지껄이는’것에불과하게되었을것이라는생각때문이었다.즉그는그것들이본래침묵할수밖에없는것,다시말해서언어로표현할수없는것이라고생각했기때문에침묵한것이다.
그런데여기서‘윤리적인것’은,비트겐슈타인에게는,단순히도덕적‘선(善)’이아니라‘가치있는것’일반을가리킨다.그리고윤리학은“삶의의미에대한탐구,또는삶을살가치가있는것으로만드는것에대한탐구,또는올바른삶의방식에대한탐구”(LE26쪽)로이해된다.
382쪽
철학사적으로말하자면,이러한비트겐슈타인의작업은철학의이른바‘언어적전환’을고하는것이었다.물론언어적전환은비트겐슈타인혼자에의해이루어진것이아니며,또분석철학의전유물인것도아니다.(가령,해석학적철학역시언어적전환의또한형태를이룬다.)그러나하버마스도지적하고있다시피,근대의의식중심의철학패러다임이언어중심의패러다임으로분명하게전환된것은비트겐슈타인의《논고》에의해서였다고할수있다.그의언어비판은,언어의본성에대한고찰을통해유의미한언어사용의한계를드러내고언어의월권적사용(오용)을비판한다는점에서,이성의확장이아니라한계해명을목표로한칸트의이성비판과그발상에서유사한점이있다.그러나후자가어디까지나가능한지식과단순한사변의구분을위한인식론적정초작업으로서,또체계적인학이어야할형이상학을위한예비학(존재론)으로서간주되었던점에서,그것은전자와중요하게구별된다.비트겐슈타인의언어비판은결코이론적학을지향하는인식론적-존재론적정초작업이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