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딘성으로 가는 길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

빈딘성으로 가는 길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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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베트남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우리사회의 역사적 매듭을 풀어내는 중요한 기회이다. 《빈딘성으로 가는 길》은 참전군인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가 주도한 기억의 왜곡과 강요된 망각, 과도한 국가주의, 인간 경시 풍조, 사회정의의 부재를 드러낸다.

대한민국의 파병은 대체 누구를 돕기 위함이었나? 베트남전쟁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한국에서는 전쟁 특수만을 강조할 뿐, 베트남 사람들의 고통은 안중에 두지 않았고, 파월장병 또한 어느 곳에서도 주역으로 평가받지 못했고, 피해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베트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는 어쩌다 태극기를 들었을까?

특히 이 책은 사과하고 용서받는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윤리학적인 차원과 역사적 사례를 교차해 설명하면서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파월장병들의 역사적 위치를 자각하게 해준다. 과거를 연구하는 역사가의 입장에서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으로 환원될 수 없는 진실의 다면성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고루 담아내는 이 책은 여전히 과거를 살고 있는 전쟁시대의 우리 아버지들과 베트남전쟁을 현재의 사건으로 여기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를 잇는 새로운 역사 인식의 계기가 될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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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진성

전진성
부산교육대학교사회교육과교수.고려대학교사학과및동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훔볼트대학교역사학부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주요연구분야는독일현대지성사및역사이론으로,최근에는문화사와인권사등에도관심을갖고연구중이다.2003년부터인권단체아시아평화인권연대의일원으로활동하고있다.주요저서로는『서독구조사학연구』(독어본)『보수혁명:독일지식인들의허무주의적이상』『박물관의탄생』『역사가기억을말하다』『삶은계속되어야한다:원폭2세환우김형률평전』『상상의아테네,베를린·도쿄·서울』등이있다.

