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놀이본능,놀이정신을추적한2500년‘놀이의철학사’
인간은놀이하는존재다!
놀이를탐구한최초의철학자헤라클레이토스에서
현대의최첨단디지털예술까지
놀이와함께상상하고창조하는인간을발견하다
“놀이가없는사회나인간은좀비상태로침몰한다.”(마셜매클루언)
“나는위대한과제를대하는방법으로놀이보다더좋은것을알지못한다.이것이바로위대함의징표이자,본질적인전제조건이다.”(프리드리히니체)
놀이에대한우리의태도는이중적이다.그어느때보다놀이의가치가주목받고놀이의속성인우연,순간,자유,상상력,창조등이각광받는시대지만,여전히놀이는중요하지않거나효율적이지않은무엇으로간주되곤한다.이성중심?노동중심적가치관에대한회의가그것을넘어설단초로놀이를새롭게발견했음에도,우리는여전히놀이하는인간보다는생각하는인간,노동하는인간이더익숙하다.그러나모든언어?문명권에놀이와관련된고대어가있으며오래전인간이자신의존재와세계를통찰한고대의기록에서놀이하는인간의흔적을발견할수있는데서보듯,놀이는인간의역사와함께해왔다.인간은생각하고노동하는존재이면서동시에놀이하는존재인것이다.
이책은인간삶의근본조건임에도불구하고오랫동안철학의영역에서배제되어온‘놀이’를철학적으로탐구한다.진지한연구주제로새롭게조명받은근대에만해도비생산적이고현실도피적인것으로평가되었던놀이는,노동의효율성을맹신한근대의파국을돌파할탈출구를찾던지적노력이놀이를새롭게발견하면서현대철학에서는인간과세계이해를위한중심개념으로자리잡게되었다.이책은놀이를둘러싼이러한철학사적의미변화를고대/근대/현대적사유유형으로나누어탐색하고,‘놀이와우리시대’라는주제아래디지털예술처럼놀이의가치를환기시키는다양한현대예술의양상을조명하고있다.존재와생성에관한전통형이상학의좌표를전도시키고,상상력과창조의뿌리가되는등철학뿐만아니라다양한지평에서새로운시야를열어줄‘놀이’와함께철학하는책이다.
생각하고노동하는인간에서놀이하는인간으로
흔히심심풀이또는노동의고통에대한보상물정도로여겨지곤하는놀이는철학의주제로는어울리지않아보인다.그러나이책에따르면,고대의언어와기록을통해서도확인할수있듯이,인간에게놀이는삶의근본조건이며오래전부터놀이에대한철학적사유가존재해왔다.놀이를진정한앎이나참된견해와거리가멀다고보았던플라톤의영향으로오랫동안비본질적?비도덕적?비생산적인것으로간주되었던놀이는근대에들어와새롭게조명받는다.르네상스로촉발된인간에대한새로운이해의뿌리에는예술적본능과놀이의정신이자리하고있었고,따라서근대의놀이에대한철학적반성은미학의성립과관련되었다.이처럼근대는과학적?종교적?도덕적인간외에‘놀이하는인간’을진지하게성찰하고,놀이가내포하는우연?상상?자유등의가치가인간성의요소로수용되었지만,근대의놀이이해는여전히‘인간의본질을실현하는노동과대립하는것,비생산적이고현실도피적인것’이라는평가에머물렀다.
현대에들어와비로소놀이는전면적으로재평가받게된다.인간성타락과문명의야만성이라는현실에직면한근대의후예들은야만의근원이노동에있음을발견했고,근대의파국을돌파할탈출구로‘놀이’를새롭게발견한다.주체?이성?보편적진리같은근대적가치가개인의자유와개성으로옮겨가면서,현대철학에서놀이는인간과세계를이해하는데없어서는안될중심개념이자근대성극복의키워드가되었다.이과정에서“자신의모든철학적주장을놀이로써설명”한니체는“현대의놀이에대한철학적이해는니체에서출발했다”고할수있을정도로결정적인역할을했다.
놀이,근대의야만을극복할탈출구가되다
그렇다면철학자들은놀이에서어떤가치를발견했으며,그것이왜근대성극복과관계하는가?저자에따르면,놀이에서중요한것은주체나중심이아니라놀이하는과정자체이며,놀이의의미는놀이하는자의의도가아니라놀이활동의산물이다.놀이와놀이자의관계에서주체와객체가완전히전도되면서,놀이는근대의주체철학을극복할중요한단초를제공한다.그리고놀이는존재와생성에관한전통형이상학의좌표를전도한다.완전하고불변하는존재에기초한전통형이상학으로는현대의복잡다기한환경을담아내기어렵다.우연적이고불연속적이며불완전한놀이가우리의삶과세계를설명하는데훨씬유효하다.또놀이에담긴생성과우연,순간의속성은인간의상상력과창조의뿌리가된다.전통형이상학에서는놀이의이러한속성이진리인식에방해가되는것으로여겨졌으나,이러한권위가무너지고인간개별자의개성이강조되면서놀이가지닌속성은개별자의인식과가치실현에본질적인것으로받아들여지게되었다.니체,가다머,아도르노,프랑스후기구조주의자들,로티를비롯한신실용주의자들의철학에서우연과순간은중요한철학적주제이다.마지막으로놀이의모호한지위도주체와객체,선과악,본질과현상등의이분법에기초한형이상학을극복하는중요한단초가된다.비-주관성,비-목적성또는무-목적성,무-의미성이라는놀이의속성이야말로세계의고유한존재방식과닮아있다.세계,또는존재는고정된실체가아니며,인간또는주체로인식될수없는존재자들을개방하는지평과같다.그래서하이데거,가다머,핑크는놀이의존재론을통해놀이에담긴무無의속성에주목하고주체중심의전통형이상학을극복하려고했다.
