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철학혹은문학대철학
철학은문학속에어떤모습으로들어오는가
문학은철학을어떻게자기화하는가
로쟈와함께세계문학사의걸작들을읽으며철학을사유하다
문학속으로들어온이상철학은문학의텃세를감수해야합니다.문학과철학의동거는사이좋은동거만은아니기때문에서로를의식해야하고연기해야하며때로는성격도버려야합니다.이런문제가‘문학속의철학’에서우리가새롭게주목할수있는부분이라고생각합니다._‘머리말’에서
전공인러시아문학을비롯해세계문학깊이읽기강의를꾸준히열어온서평가‘로쟈’이현우.기존의문학작품해석에서는간과되곤했던세부와이면에주목하는한편,색다른시선으로본질을꿰뚫으며참신한결론을도출해내는그의강의는많은이들의호응과공감을자아냈다.이책은그가2015년10~11월에진행한‘문학속의철학읽기’강의를보완해엮은것으로,문학속에서발견할수있는철학적주제들을찾아논하는가운데종전과는다른새로운관점으로작품을감상하는즐거움을선사한다.
이책은올해3월에작고한인문학자박이문의《문학속의철학》(1975)에서제목을따왔다.대학시절에책으로철학을독학하면서특히박이문에게서가장많은도움을받은저자는박이문의방대한저작들중에서도《문학속의철학》을흥미롭게읽었다.‘문학작품에서철학이라는주제를어떻게읽어낼것인가’라는문제에줄곧관심을두고있었기때문인데,이문제를자기나름의방식으로다룬책을써보고싶다는생각을막연히해왔다.그리고오랜시간이흘러,2014년데이비드허버트로렌스의《사랑에빠진여인들》번역본출간을계기로,박이문의저작에서다뤄진문학작품15편중7편을선별해논하는강의를기획하게된것이다.그강의를엮은이책은“문학작품속에서철학적주제를찾아음미해보려는시도인동시에,박이문선생의《문학속의철학》을제방식으로되읽은결과”라고밝힌다.한편으로이책은“서로친숙하면서도마주보는관계”인문학과철학이서로맞서겨루고때로는충돌하고대립하는데‘문학속의철학’이라는주제가어떻게가능한지모색해온결과이기도하다.그동안쌓아온지식과깊어진생각을바탕으로젊은날의독서를되새기며또다른해석의가능성을타진하는《로쟈와함께읽는문학속의철학》.장르의경계없이인문적사유와철학적사색을폭넓게펼쳤던인문학자박이문과‘로쟈’이현우의40여년의시간을뛰어넘어주고받은지적대화라할만하다.
인간의본성과윤리,삶과죽음,예술과성性…
각시대작가들이작품속에녹여낸철학적화두와전략,세계관을읽는다
고대그리스의소포클레스부터20세기초반영국의데이비드허버트로렌스에이르기까지,일곱명의작가가치열하게고민하고작품속에구현한철학적화두그리고그들이구사한기법과전략을분석한결과가이책에담겨있다.
소포클레스의《안티고네》에서는등장인물들간의대립양상과그들이각자추구하는윤리적가치를면밀히살펴보고,볼테르의《캉디드혹은낙관주의》에서는악惡에대한성찰과함께문화적상대성과관용의정신을발견한다.도스토옙스키의《지하로부터의수기》에서는비합리적이고부조리한인간이라는존재의본질과‘대화적소설’형식의문제를다루고,톨스토이의《이반일리치의죽음》에서는인생의진정한의미에대한물음과죽음에임하는태도를읽는다.제임스조이스의《젊은예술가의초상》에서는주인공스티븐이예술가의길을걷게되는여정에서거론된모더니즘미학및철학과예술의경계를,헤르만헤세의《싯다르타》에서는불교의깨달음에도전하는주인공싯다르타의고유한깨달음,시간관념을논한다.마지막으로,데이비드허버트로렌스의《사랑에빠진여인들》에서는두자매의연애와결혼이야기를통해드러난성性의문제를다룬다.
