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외(리커버)
Description
‘노동자’의 시선으로 민중의 삶을 노래한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대표 단편 모음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구말료프, 불가코프, 파스테르나크 등과 함께 러시아 현대문학의 중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920~40년대 러시아의 암울한 상황과 민중의 고난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플라토노프의 작품들은 독특한 언어구사 방식으로 다소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작품은 번역/소개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번역된 작품들은 플라토노프의 다른 소설들에서 보여지는 의식적이며 정치이념적인 맥락이 부각되기보다는 소비에트 민중의 황폐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 소비에트 사회에 대한 사전적 지식이 없이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저자는 혁명, 전쟁, 빈곤으로 파괴된 고향, 가족, 인간성이 작품을 통해 다시 치유받고 회복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에는 그 바람이 실린 표제작 〈귀향〉을 비롯하여 그의 대표 작품인 〈프로〉, 〈포투단강〉, 〈안갯빛 청춘〉, 〈기관사 말체프〉가 실렸다.
저자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러시아 보로네쥐에서 철도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장남이었던 그는 보험회사 사환, 열차 기관사 보조원 등의 직업을 전전하며 힘겨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이듬해 보로네쥐 공과대학에 입학해 공학이론을 공부하며 지역 신문사 기자로도 활동한다. 이 시기에 철학에세이 《전화》(1921), 시집 《푸른 심연》(1922), 단편소설 〈태양의 후예들〉(1922) 등을 발표하며 문필가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이듬해 《비밀스러운 사람》을 포함한 세 권의 작품집을 출간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간다. 1930년대 초반까지 혁명의 시기에 성장한 ‘노동하는 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독특한 문학세계를 정립했지만 1931년, 농촌집단화의 실상을 풍자한 《저장용으로: 빈농의 기록》을 스탈린이 부농의 시각을 반영한 작품이라고 평가함으로써 작품활동에 치명타를 맞는다. 1951년, 아들을 간호하다 폐렴으로 사망한다. 주요 작품으로 《예피판의 수문들》, 《그라도프 시》, 《포투단강》, 《잔》, 《공사기초용 구덩이》, 《행복한 모스크바》, 《체벤구르》가 있다.

목차

귀향
프로
포투단강
안갯빛 청춘
기관사 말체프

작가 인터뷰
작가 연보

출판사 서평

▷아직은 낯선 러시아 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
1985년부터 시작된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정책은 그동안 탄압받았던 작가들을 대거 복권시켰다. 구말료프, 불가코프, 파스테르나크 그리고 플라토노프 등이 복권되었고, 망명작가들 솔제니친, 나보코프, 브로드스키 등의 작품이 자유롭게 게재, 출판되었다. 이 중 1920~40년대 러시아의 암울한 상황과 민중의 핍진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안드레이 플라토노비치 플라토노프는 러시아 내에서는 20세기 러시아 최고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국내에는 일부 전공자들의 연구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책세상 문학의 세계〉 시리즈를 통해 출간된 러시아 상징주의 작가 표도르 솔로구프의 《작은 악마》에 이어 플라토노프의 대표 단편선 《귀향 외》는 우리에게 러시아 문학 이해의 길을 새롭게 열어줄 것이다.

▷떠났지만 돌아와야만 하는 삶
〈귀향〉은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이바노프 대위와 그의 가족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어린 두 남매와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 이바노프 대위에게 아내는 외롭고 힘든 세월을 다른 남자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아내는 그간의 간난의 시간을 남편에게 하소연하며 정신적인 유대감을 다시 회복하려 하지만, 이바노프는 배신감을 극복할 수 없다. 그리하여 그는 집을 다시 떠나고, 어린 두 남매는 아버지를 부르며 철길로 달려가는데….

▷철도, 기차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철도가 발달한 나라다. 더욱이 전쟁으로 인해 철도는 더욱더 그 기능이 긴요해졌다. 철도는 민중들의 삶을 뒷받침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기관사. 철도 기술자, 철도 건설 노역자로서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철도에서 시작하고 그곳에서 마무리한다. 특히 한 기관사의 이야기를 그린 〈기관사 말체프〉에서 이 점을 선명하게 읽을 수 있다. 말체프는 평생 기관차를 운전한 베테랑 기관사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려친 번개에 의해 시력을 잃은 그는 더 이상 기관차를 몰지 못한다. 하지만 말체프가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은 것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변압기 실험까지 동원하면서 증명하려 했지만, 그로 인해 영원히 실명하고 만다….
〈안갯빛 청춘〉은 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떠돌다 기관사가 된 소녀 올가에 대한 이야기다. 올가는 이모에게까지 버림받았으나, 나라에서 운영하는 철도요원 교육 과정에 입학하여 기관사 교육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기관차에서 화차가 떨어져 나가 다른 열차를 향해 질주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올가는 화차와 열차의 충돌을 막기 위해 뛰어드는데…. 전쟁과 혁명이 가져온 빈곤으로 인해 사람들은 가족의 고통도 돌아다볼 여유가 없다. 하지만 올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아마도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이 모든 상황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는 이런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고귀한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인간성을 조용히 말할 뿐이다.

▷내적인 귀향, 외적인 귀향
〈귀향〉에는 두 가지 귀향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외적 귀향’과 ‘내적 귀향’이다. ‘내적 귀향’은 주인공 이바노프 대위가 제대하여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공간적인 귀향을 말하고,‘내적 귀향’이란, 아내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격분하여 집을 다시 떠난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회복하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귀향을 말한다. 나머지 단편에서도 이 귀향의 의미는 전달된다. 전쟁이 가져온 인간성 말살, 민중의 피폐된 삶, 가족 파괴. 작가는 민중이 이러한 떠남과 분열의 상황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기차를 타고, 혹은 기관차를 몰면서 혁명이 일어나기 전,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가족과 고향의 품속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