놀이의고대ㆍ근대ㆍ현대적사유유형을추적하다
1부에서는놀이에대한고대의사유유형을헤라클레이토스와플라톤을통해살펴본다.헤라클레이토스는놀이를본격적으로철학의주제로삼은최초의철학자이다.헤라클레이토스가‘놀이하는아이aion’를통해삶과세계의본질을파악한것과달리플라톤은놀이에매우비판적인태도를견지한다.플라톤은놀이를미메시스(모방),즉원본(실재)에대한모사로취급함으로써실재와거리가먼허상또는쓸데없는짓으로평가한다.플라톤은특히예술가의창작행위를전형적인놀이로보고,예술에대한평가절하의근거로삼는다.놀이에대한플라톤의이해는그후오랫동안놀이를진지하지못한것,진리와거리가먼거짓과관계하는것으로받아들이는선입견의출발점이되었다.
2부에서는놀이의근대적사유유형을칸트와실러를중심으로살펴본다.근대에들어놀이는새롭게조명받는데그것은근대가인간이인식하고실천하는존재이면서동시에심미적존재라는사실을간파한사실과무관하지않다.칸트에게놀이는독립적의미를지니기보다는필연과자유의세계를연결하는끈이라는수단으로기능한다.칸트가놀이에관심을둔이유는이론이성과실천이성사이에놓인간극을메우려는시도에서비롯되었다.실러는칸트의미학을비판적으로계승한다.실러에따르면인간에게는이성에기초한형식충동과그것에대립하는감성충동이모두필요하며,건강한문화는두충동의조화에서가능하다.두충동이조화를이룰때제3의충동이발생하는데그것이바로놀이충동이며,예술은바로이놀이충동에서비롯된다.예술을하는동안,즉놀이를할때인간은비로소완전한존재가될수있다.
3부에서는놀이의현대적사유유형을탐색한다.놀이철학에서니체가차지하는지위는특별하다.20세기중반유럽문화에대한전면적반성이제기되기반세기전,이미니체는유럽문명의위기를극복하는방안으로놀이에주목한다.유럽가치의재평가를통해니힐리즘을극복하려한니체가찾은돌파구가바로놀이이다.니체의예술철학,관점주의,힘을향한의지,영원회귀는모두놀이와밀접한관계가있다.즉니체에게놀이는전통형이상학의극복과새로운가치창조의모태인셈이다.놀이와관련한니체의사유가전통형이상학의극복과밀접한관계가있듯,하이데거?가다머?핑크의사유도주체중심의근대형이상학을극복하는것과불가분의관계가있다.비트겐슈타인은삶의과정전체를언어놀이로설명하는데,그에게언어놀이의총체가곧인간삶이다.문화는삶의양식이고삶의양식이언어놀이에서비롯되었다면,문화의뿌리는바로놀이가되는셈이다.
놀이와우리시대,현대예술과놀이
4부는놀이와우리시대를다룬다.오늘날예술은철학그리고놀이의정신과밀접한관계가있다.현대철학의놀이사유는직간접적으로현대예술의자양분역할을하며,예술은삶에더욱직접적으로관계한다.따라서오늘날의삶을이해하기위해서는현대예술에서놀이의정신을살펴보아야한다.특히니체의역할에주목한저자는놀이정신을잘구현한현대예술이니체의놀이철학과어떤관계가있는지를살펴본다.니체의놀이적사유에깊이공감하고그것을예술활동의근간으로삼은대표적인예술운동으로플럭서스Fluxus를꼽을수있다.플럭서스주창자들이주장하는핵심은‘모든것이예술일수있고,누구나예술가가될수있다’는것이며,그들의이러한‘확장된예술관’을추동하는것은‘놀이’의정신이다.오늘날디지털문화가몰고온세계관의변화는중심의끊임없는이동,규칙의약화와맥락의존성,우연성과생성의긍정에근거한다.디지털문화의정신을대변할만한핵심개념은놀이이다.이점은디지털문화를가장선도적이고심층적으로보여주는디지털예술에서더욱분명하게확인할수있다.저자는디지털예술의놀이적성격과현재성을프랑스의디지털예술가‘모리스베나윤MauriceBenayoun’을통해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