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국가와법과정의를말하다
인간과세계를건강하게만드는위대한정치는어떻게가능한가?
시대의질병에맞서철학적정치론을제시했던비판적실천철학자니체를만나다
니체전문가로서니체전집의번역자,편집위원으로활동하며니체에대한가장성실한작품내재적분석을쌓아온백승영교수.그는‘부정에서긍정을,해체에서창조를’이룬니체의저작을중심으로니체철학을체계화한깊이있는연구서《니체,디오니소스적긍정의철학》(2005)을통해니체를존재하는모든것에나름의생성이유와필연성을부여하는,인간에대한무조건적인긍정을역설하는철학자로되살려낸바있다.이번에는철학적방법론,존재론과인식론,예술론,도덕론을포함하는이론철학을소개한전작에서미처다루지못했던니체의실천철학을집중적으로탐구한저서를내놓는다.그동안관련주제에대한논문을발표하고《니체,건강한삶을위한긍정의철학을기획하다》(2011)의몇몇부분을통해실천철학의토대와밑그림을제공한바있으나이책에이르러비로소사회ㆍ정치론,국가론,법론,정의론등을포함하는니체의실천철학의전모를총체적으로밝히게된것이다.이책은《니체,디오니소스적긍정의철학》으로‘깊이와범위에있어국내외에서찾아보기힘든수준의니체연구서’라는평가를받으며한국출판문화대상저술상과열암학술상을수상한저자가이후10여년동안진행해온연구의결과물을집대성한역작이다.
새로운문화와가치,도덕을정립해근대성을뛰어넘는사유를시도한니체.이성ㆍ정신ㆍ관념ㆍ초월의세계를강조하는서구의전통적인철학?도덕?종교가제시하는삶은건강하지못한삶이라고신랄하게비판한니체.인간의현세적삶을그자체로긍정하는가운데운명을사랑하고본래의인간을회복할것을역설한그에게서과연사회철학,정치철학,법철학을논할수있는가?다시말해,국가와사회,정치와법과정의에관한니체의글들을바탕으로‘의미있는’담론을‘체계적으로’구성해낼수있는가?또그렇다면니체는실천철학의제영역에서도현대성을보여주고있는가?이같은물음들에대한답을제시하는것이이책의과제다.
니체가19세기유럽의병리성을진단하고해결책을모색한비판적실천철학자일뿐만아니라철학적계몽가이자의사였다는점을엄중히의식한저자는니체실천철학의구성가능성과필요성을의심하는시각에맞서‘긍정의철학’이라는기획의한축으로실천철학의중요성을강조한다.그리고‘철학적정치론’이라는명칭아래니체의사회철학,정치철학,법철학을통합적으로조망하고개별적으로분석한다.니체가법,국가,사회체제,정의등의주제를다룰때그주제들의실질적구현절차나제도보다는그근본원리는무엇이고,그주제들이인간과세계의건강성확보를위해어떤모습을갖추어야하는지에관심을더욱집중했다는점에주목한저자는,니체가‘정치’를권력창출이나지배를위한실천술이아닌,인간과국가와세상을건강하게만드는‘위대한정치’라는교육적기획의다른표현으로제시한것이라고판단한다.
전작과마찬가지로니체의글을독자에게직접보여주면서정교하고치밀하게분석하는‘작품내재적분석’방식으로집필된《니체,철학적정치를말하다》는실천철학의전영역에서니체가어떻게시금석과선구자와결정체의역할을하는지,어떤실천적유용성을보여주고,어떤울림과영감을주는지깨닫게해준다.차라투스트라가염원했던‘건강한인간이부르는영원한긍정의노래’를구체적삶의현실속에서부를수있는지반을마련해준니체.그의실천철학을본격적으로다룬이책은우리시대의여러문제들에대해‘현대적인너무나현대적인’분석과해명을제공한니체의온전한면모를확인케해줄것이다.
‘니체의실천철학’혹은‘니체의철학적정치론’의학적정당성
저자는본격적인논의에앞서니체의사회?정치철학,법철학,정의론에대한연구가그동안어떻게이루어져왔고,이주제들을심도있게논의하고체계적으로구성해내는작업이왜필요하고유의미한지를살펴본다.