목차

여는글:아픈과거로떠나는여행

1장아버지의흔적을찾아서
베트남전전사자박순유중령
맹호부대
안케패스전투
베트남민족의고난과한국군
운명의장소

2장피해자에서가해자로
이땅의냉전
역사적전환점
영웅의탄생
고삐풀린폭력

3장떠도는혼령들
양민과베트콩사이에서
고통의기억,기억의고통
울부짖는과거
타인의죽음앞에서

4장국가는내게무엇인가?
대체무엇을위해싸웠나
훌륭한국가란존재하는가
국가의기억과몸의기억
파월용사의상처받은육체와영혼

5장사과와용서
가해자의얼굴
미안해요,베트남
과연용서받을수있을까
악연을인연으로

맺는글-망자에대한의무

감사의글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빈딘성,아픈과거로떠나는여행
베트남중남부해안에자리잡은역사의고장빈딘성.한자로표기하면'평정平定'.그이름값을하는것인지이지역은예부터군사적충돌이잦았다.1965년10월22일한반도를떠나온맹호부대가빈딘성의한적한농촌마을빈안사에상륙했다.그리고곧세상에어둠이깔렸다.
1966년1월23일에서2월26일까지이곳은말그대로맹호부대에의해‘평정’되었다.1천명이넘는사람들이죽고가축이도륙되고모든가옥이불태워졌다.살아남은마을주민들은더이상이곳을'평안平安'을뜻하는‘빈안’으로부르지않았다.
이로부터50년이지난2016년2월26일,학살이일어난이곳에서위령제가열렸다.비장하고구슬픈애도의노랫소리속에서한한국인여성이납덩이처럼무거운마음으로위령비앞에서있었다.시민사회활동가박숙경씨.그또한이곳에서아버지를잃었다.
맹호부대소속의정보통역장교였던고박순유중령,그는정찰임무를수행하다가매복해있던베트콩의총에맞아전사했다.역사적부침이심했던곳,악연으로얽힌이곳에서상처받은이들이서로의아픔을보듬고원래의'평안'을되찾을수있을까?
베트남전쟁이남긴상처를치유하는일은우리사회의역사적매듭을풀어내는중요한기회이다.현재까지많은학자와언론에서베트남전쟁이왜발발했고,어떻게진행되었는지천착했다.그리고많은자료들이발굴되고,전쟁피해자들과참전군인들의증언이나오기시작했다.
하지만한국군에의한민간인학살피해자만있을뿐,여전히가해자는진실의물음에응답하고있지않다.《빈딘성으로가는길:베트남전참전용사들의기억과약속을찾아서》는참전군인과그가족들이전쟁의상처와기억을처리해온방식을살펴보면서국가가주도한기억의왜곡과강요된망각,과도한국가주의,인간경시풍조,사회정의의부재를드러내고자한다.최근까지한국의베트남전쟁참전에관한많은연구가참전의배경과과정,영향등을정치,외교,경제등의거시적측면에서살펴보는데집중했다면,이책은비운의역사를풀주체로서참전군인이스스로대화의장으로나올것을권유하면서진정한용서와화해를모색하고자하는실천적성격이강하다.
특히가해자로서의참전군인들이왜베트남사람들에게사과하고용서를구해야하는지,과연사과하고용서받는다는것이어떠한의미인지를윤리학적인차원과역사적사례를교차해설명하면서피해자이자가해자인자신들의역사적위치를자각하게해준다.
물론단순히가해와피해의구도로전쟁을물을수는없다.저자전진성교수는과거를연구하는역사가의입장에서가해와피해의이분법으로환원될수없는진실의다면성을사려깊은시선으로고루담아내며한국사회에한겨울그림자처럼길게드리워진저마다의뼈아픈역사의기억들을불러낸다.무엇보다저자가참여하는아시아평화인권연대와연대하여과거의악연을새로운인연으로만들고자한박숙경씨가족의경험과몇몇참전군인과그들의가족사례를소개하며과거의악연이어떻게새로운인연으로역전될수있는지,어떻게상처를부활의계기로삼을수있는지를탐색한다.
이책은여전히과거를살고있는전쟁시대의우리아버지들과베트남전쟁을현재의사건으로여기지못하는새로운세대를잇는새로운역사인식의유의미한계기가될것이다.

“이책은파월장병과그가족들이베트남전참전의의미에대한평소의생각을재고해볼것을권유하는취지로집필되었다.피땀을바쳐조국을지켜냈다는자랑스러운기억에서잠시만이라도벗어나전혀다른관점에서펼쳐내는이야기를인내심을갖고경청해주시길바란다.어두운과거를조명하는이책이아무쪼록그분들께모욕감을일으키지않고평소의생각을곱씹어보는계기를제공함으로써좀더넓은사회적대화의장에나오실수있기를기대한다.평생누구에게도말하지못하고홀로가슴깊숙이묻어두었던아픔을이제는조금이라도털어내셔야하지않겠는가.가해와피해의당사자들이스스로나서지않는한과거사의얽인실타래는결코풀릴수없다.외부로부터강요된반성은그저굴욕일뿐이다.”(본문272쪽)