작가의삶과창작사,세계관은물론이고작품이집필되던당시의시대상황,사상적배경등을두루살피는저자는작가가무슨의도로줄거리를구성했고등장인물들간의갈등구도를설정했는지,전략상어떤기법을구사했고그것이어떤효과를거두었는지차근차근분석해나간다.그럼으로써삶과죽음,예술과깨달음,윤리와성과같은시공을초월해여전히유효한철학적주제들을담고있는문학작품7편을입체적이고총체적으로감상할수있도록도와주고더나아가생각하고토론할여지를남겨준다.문학뿐만아니라역사,철학,예술,종교등여러분야를아우르며텍스트를다각적으로분석해내는전방위적읽기를시도해온‘곁다리인문학자’로쟈의내공이빛을발하는이책은문학작품을깊게읽고문학과철학의관계에대한사유를발전시키는데하나의계기가되어줄것이다.
기존과는다른문학독해의가능성
―《안티고네》와《싯다르타》를읽는새로운관점
제가《안티고네》에서주목하는것은,서로고집을꺾지않고대립하는크레온과안티고네가둘다오만하고,이문제를남자여자의문제로약간변형시키며,결국둘다불행을자초하고탄식한다는겁니다.그러므로애초에이작품을이둘의대결구도로만분석하는것은재고해볼필요가있다고생각합니다._65쪽
《싯다르타》는고타마의깨달음을다시반복하는작품이전혀아니고,오히려고타마,석가세존을비판하는내용을담고있습니다.물론고타마를존중하고존경하지만이작품에서는그와는다른길을간싯다르타를,싯다르타의생애를다루고있고고타마와는다른가르침을제시하고있기도합니다._319쪽
1강에서는소포클레스의비극《안티고네》를읽으며작품의핵심이안티고네와크레온의대립에있다고한헤겔의주장과어떻게다르게독해할수있는지여러가지가능성을따져본다.그동안그다지주목받지못했던안티고네의여동생이스메네와약혼자하이몬의현실적이고현명한태도를조명하는한편,크레온의포고령에맞서오빠폴뤼네이케스의장례를치르고자한안티고네가과연고결한인품의소유자이기만한건지,그동안과대평가되어온건아닌지다시생각해본다.자신도장례에가담했다고거짓주장하는이스메네를감싸기는커녕야멸차게대하는데다막상크레온에의해지하동굴에갇히게되자결혼도못하고죽게되었다며신세를한탄하는안티고네의태도는,애초에보여준당당하고의연한태도와는거리가있다는것이다.그리고안티고네를벌하는왕크레온은자신의과오를깨닫고고집스레고수하던입장을철회한다는점에서성격이변화하는입체적인인물일뿐아니라,뒤늦게마음을고쳐먹은탓에엄청난파국을맞이한다는점에서안티고네보다더비극의주인공이라할만하다고본다.이로써저자는인륜과국법또는개인과국가의충돌이라는헤겔의시각에서,권력을지닌남자에맞선도전이라는페미니즘의시각에서주로해석되어온《안티고네》를읽는,보다확장된시선을제공한다.
6강에서는헤르만헤세의《싯다르타》가힌두교혹은불교철학을소설화한것이라보는가장흔한오해를지적하고,헤세가좀더많은야심을갖고이소설을썼다고평가한다.부처를부정하고넘어서려한주인공싯다르타의삶을통해불교의가르침에근본적인의문을품었던헤세의고유한깨달음과인식을보여준다는것이다.동서양철학과정신분석학,니체철학등의영향을두루받은데다‘자아란무엇인가’라는주제에줄곧천착했던헤세의작품세계에서《싯다르타》가어떤위치를점하는지가늠해보고,싯다르타가세속세계를경험하고빠져나와깨달음에도달하는데중요한역할을한‘강물의가르침’,즉과거·현재·미래가동시적으로존재한다고보는독특한시간관념이어떤것인지자세히살펴본다.