니체의사회?정치철학과관련해서는니체의글을파편화해분절적으로읽는경향이만연한탓인지지나칠정도로다양하고모순적인,우호적이거나비판적인해석들이공존해왔다.게다가법철학의경우에는,니체가체계적이거나지속적인법이론이나철학을제공하지않은이유도작용해진지한학적논의가거의이루어지지못했다.그러나니체는법론의주제들에대해철학적통찰을제시할뿐만아니라전통적인법제도와전제에비판적으로맞서새로운도식과사유범주를제시하는현대성을보여준다.저자는이런점에서법에관한니체의사유는법론및법철학의영역에서정당하게다루어질필요가있다고본다.
비교적최근에실천철학의관점에서본격적으로주목받기시작한니체의정의론은그나마어느정도규명되어있는상황인데,니체가고전적인전통을바탕으로한새로운정의론개념은물론,자기식의분배정의와교환정의를제시한다는것등이그대표적인예다.정의론연구는니체의정의개념과‘힘에의의지’개념을결합시켜,니체철학의전체적인맥락에서파악하는일관성있는연구가진행되고있다는점에서파편적으로나분절적으로읽히는경향이지배적인니체의사회?정치철학연구와는전혀다른양상을띤다.그럼에도니체의정의론이‘위대한정치’기획과연계되어사회정치론과법론을완결시키면서니체실천철학의정점을이룬다는것을온전히보여줄만한연구는여전히부족한상황이다.
이런배경을두루고려한저자는니체의‘철학적정치론’에대한의미있는담론을구성하는작업은가능할뿐만아니라,난립하는다양한평가들을균형있는잣대로판단하고정리할필요가있기에반드시진행되어야한다는결론을내린다.
우리시대의현안들에대한니체의‘현대적인너무나현대적인’분석과해명
‘실천철학의구성가능성과필요성을전제하고,그것을긍정의철학기획속에서현실화시켜,의미있는철학이론의형태로,즉철학적정치론의모습으로제공한다.’
이런과제를목표로한이책은니체의철학적정치론의뿌리와줄기와잎에해당하는,개인과국가와법에관한사유를다루는1~3부와,그것의꽃이자열매라할정의에대한담론을다루는4부로구성된다.각부에서어떤내용을다루고있는지개략적으로소개한다.
〈1부철학적정치론의과제와방법론〉에서는니체의실천철학적숙고는현상세계에규범을제시하는측면이강하며‘긍정의철학구축’이라는기획의일환인철학적정치론은‘인간과세계의건강성’을사회적실천의장에서확보한다는것을보여준다.그증거로철학적정치론이건강한개인을육성하는교육프로그램인‘위대한정치’라는기획과연계된다는점을든다.그리고이론철학을넘어니체의실천철학전영역을관통하는존재론모델인‘힘에의의지의관계론’을철학적정치론의기본특징과노선을보여주는방법론으로서상세하고분석적으로다룬다.니체의철학적정치론을전기와후기로구분해논하는것이어째서정당한지설명하고,개인?국가?법?정의라는큰주제들이서로긴밀하게유기적으로연관된철학적정치론의구조를소개하기도한다.아울러,니체의철학적정치론에서긍정적으로든부정적으로든많은관심을받았던대표적인논의지평들(예컨대국가사회주의,파시즘,나치즘,반유대주의,민주주의와니체의영향관계)에대해서도짚고넘어간다.
〈2부개인과국가〉에서는‘개인과국가의이상적관계’라는주제가니체논의의핵심임을밝히고이를뒷받침하기위해국가발생의필연성과계보를해명하는것에서부터논지를전개해나간다.우선전기니체의사유만을독립적으로다루어‘문화국가’론과‘미적정치’의형태로제공하는데,젊은니체가그주제에대해집중적으로독특한사유를보여주었기때문이다.이부분이후로는니체의사유를전기와후기로분리하지않고통합적으로제시한다.후기니체에게서특징적으로나타나는‘국가유기체론’과개인의자기긍정과세계긍정을위한‘교육국가’라는이상을다루는부분에서는힘에의의지의관계론을적용해국가가유기체인이유를밝히고개인의공동체성및사회성을자연적인것으로설명한다.그리고국가계보를사회계약대신‘힘경제적계약’에서찾으며,그지점에서개인과국가의기본적인특징들을추출해낸다.나아가국가가교육국가라는특징을갖추어야하는이유를밝히고,힘에의의지의관계론을전제하며정신적귀족성을지닌주권적개인(=귀족적개인=건강한개인)의배출을목표로하는교육국가의이념‘정신적귀족주의’를소개한다.앞서언급한내용들을전제로‘위대한정치’라는니체의기획을교육적기획의일환으로제시하고,이맥락에서19세기유럽을데카당스와허무주의가만연한천민사회로규정한니체가당대의병증을진단하고치유하려했던면모도보여준다.