베트남전쟁,역사적진실의소로앞에서
한반도보다훨씬오랜세월동안베트남은식민지의억압과설움을겪어왔다.19세기에프랑스가강점하여식민지를만든이래로일본이점령했다가다시종주국이었던프랑스의식민지배가되풀이되자항불독립전쟁으로이어지고,미국의개입으로남북이갈라지게된다.
북부는호찌민H?Ch?Minh을중심으로한항불독립운동가들이주도세력이되었고,남부는일본이만주에서부이를내세워괴뢰정권을만든것처럼후에를중심으로옛베트남황제바오다이를왕조로세웠다.초대대통령응오딘지엠은열렬한반공주의자로미국의지지를받았고,그뒤군사정권의역대대통령이모두프랑스식민지군대의장교출신들이었다.
정권초기부터반민중·반민족적이었던남베트남정권은폭압과부패로이어졌으며이때문에남쪽의자유주의적지식인과항불전쟁당시의독립운동가들이주축이되어'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을결성하고투쟁하기에이른다.따라서모든서방의논문과언론기사들이지적하듯이베트남전쟁은100년에걸친'베트남민족해방전쟁'이었으며프랑스제국주의의직접지배와미국의제국주의적간접지배에대한베트남민족의'저항전쟁'이었다.다시말해베트남전쟁은흔히'베트콩'으로불리던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이북베트남의조력을받으며외세및그부역자들과싸운통일전쟁이었다.
미국이베트남의진로에개입하여전쟁까지치르면서내세운유일한명분은공산주의확장을저지한다는것이었다.중국이공산화된마당에베트남마저공산화되면캄보디아와라오스등동남아전체가손쉽게공산주의진영으로넘어갈것이라는소위'도미노이론'이야말로미국의모든군사개입을정당화하는근거였다.미국은자신의패권에저항하는모든세력을싸잡아공산주의자로낙인찍고죽음의공포를조장했다.공산주의라는적은미국의패권을정당화하기위해반드시필요했다.
그러나베트남전이종식되자마자곧바로베트남과중공간에군사적충돌이빚어졌던사례가입증해주듯이,베트남통일은공산주의의확장보다는외세의축출과주권쟁취에주안점이있었다.따라서심지어미국의동맹국들마저이처럼명분없는군사개입에동참하기를꺼렸던것은그리이상한일이아니었다.
그렇다면대한민국의파병은대체누구를돕기위함이었나?대한민국의파병도베트남이적화되면한반도가자동적으로위험해진다는단순논리를내세웠다.당시GNP가남한의1.7배에달하던북한으로부터의위협은대단히실제적이었다.원조물품을시장에내다판돈으로겨우세출예산을세우던가난한나라,구호물자가부족해서봄에는나무껍질로연명하는인구가태반이던대한민국은여러모로위기에처해있었다.드디어1964년미국이파병을요청하자대한민국은기다렸다는듯이동맹국최대의파병으로화답했다.전투병만해도미국의여타우방인뉴질랜드의100배에달하는병력이었다.파병의대가로박정희정권은중화학공원단지건설을위한미국의원조를요청했다.부국강병을위한군산복합체의구축을염두에둔것이다.경제적실익은파병의부산물이아니라근본사유,처음부터주도면밀하게계획된국가적프로젝트였다.국가가국민의목숨을담보로금전을얻어냈던것이다.

“베트남파병을옹호하는논리는대체로귀를막고일방적으로자기말만하는느낌을준다.무엇보다제일먼저강조되는논리는동아시아의세나라,즉한국,타이완,그리고남베트남이공산세력과대치하던자유민주주의의최전선이었으므로북베트남공산주의자들의침략은대한민국의생존을위협하는중차대한안보사안이었고,더욱이한국의참전은1953년에체결된한미상호방위조약의이른바'집단적자위권'조항에따랐다는점에서법적정당성마저갖추었다는것이다.꽤그럴듯한논리지만사실은기본전제부터잘못되었다.
한나라가제3국으로부터무력공격을받았을경우공격받은나라와긴밀한유대관계를가진다른나라들이원조해공동으로반격할수있는권리를말하는집단적자위권은북베트남이남베트남이나미국을공격했다면성립하겠지만사실은그반대였다는것이정설이다.
전쟁의도화선이된통킹만사건이조작되었다는것은더이상이론의여지가없는역사적사실이다.이에비하면차라리한국전쟁때수많은미군이피흘려우리나라를지켜준데대한보답이라는논리가그나마인간적감정에호소한다.”(본문161쪽)