낙관주의와비관주의중에서무엇을택할것인가
볼테르에게서발견하는관용과문화상대주의의전통
볼테르가《캉디드》에서겨냥하고있는철학자는루소가아니고라이프니츠입니다.라이프니츠는모나드론의철학자로알려져있는데그것이함축하는낙천주의에대해비판적인시선을견지합니다.(…)《캉디드》에서는라이프니츠주의,라이프니츠철학을팡글로스선생이라는인물로대변하게끔하고그의제자인캉디드의모험을통해서라이프니츠주의를반증하려고합니다._75∼76쪽
볼테르는사람들이유전적인본성을잠재적으로는갖고있는데그것을끄집어내는역할을몇몇의야심가내지는최초의괴물들,최초의악인들이하게된다고말합니다.그러면서설명하는게《캉디드》하고도연관되는부분인데,볼테르적사고방식의바탕에놓여있는것은인류학적사고입니다.전세계에많은민족들이있고,이들은각기다른문화를갖고있습니다.그걸인정한볼테르는문화상대주의적시각을지녔음을읽을수있습니다.보편주의와맞서는상대주의입니다._84∼85쪽
2강에서는18세기계몽사상가볼테르의철학콩트《캉디드혹은낙관주의》에서펼쳐지는파란만장한모험담을따라가면서당대의전제정치와종교에비판적이었던볼테르의문제의식을읽어낸다.라이프니츠의낙관론을신봉하는스승을따르던주인공캉디드는전쟁과대지진,종교재판과화형식으로점철된끔찍한상황과맞닥뜨리면서과연세상은최선으로되어있는지의구심을품게된다.그의가혹한여정에서는‘신이창조한이세계에악惡혹은불행이왜존재하고어떻게해명할수있는가’라는의문이끊임없이제기될수밖에없는데,이에대한나름의답을생물학과심리학에서,그리고종교의입장에서각기어떻게제시해왔는지를살펴본다.세계각지를돌아다니며그동안접해온것과는사뭇다른문화를접하고충격도받지만차츰받아들이는캉디드의모습을통해서는‘다른곳에서는전혀다른일이일어날수있다’는것을인정하는문화상대주의적태도와관용의정신을발견한다.나중에인류학자레비스트로스에의해학문적으로체계화된이런입장을,지금도여전히우리에게필요한미덕을일찍이볼테르가중요하게여겼음을보여주는대목이다.
러시아문학의두거장이그려낸
‘부조리한존재’인간,그리고피할수없는죽음
도스토옙스키의생각을요약하면인간은어떤과학적설명으로도충분하지않고그것을넘어선다는것입니다.왜냐하면인간은의식하는존재이기때문입니다.결정론적인설명을,인과적설명을벗어난다는의미이기도합니다.이는자기파괴적인불가해한열정과관계가있습니다._173쪽
만약에이반일리치의삶이그렇게무의미하고역겨운것이었다면죽음은그삶에서해방되는거잖아요?그래서톨스토이는죽음이부정적의미를가질이유가없다고생각합니다.이반일리치는자기삶을되돌아보면서이런발견을하고경악합니다.그러면서문득이렇게생각합니다.“어쩌면내가잘못살아온건아닐까?”_209쪽
3강과4강에서는러시아문학의양대산맥이라할수있는도스토옙스키와톨스토이의작품을다룬다.실존주의이전의실존주의문학작품이라재평가되는《지하로부터의수기》를읽는3강에서는주인공지하생활자의언행에서드러나는도스토옙스키의인간관을살펴본다.인간을‘호모이코노미쿠스’로보는인간관,‘합리적에고이즘’의인간관에반발하는도스토옙스키는인간이“과학적법칙이나논리로는설명할수없는어떤비합리적인면,부조리한면을지닌존재”,때로는“자기이익에반하여행동할수도있는존재”라고보고,고통속에서도쾌감을느끼는이병리적인간의형상을지하생활자라는인물을통해구현한다.주인공화자가가상의타자의말에끊임없이응답하고논쟁하는,대화형식으로이루어진이소설은일정한기승전결없이돌연끝을맺는다는점에서전통적인플롯에서벗어난파격성을지니고있기도하다.
주인공이반일리치가죽음을어떻게의식하고경험하는지,그리고죽어가는과정에서어떤심리변화를겪는지묘사한《이반일리치의죽음》을다룬4강에서는특히톨스토이가이작품을쓰게된배경에주목한다.이소설은《안나카레니나》를마무리할무렵정신적위기를경험한데다이미결혼생활에큰회의를품고있었던톨스토이가강박적으로삶의의미를묻고죽음의공포를의식하던시기에집필되었다.이후톨스토이는예술가로서의삶을철저히부정하고사상가로서이타적인삶을살아가겠다고마음먹게된다.가정과예술을모두부정하던톨스토이의과격하고급진적인태도가이작품에반영되어있는데,임종에이르러자신의삶이무의미하다는것을깨달은이반일리치는과거의삶을전면적으로부정함으로써죽음의공포에서해방되는모습으로그려진다.
모더니즘문학의기수제임스조이스의예술론
4장에서스티븐이예술가로서호명받고예술가로서탄생했다면5장에서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