〈3부법,범죄,형벌〉에서는우선오랫동안도외시되었던니체의법담론이학적정당성을갖는이유는무엇이고,기존법론들과어떤관계를맺고있는지살펴본다.그리고법일반론에이어서법의‘힘경제적’계보를설명한후니체가‘눈에는눈,이에는이’라는‘탈리오원칙’을전제한응보법과는차별화되는건강한법을제시했다는점을지적한다.
형벌론을다룬부분에서는니체가유독형벌론에서‘고전적인물’로인정받아온이유는형벌에관한현상론및처벌욕구의병인론을제시한덕택임을밝힌다.니체는법의응보적관점자체를복수와보복기제라는병리성으로진단하고,개인과개인(개인과공동체)의기본적인관계를교환관계로설정함으로써그동안형벌론에서자명하게여겨온것들에이의를제기했다는것이다.형벌의효과에관해니체는형벌의목적론및예방론을반박함으로써의문을표하고,범죄인유형론과형벌대안론으로많은논란을일으키기도했다.이런내용을토대로니체가책임원칙을전제하는죄형법정주의와공형벌에대해이의를제기함으로써근대법에맞선다는점도논한다.‘형벌없는사회’라는니체의사유실험분석을통해,법공동체는치유와교육을중요시해야한다는것을보여주는게니체의진정한의도이고이사유실험은니체철학의주안점인‘건강한주권적존재로의인간육성프로그램’의일환이된다는점도지적한다.끝으로,힘에의의지의관계주의가적용된니체의법론은근대적법의식및법문화에대안을제시할뿐만아니라,기존법을넘어새로운의식과설명범주를찾아보려는니체의비판적이고창조적인자세를엿보게해준다고평가한다.
〈4부사회정의와법적정의〉는니체의실천철학을완성시키는부분인데,정의에대한니체의담론은그의거대한인간교육론의정점이자완결이라고할수있기때문이다.먼저니체의정의론을비교적최근에야주목하게된배경을살펴본후니체가정의에대해줄곧관심을두고넓은스펙트럼안에서고찰했다는점을근거로그에게정의가매우핵심적인주제였다는점을강조한다.
정의론을다룬부분에서는‘처벌적-보상적정의’개념과결별한니체가정의에있어서도제도적?정책적차원에서접근하기보다는인간과사회를건강하게하는정의는어떤것이고,그런정의를판단하는기준과정의를가장확실하게보증할수있는조건은무엇인지를물었다는데착안한다.이에대한답으로,힘에의의지의관계론을적용해,분배정의와교환정의,그리고서양의어느전통에서도찾아볼수없는독특한관계정의라는분리불가능한세가지정의개념을동시에제시했다는것이다.감성적영역대이성적영역,사적영역대공적영역으로분리하는것이당연시되었던사랑과정의를,‘사랑하는정의’의형태로통합하는획기적시도를보여주었다는점도특별히주목한다.니체에게는사랑하는정의가곧인정하는정의이고,정의추구가결국‘정의를원하는좋은의지’의문제로귀결된다는것도힘에의의지의관계론을토대로하여구체적으로밝힌다.이로써분배정의와교환정의가,인정하는관계정의와함께트라이앵글을이루고그내부에건강한인간의의지적노력이놓일때,니체가생각하는정의로운사회가비로소가능해진다는결론을이끌어낸다.그래서니체의정의론역시‘정신적귀족성을갖춘건강한개인’을위한교육을강조하는쪽으로수렴된다는점도밝힌다.마지막으로,현대정치철학이풀어야할여러문제에대한답변을제공한다는점에서니체의정의론이지닌현대성을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