베트남에서돌아온김상사는어쩌다태극기를들었나
베트남전쟁은우리에게무엇을남겼을까.베트남파병은명실상부한대한민국경제성장의도약대였다.파월장병에게지급된전투수당과각종군사장비,미국과남베트남에대한수출증가,국내기업과노동자들의베트남진출등각종전쟁특수는대한민국의경제력을전례없이상승시켰다.
그러나더중요한것은국가중심적사고가대부분의국민에게자연스럽게받아들여졌다는사실이다.왜우리나라국민의애국심은그토록남달랐는가.왜사람의목숨보다나라의안위를,경제적실익을더중시했는가.
《빈딘성으로가는길》을관통하는기본적인문제의식은기억의왜곡을초래한대한민국의정치문화에대한비판이다.한국에서는베트남전쟁참전으로인한전쟁특수만을강조할뿐,베트남사람들의고통은안중에두지않았고,파월장병또한어느곳에서도주역으로평가받지못했고,피해에대한보상도제대로받지못했다.그럼에도파월장병다수가우경화한것은개별적,집단적경험의차원과그것의정치적재현간의심각한비대칭에서비롯된다는것이책의설명이다.

파병군인들이전쟁속에서점했던위치는패전에대한그들의태도에서단적으로드러난다.그토록목숨을다해싸운전쟁에서패배했음에도그들자신은별로개의치않는다.
그들이정녕전쟁의주역이었다면왜분통해하지않았는가?베트남전에대한기억에있어서도그들은국가의논리에두말없이순응한다.즉해외파병을통해엄청난실익을얻었으므로파병은옳은결정이었다는것이다.
엄청난외화와더불어우리도해외에나가서우방을도와줄수있다는자부심을얻었고결국이러한자부심을바탕으로중동으로,더넓은세계로진출할수있었다고본다.따라서패전했어도크게아쉬울것은없다.
이러한논리는전쟁터에서목숨과젊음을잃어버린이들을도외시하는철저히국가중심적인기억방식이다….국가가그들을버렸어도철저히국가를따랐다.순수한애국심때문이아니라별다른논리를찾을수없었기때문이다.
시민사회일각에서얘기하는평화나인권,민주주의등은이들이평생접해온가치들과결이맞지않았고,용병이라는말은모욕으로느껴졌다.그들각자의개인적고통은논리적으로설명하기에는너무나뒤엉클어져있었다.(본문185~186쪽)

그들은국가를위해바친젊음과육신의정당한대가를얻지못하고늘국가의손쉬운도구로동원되기만했다.자기삶을주체적으로바라보고꾸려갈수있는길을차단당한파월장병들은오로지국가주의에기대어삶의정당성을찾아보려했으나정작국가로부터끊임없이배신당하면서삶의나락으로밀려났다.전쟁의참상을경험한그들에게그들의과거를정당화할수있는기억이,이념이,대의가필요했다.적절한보상과대우가없는상황에서그들의망가진몸과정신은소위'빨갱이척결'이라는전쟁통속의명분을강화하며스스로를정당화했다.
그리고국가의이름으로자행된폭력,그가해의기억은자유를수호하기위해감수해야했던희생의기억으로만남아'빨갱이'들과는타협이없다는금기의성벽을만들고더이상의기억을금지했다.
이지점에서책은우리는너무나오랫동안국가의신화를벗어나지못하고있음을,애국심의논리는일부러눈을감고세상의비탄을보지말자는논리일뿐이라고지적한다.저자에따르면,우리사회에필요한것은애국심이아니라문명사회에요구되는도덕성과민주주의의기본가치인사회적공공성에대한존중이다.나의생명만이아니라타인의생명도소중하다는인식,내가고통스러우면타인도마찬가지로고통스러울것이라는최소한의공감능력,경제적실익보다정치적올바름을우선시하는정신,이와같은기본소양을도외시한채국가는적대감만가득한'반공'과'자유'의이데올로기를내세웠다.
그리고결국전장의병사들을,평범한국민들을타락시켰다.

피해자에서가해자로,
진정한용서와화해는스스로를가해자의자리에세울때가능하다!
베트남전참전군인들은죽음이두려웠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